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셔브룸 1봉(Gasherbrum I,히든피크<Hidden Peak>. K5, 8,080m)
가셔브룸 1봉(Gasherbrum I,히든피크(Hidden Peak). K5, 8,080m)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봉우리로서
파키스탄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산이며, '아름다운 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산은 다른 고봉들에 의해 가려져 있어, 독일 탐험가 윌리엄 마틴 콘웨이(William Martin Conway)는 이 산을 히든 피크(Hidden Peak)라고 불렀으여
그로부터 이 산의 별명이 되었다.
1958년 7월 5일 미국원정대에 의해 초등정 되었고, 라인홀트 메스너가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하여,
히든 피크는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된 최초의 8000m급 봉우리가 되었다.
<위키 백과 참조>
모처럼 한번도 깨지않고 푸욱 잤다.
3시반이다.
주변에선 벌써 아침 식사 준비로 압력솥 흔들리는 소리와 가스불 소리로 요란하다.
어젯밤, 세찬 바람과 함께 몹시 추워 캐시미어 목도리까지...완전 무장을 하고 잤더니만, 텐트 안이 되려 포근함 마저 느껴진다.
그 포근함이 너무 좋아 좀 더 누워있다가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일어났다.
정수하지 않고 그냥 끓인 물을 먹어서인 지, 오랜 캠프 생활에 아무래도 음식이나 식기류등이 깨끗하지 못해서 인 지 연일 설사기가 있다.
워낙 평소에 변비가 심해서 정로환과 함께 지사제를 하루 2번 먹던것을 아침에만 한 번 먹는다.
그랬더니 새벽에만 한번씩 설사를 하니 그것도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잔뜩 흐리다.
올라올때 원정대원 '김재수' 대장님 왈, 이곳 날씨가 일주일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바뀐다고 하시더만 이제부턴 왠지 비가 계속 올것 같은 느낌...ㅠㅠ
오늘 아침식사 시간이 5시였는데, 그만 5시반으로 착각하고 새벽에 늦장을 부려 허둥대며 짐을 꾸렸어도 15분이 늦었다.
염소탕이 식었다고 다시 데워주었는데, 어제 저녁때 끓인 염소탕을 계속 끓이니 그만 너무 졸여져서 짜서 먹기가 힘들다.
고기 한 점 뜯고, 숭늉 조금 마시고는, 가지고 나간 미숫가루를 한 컵 타서 마시고는 곧바로 출발했다.
날씨가 나빠서 험준한 알리캠프까지 3 스테이지를 간다는건 무리일뿐만 아니라, 시야도 좋지않을게 뻔해서 그냥 콩코르디아로 하산하기로 했다.
사실 한켠에선 가고 싶기도 하고, 갈 수 있을것 같기도 했지만 허술한 차림의 포터들과 스텝들을 봐서라도 무리한 진행은 하지 않기로 한것이다.
늦어서 허둥대는 아침이었지만 그래도 헤마옛 손가락 치료를 게을리 할 수는 없어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치료를 해주었다.
매일 치료를 해주는데도 잘 낫지않는것이 아무래도 보조쿡인 미르자가 콩코르디아에서 우리의 큰 짐을 지키고 있는지라
이 추운곳에서 헤마옛 혼자서 하자니 더 그런것 같다.
어젯밤 두통약을 얻어간 포터는 나를 보더니, 컨디션 굿! 이라고 손을 치켜 세운다.
병원에서 처방받아간 두통약이라 혈관확장제와 위장약까지 있어서 효과가 더 좋았을 것이다.
다른 포터들 건강도 일일이 다 체크했다.
전부터 치통때문에 고생하는 포터에겐 약사인 이풀이 약을 더 처방해 주었다.
모든 점검 완료....6시 출발했다.
날씨가 나빠 출발을 서둘렀지만 30분 늦은 출발이다.
가셔브룸1,2 에서 알리캠프쪽으로 가는 길은 어느새 구름으로 완전 뒤덮였다.
그쪽은 날씨가 점점 더 나빠지는것만 같다.
다행히 우리가 내려가는 쪽은 아직은 괜찮다.
왠지 날씨가 좋아질것 같은 예감마저 든다.
알리캠프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체력도 비축해야 하기때문에....
앞으로 남은 일정도 우리에겐 만만치 않은 매우 빡센 일정이고, 어제 일정도 2 스테이지였을 뿐만 아니라 알리캠프를 갔더라면 연일 3스테이지로
내 달려야 하기때문이다.
고산 트래킹에서의 무리한 일정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들인 지라...
더우기 나쁜 날씨에서라면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까지의 여정만으로도 날씨, 풍광,모두의 컨디션에서 거의 퍼펙트한 여정이었으므로 더 욕심낼것이 없다고...
