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6년)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2016.1.16.토/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6. 1. 14. 22:56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지휘 최수열
피아노
김다솔 Dasol Kim, piano
 
 
[프로그램]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3번 Mozart
, Piano Concerto No. 23
말러, 교향곡 6번 Mahler
, Symphony No. 6
 
 
간소하면서도 명징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 모차르트 협주곡의 최고 절창 중 하나로 꼽히는 피아노협주곡 23번과, 말러 절정기의 야심작이자 20세기 초 음악계가 나아갈 표현주의적 경향까지 내다본 6번 ‘비극적’ 교향곡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 모차르트 협주곡은 느린 악장 시칠리아노 풍 리듬에 실린 가슴 시린 선율이 특히 인상적. 세계무대에서 정명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인 말러의 비극적 교향곡에서는 피날레 악장에서 심장을 내리치는 듯한 해머(나무망치)의 강타가 잊을 수 없는 체험을 안겨준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756~1791)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 488(1786)

<연주시간: 26분>
모차르트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 중이던 1785년 10월에서 1786년 4월 사이에 3편
의 피아노 협주곡을 나란히 작곡했다. 바로 제22번 E♭장조, 제23번 A장조, 제24번 C단조인데, 
공히 오케스트라에 클라리넷을 기용한 이 세 곡은 모차르트가 남긴 27편의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 정점에 위치한다. 특히 1786년 3월 2일에 완성된 23번 A장조는 친숙해지기 쉬운 선율과
단순명쾌한 구성, 감명 깊은 느린 악장 등으로 인하여, 모차르트의 모든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사용된 21번 C장조와 더불어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작품으로 꼽힌다.
전기작가 장빅토르 오카르는 이 작품에 대하여 ‘모든 것이 여과되어 있는 우아함과 단순성, 
동시에 감각적이고 명쾌한 즐거움이 배어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것이 바로 ‘모차르트가 언제
나 꿈꾸어왔던 양식의 절정’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창하고
도 우아한 1악장, 아름답고 우수 어린 2악장, 활기차고 경쾌한 3악장으로 구성된 이 A장조 협주
곡은 절정기 모차르트의 세련되고 심오한 음악성을 잘 보여주는 걸작이라 하겠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쓰면서 여느 작품에 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에 관
한 첫 스케치는 17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모차르트가 협주곡 한 편을 완성하는 데 2년에
달하는 시간을 소요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나아가 자필악보에서 피아노 파트는 처음부
터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며, 세부까지 공들여 쓰였기 때문에 나중에 아무런 보충도 필
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는 협주곡을 쓰면서 먼저 대략적인 스케치를 진행
한 다음 나중에 보충하여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아울러 카덴
차가 제1악장에만, 그것도 처음부터 완전히 작곡된 상태로 원래 악보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도 주목할 만하다.


제1악장: 이 첫 악장은 쾌활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의 유창한 전개로 듣는 이에게 쾌적하고도 아늑한 기분을
안겨준다.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에서부터 두 개의 주제가 처음에는 제1바이올린으로, 다음에는 목관의 반복
으로 제시되는 정연한 구성으로 안정감을 준다. 발전부에서는 코랄 풍의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모차르트가 판 스비텐 남작의 집에서 접하고 연구했던 바흐 음악의 영향으로 보인다. 말미에 이르면 서른 마
디 정도의 카덴차가 나온 후 코다로 넘어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제2악장: 이 협주곡이 누리는 인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느린 악장. 모차르트 협주곡으로서는 유일하게
F♯단조로 쓰인 이 악장은 미묘하게 일렁이는 시칠리아노 풍 리듬에 실려 진행되는데, 그 위에 얹히는 단순
한 선율이 각별한 감흥을 자아낸다. 일견 건반 위로 담담히 던져지는 듯한 그 음표들은 듣는 이의 가슴에 파
문을 일으키는 우수에 더하여 신비로운 기운마저 머금고 있다.

 
제3악장: 경쾌한 론도 주제 사이사이에 매력적인 부주제들이 삽입된 이 론도 악장은 활기차면서 동시에 드
라마틱하다. 그 과정에서 목관악기들, 특히 클라리넷과 바순의 활약이 돋보이며, 앞선 악장을 상기시키는 미
묘한 단조 부분들도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이로써 모차르트 음악의 주요 특징들이 골고루 배합된 가장 세련
된 협주곡은 더없이 상쾌하게 마무리된다.

