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00.낭마밸리(Nangma Valley의 빙하..깊은 속살까지 올라가다.

나베가 2015. 4. 28. 01:00

 

 

 

화보 촬영하다 신바람이 난 우리는 내친김에 K6산군의 낭마 빙하앞까지 가기로 했다.

 

히말라야에 와서는 보이는 대로 믿지 말라고...

나 스스로에게 수없이 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또 이곳 낭마 빙하에 오르는 길에서도 보이는 대로 믿고 말았다는...ㅠㅠ

 

 

 

 

 

 

쉽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평원을 가로 질러 빙하 끝자락까지 오는데만도 얼마나 오랫 동안 걸어야 하는 지....

그리고 낮은 구릉처럼 생각했던 빙하 밑둥은 왜 그렇게 또 높은 오르막인 지....ㅠㅠ

험한 바윗돌 사이로 오르려니 카메라가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서 올라야만 했다.

 

 

 

 

한참을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캠프장에서 보던 풍광과는 사뭇 다르다.

 

 

 

 

 

이젠 제법 빙하 앞자락까지 올랐다.

K6산군의 거친 암벽이 위용을 드러내고 빙하의 깊은 골도 훨씬 더 자세히 보인다.

캠프장 주변에선 보지 못했던 야생화도 보이고....

 

 

 

 

K6산군 왼편으로 보이는 암봉 역시 그 날카로운 위세를 선명하게 떨친다.

그리고 어떻게 저 단단해 보이는 암벽위에서 저리 푸르른 나무로 자라고 있는 지...

선연한 암벽의 문향과 색깔,독특한 모습...그 사이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까지....

그 자태가 또 환타스틱하다.

 

 

 

 

사진에는 완만한 경사면 같지만 적어도 경사도 7~80도는 족히 되는 가파른 암산이다.

캠프장에서 보는것과는 전혀 달라 발길을 잡힌채 한없이 바라보게 만든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에 팬으로 그려놓은 듯한 날카로운 첨봉이...

사랑하는 이를 보고 있어도 보고싶듯이....

한없이 보고 있어도 또 보고싶게 한다.

 

그 보고픔에....

잠시 뒤 이곳을 떠날 안타까움에 수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낭마 빙하 앞에서 보니, 캠프장에서 보이는 검은 암벽이 한개가 아니다.

세상에~

수직으로 솟아오는 수많은 검은 암봉이 마치 꽃봉오리 처럼 솟아 피어 있다고나 할까....

색깔도 그렇고, 당당하게 생긴 모습도 ...

위압적이기는 하나 더없이 매혹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낭마 빙하앞에서 한바탕 화보촬영을 하고는 길도 없고 오르기도 험하여 더이상 오르지 않고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하산하던 중에 갑자기 모신이 뛰어 내려가더니 저 K6 옆봉우리엘 올라가겠다는 거다.

 

헐~

저 가파른 곳엘 어찌 올라가겠다고...

 

위험하다고 극구 말려도 순식간에 뛰어 내려가더니 다람쥐 처럼 숲으로 사라졌다.

워낙에 코앞인거 같아도 멀어서 당췌 어디쯤 올라간 건 지 보이지가 않는다.

저리 의기 양양 기세를 펼치니 한 컷 잡아줘야 하는데....

숨은 그림 찾듯 눈알을 뱅뱅 돌리며 찾으니 옆에 있던 올람이 손짓을 하며 저기에 있다고 알려준다.

 

오옷~~

찾았다!

 

그러나 카메라로 잡기엔 불가능하다.

워낙 멀어서...바위에 붙은 한 점 문향처럼 보이니...

<사진속 동그라미 친 곳에 모신이 있다. ㅋ>

 

 

 

 모신을 기다리는 동안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이 느껴졌다.

이렇게 멀고 힘든줄 모르고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아 탈수증세가 나타나고 있는거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바위 색깔이 검은 것이 그 아래로 물이 있을 것만 같다.

 

올람에게 말을 했더니, 얼른 함께 내려가 준다.

다행히 물이 바위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물을 받아먹고는 이내 내려온 모신을 만나 함께 내리막 길로 들어섰다.

 

 

 

바위결의 문향이 판타스틱한 K6산군 왼편 산자락엔 놀랍게도 아직 나무에 꽃이 있었다.

올람은 잽싸게 가서 꽃을 따서는 자기 귀에 한 송이 꽂고

내머리에도 꽂아준다. ㅋㅋ

 

우리 천사 된겨??

그럼 기념 촬영을 또 하고 가야쥐~

꽃속에 묻혀서 찍자구....ㅋㅋ

 

 

 

 

 

 

 

 

 

 

 

 

이번엔 제법 굵은 물줄기가 줄줄 흐르는 곳에 닿았다.

채 갈증이 가시지 않은 터라 우린 그곳에 거의 매달리다싶이 해 손바닥 가득 물을 받아 마셨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10년이 젊어지는 묘약이렸다~

저리 바윗돌 위에서도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바로 이리 줄줄 흐르고 있는 물의 묘약 때문이었던 게야.

 

 

 

 

 

 

 

 

매끄러운 바위위로 흐르는 물때문에 생긴 검은 줄무늬들이 또 다른 풍광을 만들며 근사하다.

 

 

 

 

캠프장 초원으로 내려와 다시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머물던 곳이 또 아득하다.

겨우 조기 올라갔다 왔는데, 이리 힘들다니....ㅠㅠ

에구~다음에 와서 그레이트 타워에 올라갔다 오려면 새벽같이 서둘러야 할거 같구먼~

그나 저나 버럭이는 지금 어디쯤 올라가 있으려나~~

혹시 모신이 조금 올라갔던 봉우리 끝으로 올라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지 않았을까??

