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15. 비얄(Beyal)캠프로...울창한 숲.거대한 빙하...낭가파르밧 ...

나베가 2015. 5. 19. 01:00

 

 

 

 

  

 

점심을 간단히 먹고 비얄(Beyal)캠프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오늘 오전 내내 산책했던 곳이 아닌, 우리 호텔 사잇길로 접어들으니 ...

 

세상에~

이렇게 금새 거대한 검은 빙하가 흘러내리고

낭가파르밧이 좀 더 훤히 보이는...

절벽 끝 길이 나온다.

 

새벽에 조금만 발품을 팔을걸~

그러면 훨씬 시야가 좋은 낭가파르밧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텐데....

 

이상하지??

옛날같으면 꼭두새벽에 일어나 온 사방을 헤매고 다녔을텐데...

칸데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당췌 어디 움직일 생각을 못해.

 

맘과는 달리 K2여정이 그리도 몸을 혹사 시켰던 것일까....

아님, 칸데도 그렇고, 이곳 페어리 메도우도 어디 한 눈을 팔새도 없이 천국이었기 때문이었을까....

 

후자가 맞을것 같아~

정말 아무 생각할 여지도 없이

다른 곳 더 욕심낼 여지도 없이

눈 앞에 펼쳐진 광경 그 자체가 그저 너무 좋았었거든.

 

절벽 끝으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순간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골이 깊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낼릴듯한 흙 절벽이다. 

 

길 안쪽으로 들어가 빙하쪽을 바라 본다.

빙하 양 끝으로 향나무(?) 군락이 장관이다.

어찌 저리 차디 찬 빙하옆에서 저리도 잘 자라고 있는걸까...

그러고 보니, 한냉 식물과 인가보네.

오래전, 영화에서 본것 같아.

하얀 설원속 시베리아에서도 하늘을 찌를듯 쭉쭉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 군락을...

 

순간 그 엄청난 숲에서 벌목하던 장면이 생생히 떠오르며 감동을 부추긴다.  

 

 

 

비얄 캠프로 가는 길은 더없이 운치가 있었다.

거대한 빙하를 끼고 걸으며....

그런가 하면 잠시 잠시 밀림 숲으로 들어서기도 하고....

 

날씨가 좋았더라면 기막힌 낭가파르밧 뷰를 보면서 갈텐데...

그것이 아쉬웠다 말할까....

 

 

 

군데 군데 고사목이 쓰러져 있는 모습은 오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고사목과 함께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솔방울과 소나무과 잎같은 모양의 낙엽이 운치를 더해준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나무 군락이 향나무가 아닌 소나무과 인가??

솔방울 모양새가 이곳의 나무 크기만큼이나 커다랗다.

 

 

 

 

숲에서 느닷없이 염소떼가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도 이 숲에서 양떼가 나온것 이었던것 같다.

 

하아~~이녀석들이야 말로 천국에서 사네~

 

 

 

 

낭가파르밧이 눈앞에 훤히 나타났다.

날씨가 흐리고,구름에 휩쌓인 모습이긴 하지만...

숲 한 가운데서 낭가파르밧의 모습을 보니, 또 감회가 새롭다.

 

 

 

 

 

한 동안 숲을 걸었다.

우리를 인솔하는 또 다른 경찰관 아저씨는 이곳에 오기에 늦은감이 있는 우리에게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7월에 이곳에 오면 400여 가지 컬러의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고...

너무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고....

 

아!!

순간 야생화 만발했던 디란BC...젤리 레이크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났다.

수백가지 색깔의 수백가지 야생화들이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피어 있었던 황홀한 광경이...

혼줄을 완전히 빼앗겨 젤리 레이크 가는 길이 경사 70도는 족히 되었던 가파름도 느낄 수 없었음이...

아니, 쟈켓이 벗어진줄도 몰랐었음이.....

 

 

 

그려~

내년에 다시 오는겨~

어찌 400여가지 컬러의 꽃들이 피어 있는 이곳을 보지 않고 페어리 메도우에 왔었노라고 말할 수 있겠어~

 

우린 경찰관 아저씨의 안타까움에 화약고를 놓으면서 흥분했다.

 

 

 

 

어느새 저 만치로 비얄캠프가 눈앞에 보인다.

푸르른 초원에 통나무 집들이 군데 군데 흩어져 있는 모습이...

아마도 저 통나무 집이 우리가 묵을 호텔중 하나인것 같다.

 

 

 

모두들 한가롭게 앉아 휴식을 취했다.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분위기에 취했다고나 할까....

깊은 숲속에 한쪽으로 타악 트인 곳에서 낭가파르밧과 통나무 캠프가 보이는 전원 풍광을 맘껏 호흡하기 위해서....

