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마셔브룸을 보며 내년 여행지-차라쿠사를 꿈꾸다 발길을 돌렸다.
그 순간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의 향연은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붙잡아 매고는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서 있는 그자리에서 360도 한 바퀴를 회전해 보아도 어디 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올라갈때도 분명 이 길이었건만....
오늘...이 시각...어찌 내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이 이렇게도 다를까....
저 만치 걸어오고 있는 아낙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우리를 보자 마자 몸을 틀어 뒤를 바라보고 있다.
왜 저다지도 사진 찍히는것에 대해 과민할까...
이슬람 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란걸 다 아는 사실임에도 순간 또 의구심이 든다.
나의 신앙심이 오버랩 되면서....
어쩌면 이 대 자연의 위력앞에서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도 절박하기에 훨씬 더 신앙심이 깊어 질수밖에 없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황금물결 밀밭이 환상이었던 풍광에서 헤어나 가까스로 발걸음을 뗐다.
후세강이 보인다.
우리가 건넜던 나무 흔들다리도 보이고....
그러고 보니 저 다리를 건너 3박 4일 동안 저 깊고 깊은 낭마 계곡을 따라 그 끝자락 아민블럭BC까지 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온것이다.
후세다리를 건너기 전 내리 꽂았던 길을 이젠 오르자니, 3000m에서의 오르막은 여전히 힘이 든다.
천천히 걸어 학교를 지나 뉴 칸데- 우리의 숙소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 사이 그렇게도 선명했던 마셔브룸에 구름 자락이 몰아붓고 있다.
고산지대에서는 정오만 되면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나타난 구름이 고봉을 뒤덮기 시작한다.
아까 낭마밸리 초입에서 본 마셔브룸 보다는 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또 다시 마셔브룸에 집중한다.
수없이 보고 또 보아도...
눈에 띌때 마다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애를 쓰니...
병일까...
아님 7~8000m급 고산이 주는 치명적 유혹일까...
사흘만에 집에 돌아오니, 천국에서 지냈던 꿈같은 여정은 뒤로하고 마치 내집에 돌아온것 같은 편안함이 또 있다.
입구의 자그마한 화단에 꽃처럼 심겨있던 상추도 그 사이에 부쩍 자라있고....ㅎㅎ
점심으로 그 상추쌈을 먹겠다고 말하고는 나는 또 내집 부엌처럼 들어가 헤마옛, 미르자와 함께 점심 준비를 했다.
고추장과 된장, 마늘과 파,설탕도 섞어서 맛있는 쌈장도 만들고,
우리가 사가지고 간 인스턴트 건조 우거지국에 말린 표고버섯과 미역을 넣어 우거지국도 끓였다.
낭마밸리에 들어서서 내내 생일 파티를 벌이며 만찬을 벌였어도
역시 또 우리 음식을 먹으니 몸이 살아나는것 같다.
더우기 여리 여리한 신선한 상추쌈을 먹었으니....ㅎㅎ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니, 뒤로 보이는 산새가 엄청나다.
아니, 산새라기 보다는 거대한 돌 피라밋이 겹쳐 세워져있는것 같은...
기막힌 단순미에 하얀 구름까지 더해 단순미를 극대화 시킨다.
8,000m 거대 좌와는 또 다른 감동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오늘 하루다.
눈 앞에 선연한...
파아란 하늘...
황톳빛 거대 암산...
초록색의 초원과 미류나무...
노오란 밀밭....
흰구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 딱 5가지의 색깔과 그 단순함에 완전 매료된 날이다.
삶이 이리 단순하면 좋으련만....
Paganini - Cantabile And Wa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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