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6년)

코리안심포니&임헌정 말러교향곡 1번/2016.1.22.금/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6. 1. 20. 13:39

 

 

 

지휘, 임헌정 | Hun-Joung Lim, Conductor
바리톤, 유동직 | Tito You
, Baritone
 
 
[프로그램]
 
G. Mahler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말러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G. Mahler  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
말러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
 
지휘, 임헌정 l Hun-Joung Lim, Conductor
 


지휘자 임헌정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청중과 비평가 모두를 사로잡으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바르토크, 베베른 등의 작품들을 초연하며 국내 클래식계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러 일으켰으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베토벤, 슈만, 브람스, 브루크너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작곡가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동시에 꾸준히 음악계에 화두를 던져왔다. 특히 그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쳐내며 ‘말러 신드롬’, ‘말러 붐’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대 사건을 만들어냈다.
‘지휘대의 탐험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의 벽을 무너뜨린 인물’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증명하듯 동아일보로부터 국내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고의 지휘자’로 한겨레신문이 기획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중에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국음악협회 ‘한국음악상’,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우경문화예술상’, ‘서울음악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상)’, ‘대원음악상 특별공헌상’을 수상하며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을 증명하였다. 또한, 25년간 이끌어온 부천필에게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서울대 음대 졸업 이후 미국 메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한 그는, 귀국 후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로 31년째 재직하고 있다. 현재 코리안심포니 제5대 예술감독으로 새롭게 음악의 인생을 펼치며 또 다른 교향악의 역사를 시작하려 한다
 
 바리톤, 유동직 l Tito You, Baritone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최정상의 바리톤으로 주목받는 유동직은 서울대학교 음악 대학 성악과와 이태리 밀라노 베르디 국립 음악원을 졸업하였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후 유럽에 정착하여 세계 3대 콩쿨인 비냐스, 툴루즈, 빌바오 등 10여개의 국제 성악 콩쿨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당시 뮌헨 국립극장 음악감독이던 지휘자 주빈 메타에게 발탁되어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 이후 독일에 거주하며 20여년간 유럽과 세계각지의 주요 도시인 뮌헨,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베로나, 자그레브, 로스엔젤리스 등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일간지와 전문매체에 500여회 이상 공연리뷰가 소개 되었고 특히 2001년 BBC방송에서 ‘Cardiff Singer of the World’ 에 선정되어 BBC 교향악단과 협연한 콘서트가 유럽 전역에 생중계 되었으며 2005년에는 독일 공영방송 HR에서 ‘올해의 주목받는 예술가’ 시리즈에 유일한 클래식 음악가로 선정되어 공연 모습과 일상 생활이 다큐멘터리로 프라임 방송대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뛰어난 언어 감각과 무대에서의 호연으로 타고난 오페라 가수라고 평가 받고 있으며 특히 베르디 작품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리골렛토,라트라비아타,일 트로바토레 등의 작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
 
또한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말러 8번 천인 교향곡,포레의 레퀴엠 등에서 독창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연후기....


부천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우리나라에 말러 붐을 일으켜 대 성공을 거둬냈던 보증수표 '임헌정'의 말러 연주니

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우기 오늘 프로그램엔 평소 듣기 힘든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도 끼어 있다.

아니, 끼어 있다라고 표현하긴 그렇다. 어쩌면 말러 1번보다는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더 듣고 싶었는 지도 모르니까....


어제 KBS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까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로 대단한 감동을 받았었는데,

오늘 코리안 심포니의 말러 1번 연주와 유동직의 노래에 거는 기대 또한 그에 못지않다.


전철 환승역을 지나치는 바람에 되돌아 오느라 공연 시작 직전에 겨우 도착해

늘 정신을 맑게 하기위해 정결례식 처럼 마시는 커피도 마시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았다.


이내  연주는 시작되었다.

기대를 잔뜩 걸고 있는 유동직이다.


아!!

첫 소절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마자 내 가슴엔 작은 탄성이 인다.

유동직...이란 이름 석자를 온 몸 깊숙이 각인이라도 시키듯 그에게 빨려들어갔다고 할까....

말러가 창조해낸 젊은이들의 방황이 그의 천부적인 목소리를 타고 가슴 절절하게 파고 들어갔다.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아!! 그런데 어느새 그가 인사를 한다.

벌써 곡이 끝난것이다.

아쉬웠다.

언젠가 그의 독창회가 열리겠지....??

