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76.K2/콩코르디아에서 우루두카스까지...운무에 휩쌓인 매혹적인 풍광에 사로잡히다.

나베가 2015. 3. 9. 22:46

 

 

 

밤새 비가 왔다.

절대 고요속에서 텐트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너무 좋았지만 마냥 낭만속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상황....

오늘 일정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눈을 뜨니 새벽 3시반이다.

여지없이 오늘도 배아픔의 시작으로 출발이다.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젯밤 우산을 주방에 놓고는 안가지고 들어왔다.

제법 비가 많이 오고있는데...ㅠㅠ

할수없이 우비를 꺼내 입고 새벽이라기 보다는 깜깜한 한밤중에 밖으로 나가 볼일을 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식사가 5시반으로 이르다.

좀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훌훌 유혹을 떨궈내 버리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비가 좀 잦아드나....??

텐트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순하다.

 

 

 

 

 

 

된장국과 김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을 서둘렀다.

오늘도 역시 아주 빡센 일정이기 때문이다.

2스테이지로 연이어 이틀 동안 올라온 일정을 단 하루만에 우르두카스까지 내려간다.

그래서 오늘은 여늬때 챙겼던 간식에 추가해 힘들때 먹으려고 가져온 산삼 배양근 환도 챙겨 넣었다.

 

비는 거의 잦아들었으나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 지 몰라서 우비를 따로 배낭에 챙겨넣고,

아예 바지는 오버트라우저 방수 바지에 패딩 고어쟈켓을 입고 카메라도 배낭에 집어넣은 채 출발했다.

신기하게도 밤새 그리 쏟아지던 빗줄기가 새벽녘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출발할 즈음엔 거의 멎은 상태가 되었다.

 

 

 

 

 

 

하늘을 거의 매운 하얀 구름들 사이로 사알짝 고개를 내밀듯 보이는 파아란 하늘과

한 줄기 하얀 구름들이 검은 암산 중간에 걸쳐 있는 모습들은 탄성을 자아내리 만치 환상였다.

일정이 길어 서둘러 걸어야 하는데, 발목을 잡혀 걸어갈 수가 없다.

결국 배낭을 벗어 짐꾸릴때 아예 집어 넣었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었다.

 

 

 

 

자욱한 운무속 거대한 암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포터들의 모습은 마치 그 안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는것만 같다.

그래서 더 판타스틱하고 매혹적이다.

 

 

 

 

 

 

오를때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눈쎄락에 탄성을 내며 한 판 화보촬영에 열광을 했었는데.....

오늘은 하얀 쎄락 뒤의 검은 암산을 휘감은 구름들때문에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 전혀 다른 풍광으로 시야를 메운다.

 

 

 

 

 

 

 

 

 

 

 

 

 

내리막 길이라 고도가 낮아져 좀 수월하기는 하지만, 돌산 처럼 보이는 모레인 빙하가 끝없이 펼쳐지며

여전히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코 만만잖은 하산길이다.

그래도 우리들이야 훨씬 낫지만, 이미 소진된 짐의 무게만큼 포터들이 하산을 하기때문에

내리막을 걷는 포터들이라고 해도 그들 무게는 여전히 25kg으로 힘든 트래킹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매혹적인 풍광속 포터들의 모습은 그냥 한 폭의 그림이다.

 

 

 

 

 

 

잠시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 포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세상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파키스탄만의 독특한 풍광이니까.

 

 

 

 

 

 

 

 

 

 

 

 

 

 

 

 

 

 

 

 

 

 

 

 

 

 

 

 

 

 

 

 

 

 

 

 

 

 

 

 

 

 

 

이제는 모두들 고산에 완전히 적응이 된걸까....

아님, K2,브로드피크, 가셔브룸1,2 정령의 보살핌때문일까...

컨디션들이 연일 최상인것 같다.

순간 순간 매혹적 풍광에 사로잡혀

발길을 붙잡혔지만 날으는 슈퍼맨, 슈퍼우먼들 처럼 펄펄 날듯 걸었다.

 

고로2에 도착했다.

콩코르디아에 하루 머물다가 흐린 날씨때문에 제대로 신들의정원 -콩코르디아의 풍광도 만끽하지 못하고 하산하는 일본팀을 비롯해서 제법 많은 트래커들로 붐볐다.

 

비는 멎었지만 궂은 날씨에 맨바닥에서 점심을 해먹기가 그랬는 지, 어떻게 남의 캠프사이트를 잠깐 빌려서 점심을 준비했다.

나는 그 사이에 우리가 준비해간 건조식품을 이용해서 재빨리 우거지 국을 긇였다.

그리고 이풀이 가져온 목이버섯을 데쳐서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니 마치 신선한 야채를 먹는 듯 어찌나 신선하고 맛있던 지....

원래 우리의 점심으로 준비했던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까지 먹으니 금새 속이 든든해진다.

 

 

 

 

 

 

남의 캠프사이트를 빌린고로 여느때 처럼 1시간씩 즐기던 점심시간을 서둘러 마치고 출발을 서둘렀다.

그런데 임티아스가 혓바늘이 섰다고 우리에게 보여준다.

에고~ 다른 약과 연고는 다 가져왔는데, 혀에 바르는 '오라메디'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이풀과 나는 똑같이 안타까워 했다.

 

'임티아스가 몹시 힘든가 보다' 라고...

그 혓바늘은 힘들어서 생긴거라고...

그랬더니, 강한 부정을 하며 자기는 힘이 넘쳐난다고 포즈를 취해 보인다.

그 모습조차 안타까워 내가 먹으려고 가져갔던 고 품질 종합 비타민제 여러알을 임티아스 손에 쥐어 주었다.

그때 마침 미르자가 나타났다.

그래 미르자에게도 한 웅큼 쥐어주고 있는데... 또 헤마옛이 걸리는 거다.

 

"에잇~ 그래 다 주자. 나는 힘이 넘쳐나는데 뭘..."

정말 일정에 딱 맞게 숫자까지 헤아려 간 종합 비타민제를 세명에게 나누어 주고 나니, 남는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아직 한 참 남은 일정이 걱정되기 보단 마음이 뿌듯해져서 인 지 기운이 더 펄펄 나는것 같다.

 

 

 

 

 

스텝들에 대한 고마움에 작은 선물을 한것 같아 기분이 업되어 있는데, 일본팀 포터 말들이 한 무리 떼지어 내려간다.

기막힌 포커스가 아닐 수 없다.

여러가지로 흥분된 기분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운무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점 점 더 주변을 잠식하고 든다.

이젠 거대한 암산 조차 다 삼켜 버릴 기세다.

그 모습이 두렵다기 보다는 치명적일 만큼 몽환적 아름다움에 휩쌓이게 했지만, 언제 비가 쏟아 부울 지 모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글쎄~

이제까지 일정중 가장 빠른 속도가 아니었을까...

비가 오지만 않는다면....

이런 몽환적 발토로 빙하를 밤까지 걸어도 괜찮을것 같은데.....

 

 

 

 

 

 

 

Carl Doy / Piano by Candlelight Carl Doy (New Zealand pianist)

Saint-Saens Le Cygne (The Swan) Cellow Soloist David Chicke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