PROGRAM
29일 |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고전적’ Prokofiev Symphony No. 1 ‘Classical’,
힌데미트 현과 관을 위한 협주음악 Hindemith Concert Music for String Orchestra and Brass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Tchaikovsky Symphony No. 4
ABOUT THE CONCERT
유럽을 능가하는 미국 오케스트라의 자존심과 실체!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넘어 빈 필, 베를린 필에 견주는 최고의 사운드를 이어온 시카고 심포니(CSO)가 3년 만에 두 번째 내한(2013 로린 마젤)을 음악 감독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한다. 2013년 시카고 심포니의 첫 내한공연을 지휘하기로 했던 무티는 당시 급성 독감으로 포디엄에 오르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긴바 있다. 하여 CSO 창단 125주년을 기념해 완전체로 한국을 찾는 최강의 조합 ‘무티 & 시카고 심포니’를 향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리카르도 무티 개인으로선 12년 만의 네 번째 내한(1985 필라델피아, 1996, 2004 라 스칼라 필하모닉)이다.
1월 28일에는 베토벤 교향곡 5번, 말러 교향곡 1번이 준비됐다. CSO 감독으로 장기 집권하는 동안 게오르그 솔티가 ‘시카고 사운드’를 완성하며 남긴 대표작, 베토벤 ‘운명’을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일가를 이룬 무티는 어떤 색채로 꽃 피울지 관심을 모은다. 일사분란하게 악기군의 특성을 재배열하는 무티의 마법 같은 손놀림이 극치를 이룰 말러 1번 ‘거인’도 놓칠 수 없다.
1월 29일에는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 ‘고전적’, 힌데미트 현과 관을 위한 협주음악,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이 준비됐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감독 시절 필립스에서 남긴 ‘고전적’ 교향곡에서의 명석한 해석은 세월이 지나 어떻게 영글었을까. 재기 넘치는 프로코피예프의 감각을 노회한 지휘자가 어떻게 풀어낼지, 아시아 투어에서 같은 곡을 공연하는 일본에선 가장 기대하는 작품이다. CSO의 라이벌 악단 보스턴 심포니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힌데미트 작품은 라 스칼라 시절 벨칸토 발성처럼 맑게 울리던 무티의 사운드가 CSO와 함께할 땐 어떻게 예술의전당을 채울지 브라스와 스트링의 묘기를 기대케 하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1996년 라 스칼라 필과 함께한 이후 20년 만에 한국팬과 다시 만나는 곡이다. 역시 청년 시절 필라델피아의 금관 사운드와 비교해 CSO는 어떤 기량을 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2016년 한국에서 열리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무엇인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와 시카고 심포니가 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ABOUT THE CONDUCTOR
리카르도 무티 | Riccardo Muti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리카르도 무티는 1941년 나폴리 태생으로 현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이자 빈 필 명예 단원이다. 1967년 청년 지휘자를 시상하는 귀도 칸텔리상을 수상했고, 1972년 클렘페러의 후임으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임명됐다. 1980-1992년 까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1985년 한국도 방문했다. 1986-2005년 까지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예술 감독을 맡았고, 1987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스칼라 사임 후 특정 감독급 포스트에 취임하지 않고 객원 지휘자로 활약하다가 2010년 5월, CSO 음악 감독에 취임했다.
무티는 베를린 필과 빈 필도 정기적으로 객원지휘하고 있는데, 특히 빈 필과는 1973년 이후 거의 매년 포디움에 오르며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93, 1997, 2000, 2004년 빈 필 신년 음악회를 지휘했으며, 2005/06 시즌에는 30 회 이상 지휘대에 올랐다. 빈 필 중추 멤버로 구성된 빈 궁정 악단의 초대 명예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2011년 7월 28일 잘츠부르크 음악제 개최 중 70세를 맞아 빈 필 명예 단원 칭호를 받았다. 1971년 이래 정기적으로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참여하여 많은 오페라와 콘서트 무대도 지휘하고 있다.