아님 그가 출연하는 오페라를 볼 수 있으려나~~

아쉬움에 앵콜곡 한 곡이라도 더 들을까 열렬히 박수를 쳤지만 더 들을 수는 없었다.ㅠㅠ


인터미션에  금호 아트홀 '지안 왕' 공연을 갔던 일숙언니와 만나 KBS 공연을 본 어제의 연주에 대한 얘기로 시간을 보내고

2부를 맞았다.

말러가 20대에 만든 작품...교향곡 1번....

지금 20대의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렇듯 엄청난 대작을 20대에 만들어 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새삼 이 연주를 위해 예습을 하다보니, 말러가 세상을 뜬 나이가 겨우 51세였다는 것 또한 놀랍고도 안타깝기 그지없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항상 이 곡을 들을때는 첫 연주가 어떻게 포문을 열까... 귀를 쫑긋 새우고 듣는 습관이 배었다.

그것은 '루째른 페스티발 인 베이징' 에서 루째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 펼친 아바도의 강렬한 연주때문이다.

워낙 아바도 보기를 간절히 바랬고, 또 해외 원정을 나가 본 연주회이기도 했지만...

정말 그 순간의 엄청난 감동의 연주를 평생토록 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첫 시작이...

마치  태초의 지구에 처음으로 소리가 태동을 하던 그 순간 처럼 느껴졌었으니까...

그래서 그 첫 순간을 얼마나 아찔하게 표현해 낼까...하는 ...

그 짜릿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기도 해서....


그런데 오늘 임헌정은 그 첫 태동의 순간을 아바도 만큼은 아니었어도 적어도 그렇게 포문을 열었다.

다행이라고...가슴에 편안한 안도감이 인다.

이후 나는 이들이 만들어 가는 말러의 온갖 감성에 휘둘려 가며 온전히 빠져들었다.

이 곡을 '말러의 베르테르'라고 한다더니, 정말  한결같이 말러 1번의 매혹적인 선율들은 나를 에워싸며 행복속에 빠뜨렸다.

그런가 하면 재밌는 선율에 미소짓게도 만들고, 말러 특유의 엄청난 웅장함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헤어나오기 벅차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 극적인 대비에 그토록 말러에 열광하는 지도 모르겠다.


말러의 9개의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까지 10개의 대곡을 모두 좋아하지만

특히 1번에 이토록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베르테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선율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는 작고한 '아바도'와의 인연때문일 것이다.

어느 오케스트라 어느 지휘자의 연주든 1번을 들을땐 반은 베이징에 가서 본 '루재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와의 아바도의 연주'속에 내가 있으니까...

그 공연을 보고 난 뒤 꿈속에서 아바도를 볼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그 연주가 강렬했었는 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ㅎㅎ


그래~

내가 말러 1번 연주에 맹목적으로 가는것은 확실히 아바도때문인것이 맞다.

그때 마다 나는 아바도의 생생한 얼굴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

누구의 연주든 반은 아바도와의 감동속에 있으니까...

그래서 말러 1번 연주를 보면 무조건 행복하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연주를 잘하니까 아바도의 연주속에 빠져들 수 있는거겠지? ㅎㅎ

그러고 보면 오늘 연주도 정말 훌륭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임헌정의 보증수표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연주도 매끄러웠고, 목관, 금관들의 연주도 아주 잘했다.


2016년 1월...포문을 연 각 오케스트라들의 향연...

정명훈 지휘자 사임으로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놀랄정도로 잘 해낸 서울 시향과

KBS 오케스트라의 대박연주, 그리고 오늘 코리안 심포니의 연주까지....

행복 만땅인 2016년 1월 연주 퍼레이드가 아닐 수 없다.


2016년엔 여행도 공연도 좀 자중을 하려고 했는데, 왠지 행복한 비명이기도 하지만 불길한 예감이 강하다.

며칠 뒤 1월 28~29일에 펼쳐질 '리카르도 무티의 시카고 심포니 ' 연주를 시작으로 어느해 보다도 화려한 초특급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들이 줄줄이 잇고,초특급 성악가들을 비롯 초특급 연주자들로 예술의 전당 홈피가 가득 채워져 있다.


어디 그뿐인가!

LG아트 센타 기획연주는 결국 전 연주를 패키지 예매를 해 버렸다.