 

햇살은 더욱 강렬하여 뜨거웠다.

소들도 해를 피해 커다란 나무 그늘속으로 들어가 있다.

 

 

 

 

 

 

 

 

 

멀리서부터 우리가 오고있는 것을 본 포터가 손짓을 한다.

가보니 얼굴 수염 부분의 피부병때문에 고생을 하던 포터와 쿡-헤마옛이다.

다름아닌... 내게 어디서 따왔는 지 귀한 보라색 야생화를 한다발 주는 것이다.

내가 그리 돌아다녔어도 발견하지 못한 보라색 호롱꽃 이었다

 

에구~

이 얼마만에 남정네에게 받아보는 꽃이람~ㅋ~~

 

혹시 더러운 손으로 만지고 또 잃어버릴까봐 아침 저녁으로 잊지않고 매일 피부약을 챙겨주었더니....

피부염이 많이 가라앉아 더없이 고마웠나 보다.

다른 아픔도 힘들지마는 이 피부가려움증...정말 미친다.

그러니 아마도 알라신 다음으로 내가 이순간은 고맙지 않았을까...ㅋㅋ

 

 

 

 

텐트로 들어와 꽃다발 받은 인증사진을

핸폰 셀카로 한장 찍고는 침낭속으로 잠수했다.

 

뜨거운 햇살에 연일 거풍도 했겠다~

침낭속이 더없이 포근하다.

 

아!!

이럴땐 음악을 들어야지~

 

K2여정 내내 배터리와의 전쟁을 치룬 터라

왠지 음악을 듣는다는게 지금 이순간은 가장 호사스런 나의 행위처럼 느껴진다.

 

많이 걷고...

화보 촬영한다고 하도 오만 짓을 해서인 지 온 몸이 나근나근한게 한없이 잦아든다.

마치 조만간에 내가 다 녹아 없어질것만 같은...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나근함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터진 텐트 양문으로 들어오는 산들바람도 좋고, 그 좁은 시야로 들어오는 푸른 잔디와 민들레도 이쁘다.

이대로 꼼짝도 않고 내일도 종일 이곳에서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솟는다.

 

 

 

 

 

저녁으로 치킨 요리를 할건데 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겠냐고...헤마옛이 와서 묻는다.

칸데에 와서부터 연일 먹었던 '후라이드 치킨'도 좋고, 밍글로블록에서 먹었던 '파키스탄식 치킨 커리'도 좋다고 했더니

두가지를 다 해서 이건 뭐 저녁상이 완전 생일상이다.

 

후라이드 치킨에 발틱커리와 차이니스 누들...그리고 우리들 반찬과 어제 담근 무우김치까지....

'누구 생일이냐고...'

서로 우리들 생일이라고....호들갑을 떨었더니, 헤마옛을 비롯 모두 좋아 죽는다.

양도 많아서 모두들 같이 먹자고 해 진짜 생일아닌 생일 파티가 되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버럭이는 자신의 등반 얘기로 그칠 줄을 몰랐다.

보기엔 금새 올라갔다 올것 같지만 무려 4시간이나 걸려 버럭이는 가까운 아민블럭에 올라갔다 왔다.

K6도 보았다고....

헐!!

나도 갈걸 그랬어~~

 

 

 

어둠이 들기 시작하더니, 금새 K6산군에 노을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

 

 

 

 

밤이 되자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더불어 또 댄싱파티가 벌어졌다.

이풀이나 나나 음주가무엔 잼병인데, 평생에 출 춤과 노래, 박수...이번 여정에서 다 풀어 재끼는것만 같다.

악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술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렇듯 단순한 여흥에 매일밤 엑스터시에 빠진 듯 열광하니, 어찌 우리도 물들지 않을 수가 있는가!

 

천국인 이곳에 있음이 좋고....

행복함에 젖은 이들이 마냥 좋아....

나도 미친듯이 박수치고 빙글 빙글 어지럼증이 일도록 춤을 추었다.

 

급기야 '굿닥터'였던 나에게 별명이 하나 또 붙었다.

'댄싱 퀸' 이라고...

허어걱!!

어쩌면 평생에 받지 못할 별명이기에 가장 자랑스런 별명이 될 지도 모르겠다.

 

 

벌써 그믐밤이다.

칠흙같이 까만 밤하늘이 그야말로 환상이다.

주먹만한 별들이 총총 박혀있는 그 한가운데로 은하수가 쫘악 뻗어 나가있는 것이....

도저히 그냥 고개를 쳐들고 잠깐 보고말 수는 없다.

여분의 텐트바닥 깔개 비닐을 가지고 나와 펴고는 앉았다.

오늘밤은 왠지 진한 커피 보다는 달콤한 코코아가 더 당긴다.

주방에서 뜨거운 물을 얻어다가 달콤한 핫쵸코를 타서 마시면서 별바라기를 하고 앉았다.

 

 

 

가끔은 하늘을...별을... 왜 바라보아야만 할까...

어쩌면 그건 가장 순수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이쁜 마음으로 고해하고...

기도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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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마옛이 내일 아침식사가 6시반이라고 하길래, 8시에 먹자고...

내일 오전에도 이곳에서 있다가 12시에 점심 먹고 내려가자고 했다.

헤마옛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진다.

매일 새벽 3~4시면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헤마옛....

내일 아침엔 맘껏 늦잠을 자도 될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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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같아선 밤새 텐트밖 비닐에 누워서 별바라기를 하고 싶은데....

잠이 쏟아진다.

이제 겨우 아홉신데...

오늘 너무 열정적으로 춤추고 놀았나??

 

 

David Hicken [Angels 2007] - 01. Cele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