이구동성 말을 이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구름이 점 점 산 능선을 덮어 씌우고 있었다.
가셔브룸1과 스노우돔, 발토르 캉그리는 구름에 완전히 휩쌓였다.
그래도 무엇이 아쉬운 지 발걸음이 얼음 땡이 되어 쉬이 내딛여지지 않는다.
그렇겠지!
우리가 가고자 했던 그 최종 목적지...K2bc와 가셔브룸1,2bc 를 딛고 이제는 떠나고 있는거잖아~
다시는 올 수 없는곳...
꿈에서나 다시 저곳에 발을 디뎌볼까....
알리캠프를 가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라 지금 이곳...우리의 목적지였던 가셔브룸 1,2bc를 떠나기가 아쉬운거지.
아니, 지금 이 순간 딛고 있는 곳...
내 시야에 펼쳐진 모든 곳이 벌써부터 절절해지는 거지~
올라갈때 '날으는 슈퍼우먼'놀이를 하면서 수없이 뜀뛰기를 했던 곳....
환상적인 아브루찌 빙하가 양옆으로 끝없이 흘러가고 그 가운데 산처럼 솟아오른 돌산-모레인 빙하에 또다시 멈춰섰다.
이번에도 여전히 배낭을 벗어 버리고 한바탕 모델놀이를 했다.
출발 직전, 비가 곧 쏟아질것만 같아 서둘렀던 발걸음을 늦추며 우리는 쉴 기회만 있으면 쉬었다.
사실, 컨디션도 좋았고 아무래도 하산길이어서 힘들건 없었다.
그냥 ...아쉬움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모레인 빙하 돌바닥에 누웠다.
온 몸에 모기만한 기운도 남기지 않고 터엉 비운 채 그냥 하염없이 시야에 들어오는것을 담았다.
걸으면서 보이는것....
앉아서 보이는 것...
누워서 보이는 것이 그렇게도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또 느끼는 희열감에 빠져들었다..
면도날 처럼 뾰족 뾰족한 능선의 자태가 볼때마다 기막히다.
어느 능선 하나 매끈한 능선이 없는것이...둔탁한 못으로는 표현하기 힘들고 뾰족한 팬으로만 표현이 가능하지 않을까...뜬금없는 생각까지...
이렇게 쉬며 걸어도 내리막이라 오를때 보다는 한결 걸음걸이가 빨라 어제의 점심장소를 지나쳤다.
아직 시간이 워낙 일러서....
사이 사이 쉬면서 간식도 먹으며 오를때 보았어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풍광에 사로잡혔지만
걸을땐 거의 바닥만 보고 걸어야 했다.
빙하의 오르내림과 가파름이 워낙 심해서 여늬 하산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험하기 때문이다.
강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면 얼어붙었던 모레인 빙하 돌산 사이의 얼음덩이들이 녹아서 매우 미끄럽게 되었다.
하마터면 깍아지른 10여미터의 절벽 사면길에서 미끄러져 큰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
다행히 바짝 뒤따라 오던 알쏭과 포터들이 미끄러지는 내 발을 바쳤고, 연이어 모두들 달려들어 받쳐서 위기를 모면했다.
드디어 점심 장소에 도착했다.
그냥 이대로 걸어가면 12시쯤 콩코르디아에 도착할것 같은데, 워낙 이른 새벽에 대충 아침을 먹은 지라....
간단하게라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말 맛없는 파키스탄 라면<우리나라 라면스프를 넣었어도....>이다.
그나마 콩코르디아에서 담근 양배추 김치가 이제서야 맛이들어 함께 먹으니 좀 낫다.
자두크기 만한 사과가 오늘은 2개씩 배분되었다.
많아서가 아니라 군데 군데 썩어들어가는 것이 이제 곧 다 썩어버릴것 같아서 먹어치우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과가 남아 있었다는게 어딘가~ 김치도 있고...그리 생각해야지. ㅎㅎ
비스켓과 견과류 몇개 먹고는 점심을 끝냈다.
사실, 알리 캠프 갈 지도 모른다고...어젯밤 짐을 꾸리며 잔뜩 챙겨넣었던 간식을 먹으면서 내려와서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오늘도 포터들과 스텝들은 한 켠에서 식자재통을 두두리며 또 노랫가락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늘의 춤꾼은 헤마옛이 아니라 가이드 '임티아스'다.
탄성을 내지를 만큼 잘 추는 헤마옛과는 비교불가이지만 임티아스 나름의 예쁘고 귀여운 춤사위였다.
오늘도 이 순간...이들의 청순할 정도의 순박한 모습에 그냥 온 몸에 평화로움과 행복감과 여유로 가득해진다.
고된 삶속에서도 친절하며 언제나 웃음을 잃지않는....
