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01.아민블럭 BC (Amin Block BC,3,800m)에서 밍글로블록(Minglro Block,3,556m)으로 귀환...

나베가 2015. 4. 30. 18:12

 

 

 

밍글로 블록이 너무 따듯했어선 지, 설산과 낭마 빙하를 품고있는 아민블럭BC가 추울 지 예상은 했어도 

기대 이상으로 추웠다.

K2BC 빙하앞에서와 똑같이 가장 따듯한 옷들을 총 출동하여 다 껴입고 잤어도 오히려 그곳보다 더 한기가 느껴졌으니 ....

자면서 더워서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다 벗어재끼고 잤던 밍글로 블록에서도 포터들과 스텝들이 추워했는데,

어젯밤 얼마나 추웠을까.... 그들 고생스러움이 먼저 안스럽게 한다.

 

 

 

밖으로 나가니, 하늘색이 기막히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색 도화지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 선명하다.

 

 

 

이곳이 너무 좋아 천천히 내려가자고... 

아침을 8시에 먹기로 했는데,

5시도 안되어 절로 눈이 떠진다.

 

일기를 쓰며 밍기적 거리다가 기막힌 날씨에 산책을 한 바퀴 돈 뒤

주방으로 갔다.

 

호출하기 전에 갔더니, 아직 준비중이다.

마침 따끈하게 우유를 끓이고 있길래 씨리얼을 타서 먹으니 아주 또 별미다.

그리고 또 밥을 먹었다.ㅋ~

 

딱 3개 있던 감자중에 어젯밤 캠프파이어를 하며 1개를 구워먹고

남은 감자 2개로 맑은 감자국을 끓였는데,

밥을 말아서 밑 반찬과 김치와 먹으니 또 얼마나 맛있는 지....

한 그릇을 또 뚝딱 해치웠다.

씨리얼도 한 대접을 먹었는데....

이거 원...K2여정에서 날씬해진 몸매가 다시 불어나고 있으니,

귀국해서 힘든 트래킹을 다녀왔다 하기에 체면이 서질 않을것 같다.

 

헐~

그런데 포터들이 아침을 굶고 있댄다.

이윤즉은 깜빡하고 기름을 밍글로 블록에다 두고 왔다는 것....

 

이런~~

오전 내내 음악을 들으며 호사를 누리고 싶었는데....

 

헤마옛 말이

밤새 추워서 잠들마저 못잤다고 하는데,

거기다 포터들이 아침도 굶고 있다니...ㅠㅠ

 

텐트를 걷어 내려가야 하니, 할 수 없이 우리도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점심먹고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었지만....ㅠㅠ

 

 

 

 

 

 

 

올라올때 그리 어슬렁 거리며  걸어 오른것 같은데도 보지 못한 꽃들이 눈에 띈다.

아님 그 하룻 새에 또 꽃을 피운걸까....

자연은 이리 생명력을 가지고 매 순간 살아 움직이니, 오늘이 다르고 또 내일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 매번 열광하고 그리도 수없이 또 오는것이지~

 

 

 

 

 

 

 

 

 

 

가파른 오르막 이었었기에 상대적으로 내려가기는 쉽다.

벌써 저 아래로 까마득하긴 하지만 밍글로 블록이 보인다.

그야말로 거대한 암산 사이로 밀림 처럼 숲이 빼곡하다.

 

 

 

그 광경이 봐도 봐도 멋지고, 가슴 타악~ 트이는 풍광이라

우린 발걸음을 멈추고 또 하염없이 앉아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1시간 남짓 걸었을까....

벌써 밍글로 블록이다.

어지간히 몸도 발도 빠르다.

 

아민블럭에서 일찍 내려와 섭섭했던 것과는 달리 막상 이곳에 도착하니, 마치 친정에 돌아온것 같은 느낌이랄까...

생각과는 완전 또 느낌이 다르다.

 

 

 

흐드러지는 커다란 나무 밑으로 우리의 보금자리도 따닥 따닥 붙여서 지어놓았다.

우리가 점 점 더 정이 깊어지는 줄 아는 모양이다.ㅎㅎ

더없이 아늑해 보이는 것이 근사하다.

 

 

 

주방텐트는 개울이 흐르는 바로 옆에다 치었다.

아무래도 일하기도 수월해서 그리 지은것 같다.

 

포터들은 배가 얼마나 고팠는 지, 벌써 내려와 우리집과 주방 다 지어놓고, 아침까지 지어서 먹고 있다.

간식으로 가져다 준 Tea와 쿠키를 먹으며 보니, 아닌게 아니라 이곳이 포터들에게는 아민블럭BC 보다 훨씬 더 천국이란 느낌이 든다.

