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에서 입산신고를 하는 등 제법 기인 시간을 보내고.....
한 팀 한 팀 이름을 호명하더니 드디어 출발이다.
기다리는 동안 잿빛 속 스산한 날씨에 있는 옷들을 몽땅 껴 입었었지만 이제 걷기 시작이니
출발 시 조금은 쌀쌀해도 옷차림을 가볍게 한다.
시작점 부터 질척 질척한 길이 심상치 않더니만 연일 내린 비때문인 지 계곡 물이 넘쳐나 있다.
순간 등산화를 벗고 물에 빠져서 걸어야되나....흠짓 놀라웠지만
장화를 신은 가이드가 계곡에 빠져서 도와주니 가장자리 바윗 길를 조심스럽게 걸어 기인 계곡 터널을 쉬이 빠져 나갈 수 있다.
다행이다.
예상대로 밀림 숲의 연속이다.
잿빛속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질것 같았던 비도 안오고,
이렇듯 밀림 속을 걸으니 덥지도 뜨겁지도 않아 트래킹 하기는 여간 좋은게 아니다.
하긴....
들뜬 마음에 그 어떤 날씨였더라도 우리 맘은 여전히 기분좋음 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ㅎ~
잠시 쉼터에 앉아 쉬었다.
나무 등걸 하나가 길게 뉘어 있어 사람들 기대서 쉬기는 딱이다.
그러고 보니, 이 쉼터는 트래커들을 위한 쉼터가 아니라 포터들을 위한 자리이다.
무거운 짐을 이 나무 등걸에 얹히고 기대서 쉬고 또 쉽게 다시 짐을 질 수 있는....
우리 가이드가 인솔하는 팀에는 20대의 젊은 홍콩 아가씨들 세 명도 끼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은 한국 말을 아주 잘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도 왔었고, 또 앞으로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이 아가씨들...
가벼운 농담까지 오고가며 웃고 즐길 수 있어 잠시지만 또 다른 즐거움을 가졌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그 젊음이 이쁜데 우리나라에 이렇듯 관심이 많아 한국 말까지 구사하니 여간 이쁜게 아니다.
길은 예상 보다 쉽지 않았다.
온통 길 위로 뻗은 젖은 나무 등걸하며 그 등걸사이로 물이 흥건히 고여 있으니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이 진흙탕 속에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그 낭패란....ㅠㅠ
아이젠을 신고 걷는 눈길 보다도 훨씬 더 조심스러운 길이 아닐 수 없다.
아!!
그래도 깊은 밀림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날씨가 개이고 있음이다.
그렇다면 이 환희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야겠지? ㅎ~
단체 사진을 몇 컷 찍으며 나무 등걸에 앉아 쉬었다.
모두 즐거움과 행복함이 얼굴에 함뿍 배어 있다.
이젠 걷기 좋은 길의 연속이다.
적당히 햇빛도 쏟아지고...
햇빛에 반짝이는 밀림의 짙은 숲도 이쁘다.
초반 내리막으로 시작해서 계곡을 빠져나온 뒤부터는 연속 오르막을 치고 올랐다.
그래서 일까...
벌써 꽤 높은 능선에 닿은것 같다.
하늘에 닿을듯 높게 뻗은 나무들은 사라지고 뻥 뚫린 하늘 길을 걸었다.
운무속 스산함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하다.
아침에 추워서 Tea를 담은 보온 병까지 들고 왔더니만, 여행사에서 나눠준 이틀 치의 물까지 더해 무겁기만 하다.
날씨가 계속 안좋았더라면 보온병에 담긴 따뜻한 Tea가 위력을 발휘했겠지만...
행복한 투덜거림이다. ㅎㅎ
어느새 해발고도 2200m의 제 1 캠프지에 도착했다.
에메랄드 빛 지붕이 햇빛에 반사되어 이쁘다.
겉보기엔 제법 잘 지어진 캠프장같아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모양새만 이쁘다.
얇은 합판에 얇은 스티로폴 은박지 하나만 덧대여 있으니 그저 비바람만 막아줄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마루도 깔려있고 깨끗해서 우리 처럼 잠시 들려 점심만 먹고가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다.
포터들이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들의 재밌는 담소는 이어졌다.
얼굴엔 모두 힘듦보다는 즐거움이 한가득이다.
하긴 뭐...이 정도의 트래킹이야 ...산책이지~ ㅋㅋ
점심은 이곳에서 바로 준비한 것은 아니고 미리 준비해온 것들을 차려서만 주었다.
무명초님이 가져온 맥주로 목을 축이고 고기와 밥, 삶은 계란과 바나나 등을 점심으로 먹고 이내 출발이다.
덧 입었던 패딩을 벗고 얇은 쟈켓으로 바꿔 입었다.
날씨가 좋아도 이제부턴 고도가 있어 기온이 좀 더 내려갈 터다.
제 1 캠프지 2200m 의 고도를 지나니 이제부턴 모든 산 능선이 시야 아래로 펼쳐진다.
날씨도 좋고...풍광도 좋고....
걷는 길이 마냥 즐겁다.
깊은 능선 골에서 피어 오르는 운무도 멋지고....
햇빛 쏟아지는 찬란함에 반해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한바탕 모델 놀이를 펼쳤다.
아~
이제 얼마 만큼 고도에 오른걸까....
모든 산 능선이 까마득한 아래로 펼쳐진다.
나무 숲도 그 형체를 잃은 채 그저 푸른 잔디 처럼 보인다.
아니, 잿빛을 벗겨내고 하얗게 내려앉은 운무까지 더하니,
저 멀리 푸른 능선을 배경으로 눈 앞 초록 능선은 보드라운 융단으로 느껴진다.
가던 발걸음을 자꾸 멈추고...
저 만치...마치 다른 세상을 바라보듯 시야를 멀리한다.
능선과 능선을 가득 메운 저 운무...
그러네~
저 곳엔 우리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일것 같아~
신선들의 놀이터...ㅎㅎ
멈췄던 발걸음을 되돌려 다시 오르막을 친다.
제 1 캠프에서 해발고도 2800m인 제 2 캠프지까지는 무려 600m 를 올라 쳐야한다.
고도가 2500m 를 넘어서면 체력적으로 훨씬 힘듦을 느끼는데, 고도를 이 만큼 높인다는건
고산이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더욱 체력적으로 힘듦이 느껴질 터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속도를 낮춰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
역시 오르막이 가파라 진다.
눈 아래로 펼쳐지는 비경에 발걸음이 멈춰지고...
힘듦에 발걸음이 멈춰져 마치 교통 체증이 일어난것 처럼 오르막 길이 사람으로 빼곡하다.
그려~
이럴땐 무조건 쉬는거여~
아!!
얼마나 멋져!
삶도 힘든 오르막을 칠땐 이렇듯 잠시 멈춰서서 뒤돌아 보며 쉬는 거여~
즐거웠던 날들...힘겨웠던 날들이 어우러져 이렇듯 멋진 장관을 펼쳐 내잖아~
그러고 보니,
산에 오름은...
정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삶을 배우러 오는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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