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18.버럭이와의 이별...페어리메도우에서 베샴으로...

나베가 2015. 5. 24. 03:33

어제도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만 오늘도 비가 곧 쏟아부울 기세다.

네팔이 5월말이면 벌써 우기가 시작되듯이 8월말...9월에 접어드니 이곳도 이제 우기가 시작되는가 부다.

비가 쏟아붓기 전에 아침을 서둘러 먹고 재빨리 출발했다.

 

하산 길이니 걷는다는게 힘듫보다는 신이 난다.

눈앞에 시원스레 좌악~ 펼쳐진 경치를 보며 걷자니, 오를때 보지 못했던 기막힌 뷰가 또 힘듦을 느끼지도 못하게 한다.

비가 올것 같아 아예 카메라도 배낭이 집어 넣었으니 멈출것도 없어  걸음걸이가 얼마나 빠른 지,

순식간에 차량이 닿는곳까지 내려왔다.

 

몇대의 짚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난감한 것이 우리 짚이 보이지 않는 거다.

비는 벌써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우비며 고어 쟈켓을 입기는 했어도 카고백도 그렇고...

몸이 젖기 시작하니 심란해지기 시작한다.

 

일단 그곳에 있는 짚에 짐도 옮겨싣고, 우리도 올라타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무슨 불안한 직감이 든 건 지, 임티아스가 기다리지 못하고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임티아스는 돌아오지 않고...

들어오는 짚은 한대도 없고....

빗줄기는 점점 세어지고...

 

이제는 심란함을 너머 우리도 불안감으로 온 머릿속이 꽉 차오른다.

 

혹시 또 산사태가 일어난건 아닐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걸어 내려가고 싶다는 간절한 맘도 있었지만, 그건 날씨가 좋을때이고....ㅠㅠ 

 

산사태등 뭔가 심상치 않은 사태가 일어난게 확실하다고....그렇게 느껴질 즈음 머얼리 시선이 닿는 끝에서 짚 한대가 들어온다.

 

하아~~ 산사태가 난건 아니었어~

 

 

 

 

내리막 길을 차량으로 이동하니 순식간에 라이콧 브리지에 닿았다.

차고안에 우리의 큰 짐을 실은 채로 주차되어 있던 우리 차량으로 서둘러 짐을 옮겼다.

 

이제 버럭이는 이곳에서 우리와 헤어져 로컬버스로 이동하며 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올때는 엄청난 카고백과 커다란 박배낭을 매고 그것도 로컬을 타고 중국에서부터 파키로 넘어왔지만,

이제 그렇게 다시 갈 생각을 하니 버럭이나 우리까지도 심란해 진다.

 

그래서 일단 박배낭 한곳에만 짐을 챙겨넣고 나머지는 내년에 다시 올거니까 익발 사무실에 맡겨두기로 했다.

우리는 짚에 타고, 박배낭을 옆에 끼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버럭이를 보니, 왜 그렇게 섭한 마음에 앞서 측은한 맘이 이는 지....

차에서 내려 다시 버럭이 앞으로 갔다.

 

"이게 무슨 짓이야~

 힘들어서 어떻게 가냐~

내년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움직이자."

 

"그려~ 내가 뭘 몰라가지구~~"

 

섭섭한 마음에 내려가서 괜한 호통을 한바탕 치고는 다시 차에 올랐다.

우리 차는 버럭이를 휘익 지나 칠라스로 가는 길로 접어 들었다.

우린 서로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어 안 보일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알쏭이 모든 포터들과 떠날때도 임티아스와 우리 셋만 남겨두고 왠지 모두 떠나간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이풀과 나만이 앉아있는 차안이 터엉 빈것만 같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곡예하듯 또 끝없이 달린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이 황량한 길....

처음 들어올땐 차 안이 들뜬 마음까지 합해져 북적되었던 느낌이었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 만큼이나 차안도 마음도 한없이 쓸쓸하다.