 

일단 나무 그늘이 흐드러지게 있고, 그 바로 옆으로 이렇듯 맑은 도랑물이 흐르고 있으니....

빙하도 없으니 따듯하고...

사방이 거대 암벽으로 둘러쌓여 있으니 바람도 없고...

낮엔 사방이 그늘막이고....

 

 

 

 

 

 

간식을 먹고나서 주변을 산책하며 보니, 엊그제 보다도 날씨가 좋아 시야가 훨씬 더 좋다.

아민블럭BC의 설산-K6 산군이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힌다.

흐드러진 나무 등걸 사이로 저 멀리 설산-K6산군이 보여 지니,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고개를 돌려 왼쪽으로 바라보니,

이젠 드리피칼 피크(Drefekal Peak,6,447m)가 파아란 하늘에 기막히다.

 

 

 

어찌도 이리 선명할 수가 있을까....

6,500m나 되는 거대 암벽의 위용보다는 파아란 하늘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에 먼저 탄성이 터진다.

 

 

 

 

포터들이 나와 얼굴만 마주치면 포즈를 잡는다.

사진찍기를 이렇게도 좋아하는 민족이 있을까...

 

처음 라이콧 브리지에서 산사태를 만나 무려 12시간을 묶여 있으면서도 우리 모두는 사진 찍느라 지루함은 커녕

시간 가는 줄도 잊었었다.

얼굴 찌푸리는 사람 하나 없고, 외국인을 만난 그 신기함 때문이었는 지, 포즈 잡아주고, 우릴 자신들 카메라에 담고...

같이 열광하며 찍고...ㅎㅎ

물론 여자들은 절대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그것이 이번 여정중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면 그중 단연코 우선한다.

정말로 만나는 이 마다 입이 닳도록 얘기를 했지만, 파키스탄 여자들은 절세 미인이다.

 

암튼...

인물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태양빛이 작렬이다.

문득 침낭을 거풍해야 겠다는  생각에 잽싸게 침낭을 꺼내 나무 등걸에 널고는 그 앞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Drefekal Peak,6,447m>

 

<음악 들으며 핸폰으로 누워서 찍은 사진...그래서 거꾸로 보임>

 

 

 

누워서 하늘을 보니,

파아란 하늘에 점 점 떠 있는 하얀 구름도 기막히고....

파아란 하늘에 마치 그림을 그린 듯

들어 앉아 있는 푸르른 작은 나무 이파리도  더없이 앙증스럽다.

 

그리고....

거꾸로 보이는 거대한 암산들....Drefekal Peak.....

정말 누워서 보니, 그 높이와 날카로움이 얼마나 대단한 지

더 으악 소리가 난다.

 

모든게 꿈처럼 매혹적이어서

햇빛에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하염없이 누워 있었다.

 

귀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흐르고...

'환상교향곡'이라는 그 제목만으로도 이 모든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몰고갔다.

 

아!!

사랑에 빠지면 이런 심정, 이런 느낌이구나~

 

가슴속 깊숙이까지 파고 드는 기막힌 선율에

베를리오즈가 사랑에 빠진 그 느낌이 그대로 내 안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나도 ...

그 사랑속에 하염없이 빠져든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두번을 되들었으니 1시간은 충분히 지났을 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이 말할 수 없이 아팠다.

썬그라스에 모자까지 덮어 썼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햇볕 바라기를 하고 있었나 보다.

혹...강한 자외선에 눈 각막에 상처를 입었으면 어쩌지??

ㅠㅠ

 

 

 

 

 

 

얼른 텐트로 들어가 안구 건조증약을 넣고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제 저녁때 먹은 발틱 치킨 커리가 남았었나 보다.

아님 우리가 이제껏 먹은 중에 최고였다고...완전 호들갑을 떨었더니, 또다시 한것인 지...ㅎㅎ

디저트로 후르츠 칵테일을 먹고는 오늘도 역시 버럭이는 암봉 꼭대기에 오르겠다고 나섰다.

 

 

 

 

나는 다시 텐트로 들어와 계속 음악을 들었다.

공기를 마시듯 음악을 듣고 살던 내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오랫만에 누려보는 호사스러움인 지...

그 절절함이 오히려 배가 되어 그렇게도 행복감이 밀려드는 거다.

 

 

 

역시 배터리때문에 셔터를 누르고는 확인은 커녕 몇컷 되돌려 보지도 못했던 사진들을 마음껏 펼쳐 보았다.

마치 이제까지의 모든 여정들이 한바탕 꿈을 꾸고 난것 처럼 아득하다.

 

 

 

 

 

순식간에 해가 넘어가니, 추워지기 전에 도랑에 나가 빨리 씻고 간단한 세탁이라도 해야겠다.

 

 

 

다시 침낭속으로 잠수다.