레퍼토리는 우선적으로 모국 작곡가를 많이 소개한다. 전속 계약은 아니지만 주로 도이치 그라모폰, EMI레이블과 레코딩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년 시절에는 필하모니아와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앨범을 출반했다. 베르디 오페라 대부분은 EMI와 SONY에서 녹음했으며, 전집을 남긴 것으로는 베토벤 교향곡(EMI), 브람스 교향곡(Philips), 슈만 교향곡(EMI), 슈베르트 교향곡(EMI) 차이콥스키 교향곡(EMI), 스크랴빈 교향곡(EMI)이 있다.
ABOUT THE ORCHESTRA
시카고 심포니 | Chicago Symphony Orchestra
1891년 창설된 시카고 심포니(CSO)는 2016년에 125 주년을 맞는다. 유럽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능가하는 연주력과 조직력으로, 지금도 세계 관현악계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주시하는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이다.
미국 오케스트라는 음질과 레퍼토리 면에서 각각의 지역성을 갖고 있는데 원만하고 뛰어난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보스턴 심포니나 엄선된 음악감독들과 함께 꾸준히 중부 유럽 사운드를 유지하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 비해 시카고 심포니는 화려한 음색을 자랑한다. 현지에선 스테이지의 폭이 좁은 심포니 센터 홀에 맞춰 천장을 향해 음을 울리는 습관이 지금의 ‘시카고 사운드’를 만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125년에 걸쳐 10명의 음악감독을 배출한 CSO의 역사는 6대 프리츠 라이너, 8대 게오르크 솔티 재임기 동안 두 번의 황금시대를 거친다. 헝가리 출신의 라이너는 CSO의 기초를 구축한 지휘자로 평가된다. 수석 연주자를 적극적으로 교체했고 한때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를 영입하려 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CSO 사운드는 급격한 발전을 경험했고 라이너는 RCA에서 엄청난 양의 녹음을 통해 명반을 양산했다. 라이너는 단원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투어에서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1962년 감독직을 사임했다.
장 마르티농에 이어 CSO를 물려받은 게오르그 솔티가 지금 CSO가 누리는 악단의 현재를 닦은 인물이다. 활발한 해외 투어를 실시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앙상블이라는 찬사를 곳곳에서 얻었다. 1969-1991년까지 음악감독을 지냈고 1997년 타계할 때까지 거장형 지휘자와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솔티 시절 CSO 사운드는 강인한 앙상블과 파워풀한 사운드로 지칭되면서 베를린 필, 빈 필에 뒤지지 않는 역량을 보였다. 솔티는 아바도, 줄리니처럼 자신과는 다른 유형의 지휘자를 CSO에 수석 객원 지휘자로 영입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1991년 바렌보임이 감독에 취임해 새 심포니 센터를 개설했다. 2010년 무티를 새 감독으로 맞이한 CSO는 “빈 필, 베를린 필과 비교해 충실하고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를 얻으며 또 다른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Symphony No.1 in D major, Op25 - 'Classical'
프로코피예프 / 교향곡 1번 Op.25 - '고전교향곡'
Serge Prokofiev 1891-1953
이 교향곡은 프로코피에프의 특징 -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기동성 있는 리듬과 비트 - 을 대변하여 주는 작품으로 그의 나이 27 세 때인 1916년과 1917년에 걸쳐Petrograd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피아노 없이 고전적 형식으로 작곡한 작품이다. 프로코피에프는 당시에 음악의 순수성을 주장하였는데 고전파 형식을 현대적으로 쓴 것이다. 이 곡을 쓴 후에 그는 "하이든이 현재 살고 있다고 해도 현대의 새로운 "무엇"은 받아드렸겠지만 그의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곡은 일종의 내 방식의 고전적 스타일로 만들어진 교향곡이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1악장Allegro 알레그로, 소나타형식.
첫머리에 D장조의 제1주제가 바로 제시되어 고전의 정형을 깨뜨리고, 이것이 C장조로 된 후 변화의 동기가 플루트로 표현된다. 제2주제는 딸림조인 A장조로 되고 코데타는 제1주제에서 유래한다. 발전부는 이상의 각 악구의 변형과 발전으로 이루어지며, 제2주제는 현으로 나누어지고, 제1주제는 트럼펫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재현부는 제시부와는 반대로 C장조로 시작하고 D장조로 진행한다.
