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기인 시간동안 빙하위에 눕기도 하면서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너덜 돌길의 연속이다.
고도도 점점 높아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쳐오기 시작했다.
점심이 너무 일러서 삶은 감자 1개와 삶은 계란 1개, 그리고 약간의 간식만을 먹고는 헤마옛이 볶아온 밥을 거의 안먹었더니
역시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이 사이 멈춰 서서 배낭에 챙겨온 에너지 젤과 미숫가루, 에너지 바, 사탕, 초콜릿에 건빵까지 먹었어도
그 역시 단 한개씩 밖에 먹을게 없으니....
몸은 그렇게 점 점 지쳐왔어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점점 더 환상이었다.
파도치듯 흐르는 물결무늬 빙하는 매혹적이었고,
양쪽 빙하 사이로 산처럼 솟은 모레인 빙하-너덜 돌길은 끝도 모르게 멀리 닿는 하늘의 구름과 산과 어우러져 기가 막힐정도로 판타스틱했다.
그렇게 시야를 하늘 끝까지 보며 탄성을 내지르다가 다시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바로 코앞에 거대한 암산이 하얀 골을 훤히 내 보이며 압도한다.
이제는 암산의 위용을 넘어 섬세한 색상과 모양새가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섹시하기까지 하다.
마치 손이 봉우리 끝에 닿으면 찔릴것 같기도 하고 베일것 같기도 한...날카로움 그 사이로 도도한 자태로 흘러내리는 빙하는
치명적일 만큼 매혹적이다.
그 앞으로 막다른 발토로 캉그리와 스노우 돔까지...끝없이 펼쳐져 있는 빙하-하얀 눈쎄락들은 혀에 닿으면 또 살살 녹을듯 부드러워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가까이 다가가면 그 골 사이를 흐르고 있는 수정같이 맑은 에메랄드빛 빙하물이 또 눈이 부시다.
멀리서 보이던 발토로 캉그리와 스노우 돔이 이젠 코앞에 떠억 버티고 있다.
그 위용에 가위가 눌릴것만 같다.
한껏 포즈잡으며 사진 한 컷 찍으며 숨을 돌려본다.
헐!!
발토로 캉그리와 스노우 돔이 코앞이라 했거늘, 어느 사이 앞질러 간 포터들의 모습이 그저 한 점으로 보이다니....
발토로 캉그리와 스노우 돔의 위용에 재삼 감탄사가 쏟아진다.
대체 이 광활함앞에서 무엇을 제대로 측정할까~~
가셔브룸5봉이 검은 암산위로 우뚝 솟아있다.
그 양옆으로는 거대한 빙하가 흘러 내린다.
그 엄청남 앞에서 넋을 잃고 있다 생각하니 저 빙하를 딛고 저 날카로운 꼭대기 정상을 등극한 '안치영' 팀이 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얼굴이 타다못해 화상을 입어 시커멓게 타들어간 안치영과 성낙종 얼굴이 떠올랐다.
대규모 세르파들을 이끌고 오르는것이 아니라 홀로 가장 단촐한 짐을 꾸려 단숨에 오르는 알파인 스타일로 세계 최초로 초등한
안치영과 성낙종...
갑자기 그들과 빠유에서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경외심 마저 인다.
카메라를 좀 당겨보았다.
아!!
여기서 보기엔 그저 매혹적으로 보이는 빙하의 눈쎄락...저곳에 당돌하여 저 앞에 서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날카롭고 험할 지...
그리고 그 위에 군더더기 하나없이 급경사로 쭉 뻗어있는 검은 암봉....
생각만으로도 가위가 눌리고 아찔하다.
안치영을 떠올리기 전엔 그리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보이던 암봉들과 빙하의 쎄락이었건만...
가셔브룸 5봉 앞에서 안치영과 성낙종을 떠올리며 먹먹해졌던 순간과....
