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17.다시 페어리메도우에서의 산책....여행의 끝자락...

나베가 2015. 5. 21. 01:44

 

 

 

 

 

 

마악 내리기 시작한 빗속...

더 쏟아붓기 전에 하산하기 위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하산을 했는 지, 금새 비얄을 지나 페어리 메도우에 도착했다.

 

낭가파르밧 빙하 바닥까지 내려온 구름에 종일 쏟아부울것 같았던 비는 예상외로 더 세차게 내리는 대신 페어리 메도우에 도착하니 그쳤다.

 

첫날 페어리 메도우에 도착했을때...

차량으로 다 올라와 한두시간 빗속을 걸었던가.....??

그 길지않은 시간 맞은 비로도 온 몸에 냉기가 들었었는데,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숙소에 오니, 이곳에 상주하는 경찰 아저씨와 우리와 함께 산책했던 총각이 반갑게 맞이한다.

하룻새에 정들어 어제 하루 못보았다고...ㅎㅎ

반가움에 인증 사진 몇 컷 찍고는 히팅룸으로 들어섰다.

이내 총각이 장작을 가지고 들어와 난롯불을 지펴준다.

 

장난중 가장 재밌는것중 하나가 '불장난' 이라고 했었던가??

난로에 장작과 불쏘시개를 넣고 불을 지펴 훨훨 타오르기까지....

그 지켜봄이 어찌 그리 재밌는 지....그리고 이내 따듯한 온기가 온 몸을 감싸고 도는게 또 얼마나 좋은 지....

총각이 타다 준 티는 따듯한 온기에 더없이 정스럽게까지 한다.

 

그런데 총각이 갑자기 또 사진을 찍잰다.

그려~

또 찍는겨~

사진은 많이 찍을 수록 정도 들고 추억도 되고 그러는겨~ㅋㅋ

 

       

 

 

오늘은 마침 히팅룸이 비어있어

각자 방을 쓰지 않고

이 히팅룸을 모두 함께 쓰기로 했다.

 

난롯가 주변을 비잉 둘러진 마루 위에는 매트리스도 함께 주욱 나열되어 있다.

우리는 사방 벽면의 한쪽씩을 차지하고,

그 위에 비닐커버를 깐 다음 침낭을 펴서 부풀려 놓았다.

 

바닥뿐만이 아니라 벽과 천정도 모두 품질 좋은 나무로 꼼꼼하게 지어진 내부는 시설 좋은 우리네 휴양림 같은 분위기다.

 

지어진 지 얼마 안되었는 지, 깨끗한 벽면의 나무에서 배어나오는 향기가 온 방을 메웠다.

거기에 타닥 타닥 타들어가는 장작불 지펴지는 소리와 또 그 나무향까지 있어 더없이

평화로운 맘으로 끌고 들어간다.

 

*************

 

점심을 먹고는 방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총각이 들어와서 또 산책을 가자고 한다.

어제와는 또 다른 멋진 곳이 있다는 거다.

 

에공~~

그럼 또 나가야지~

 

밖으로 나가니, 언제 비가 내렸냐싶게

맑게 개인 날씨가 싱그러움을 더한다.

 

어??

그런데 이 호텔에 왠 텐트??

호텔이 비어있는데도 텐트를 칠 수 있나보네~

 

하긴, 편안한 매트리스 위에서 자는것도 좋지만 이처럼 야영을 하는 맛도 또 죽여주잖아~

잔디밭위니 쿳션감도 좋을테고....

 

그러고 보니,첫날은 비가 와서 히팅룸을 썼었나 보다. 암튼 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히팅룸 차지는 우리게 되었으니 여간 좋지않다.

 

그때 총각이 텐트옆을 어슬렁 거리는 아기 염소를 잡고 논다.

그러면서 나보고도 한 번 잡아 보란다.

아이고~ 이쁘고 귀엽긴 한데...내게 잡혀 있을까~~ㅠㅠ

 

오옷~

요녀석 내게 잘 잡혀있네~ ㅋㅋ

 

 

 

 

 

 

 

텐트의 주인공들은 방도 한 칸 따로 잡아놓고 그 안에서 포커를 하고 있었다.

 

내가 염소를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 주었던 총각이 나를 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만 또 사진을 찍으라는 것이다.

 

하아~~

파키스탄 남정네들 사진 찍는거 무지 좋아해~~

ㅎㅎ

 

우리와 늘 함께 했던 포터들과 스텝들의 힘든 삶만 보다가 이곳으로 휴가를 떠나 온 이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밍글로 블록에서 내려오다 만난 멋진 파키스탄 트래커 커플 만큼이나 생각을 달리하게 만든다.

 

어느 한 부분만을 보고 단번에 판단해 버리는 인간의 가벼운 습성이....

그리고 그것이 마치 다 이고 진실인 양 깊은 편견을 가지게 된다는게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 지....

 

 

 

 

산책길로 들어섰다.

 

헐!

이 친구는 또 누구야?

멋진걸~

 

 

 

 

 

 

 

우리 호텔 가까이 있는 또 다른 호텔이다.

이곳 역시 넓다란 잔디밭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들어서니,낭가파르밧과 그 앞으로 흐르는 빙하가 훤히 보이는

기막힌 뷰를 가지고 있다.