어쩌면 이들에겐 이 험준한 곳을 찾는 우리들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 우리들의 지친 모습을 위로해주고,
우리의 감동스런 표정에 함께 감동해주고...
격려하고, 박수쳐주는 이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진정한 삶의 감동을 얻은것이 아닐까...생각 들었다.
앞뒤로 구름이 가득하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가는 길만 하늘이 파랗게 뚫렸고 비가 안왔다.
이미 알리캠프쪽은 눈과 비가 쏟아지고 있는듯, 구름에 완전 덮혔다.
컨디션들도 좋은데다가 운까지 기막히게 따라준다는 우쭐한 기분에 날듯이 거친 돌사면 길과 미끄러운 얼음덩이가 드러난 빙하 길을 걸었다.
엄청난 빙하계곡과 눈쎄락이 눈앞에 나타났다.
K2bc갈때 임티아스가 아이젠도 없이 저 높은 눈 산에 올라 놀라움을 주었는데, 이번엔 쿡이자 클라이머이기도 한 헤마옛이 오르기 시작한다.
아놔~
이번엔 헤마옛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달려들어 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임티아스는 꼭대기 끝까지 올라 폼을 재었고, 알쏭, 버럭이, 나까지 용기를 내어 올랐다.
알리캠프를 갔었더라면 이보다 훨씬 험준한 빙산을 수없이 오르고 내렸을 지 모른다.
2시간여를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있었다고 했으니까...
모두들 크라이머가 된 양 신바람이 나서 모델놀이를 펼쳤다.
헐~~
이곳에서의 교만함과 우쭐됨 이라니...감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속을 걷자니, 하루 일정이 남게된 날에 '트랑고 타워'를 갈까...아침에 말을 했었지만, 금새 빨리 하산하고 싶다는 맘뿐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무엇에 홀린것 마냥....
파아란 초록과 야생화가 만발한 세상이 그리워 졌다.
아니, 얼음빙하 돌밭이 아닌 편안한 침대에서도 자고싶어졌다.
아악!!
이건 완전 위험수위다.
아직 멀었는데...빨리 추트론에 내려가서 뜨거운 물에 온천도 맘껏 하고싶고....
살구와 메론, 망고등 싱싱한 과일도 맘껏 먹고 싶다.
아!! 갑자기 비를 맞으니 그동안 판타스틱한 풍광과 모험심과 도전에 매료되어 까마득히 잊었던 평범한 감정이 폭발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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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캠프사이트가 시야에 들어왔다.
일본 팀들이 아직도 그냥 있었다.
알고보니, 그들의 종착지는 이곳-콩코르디아 였던 것이다.
비는 이내 그쳤다.
오르는데 10시간 걸린다는 G2bc까지 우린 7시간 반만에 올랐고, 하산은 점심시간 1시간을 빼면 6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중간 중간 누워서 휴식하고 맘껏 사진 찍고 놀은걸 감안하면 정말 슈퍼맨, 슈퍼우먼들...거기다가 컨디션까지 짱인것 같다.
침낭까지 펴고 잠시 누웠다.
편안함이 온 몸을 감싼다.
그냥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안하고, 가장 작은 공간-텐트안의 침낭속에 누워 있자니, 그 크기와 반비례하듯 편안함이 온 몸을 감싸온다.
날씨가 흐린데도 춥지않아 코인 티슈 한 뭉치로 온 몸 샤워를 했다.
몇 방울씩 떨어지는 빗소리도 고요함을 더해주어 너무나 좋다.
저녁 반찬을 도와줄까...생각하다 그만두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비를 맞으며 잠시 폭발했던 감정이
텔레파시를 통해 스텝진들에게 닿았나??
느닷없는 쫑파티에 우리는 기쁨을 넘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축하 초코케잌이라니....
이곳 해발고도 4,600m의 빙하 위 콩코르디아에서...
그것도 우리가 디딘곳을 고불 고불 힘들게 글자를 새겨서...
갑자기 우리가 해낸 감동과 이들에 대한 고마움에
울컥하는 맘이 인다.
컷팅은 제일 연로하신 분인 내가 했다. ㅋㅋ~
맛??
정말 빙하위에서 그것도 케잌이란 맛을 잊어먹을 즈음 먹어서가 아니라 진짜 너무 맛있었다.
달달한 케익이 아니라 어쩌면 그렇게도 구수하고 담백한 지....
대한민국 산악인-김미곤 브로드피크 등정 성공 쎄레모니때 먹었던 케익과는 또 비교도 되지 않을 감동의 맛이었다.
제빵기기도 없이 솥에다 구워낸 케잌...
까마득한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댁에서나 보았던 무쇠솥에 해낸 밥맛이랄까...
어쩌면 이 초코케잌 맛이 가슴 절절하도록 그리워 질지도 모르겠다.
Antonio Vivaldi 1678 ~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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