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워낙 일찍 자서인 지 깼더니 12시다.
밤하늘이 궁금하여 밖으로 나가니, 여전히 별천지다.
좌우로 아니, 사방이 높은 암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그 한 가운데로 총 총 박혀있는 별나라의 모습은 그냥 동화책속 그림이다.
한동안을 또 넋을 놓고 그 안으로 빨려들어 갈 수 밖에.....
하아~
원도 한도 없이 별천지 세상속에 빠져보네~
순간 수많은 여행지에서 보았던 황홀했던 별들의 향연이 머릿속을 메우며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한다.
텐트로 들어와 음악을 들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듣는다.
지름 20cm 반경의 불빛....
절대 고요...
베토벤...
바이올린...피아노...
아~~ 너무 좋다!!
늘상처럼 6시반에 아침식사를 하고 7시에 출발을 했다.
하산 길이니 12시 전에는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아 점심은 깐데에서 먹기로 했다.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고도 남으나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우리와는 달리 포터들은 해가 뜨겁게 내리쬐기 전에
하산해야 덜 힘들기 때문에 여전히 출발은 이르다.
오를때 보지 못했던 꽃들이 여전히 나를 유혹하며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파아란 하늘빛과 황톳빛깔의 암산과 초록빛깔의 푸르른 초원...
딱 3가지 색깔로 구획을 그어 놓은 듯한 풍광이 너무나 이색적이면서도 근사하다.
한바탕 사진을 찍고 저만 치 내려가니, 아무도 없을것 같은 첩첩 산골 초원에 놀랍게도 노인이 홀로 풀을 뜯고 계시다.
카메라를 들고 노인앞으로 다가가니 뜻밖에도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긴다.
굵곡진 삶이 얼굴 가득 페인 주름에 켜켜이 쌓였을 법한 노인의 표정이....
순간 어린아이 마냥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변한다.
그냥 천사의 모습이다.
조금 더 걸으니 이젠 푸른 초원은 온데간데도 없이 사라지고 그저 모노톤 세상으로 바뀐다.
참으로 같은 길인데... 보이는 풍광이 이렇게 다르다니...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달리 보인다는게 마치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순간...
사방이 막힌 막다른 절벽 끝자락에 닿은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통 홧톳빛깔속의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져 환상이다.
느낌처럼 낭떠러지 절벽은 아니더라도 아주 가파른 험준한 내리막길로 이어졌다.
그 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 초록 숲이 아민블럭에서의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와 아래로 펼쳐 보이던 밍글로 블록을 닮았다.
양쪽으로 치솟은 높은 암산과 그 앞을 일자로 막고 있는 또 다른 줄기의 암산과 파아란 하늘이...
그리고 그 한가운데로 밀림처럼 빼곡히 들어찬 초록 숲이...기막힌 풍광이다.
내리막을 내려와 살구나무와 계곡이 있는 쉼터에서 살구를 몇알 따먹으며 잠시 쉬고 있을때였다.
저 만치서 박 배낭을 맨 두명의 트래커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세련된 차림새하며
딱 봐도 연인같아 보였던 이들은 유럽인일거라는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놀랍게도 파키스탄 대학생 커플이었다.
히잡으로 온 얼굴을 뒤덮고 있는 은둔의 파키스탄 여자들만 보다가 이 뜻밖의 세련미 철철 넘치는 여성을 보니,
상류층 사람들의 삶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생각케 한다.
그러고 보니, 헤를리코퍼BC에서 만난 영문학을 전공한다는 청년의 말이 떠오른다.
자기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엔 여학생이 더 많다고 했던 말...
이 멋진 커플을 그냥 보낼 리가 없다.
당연히 사진도 찍었다.
헐~
그러고 보니, 혹시 이 여성은 이슬람교도가 아닌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또 든다.
암튼, 더없이 행복해 보이고 멋져 보였던 이들에게 페이스북 주소와 이 메일 주소등을 받고는 헤어졌다.
신기하게도 이 짧은 만남에도 아쉬움을 남기는게 또 여행자들이다.
서로의 안녕을 비는것도 서로에 대한 진심이고...
그래서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드는 것도 여행자의 모습이다.
우리도 이들도 순간 뒤돌아 봄에 눈이 딱 마주쳤다. ㅎ~
하산을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사이 햇볕이 작렬하게 비친다.
우리야 여유자작 천천히 내려가지만, 그러고 보니 포터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지는 오래전이다.
갖으나 뒤쳐져서 걷고 있는데, 또 발걸음을 잡는게 있다.
바로 흐드러지게 떨어져 있는 살구다.
진노랑 빛을 띠고 있는 자그마한 살구가 얼마나 달고 맛있는 지, 도저히 그냥 지나간다는 것은 무리다.
배낭에 있던 비닐 주머니를 꺼내 정신줄을 놓고 살구를 주어 담았다.
이 많은 살구 다 먹으면 파키 여자들 처럼 미인이 되려나~~ㅋㅋ
살구를 한 봉지 가득 담아 배낭에 넣고 의기양양 내려왔다.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내려와 벌써 낭마밸리 초입이다.
아!!
눈앞에 펼쳐진 경관이 너무 찬란하여 절로 탄성이 터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에 티끌하나 없는 황톳빛 암산....
쭉 쭉 뻗어 오른 초록빛 미류나무...
연두빛 밀밭 위로 쏟아져 내린 햇살....
기막히다!
오를때 보았던 K1인 마셔브룸은 오늘도 여지없이 본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멀리서 보아도 선명한 자태가 기막히다.
아무래도 버럭이...
이번에 가려다 곤도고로라 퍼밋이 나오지않아 가지 못한 '차라쿠사'를 내년에 가겠다고 난리를 치겠는걸~
차라쿠사에 가면 저 마셔브룸 위용을 코앞에서 느낄 수 있겠지??
'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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