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500m 고지...
가파른 오르막...
운무의 향연이 펼쳐내는 비경....
너 나 할것없이 수시로 발걸음은 멈춰졌다.
가파른 고지의 오름에 숨이 차 오르다가도 멈춰진 시야에 들어오는 탁~트린 비경에
숨가뿜도 힘듦도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고도가 점 점 높아질 수록 파아란 하늘색은 더욱 짙어졌고 시야에 펼쳐지는 구름 층은 더욱 판타스틱 해졌다.
시선을 우리가 올라온 길로 돌리니, 아까 아래로 보였던 풍광이 더욱 까마득하다.
한 무리 앉아 쉬던 트래커들이 꼬물 꼬물 올라온다.
완만해 보이지만 내가 있는 이 곳까지 오르려면 까마득한 깔딱 고개를 올라쳐야 한다.
차라리 얼마나 다행인가~
힘들어서 쉴 수 밖에 없음이...
이렇게 멋진 비경을 바라보며 가슴 속 깊숙이 벅차오름과 감탄을 채워 넣을 수 있잖아~
끊임없이 이어지던 깔딱 오르막이 끝나고 넓직한 공간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비경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며 뷰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또 한바탕 모델놀이를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
가장 예쁜 함박 미소를 펼치며....
이 순간 엄청난 대기의 에너지를 내 안으로 깊숙이 넣는거지.
표정은 절대 숨길 수 없듯이, 예쁜 표정을 짓는 순간 내 몸은 그만큼 살아나는거야~
그러니 사진을 많이 찍을 수록 좋다는 나의 지론....
대신 크게 활짝 웃어야 해. ㅋㅋ
한바탕 모델놀이를 펼치고도 우린 한 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 팀 뿐만이 아니라 다른 트래커들도...그냥 아무 말도 않고....내려가는 이 올라가는 이도 없고...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 들었었다고 말할까.....
이젠 가야지~
그리도 올라치더니, 이젠 또 하염없는 내리막 길이다.
얼마나 또 올라치려고....
내리막 길로 시작된 지금부터의 길이 생각 보다 매우 험준했다.
이제까지는 깔딱 오르막이긴 했지만 험하지는 않았는데, 햇빛이 환히 닿는 능선이 아닌
깊은 계곡 길이라 진흙 길이 미끄럽고, 축축한 너덜 바윗 길을 진흙이 묻은 등산화를 신고 걷자니 조심스럽기가 한이 없다.
더우기 목에 맨 DSLR 카메라와 침낭까지 있어 목에 닿는 커다란 배낭까지....
발자욱을 뗄때 마다 바위와 가파른 철계단에 닿기 직전이라 카메라를 망가뜨릴까봐 힘듦이 배다.
아!!
그러던 차에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트래킹중 절대 보아서는...
아니, 있어서는 안될 들겆에 실려 내려가고 있는 시신을 목격했다.
험준한 바윗 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것인 지, 아니면 정상에 설치하고 있는 케이블카 공사장에서 죽은 시신인 지....
그렇잖아도 험준한 바윗 길에 움찔했는데, 더욱 조심스러워진 발디딤은 물론 마음까지 스산해진다.
해발 고도 5500m 가 넘는 험준한 히말라야와 카라코람...쫙 쫙 벌어진 숨은 크레바스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수없이 많은 고지를 헤메었던 나로서는 사실 너무나 가볍게 여겼던 판시팡 트래킹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
산에서는 한 순간도 방심하거나 겸손함을 잃어서는 안됨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좁은 경사 길엔 여전히 보기에도 미끄러운 나무 뿌리가 뒤 엉켜있다.
진흙탕 길이 반복되어 등산화 밑이 젖어 있는 우리로선 이 또한 위협적인 길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시신을 본 이후로는 모든 길이 위협적이고 발걸음이 그저 조심스럽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높은 고도때문일까....
교통체증 처럼 밀려들던 트래커들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팀들도 흩어졌다.
간간히 일행들을 기다렸지만 결국은 나와 삼백님과 루비님만이 선두에서 움직이게 되었다.
시작 전 걱정했던 일들이 터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연일 내린 비로 인해 뜻밖의 험준한 길로 변해버린 트래킹로와 시신까지 보았으니....
아까부터도 슬슬 힘듦이 보이던 무명초님 아내인 순박님과 승리님 남편이신 호보연자님이 걱정이다.
우리도 이리 걱정이 되는데, 이들의 남편과 아내는 얼마나 속이 타고 마음이 힘들을까....
걱정이 앞서니 오늘의 목적지인 2캠프장이 나타나지 않음이 슬슬 야속스러워 진다.
끝없이 오르막을 쳤는데...
아직도 1캠프장에서 600m를 올라오지 못했음이 납득이 되지 않는거다.
하긴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했고,
2000m 가 넘는 고산에서의 600m 고지를 올린다는건 만만치 않은 높이이긴 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내려다 본다.
하얗게 내려앉은 운무 속으로 까마득한 길이 나타났다.
저 길이 오늘 우리가 차를 타고 달려 온 길인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저리 까마득한 아래인데...오늘 하루 동안 참으로 높이도 올라왔다.
앞서가던 삼백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왔다고...마지막 오르막이라고...
오오~
작은 탄성을 삭이며 위에서 쏟아 부운 듯한 돌더미를 오르고 철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이어졌다.