버럭이가 온듯 하다.

오늘도 혼자서만 높은 암산을 올라갔다 왔으니, 흥분에 겨운 소리가 소란스럽다.

잠결이...오락 가락 하던 차라 그냥 모른 채 있다.

 

아!!

얘기 들어줘야 하는데....

몸이 녹아든다.

 

 

 

 

한 소큼 졸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이곳 저곳에 누워 오수를 즐기고 있는 포터들을 보니, 그야말로 이곳은 그들 세상인 것 같다.

발토로 빙하위에서의 허름한 옷차림의 힘겨운 모습만을 보다가 이처럼 여유자작한 이들을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평화롭기 그지없다.

 

 

 

 

 

 

 

칸데의 포터중에 약간 부족해 보이는 포터가 있었는데 바로 사진 속 인물이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가니, 자기를 찍어 달라며 옆 사람의 썬그라스를 뺏어서 쓰고, 순무를 들고 포즈를 잡는데, 얼마나 웃기는 지....

순무를 잡고 있는 표정이 너무 웃겨서 아주 웃음이 나와 혼났다.

그렇지만 이 또한 얼마나 순수한 모습인 지....

 

 

 

 

내게 보라색 호롱꽃 한 다발을 선물로 안겨준 포터 '이브라임'이다.

뒤에 나오겠지만 기막히게 매력적이고도 이쁜 딸-소산의 아빠다.

역시 아빠 인물이 훤하니....

사실 누가 포터고 스텝이랄것도 없이 칸데 사람들은 모두가 친척인 씨족사회라 한 집안 식구이다.

농사도 짓고 다른 직업이 있어도 트래킹 손님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포터일을 한다.

 

 

 

이풀의 카메라 포터-악바르인데, 젊잖고 잘생기고 학식도 풍부하며 배려심도 커서 일반 포터들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던 포터다.

가정 방문을 했었는데, 아이들도 정말 바르게 잘 자란것 처럼 느껴졌다. 와이프도 미인이고...ㅎ.

사진 속에서도 인자함이 배어있다.

 

 

 

 

 

 

 

 

 

 

지난번 헤마옛이 요구르트를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손짓으로 위를 가리키며 '저기~'라고 하길래 우린 당연히 윗동네 어딘 줄 알고,

오늘도 요구르트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손짓으로 또 위를 가리키며 '저기~'서 가지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하늘을 향하고 있는 그의 손이 수상하여 다시 되물었더니, 놀랍게도 저 산꼭대기 너머에서 가지고 온거라는 것이다.

 

헉!!

우린 놀라서 그럼 됐다고...가지고 오지 말라고 만류를 했다.

그런데 잠시 뒤 헤마옛이 오더니, 요구르트를 포터 한명이 가지러 갔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누이가 저 산꼭대기 너머 초원에서 여름 동안 목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가 그곳을 다녀오는데는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아이고~~~

요구르트를 괜히 먹고싶다고 해서 무려 3시간 암산 트래킹을 해서 다녀오게 하다니....

이들의 정성에 감동스럽기도 하고 너무 미안하기도 하여 앞으로는 해주는대로 먹고, 절대로 뭐 먹고싶단 얘기는 꺼내지도 말자고 다짐을 했다.

 

 

 

저녁으로 마카로니 크림 파스타에 또 밥은 따로 하고, 우리들 밑반찬에 김치와 양배추 쌈과 푸딩까지 해서 내놓았다.

요커트 사건만으로도 미안하고 감동인데, 푸짐한 만찬에 감동지수 한없이 올라간다.

 

'누구 생일이냐고...' 물었더니, 오늘 임티아스 생일이라나~~ㅎㅎ

생일 상이 차려졌으니 모두가 함께 하는건 당연지사다.

이들과의 정이 새록 새록 커가기만 한다.

 

 

오늘 밤은 일찍 텐트로 들어왔다.

매일 밤 댄싱파티에 몸이 겨워서...ㅋㅋ

 

잔가지 나무들을 산더미 처럼 해다놓았는데...

저들은 오늘밤도 캠프파이어를 하려나 보다.ㅎ

하긴 추워서라도 불을 지펴 몸을 따듯하게 한 뒤 잠자리에 들어야 할터이다.

 

어제,오늘 연거푸 침낭을 거풍했더니,침낭을 타고 구름 속 하늘을 날고 있는 것만 같다.

포근하다 못해 그냥 온 몸이 녹아든다.

낮엔 음악과 풍광과 여유로움으로 ...

밤엔 침낭의 포근함으로....

그야말로 모든게 꿈속이고...

천국이다.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Symphonie Fantastique, Op.14)


1. Revieries Passions
Pierre Monteux, Cond / Orchestre Symphonique de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