 

 

 

날씨 좋은 날 이곳에 앉아서 낭가파르밧을 보라고 넓다란 평상을 짜 놓았나 보다.

의자가 있는 테이블 보다 더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닌게 아니라 날씨 좋은 날 이곳에 침낭깔고 누워서 별들이 벌이고 있는 우주쇼를 감상한다면...

 

아아악~~

그 아찔함과 판타스틱함에 비명소리가 먼저 터진다.

 

 

 

이 호텔 주인장의 센스가 여기 저기 돋보인다.

뷰 포인트 끝자락엔 파키스탄 국기를 꽂아놓았고, 그 앞에 앉아서 사진 찍으라고 의자도 갔다 놓았다.

낭가파르밧의 뷰도 좋고, 그 외에도 사방 어디든 근사하다.

 

오오~

이거 느낌 괜찮은걸~

파키스탄 냄새가 화악 나잖아~

아름다운 파키스탄.....

 

 

 

 

 

 

 

 

 

 

 

 

그 호텔을 지나 계속 오르막 길이 있었다.

그 길을 중심으로 걸으니 연속으로 전망 좋은 호텔들이 즐비하다.

이곳에 호텔이 5개가 있고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에 하나가 있어 총 6개의 호텔이 있다더니, 하나같이 근사한 뷰를 자랑한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있는것을 본 이 호텔 투숙객이 우리에게 와서는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그리곤 저녁 초대를 하는것이다.

에이구~ 초대는 고맙지만, 우리의 나이를 생각하니 뭔....ㅠㅠ

우리는 다른 일행이 또 있고, 저녁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고는 정중히 사절하고 헤어졌다.

 

 

 

 

이곳에도 작은 호수가 또 있고...

그 주변으로 풀을 뜯으며 놀고 있는 양떼도 더없이 귀엽다.

 

 

 

 

 

페어리 메도우로 들어올때의 아찔함이 이곳에서도 여지없이 느껴진다.

빙하를 끼고 있는 수직 절벽의 흙벽이 아래로 수백 미터가 넘는다.

가까스로 다가가 내려다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총각이 기절을 하며 내게로 와 막는다.

매우 위험하다고....ㅠㅠ

 

 

 

걸어 오를수록 뒤돌아 보는 경치가 매혹적이다.

낭가파르밧은 흔적도 없지만...

운무가 내려앉은 거대한 빙하와 그 주변으로 들어차 있는 녹음이 아름답고...

그리고 쫘악 펼쳐진 푸르른 잔디밭....

앙증스럽게 나 있는 사잇길...

염소들...

 

 

 

전망좋은 호텔들을 지나니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이곳엔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토착민들의 삶의 흔적이 보인다.

지금은 거의 무너져 내려 사람이 살고 있진 않지만 초기엔 이런 형태의 움막집들을 짓고 살았었나 보다.

 

 

 

토착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엔 넓고 제법 세차게 흐르는 도랑물이 시원스레 흐르고 있었다.

주변으론 아직 남아있는 야생화들이 이쁘게 피어있고, 깊은 숲속의 집들은 운치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동네 꼬마녀석들이 튀어 나와 우리를 보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을텐데, 그래도 여전히 외국인은 신기한가 부다.

 

깊고 울창한 숲과 개울과 집들과 야생화....

모든게 어우러져 제법 운치가 있었는데, 메모리가 꽉 차서 사진을 더이상 찍지 못했다.

그리고

토착민들이 사는 마을은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기도 하고....ㅠㅠ

 

 

 

 

페어리 메도우의 다른 쪽 방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입구에서 호텔 총각 친구를 만났다.

에공~

그럼 기념촬영을 해줘야지~

얼른 메모리 카드의 사진을 몇장 지우고는 친구와의 기념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는 또 다른 방문객을 만났다.

학교 선생님이라고....

그래서 또 기념촬영...

 

당췌 파키남자들이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건 지, 내가 인물 사진 찍는걸 좋아하는 건지....

내 앞에 나타난 모든 사람들 사진은 다 내 카메라에 들어있다??
뭐...그런 정도...ㅋㅋ

 

 

 

 

선생님이란 소리를 들어서인 지, 왠지 느낌이 랍비같은 느낌이 살짝 풍긴다.

수염때문인가?? 진솔한 선생님이실듯~

ㅎㅎ

 

 

 

 

저녁으로는 어제 아침 맘먹었던 대로 우리가 특별히 요리를 시켜 먹기로 했다.

꼬치 바베큐와 로스트치킨을 시켰다.

기타 달과 샐러드....

로스트 치킨은 맛있었는데, 꼬치 바베큐는 가격대비 좀 불만족....ㅠㅠ

그래도 다른 날 보다는 특별메뉴가 둘이나 있었으니 나름 화려한 만찬이다.

페어리 메도우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여행의 끝이나 마찬가지다.

나머지는 이제 거의 이동....

 

아~

그리고 내일이면 라이콧 브리지에서 짐찾고...그동안 정들었던 버럭이와도 이별이다.

우리가 이슬라마바드로 가서 바로 귀국하는 대신

버럭이는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여행을 계속한다.

 

 

 

 

 

 

F. Schubert / Der Hirt auf dem Felsen D.965 (바위위의 목동)


Barbara Bon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