힘내라고.... 산꾼들이 산에서 늘상 하는 긍정의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구름층은 점 점 더 피어올라 이젠 하늘과 산 아래를 완전히 구분지을 태세다.
신기하게도 내가 선 자리에선 그 경계가 뚜렷하게 보였다.
두 층이 구름층을 사이에 두고 저리도 선명하게 보이다니.....
다시 힘을 내어 걷기 시작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이다.
그런데 왠지 근처에 제 2 캠프장이 있을것 같다고...
예상은 적중했다.
거짓말 처럼 좁다란 숲길을 벗어나니, 아래로 캠프장이 보이는 것이다.
와아~~
탄성이 절로 터진다.
빨리 내려가봤자인데도 뛰듯이 캠프장으로 내려갔다.
물도 없을줄 알고 물티슈를 넉넉히 준비해왔는데 캠프장의 수도꼭지에선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렸다.
제 2캠프장은 1캠프장에 비해선 비교적 시멘트로 튼튼하게 지어놨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마다 굳게 자물쇠가 잠겨져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배낭을 던져놓고 앉아서 가이드와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고도 2800m 의 날씨는 역시 이내 우리 몸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패딩을 껴입고 고어 쟈켓까지 덧 입었어도 젖은 셔츠를 갈아 입지 않았더니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냉기가 몸속 깊숙이까지 파고든다.
움직이지 않고 수십분을 가만히 있자니 체온이 점점 떨어져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너무 춥다!!
가이드가 올라오지 않음이 슬슬 야속스러워질 즈음 가이드와 우리 일행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무명초님과 순박님이 나타나고, 이내 호보연자님 내외와 대장님이 나타났다.
우린 달려가서 하이파이브를 쳤다.
누구보다 등산도 즐기지 않고 고산 트래킹이 처음인 순박님이....무탈하게 해내었다고...대단하다고...
때마침 주말에 닿아선 지 오늘 캠프장에 묵을 트래커들이 많아서 평소엔 남, 녀 방을 따로 쓴다는데, 오늘은 방이 없어서 한 방을 쓰기로 했다.
우선 남자들을 내보내고 여자들은 젖은 옷부터 갈아 입었다. 이제서야 추위는 잦아들었지만 뼛속까지 스며든 한기는 좀체로 갈아앉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런걸 체온이 떨어졌다고 하나보다. ㅠㅠ
8명이 자기에는 약간 좁아서 배치를 어떻게 해야할 지 사방 궁리를 하고는 4명씩 양쪽으로 자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여행사에서 받은 침낭과 각자 가지고 온 침낭을 펼치고 대장님께서 주신 핫팩까지 동원, 몸을 뎁히니 그제서야 온 몸에 따듯함이 녹아든다.
이제 오늘밤 잠자리는 완전 사수한 기분이다.
방에 전구는 달려있으나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글쎄~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이곳에도 전기 시설이 들어오지 않을까....
숙소엔 이내 어둠이 찾아들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포터들이 해온 저녁밥을 먹었다.
걱정했던 순박님 보다 호보연자님과 승리님, 그리고 대장님이 되려 저녁을 전혀 드시지 못한다.
고산 트래킹이나 힘든 트래킹중 아무리 힘들어해도 밥을 먹으면 괜찮은 것이고, 밥을 먹지를 못하면 훨씬 더 상태가 힘든것이다.
그럴땐 차라리 밥을 굶어 속을 비우고 대신 탄수화물 농도가 진한 것을 먹어주는게 낫다.
캔디나 콜라, 비스킷 정도....
두통이 심한 승리님에게 내가 병원에서 처방받아 지어간 특별 두통약을 주었더니 이내 가라앉는것 같다하니 다행이다.
저녁을 먹고 바로 씻으러 나갔어야 했는데, 냉큼 침낭속으로 잠수를 했더니,
따듯한 구스다운 침낭속에 몸 앞 뒤로 붙인 핫팩의 따듯함까지 더해 노곤함의 터널속으로 빠져든다.
나가기 위한 발 디딜 틈도 없는데, 제일 안쪽에 자리한 나로서는 이 길고 긴 터널을 뚫고 나간다는 것도 더욱 귀찮고....
핑계김에 얼굴에 잔뜩 바른 썬크림을 닦아내긴 커녕 이빨도 닦지 않은 채 그냥 자기로....ㅠㅠ
아놔~
해발고도 5600m 빙하위 텐트에서 자면서도 깨끗이 클랜징 오일로 썬크림 닦아내고 폼크린싱으로 세수하고...했는데...
수도물이 콸 콸 쏟아지는 캠프장에서 자면서 이빨도 안닦고 걍 자다니....ㅠㅠ
Oh! No~~
이러던 차에 누군가가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며 빨리 나가보라고...
별이 장관이라고 한다.
아놔~
이빨은 안닦고 자도 별의 향연을 놓칠 수는 없지.
주섬 주섬 침낭속에서 나와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가 캠프장 입구에서 토를 하고 있다.
극심한 고산증세다.
우린 다른 출구쪽으로 해서 밖으로 나갔다.
이내 하늘을 향한 우리들 입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숨이 멎을 듯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향연....
별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그 순간 우리들은 모두 천사가 되는 것이다.
그 어떤 사심도 들어찰 수 없는 가장 순수한 마음....
어쩌면 그래서 아름다운 지 모른다.
Love Idea...Exit To Brooklyn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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