서울 시향과 KBS, 임헌정....기타 4월에 펼쳐지는 교향악 축제와 5월에 펼쳐지는 실내악, 6월에 펼쳐지는 오페라 페스티발....등등

행복한 비명이긴 하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가슴에 피멍이 드는 2016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Mahler -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Jansons, Skovhus)


Christian Gerhaher - Mahler - 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바리톤, 유동직 l Tito You, Baritone 노래듣기...


RIGOLETTO ATTO2 ARIA CORTIGIANI&DUETTO BARITONE TITO YOU



IL TABARRO- DUET,ARIA&FINALE-BARITONE TITO YOU



SIMONE BOCCANEGRA-ATTO PRIMO-DUETTO-BARITONE TITO YOU


Mahler, Symphony No.1 in D major 'Titan'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Gustav Mahler

1860-1911

 

 Mahler: Symphony No.1 in D major - Dudamel / Chicago Symphony Orchestra

 

음악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한데 애써 경계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것을 ‘허위적 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대중가요를 종종 듣곤 했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보고 후배가 한마디 툭 던지더군요. “이제 음악적 노선을 바꾸는 겁니까?” 물론 장난삼아 던진 말이겠지요. 한데 그 농담 속에도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 이를테면 클래식과 대중음악 사이에 놓인 견고한 장벽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클래식만을 ‘들을 만한 음악’으로 여기는 순혈주의자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면의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에 가깝지 않을까요?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

정작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개성과 깊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르 불문하고 그 두 가지를 품고 있는 음악은 훌륭합니다. 저는 최근에 싱어송라이터 한대수의 옛날 노래를 몇 번인가 들었습니다. 18세의 천재가 뉴욕 롱아일랜드의 다락방에서 작곡했던 ‘바람과 나’를 혼자 흥얼거렸습니다. 신중현이 작곡한 ‘나뭇잎 떨어져서’라는 노래도 따라 불러봤습니다. 참 좋은 노래들입니다. 내친 김에 그리스 태생의 팝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를 들으면서 회상의 감정에 젖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들이 보기엔 ‘완전 아저씨 취향’이겠지요. 그래도 저 같은 50대들에게는 한 시절을 동행했던,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은 노래들입니다. 이런 노래들을 듣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육과 신경이 서서히 이완되고 마음도 착해집니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더 어린 시절의 노래 한 곡을 떠올려볼까요? 혹시 이런 노래가 기억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불렀던 동요 가운데 ‘아 유 슬리핑, 아 유 슬리핑, 브라더 존~’ 하면서 시작하는 노래가 있지요. 영어로 써보자면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이 되겠지요. 아마 기억나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여러 명이 함께 부르던 돌림노래 형식의 동요인데, 주로 영어 가사로 많이 불렀습니다. 뒷부분 가사는 이렇습니다. ‘Morning bells are ringing, Morning bells are ringing, Ding-dang-dong, Ding-dang-dong.’ 구글에서 검색하면 귀여운 애니메이션과 함께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소녀가 잠꾸러기 동생을 깨우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군요. 제목은 ‘Brother John’입니다.

사실 이 노래는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불렸습니다. 아마 18세기 초반 무렵이었을 겁니다. 원래의 제목은 ‘프레르 자크(Frère Jacque)’입니다. 이어서 오스트리아에서도 유행했지요. 제목이 ‘Bruder Martin’으로 바뀝니다. 또 이것이 영어권으로 건너가면서 ‘Brother John’으로 다시 한 번 바뀝니다. 한데 이 제목은 ‘동생 마르틴’이나 ‘동생 요한’이 아니라, ‘마르틴 수사’ 혹은 ‘요한 수사’로 번역되는 게 맞습니다. 수사란 가톨릭의 수도자들을 일컫는 말이지요. 말하자면 애초에는 게으른 수사들을 빈정대며 부르는 노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남동생’으로 해석해 불러도 별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꾸러기 동생을 깨우면서 부르는 노래’라는 것이 외려 더 친근합니다. ▶말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체코의 소도시 이흘라바. 모라비아 지방과 보헤미아 지방 사이에 있다.