 

 

 

말러 교향곡 6번 / 서울 시향의 말러 스페셜

 

잔혹한 인생과 처절한 삶의 노래
모차르트 협주곡의 최고 절창 중 하나로 꼽히는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말러 절정기의 야심작이자
20세기 초 음악계가 나아갈 표현주의적 경향까지 내다본 6번 ‘비극적’ 교향곡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
모차르트 협주곡은 느린 악장 시칠리아노풍 리듬에 실린 가슴 시린 선율이 특히 인상적.
세계무대에서 정명훈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인 말러의 비극적 교향곡에서는 피날레의 나무해머 강타가
잊을 수 없는 체험을 안겨준다.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구스타프 말러 (1860~1911)
교향곡 6번 A단조 ‘비극적’(1904)

<연주시간: 79분>


때때로 작가는 ‘인생의 작품’을 낳곤 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작가의 특정 작품이 그의 생애와
경력을 고스란히 투영하거나 대변하는 듯한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경우에
는 교향곡 6번이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품은 말러 교향곡 창작의 주요 특
징인 거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관현악 기법의 한 극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의 작품세계 전
반에 깔려 있는 근원적인 설정과 사유를 암시하고 있다. 다만 흔히 작품의 부제로도 거론되는
‘비극적’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 교향곡을 작곡하던 시기에 말러의 삶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1902년 3월 알마와 결혼한 직후 그의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열렸던 것이다. 우선 가정

사를 돌아보면, 같은 해 11월에 첫째 딸 마리아가 태어났다. 지휘자로서의 경력도 절정으로 향
하고 있었다. 그가 특유의 비타협적 완벽주의와 탁월한 음악적 역량을 무기로 빈 궁정 오페라
무대에서 선보인 새롭고 수준 높은 공연들이 폭넓고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 아울러 작곡
가로서의 명성도 높아져갔다. 독일 최대 출판사가 교향곡 5번을 사기로 했고, 언제나 떠들썩한
논쟁을 유발하는 그의 교향곡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도 나날이 늘어갔다. 마치 그가 교
향곡 5번의 낙천적인 피날레에서 예견하고 갈망했던 이상이 실현된 듯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이면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1904년 여름에 말러는 가곡집 ‘죽은 아이들을 그리는 노래’를 완성했다. 그 시의 원작자인 프리
드리히 뤼케르트는 실제로 자식들을 잃고서 그 절절한 고통과 상실감을 토로한 것이었지만, 말
러의 상황은 앞서 살펴봤다시피 정반대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말러는 1903년과 1904년 여름
에 걸쳐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이 신작은 그의 모든 교향곡 중 유일하게 ‘철저히 파국적
인 결말’로 막을 내리는 작품이다. 그의 제자였던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이 곡의 내용을 이렇
게 정리했다. “처절하고 염세적이며 인간의 삶에 쓴 맛을 남긴다. 교향곡 5번과는 대조적으로
‘아니오!’라고 말하며, 그것은 특히 피날레에서 극대화된다. 마치 모든 것에 대한 냉혹한 투쟁
이 음악 속에 용해된 것 같다. 이 작품의 모토는 ‘존재는 하나의 짐과 같고 삶은 혐오스러우며
죽음이 바람직하다’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왜? 말러는 그토록 행복했던 시기에 굳이 이런 암울한 작품을 썼던 것일까? 알마는 훗
날 이렇게 주장했다. “교향곡 6번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자전적이고 예언적인 곡이다.
…… 자신의 생애를 음악적으로 예고한 것이다. 그 역시 세 차례 운명의 타격을 받았고, 그 세
번째 것이 그를 쓰러트렸다” 하지만 그것은 다분히 결과론적인 해석일 따름이다. 차라리 우
리는 말러가 남긴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의 여섯 번째 교향곡은 수수께끼를 던질
것이다. 그 해답은 이전의 다섯 교향곡을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이해한 세대만이 구할 수 있
을 것이다”


교향곡 6번은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즉 소나타 형식에 기
초한 첫 악장과 복잡하고 치밀하게 구축된 피날레 악장이 중간의 느린 악장과 스케르초 악장
을 둘러싼 ‘고전적인’ 4악장 구조인 것이다. 심지어 첫 악장의 제시부는 고전적 관습에 따라 반
복되기까지 한다. 아울러 전곡이 A단조로 출발해서 A단조로 마감되는 조성 배치도 말러로서는
이례적이지만 고전적 관점에서는 전형적이다. 다만 중간 두 악장의 순서는 유동적인데, 어떨
때는 스케르초 악장이 앞에 오고 어떨 때는 느린 악장이 앞에 온다. 이는 말러 자신이 순서를 번
복했던 전력 때문인데,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 선택은 지휘자 혹은 감상자의 몫이라 하겠다.