제2악장Larghetto 라르게토. 3부형식.
주부와 중간부의 두개의 악상을 주체로 해서 강약을 대조시키는 방법 등에서 고전성이 엿보인다.
제3악장 Gavotta - Non troppo allegro 가보트. 논 트로포 알레그로.
고전 시대의 교향곡인 '미뉴에트' 대신에 '고전 모음곡' 에 유래하는 '가보트'가 등장한다. 단 '고전모음곡'에 통례였던 것 같은 '제2가보트'를 갖지 않고 짧은 간주부 후에 주부가 악기 편성을 달리해서 이번에는 약주로 반복된다.
제4악장 Finale - Molto vivace 몰토 비바체. 소나타형식.
제1악장 제1주제와 마찬가지로 D장조로 펼침화음으로 된 제1주제와 음계적인 제2주제, 코데타로 이루어지고, 발전부에서 스트레타를 이루면서 주부의 재현을 이끌어 낸다.
이 고전교향곡은 프로코피예프의 제 1교향곡의 별칭이다. 현대인이 살고 있는 옛 거리라는 세련된 비평도 있으며 알레그로,라르게토, 가보트. 비바체의 4악장으로 된 약 15분의 소 교향곡이다. 프로코피예프는 대단히 조숙했던 것으로 보여, 다섯 살에 인도 풍 갈로프라는 피아노곡을 썼고 여덟 살이 되어 피아노 반주 오페라 거인을 만들었다고 한다. 타고난 음악가였던 것이다. 이 고전 교향곡은 정확히 러시아 혁명의 시기(1917)에 만들어 진 것인데 그는 이 곡이 완성된 이듬해 레닌 정권으로부터 여권을 받아 시베리아를 경유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거기서 미국으로 망명했다. 27살 때의 일로 그 때부터 조국을 떠난 길고도 먼 여행편력이 시작된다. 프로코프예프와 같이 사회주의 체제 아래의 창작활동이 싫어 망명한 작곡가로는 라흐마니노프가 있다. 스트라빈스키도 혁명 발발 당시 외국에 여행 중이었지만 그 후 조국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스트라빈스키의 경우는 대부분 미국에서 생활하고 사회주의를 저주하여 소비에트 정권을 계속 매도해 왔으므로 논외로 하고,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의 경우는 자신의 예술이 새로운 사회체제 속에서 받아들여질지 어떨 지에 대하여 불안을 느끼면서도 끊임없이 망향의 상념에 시달렸다. 이윽고 소비에트 정부는 이 두 사람에게 귀국을 호소한다. 프로코피예프는 1933년 소비에트로 복귀하지만 대지주의 아들이었던 라흐마니노프는 여러 번의 호소에도 결국 응하지 않고 고향의 하늘을 아득하게 바라보면서 캘리포니아 비버리힐즈에서 객사하고 만다.
이 교향곡은 프로코피예프 젊은 시절 작품인데 고전적 형식을 빌려와 현대음악 치고는 매우 이해하기 쉽다. 프로코피에프로선 하이든-모짜르트 후기 시대와 같이 소규모의 관현악곡으로 "20세기의 고전 작품"으로 쓴 것인데, 마치 그들의 모방 작품처럼 되어버렸다. 곡은 고전시대의 작품처럼 4개의 악장으로 구성하였는데 미뉴엣 대신 가보트를 3악장에 넣어서 그의 리릭하고도 무용음악적인 재능을 표현하였다.