그러나 여전히 또...매혹적인 산들의 자태앞에 당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떼서 걸어가고 있는데,
언제 죽었는 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말의 사체가 널부러져 보인다.
아!!
어쩌다가 저리 주검을 당한걸까...
험하디 험한 모레인 돌길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다가 발목을 삐었을 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이 길위에도 산처럼 눈이 쌓여서 미끄러져 넘어진 채 그만 일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
문득 우르두카스로 가던 험한 돌길 사방에 발들이 흘린 핏자국이 선연했던 모습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평탄한 길 같아 보이지만 해발고도 5000m가 넘는곳에서의 끊임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라 매우 힘이 들었다.
그래도 잠시 발걸음만 멈추면 판타스틱한 풍광에 흥분의 탄성을 내지르며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잠시 앉아 넋을 놓고 풍광에 사로잡혀 있는데, 또 40대인 알쏭이 갑자기 뜀뛰기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내게 넘긴다.
와우~~
아닌게 아니라 이 광활한 풍광 한 가운데서 한바탕 뛰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인다.
글쎄~ 몇번을 뛰었을라나~
10번??
알쏭의 날으는 슈퍼우먼의 모습을 기적같이 한 컷 잡아냈다.
이젠 내 차례....
머리는 터엉 비우고 마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다 한다.
수도 없이 뛰었다.
그런데 알쏭이 당췌 한 컷도 잡지 못한거다.
다가가서 확인하고는 또 한 컷도 못잡은 것을 보고는 배꼽이 빠지라고 웃어재꼈다.
아!! 그게 뭐가 그리 우습다고...다시 또 뛰어야 하는데....
이왕 시작했으니 계속 뛰는 거다.
10번을 넘게 뛰었다.
그러나 날으는 슈퍼우먼은 커녕 그저 바닥에서 폼만 잡은 컷만이 남았다.
"에고 에고~ 이제는 더이상은 못뛰겠어~"
"아놔~ 그런데 우리 제정신 맞아??
해발 5000m에서 이렇게 뛰어 재끼다니...."
잠시 숨을 돌리고 또다른 이벤트에 들어갔다.
콩코르디아에서 고소적응차 하루 쉬던 날 온갖 산악회 기념촬영과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던것과 같이
이 판타스틱한 카라코람의 한 가운데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날렸다.
훨훨 날아가서 오늘 밤 아이들의 꿈속에 찾아 들어갔으면 좋겠다.
판타스틱한 풍광에 사로잡혀 넋을 빼앗겨 제정신이 아녔던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끝없이 걷는데도 눈앞에 바로 터억 버티고 있던 스노우 돔과 발토로 캉그리는 여전히 그 자리다.
대신 옆으로 보이는 산의 골의 깊이는 점점 더 넓고 선연하게 보인다.
한바탕 뛰면서 고소를 먹는 대신 대기의 기운이 빡세게 들어 찬 걸까....
아님 한바탕 웃어재껴서 일까...
한없이 쳐지던 몸에 왠지 생기가 도는것 같다.
잠시 넘쳐나던 기운은 금새 원상태로 돌아간것 같다.
모두들 다시 자리 잡고 앉아있는 모습들이 왠지 모두들 지친 표정이다.
끝없이 양쪽으로 환상적인 빙하-눈쎄락을 끼고 가운데 우뚝 산처럼 솟았던 모레인 돌길이 이젠 그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엄청난 모레인 돌산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시야를 앞으로 돌리니 아직도 또 오르막 돌길이다.
바로 잡힐듯 보이는 발토로 캉그리가 아직도 까마득하게 멀리 있나보다.
다시 기운을 북돋아 오르막을 올라섰다.
아!!
눈앞에 펼쳐진 또 다른 풍광....
엄청났다.
발토로캉그리 왼쪽 가셔브룸 산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아브루찌 빙하( Abruzzi Glacier) 의 엄청난 빙하의 쎄락들...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어 있던 순간, 임티아스가 손짓을 하며 우리를 부른다.