그런데 말러가 이처럼 고전적 구성과 형식을 취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자칫 범람할
위험성이 다분한 이 곡의 내용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말러는
여기서 장장 90분에 걸쳐 더없이 감정적이면서도 빈틈없이 조직된 한 편의 거대하고 강렬한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 표현의 극대화를 위해 최대 규모의 금관 섹션을 편성하고 첼
레스타, 실로폰, 소방울, 나무망치 등을 포함하는 방대한 타악 파트를 동원했다. 그 모든 요소는
균형 잡힌 고전적 구조에 기대어 일사불란하게 통제되고 있다. 마이클 케네디의 말처럼, 이 작
품은 “비극적이다. 그러나 개념과 기법이 고전적인, 차원 높은 비극이다”


“마치 모든 것에 대한 냉혹한 투쟁이 음악 속에 용해된 것 같다.
이 작품의 모토는 ‘존재는 하나의 짐과 같고 삶은 혐오스러우며
죽음이 바람직하다’라고 할 수 있다”


제1악장: ‘군대 풍’의 정력적인 리듬으로 출발하는 첫 악장은 공히 제1바이올린으로 제시되는 두 개의 주
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도입부 리듬을 타고 등장하는 A단조의 제1주제는 거칠고 격앙된 모습인데 반해, 
‘비극적 모토(팀파니의 부점 리듬 강타와 관악기의 장단조 화음 연주로 구성)’가 도사리고 있는 경과구를 지
나면 갑작스럽게 솟구치며 모습을 드러내는 F장조의 제2주제는 열정적이면서도 한결 밝고 유연한 모습이다. 
전자가 비장한 태세로 출정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렸다면, 흔히 ‘알마의 테마’로 일컬어지는 후자는 그 반려
자의 초상을 그렸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악장은 영웅과 반려자가 함께 전개하는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한복판에는 잠시나마 전혀 다른 분위
기의 매혹적인 순간도 자리하고 있다. 바로 첼레스타와 무대 뒤의 소방울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목가
적 에피소드로, 영웅과 반려자가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동경하는 안식처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음악은 투쟁적 흐름으로 복귀하고, 그 흐름은 몇 차례 부침을 거치다가 마침내 A장조의 찬란한
‘알마 찬가’에 도달하며 일단락된다.

 
제2악장: 악마적인 스케르초 악장으로, 마치 영웅의 적들을 규합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격렬한 리듬과 기괴
한 춤이 난무하며 실로폰이 활개 치며 신랄하고 오싹한 느낌을 배가한다. 가장 강력한 적은 튜바라 할 수 있
겠는데, 그 둔중하지만 압도적인 울림이 빚어내는 이미지는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에 등장하는 파프
너(용으로 변신하여 반지를 지키고 있는 거인)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어둠의 세력이 창궐하는 가운데 위태
롭게 놓여 있는 ‘순수’의 모습도 보인다.


제3악장: 감미로운 목가(牧歌)와 우수 어린 비가(悲歌)가 교차하는 느린 악장이다. 첫 악장에서보다 선명하
게 울려 퍼지는 소방울 소리가 영웅과 반려자가 평화로운 전원에서 달콤한 한 때를 보내고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안식이란 없는 법이다. 일순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적들의 위협이 떠오르자, 평화롭
던 정경은 이내 불안과 혼돈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비가는 더욱 애절하게 고조되고, 영웅은 전장으로의
복귀를 결심한다.


제4악장: 무려 30여 분에 걸친 이 장엄한 피날레는 말러가 작곡한 가장 암울하고 처절한 악장이다. 여기서
영웅은 혼신의 힘을 다한 투쟁을 전개하지만 결국 패배하여 쓰러진다. 그의 투쟁은 반려자의 응원과 조력
을 받으며 두어 차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데, 그 전환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악기가 유명한 나
무망치이다. 그 단호하고 강력한 타격은 영웅의 투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가차 없이 내리쳐 희망을 산산
조각 낸다.

그 두 번째 타격 후의 투쟁은 사실상 헤어날 길 없는 어둠의 나락에서 펼쳐지는 무의미한, 허무한 투쟁으
로 볼 수 있다. 그에 이어지는 종결부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일시에 폭발한 후 꺼지듯 마무리되는데, 이 마
지막 장면에 대해서 브루노 발터는 이렇게 말했다. “그 어떤 희망도 없이 종결하며 영혼은 어두운 밤을 맞
이한다.”

 

 

 

 

 

 
피아노  김다솔  Dasol Kim, piano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2005년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통영  윤
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  및  오케스트라  특별상을  수상했다.  만16세의  나이
로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하였으며 2009년부터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카를
하인츠  캠멀링을  사사하였고,  현재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하고  있다. 2011  프랑스
에피날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였고 2008  슈만국제음악콩쿠르, 2008  스위
스 제네바 국제콩쿠르, 2010 퀸엘리자베스콩쿠르, 2011 뮌헨ARD 국제음악콩쿠르,
2012 스위스 게자안다 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하였다.


2008년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크와  모차르트  협주곡을  레퍼토리로  독일  투어 
연주를 가짐으로써 주목을 받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MDR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2014년에는  음악감독  앨런  길버트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의  한국  공연
에서  협연하였다. 2011년  여름에는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연주를  가졌으며
201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었고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대관령
음악제에서  연주하였다. 2015년  도이치그라모폰  데뷔앨범인 [Dasol Kim Plays
Schumann]을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