근대의 음악가들 중에서 음악에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인물로 구스타프 말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에 자리하는 이 음악가는 자신의 몸속에 저장된 많은 음악을 교향곡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다시 말해 음악가로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경계의 벽’에 갇히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그는 어린 시절에 들었던 군대의 행진곡, 아버지가 운영하던 선술집에서 흘러나오던 유행가 가락, 농부들의 소박한 춤곡, 거리를 떠도는 장돌뱅이들의 음악을 과감하게 자신의 교향곡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졸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에서 말러를 일컬어 ‘혼종의 음악가’, ‘융합의 음악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말러 이전에도 기존의 어떤 선율을 차용하는 작곡가들은 종종 있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그랬습니다. 낭만시대의 작곡가들에게서도 이런 식의 차용 기법은 종종 발견됩니다. 하지만 말러처럼 세속적 선율을 교향곡 속으로 과감히 끌어들인 작곡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감수성이 활짝 열린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음악들, 그래서 자신의 몸속에 저장돼 있던 그 익숙한 선율들을 ‘교향악적 재료’로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 혼종성 혹은 성속(聖俗의 구분 없음이야말로 그의 음악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말러는 흔히 낭만주의 교향곡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작곡가로 기억되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음악의 경계를 허물면서 모더니즘의 전망을 보여준 음악가라는 사실도 함께 기억돼야 할 겁니다. 베토벤이 고전과 낭만을 동시에 품었던 것처럼, 말러의 음악도 낭만과 현대를 함께 끌어안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완전히 종합되지 못한 채 때때로 분열의 양상으로, 다시 말해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것이 바로 당대의 보수주의자들에게 말러가 혹평 받았던 이유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고상함과 퇴폐, 서정과 광기, 공포와 안식, 세속적 갈등과 영원함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로 뒤범벅된 그의 음악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뺏기고 있습니다.

51세에 세상을 떠난 말러는 생전에 모두 9곡(<대지의 노래>까지 포함하면 10곡)의 교향곡을 완성했지요. 첫 번째 교향곡을 구상한 것은 20대 중반부터라고 합니다. 본격적인 작곡은 1888년 초에 이뤄졌습니다. 앞에서 길게 설명한 ‘Bruder Martin’의 선율은 이 교향곡의 3악장 첫머리에서 들려옵니다. 한데 좀 이상합니다. 선율이 괴기스럽게 비틀려 있습니다. 원래 이 노래는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을 뿐더러, 어린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유쾌하고 코믹한 돌림노래였지요. 하지만 말러의 교향곡에서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팀파니가 둥둥거리는 가운데 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하는 선율이 음산하고 비감합니다. 말러는 애초에 D장조였던 선율을 d단조로 바꿔 괴기스러운 느낌의 장송(葬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첫 번째 교향곡에서부터 희극을 비극으로 치환하는 독특한 패러디를 선보였습니다. 물론 지금의 감각으로 듣노라면 그 장송은 아름답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대에는 어땠을까요? 1889년 11월 부다페스트에서 말러의 지휘로 이 곡이 초연됐을 때, 청중이 느꼈을 당혹감이 충분히 짐작됩니다.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어린 시절의 말러는 선술집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 베른하르트가 군부대 근처에서 운영했던 술집에서는 매매춘도 일상사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어린 말러는 동생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지요. 말하자면 술 취한 남자와 여자들이 드나들던 선술집 문으로 동생들의 시신을 담은 관들이 떠나가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특히 바로 아래 동생이었던 에른스트의 죽음은 말러에게 오래도록 상처로 남았던 기억이었다고 합니다. 그 동생은 말러가 열다섯 살이었을 때 세상을 뜨지요. 아마 형제는 ‘Bruder Martin’을 함께 불렀을 겁니다. 어쩌면 말러는 류머티즘 고열로 시달리던 동생의 머리맡에서 이 노래를 불러줬을지도 모릅니다.

오스트리아의 어린이들에 좋아하는 이야기를 그림에 담은 화가 모리츠 폰 슈빈트의 목판화 <사냥꾼의 장례 행렬>(1850)은 교향곡 1번 작곡에 영감을 주었다.