당시 급진적인 작품을 쓰고 있던 그가 왜 이런 교향곡을 작곡했는가에 대하여 프로코피에프는 "하이든의 교향곡을 배우는 가운데 여기에 흥미를 느끼고 그 형식으로 한 곡 써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하며 하이든이 현대에 살았으면 썻을 법한 곡을 쓰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Hindemith - Konzertmusik - for strings and brass
Tchaikovsky, Symphony No.4 in F minor, Op.36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P. I. Tchaikovsky - Symphony No. 4 in F minor, Op. 36 (Fedoseyev)
교향곡 4번은 차이콥스키가 38세 때인 1878년 1월 7일 이탈리아에서 완성했다. 차이콥스키는 그 1년 전인 37세 때 제자이며 부인이었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이혼한 뒤 그 쓰라림을 잊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호반에서 요양하기도 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상당히 힘든 상태였다. 이때 후원자 폰 메크 부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교향곡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36세 때인 1876년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 시절, 차이콥스키는 <백조의 호수>를 발표하며 러시아 음악계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이때부터 9살 연상의 부유한 미망인 폰 메크 부인의 경제적 원조를 받게 됐다. 폰 메크 부인은 러시아 최초의 철도를 건설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남편이 6남 6녀의 열두 자녀를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자, 자녀들의 교육에 전념하며 조용하게 살아가던 부유한 미망인이었다.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으로부터 재정 원조를 받기 시작한 이듬해인 1877년 28세의 안토니나 밀류코바와 결혼했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제자인 안토니나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안토니나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를 사랑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사회에서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동성애자’라는 소문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런 마음에 안토니나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원하지 않던 결혼생활은 2개월 만에 파국을 맞게 되었다. 이후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의 재정적 지원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에서 요양을 하며 실패한 결혼으로 생긴 극도의 신경쇠약을 치유하면서 작곡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폰 메크 부인. 차이콥스키를 1877년부터 1890년까지 14년 동안 후원했다.
차이콥스키는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 아닌 조건으로 자신을 도와주었던 폰 메크 부인과 13년간 1200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우게 되지만 끝내 사랑의 결실로는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폰 메크 부인이 보내 주는 연 6천 루블의 연금으로 서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1891년에는 미국의 초청을 받고 뉴욕 카네기홀에서 지휘를 하는 등 많은 도시에서 공연해 갈채를 받았다.
파국을 맞은 결혼의 상처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4번을 1878년 이탈리아 산레모에서 완성했다. 지금은 산레모 가요제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서부의 휴양지이다.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4번의 작곡 도중 폰 메크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저는 이 곡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이 속에서 당신이 익숙한 생각과 느낌이 반영된 것을 반드시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4번 교향곡 표지에는 ‘나의 가장 좋은 벗에게’라고 적혀 있다. 이 벗이 폰 메크 부인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교향곡 4번의 초연은 1878년 2월 22일, 모스크바의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로 행해졌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초연의 성공 소식은 당시 피렌체에 머물고 있던 차이콥스키에게도 전보로 전해졌다. 이후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친구인 작곡가 타네예프에게 “이 곡은 내가 작곡한 작품 중 최고”라는 말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한 마디 한마디 내가 진실히 느낀 것을 표현했고 깊게 숨겨진 마음을 반영 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내용에서 이 작품에 쏟은 차이콥스키의 열의가 느껴진다. 변화무쌍하며 정열에 차 있는 이 작품은 외로움을 비롯해 운명 앞에서 어찌할 도리 없는 인간의 감정이 묻어나기도 한다. 2악장은 애상적이지만 밝은 전원풍 춤곡의 분위기를 보여주며,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적적한 기분, 정신적 피로에 지친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불행한 결혼이 자신의 운명을 할퀸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듯 애상적이다.
1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 - 모데라토 콘 아니마
서주는 소나타 형식이다. 호른과 바순만의 최강주로 격렬하게 나오는 선율은 전곡의 중심적인 운명을 나타내며 이것이 반복되면서 확장된다. 주부로 들어가서 모데라토 콘 아니마로 시름에 잠긴 듯한 괴로움을 표현하는 제1주제와 클라리넷으로 표현하는 감미로우면서 서정적인 제2주제가 이어진다. 2개의 주제가 여러 갈래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괴로움, 그리고 이와는 상반된 꿈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한 분위기가 교차한다.