 

저 푸르른 초원에 수백가지 야생화가 피어 있다는 거지~

정말 꿈처럼 아름답겠구나~

지금도 이 한가로움이 너무 좋기는 하지만....

 

 

 

 

 

한 무리의 여행객들을 만났다.

그러고 보니 우리랑 같은 호텔에 머물은 파키스탄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늘 낭가파르밧BC까지 갔다온건 아니고, 뷰포인트까지만 갔다가 비얄캠프서 머물지 않고 곧장 페어리메도우 호텔로 가는거란다.

여행 시기가 지나서  사람을 구경할 수 없던 차에 이들을 만났으니 여간 반갑지 않다.

당근 기념촬영을 해야지~ ㅎㅎ

 

 

 

팔만 뻗으면 비얄캠프에 닿을것 같더니만,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와우~

이제서야 낭가파르밧이 눈앞에서 제대로 훤히 보인다.

구름이 끼었긴 하지만, 이 정도 보여줌도 과분하다.

아니, 감동에 겨웁다.

 

 

 

 

 

 

 

 

 

비얄캠프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한 켠엔 토착민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묵을 호텔은 아직 한 참을 더 올라서 낭가파르밧 면전에 있다.

 

 

도랑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제법 큰 돌덩이가 수북하게 쌓인 맑은 개울이 초원을 가로질러 흐른다.

싱그럽다.

눈을 들으니 낭가파르밧 자태가 선연하다.

 

 

 

비얄캠프도 초지가 얼마나 넓은 지, 우리가 앉아서 여유를 만끽하던 장소가 뒤돌아 보니 아득히 멀기만 하다.

 

 

 

 

 

 

 

 

 

드디어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려서 방안이 설렁하다.

우리를 인솔했던 경찰관 아저씨와 가이드 임티아스는

재빨리 나무들을 주어다 난로붓을 지폈다.

그리고 우린 모두 다시 밖으로 나와 해질 녘 낭가파르밧을 맘껏 즐겼다.

 

경찰관, 가이드, 포터...

모두가 그저 여유로와 보인다.

바로 이것이 천국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400여가지의 야생화가 눈에 아른거리긴 했지만...

지금의 이 호젖함과 여유로움이...

 

그냥...좋다!

 

 

 

 

구름이 한참 피어오르더니 비가 살짝 뿌린다.

방에 들어와 지펴진 난로가에 매트를 끌어다 놓고 벌렁 누워 쉬고 있는데...

임티아스가 와서 빨리 나와 보라고 한다. 

 

세상에~

비가 살짝 흩뿌리더니 거짓말 처럼 낭가파르밧 봉우리가 구름을 다 걷어내고 선명한 자태로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이 감동을 뭐라고 또 호들갑을 떨어야 하나~

'우리는 전생에 지구를 구한 자' 가 확실하다고??

ㅋㅋ 

 

 

 

 

페어리 메도우에서도 렌즈를 당겨서 낭가파르밧의 선명한 자태를 담아냈지만....

이렇게 면전에서 보는것과는 너무도 그 감동이 달랐다.

더우기 구름에 완전히 휩쌓여 있다가 이처럼 구름을 싸악 걷어내다니...

 

 

 

 

 

그레이트 히말라야 산맥의 8,000m급 14개 고봉중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낭가파르밧....

높이 8,126m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며 파키스탄에서는 K2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로

낭가파르밧은 '벌거벋은 산'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남쪽 측벽 수직으로 솟아있는 '루팔벽(Rupal Face)'은 표고차가 5,000m로 사면이 너무 가파라 눈이 붙어 있을 수 없는 형상에 걸맞게 그 정상에 오르려는 등반가들에게는 험란한 산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 산에는 수많은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공포의 산이니 운명의 산이니...하는 식이다.

언제나 구름에 휩쌓여 있어 구름위에 높이 솟은 거봉은 벌써 3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거기엔 우리의 자랑스런 산악인'고미영'도 포함되어 있다.

 

얼마나 험란한 산인가는 마지막 캠프서 단독으로 출발해 41시간 만에 돌아온 26세의 청년 '헤르만 볼'이 80세 노인이 되어 돌아왔다는...

기막힌 사연을 가지고도 있는 낭가파르밧....

모든 사연들과 감정들...

헤를리코퍼Bc에서 바라보았던 거대벽 루팔벽의 모습에서

라토보 Bc에서 바라보았던 낭가파르밧의 모습까지 뒤엉켜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게 했다.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며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낭가파르밧의 자태에 빠져들어 있었는 지 모르겠다.

어느새 짙푸른 청색이 하늘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짙푸름속에서 마지막으로 넘어가며 한 줄기 비친 햇살이 낭가파르밧 능선의 아름다움을 더욱 더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Malotte : The Lord's Prayer (주기도문) - Gary Ka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