 

 

 

 

 

 

 

  

 

칠라스-샹그릴라 호텔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파키스탄 여정 1부 시작때 이곳에서 묵으며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에 흥분했었는데...

벌써 까마득해진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남수와 요사니가 떠오르며 다시 생생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마치 여행 시작 그 날인 양 ...추억속에 빠져들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오늘은 올때와는 달리 나란(Naran)으로 가서 바부사르 패스(via Babusar Pass)를 넘는다.

그 길은 또 어떤 길일까...

또 어떤 아찔한 풍광을 보여주며 우리를 흥분케, 아님 질리게 만들까....

 

기대를 만땅 하고 가는데, 그 길목에서 임티아스 왔다 갔다 하더니만, 날벼락을 맞은 듯 표정이 어둡다.

퍼밋을 받지 못했다고....ㅠㅠ

 

아~~ㅠㅠ

할 수 없이 우린 비샴으로 코스를 옮겨 달리기 시작했다.

나란보다 훨씬 갈길이 더 멀어졌다 한다.

 

그건 상관이 없었다.

바부사르 패스를 넘지 못한게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지~

갈길이 훨씬 멀어진건 그만큼 여행길이 멀어져 더 많은것을 본다는 얘기니까....결국 여행이 더 늘은거니까~ㅎㅎ

 

 

 

 

 

 

 

 

 

 

 

 

 

황량한 풍광이지만....그래서 더욱 매혹적이기도 한 카라코람의 풍광에 빠져들어 한 참을 달렸다.

 

커다란 돌 위에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배경만이 있는 그림에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난 양, 자동차로 스쳐지나는 그 짧은 순간에 나 역시도 풍광속에 주인공을 그려 넣는다.  

이렇게 황량함 속에서 사람이 나타나면 순간 고독감과 진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왠지 모르지만 또 그런 감정과 느낌이 좋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산이 푸르러 지기 시작했다.

산 능선도 구불 구불 부드러워지고...

아마 내 달리는 동안 계속 내리막을 달렸나 보다.

 

 

 

 

 

 

 

초록산을 내내 끼고 달리더니, 드디서 마을도 접어 들었다.

차를 타고 달릴때는 자그마한 마을같은데, 막상 마을로 들어서면 제법 규모가 크다.

 

마을로 들어선 것도 재밌는데, 시장통을 가로질로 내 달리니,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 모든것에 또 흥분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사람이다.

 

무슬림 남자들의 특이한 복장과 커다란 눈매와 수염은 멀찌감치서 봐도 카메라에 담기 매력적이다.

 

 

 

 

 

 

 

가게 문전에 나와 삼삼오오 앉아있는 모습이 어찌 이리 장사를 하면서도 여유로울까....싶다.

 

 

복잡한 시장통에 곡예를 하듯 차를 세우고 과일을 샀다.

최고의 과일은 역시 '망고'

한국에선 비싸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처럼 커다랗고 노오란 맛있는 망고를 좀체로 볼 수가 없기때문이다.

이제 며칠 뒤면 떠나는데, 아쉬움 안생기게 실컷 먹고 가야지~

 

 

 

 

마을을 벗어나 큰 도로에서 한 참을 들어오더니, 강가에 기막힌 뷰의 호텔로 들어선다.

스카르두의 K2 호텔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방도 크고...

발코니도 강쪽으로 나 있고...

 

천정에 달려있는 커다란 2개의 팬을 강을 돌렸는데도 더위가 온 몸을 덮치는 느낌이다.

얼마만에 느껴지는 더윈 지...

기분 나쁨보다는 신기한 느낌이 살짝 든다.

오뉴월 삼복 더위를 피해 그리도 멀고 높은 곳엔 쏘다녔나 싶은게....

갑자기 이제까지 여정의 감회가 스쳐지나....

 

짐을 던져둔 채, 발코니 의자에 앉아 강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여행의 끝이란 생각이 들어선 지....

 

호텔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강줄기 위로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위의 암스테르담 (Amsterdam Sur Eau) - 클라우드 치아리 (기타)


Claude Ciari,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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