차이콥스키는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1악장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들의 교향곡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주는 이 교향곡 전체의 핵심과 정수입니다. 이것은 ‘운명’입니다. 즉, 행복의 추구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막고 평화와 위안이 성취되지 않는 것이라든지, 늘 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같은 숙명적인 힘입니다. 머리 위에 언제나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흔들리며 영혼에 끊임없이 독을 부어 넣는 운명의 힘입니다. 이 힘은 압도적이며 패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에 복종하여 잠잠히 불운을 슬퍼할 길밖에 없습니다.”
2악장: 안단티노 인 모도 디 칸초나
차이콥스키 특유의 애상적이지만 밝고 북방적인 전원 춤곡의 분위기다. 한편,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적적한 기분과 아울러 피로에 지쳐 있던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오보에가 처량하고 외로운 선율을 내고 이것이 발전되며 흥분에 가득 찬 부선율로 이어진다. 점점 강하게 밀어붙이는 현과 관의 조화가 선명하다. 플루트의 춤추는 듯한 선율과 농밀한 현의 대화 가운데 선율은 여전히 쓸쓸함을 드러낸다. 이어 거친 농민의 춤 혹은 러시아 무곡이라고 할 만한 소박하면서 쾌활한 주제가 중간부를 이루며 거칠고 단단한 클라이맥스에 다다른다.
후반부에는 느리고 목가적인 주제로 어두운 색조를 표현해주면서 조용히 끝난다. 차이콥스키는 2악장에 대해 “일에 지쳐 쓰러진 자가 밤중에 홀로 앉았을 때 그에게 감도는 우울한 감정입니다. 읽으려고 든 책은 그의 손에서 떨어지고 많은 추억이 샘솟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가 모두 지나가버렸고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것이겠습니까?”라고 폰 메크 부인에게 썼다.
3악장: 스케르초. 피치카토 오스티나토. 알레그로
현악기 전체의 피치카토로 시작되는데, 몽상적이면서 거칠고 황량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이어 현악기는 침묵하여 목관악기만이 러시아 민속무용과 같은 유쾌한 가락을 탄다. 그것이 멈추고 금관만이 행진곡 풍의 고른음을 낸다. 목관은 도중에 들어와 두 번째 부분과 중첩된다. 이어 첫 부분과 같이 현악기만이 피치카토로 으뜸선율을 내다가 목관이나 금관이 참여하여 지금까지의 선율을 단편적으로 전개시켜 종결부로 발전하다가 끝난다.
3악장에 대한 차이콥스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3악장은 이렇다 할 뚜렷한 정서나 확정적인 표출도 없습니다. 술을 마시고 얼큰히 취했을 때 우리들의 뇌리에 스며들어 오는 어렴풋한 모양입니다. 이 공상 속에 취한 농부와 흙냄새 풍기는 민요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멀리서 군악대가 지나가는 울림이 들립니다. 이것은 모두 잠자는 사람의 머릿속의 상상입니다. 현실과는 관계없는 혼란입니다.”
4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콘 푸오코
자유스러운 론도 형식으로 힘찬 박력과 빛나는 색채감이 나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숨 가쁜 강렬한 제1주제가 나오고 이어지는 제2주제는 러시아 민요에 의한 소박하고 아름다운 선율이다. 다시 1주제가 격렬하게 등장하고 난무하는 제3주제가 나타난다. 이 세 주제는 교대로 나와 각각 서로 얽혀 발전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1악장의 서주에 나온 주선율이 안단테를 위협하듯이 나타난다. 다시 원래의 알레그로로 돌아가서 3개의 주제가 광적이고 강렬한 종결부를 형성하며, 희열이 극에 달한 클라이맥스로 끝난다.
4악장에 대해 차이콥스키는 “자신 속에 환희를 찾지 못한다면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보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즐거워하고 환락에 몸을 던질까요. 그들의 감정은 소박하고 단순한 것입니다. 행복은,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은 아직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기뻐하십시오.” 불행한 운명의 수레바퀴 아래에 있었지만 행복을 느끼고 싶어 했던 인간 차이콥스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왠지 마음이 짠해진다.
글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주제 전체>문화예술>음악>기악합주>교향악 2012.03.1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490
Tchaikovsky: Symphony No. 4 - Haitink / 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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