1번 교향곡의 표제인 ‘거인(Titan)’은 작곡가 스스로 붙인 제목입니다. 연주시간 약 50분으로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는 비교적 길이가 짧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말러의 교향곡을 처음 듣는 분들은 이 곡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곡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말러의 서정성이 짙게 배어 있는 곡입니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1876-1962), 말러의 제자이자 친구이기도 했던 그는 이 곡을 일컬어 “말러의 베르테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1악장: 느리고 완만하게, 자연의 소리처럼, 매우 여유롭게

1악장은 느릿하게 막을 올립니다. ‘Langsam, Schleppend’(느리고 완만하게), ‘Wie ein Naturlaut-Im Anfang sehr gemachlich’(자연의 소리처럼, 매우 여유롭게)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지요. 현악기들이 A의 지속음을 길게 연주하면서 시작합니다. 서서히 먼동이 터오는 새벽의 느낌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팡파르, 또 꾀꼬리 같기도 하고 뻐꾸기 같기도 한 새소리들도 들려올 겁니다. 이어서 첼로가 말러의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인 ‘아침 들판을 거닐 때’의 선율을 연주합니다. 매우 인상적인 주제입니다. 마지막에는 팀파니가 강렬하게 작열하면서 마침표를 찍습니다.

2악장: 힘차게 움직여서,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지 않게

2악장에서는 빨라집니다. ‘Kraftig bewegt, doch nicht zu schnell’(힘차게 움직여서,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지 않게)입니다. 현악기들이 표정 있고 활기찬 화성을 연주하면서 시작합니다. 아주 리드미컬한 렌틀러 춤곡 풍의 선율이 펼쳐집니다. 이어서 음악이 잠시 멈추는 듯싶다가 목관과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왈츠 풍 선율로 넘어갑니다. 앞의 춤에 비해 좀 더 세련된 도회풍의 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악장: 엄숙하고 장중하게, 그러나 느긋하지 않게

3악장은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엄숙하고 장중하게, 그러나 느긋하지 않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콘트라베이스가 ‘Bruder Martin’을 선율을 장중하고 서글프게 연주하면서 시작합니다. 이어서 하프의 피치카토가 잠시 들려오다가 길거리 악사들이 연주하는 듯한 스타일의 음악이 펼쳐집니다. 약간 휘청거리는 듯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애잔한 분위기의 선율입니다. 인생의 희비극을 암시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요. 이어서 바이올린이 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에서 네 번째 곡인 ‘그녀의 푸른 눈동자’의 선율을 연주합니다. 젊은 말러의 서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4악장: 태풍처럼 움직여서

4악장은 3악장에서 쉬지 않고 연결됩니다. ‘Sturmisch bewegt’(태풍처럼 움직여서). 거의 잦아드는 것처럼 3악장이 끝나자마자 폭풍 같은 총주가 터져 나옵니다. 말러가 왜 이 교향곡의 표제를 ‘거인’으로 지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연주시간 약 20분으로 교향곡 1번에서도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악장입니다

 

1. 클라우디오 아바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89, DG. 지난해 1월 타계한 지휘자 아바도는 자타 공인의 ‘말러 스페셜리스트’였다. 1989년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실황이다. 균형 잡힌 연주, 정직한 해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혹자는 깔끔하게 정돈된 사운드에 박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절충주의’라는 평가도 있다. 아바도의 음반 중에서 좀 더 드라마틱하고 힘이 넘치는 말러 1번을 원한다면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1981년 녹음(DG)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1989년 실황이 보편적 호평을 받는 명연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매장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말러 1번이기도 하다.

2. 마리스 얀손스,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2006, RCO Live. 최근의 녹음 중에서는 단연 추천작이다. 이 역시 실황 녹음이다. 얀손스와 로열 콘세르트헤보우가 2006년부터 진행해 온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은 어느 곡이 됐든 후회하지 않을 만한 선택이다. 얀손스의 지휘봉은 구조와 디테일을 모두 장악하고 있을 뿐더러, 로열 콘세르트헤보우의 세밀한 연주력은 ‘역시!’라는 찬탄이 아깝지 않다. 말러의 교향곡들을 연주한 여러 지휘자들과 녹음들이 있지만, 정교한 디테일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이 음반이 단연 적절하다. 말러 교향곡의 세기말적 뉘앙스 표현이 좀 미흡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놓치기 아까운 연주임에 틀림없다.

문학수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경향신문 문화부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문화웹진 채널예스에 음악 칼럼 ‘내 인생의 클래식 101’, 서울시향의 기관지 SPO에 ‘20세기 음악 산책’ 등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에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돌베개, 2013), <더 클래식: 바흐에서 베토벤까지>(돌베개, 2014)가 있다.

출처: 문화웹진 채널예스>칼럼>음악>‘내 인생의 클래식 101’  2015.02.16

http://ch.yes24.com/Article/View/27234

 

 Gustav Mahler - Symphony No.1 - Lucerne Festival Orchestra, Claudio Abbado (Full HD 10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