드디어 가셔브룸 1봉이 보인다는 것이다.
"어디 어디... 아놔~ 당췌 어떤 봉우리인 지 모르겠어~ㅠㅠ
아~ 저기 한 가운데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이 내민것?? "
어느새 그렇게도 열광했던 K2의 기억은 저편으로 사라진 듯....
이젠 가셔브룸 산군에 열광한다.
당연한 거겠지??
지금 우리의 목적지이니까....
드디어 가셔브룸 1봉이 나타났다는 흥분감도 있었지마는,
사실 나는 그 감동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펼쳐진아브루찌 빙하( Abruzzi Glacier )의 엄청난 쎄락에 더 압도당했다.
아~
이젠 가셔브룸 1봉이 구름에 휘감기긴 했어도 훤히 보이네~
날씨가 좋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셔브룸 1봉(Gasherbrum I,히든피크(Hidden Peak). K5, 8,080m
)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봉우리로서
파키스탄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산이며, '아름다운 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산은 다른 고봉들에 의해 가려져 있어, 독일 탐험가 윌리엄 마틴 콘웨이(William Martin Conway)는 이 산을 히든 피크(Hidden Peak)라고 불렀으여
그로부터 이 산의 별명이 되었다.
1958년 7월 5일 미국원정대에 의해 초등정 되었고, 라인홀트 메스너가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하여,
히든 피크는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된 최초의 8000m급 봉우리가 되었다.
<위키 백과 참조.사진펌: 위키백과>
초고리사의 모습은 또 멀리서 보았을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신부의 면사포처럼 속살이 보일듯 살포시 얹어져 있는것 처럼 보였던 눈이....
어마 어마하게 꼭대기부터 흘러내리고 있다.
하늘을 뒤덮고 점점 초고리사까지 완전히 덮어버릴 기새로 달려드는 잿빛 구름도 한껏 가세한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이제 가셔브룸1봉도 보이고 거의 다 온것 같으니 좀 쉬었다가 가자.
몸은 앉았으나 시선은 여전히 엄청난 쎄락에 고정....
모두들 가셔브룸 산군에서 엄청나게 흘러내리고 있는 아브루찌 빙하( Abruzzi Glacier)의 쎄락에 정신줄을 놓고 있는것 같다.
기력이 하나도 없었는데....
나는 또 화보촬영에 몰두했다. ㅋ~~
화보촬영은 간단하게 끝내고, 모두들 아부루찌 빙하(Abruzzi Glacier)를 바라보며 누웠다.
아!! 세상에~~
빙하 돌더미 위에서 이처럼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다니~~
우리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게벼~~
요사니 말따나 정말 '사이보그' 아닐까??
이제 또 얼마남지 않았을 갈길을 서둔다.
물도 마시고, 뭐 더 먹을게 없나 간식 찾아 뒤적이며 빡센 오늘의 일정 2-스테이지를 마감하기 위해.....
오늘의 여정은 정말 길었다.
내일은 이보다 더 길고 험란한 여정-3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트래킹은 오지 않을거라고...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고 큰소리를 칠 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초반에 청빙빙하를 건너는 위험한 코스가 2시간여 있다한다.
헤마옛이 로프를 매고 간다고 해서 '무섭다고' 했더니, 클라이밍 가이드겸 쿡이라고....자기를 믿으라고 한다.
그래야지~
잠시 멈춰서서 또 뒤를 돌아다 본다.
거대한 암산 양옆으로 흐르고 있는 빙하의 쎄락에 반해서 그저 멀리 보이는 산군들을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이제서야 '뮤즈타크' 가 시야에 선연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그 주변 산군들을 클로즈업 해보니, 그야말로 '억' 소리가 터진다.
지구상에 저렇게 험준한 수많은 7000m 급 첨봉들이 송곳처럼 서있는 곳이 여기말고 또 있을까....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뛰어넘는....그야말로 신들이 광기를 부려놓은 것만 같다.
'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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