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78.K2/매혹적인 우르두카스의 풍광...치명적인 난코스...

나베가 2015. 3. 12. 20:19

 

 

 

어젯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새벽에 나가보니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기분까지 상큼하다.

오늘도 5시반 식사에 6시 출발이라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기막힌 풍광을 눈에만 담을 수는 없어

카메라를 챙겨들고 나섰다.

빠유피크 (Paiju Peak 6,610m) 울리비아호(Uli Biaho Tower 6,109m),그레이트 트랑고 타워(Great Trango Tower 6,286m) 캐스트럴 타워 Cathedral Tower 5,866m)가 한 눈아래 좌악 펼쳐지는 정말 최고의 조망권을 자랑하는 우르두카스가 아닐 수 없다.

 

 

 

어제내린 비의 흔적일까...

아직 하늘 가득한 구름들은 마치 일렬로 줄서서 올림픽 마스게임이라도 펼쳐보이듯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그 구름층과 거대한 피라밋을 세워놓은듯한 트랑고산군 사이로 고개를 내민 하얀 설산-빠유피크는 마치 미지의 유토피아 같은 느낌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 아래로 태초의 모습처럼 험하게 펼쳐져 있는 모레인 빙하와 그 한가운데 호수속에 담긴 파아란 하늘의 하얀 구름들의 향연까지 보태지니..

이게 지금 현실인가....

내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건 아닌가....

반지의 제왕 한 장면속에 순간 이동해 있는 듯한 느낌이라 정신줄을 제대로 잡고 있기가 힘들다.

 

 

 

 

렌즈를 당겨본다.

울리비아호 타워와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가 비상하고 있는 띠 구름들 속에서 정말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우뚝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다.

지구상 어디에 저렇게 6,000m급의 거대한 탑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과연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조금  렌즈를 더 옮겨서 당겨본다.

이제는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와 캐스트럴 타워가 렌즈를 가득 메우고 들어온다.

그 모습이...흘러드는 구름의 향연 조차 날려버린듯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장엄하다 못해 위압감 마저 느껴진다.

 

 

 

 

한동안을 그 자리에서 얼음땡이 된 채로 카메라 렌즈속에 트랑고 산군을 담았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방팀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오늘 아침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문득 뜬금없는 생각이 또 든다.

 

 

 

캠프지 뒷쪽을 바라다보니, 자칫 바람이라도 쎄게 부는날이면 혹여 굴러 떨어질 지도 모를 거대한 바위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아닌게 아니라 커다란 바위가 떨어지면서 둘로 쪼개져 지명이 되었다는 우르두카스다.

몇년 전에도 산사태로 바위가 캠프지를 덮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다시 나의 시선은 트랑고 산군에 고정되어 졌다.

아무리 바라보고 있어도 ...

손으로 살을 꼬집어 보아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장면이다.

 

어느 순간... 어디에선가....

머언 유토피아의 대 부대들이 불쑥 튀어 나올것만 같다.

 

글쎄..뭘 타고 달려들까...

말타고??

그려~ 아무래도 나의 상상력의 한계는 그뿐이여~

그런데 말타고 어디서 솟아날까??

하늘 저 구름층 사이로??

오호~ 그러고 보니 저 구름속에서 불쑥 나타날것 같기도 하네~

그러고 보면 또 말보다는 새의 모습일것 같기도 하고...

 

아니...으음...

울리비아호 모서리를 돌아 대 부대들이 말타고 용맹스럽게 나타날것 같기도 해~

아니, 호수에 잠긴 하늘에서 솟아 오르는건 아닐까....ㅋㅋ

 

에구~~

이건 순 판타지 영화의 후유증이구먼~

 

 

 

미지의 판타지 세계속에 한없이 빠져들어 하염없이 셔터를 눌렀다.

렌즈를 당겨보기도 하고...

조리개를 바꿔보기도 하고...

요기 조기 화각을 옮겨보기도 하고...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수많은 작품을 해내는 화가처럼 색깔까지 입혀 보기도 하면서.....

 

 

 

 

 

한바탕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보느라 출발 준비로 분주했다.

아침도 허둥지둥 여유없게 먹었지만,이정도의 댓가는 얼마든 지 치러도 좋을 우르두카스의 아침 산책이었다.

 

오늘도 4,060m의 우르두카스에서 3,400m 의 빠유까지 20km가 넘는 코스를 한번에 내려가는 빡센 일정이다.

 

하긴 올라올때도 이렇게 한 숨에 올라온 코스이긴 하지만, 다른 팀들은 죽어서 밤 늦게 도착했다는 코스다.

우린 모두 예정시간 보다 훨씬 빨리 좋은 컨디션으로 올라서 '스트롱 맨, 우먼' 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코스...

 

현저하게 기온이 올라갈것을 대비해 옷차림은 아주 가볍게 여름옷차림으로 입고, 대신 고어쟈켓을 입고, 만약을 대비해 얇은 패딩도 하나 챙겨넣었다.

 

 

 

 

 

 

우르두카스 캠프지는 높은 바위 언덕 꼭대기에 있어 마치 피크를 오르듯 올라야 하는 곳이라 막바지에 풀어졌던 긴장감에 더욱 힘들게 하는 곳인 만큼

내리막도 만만찮게 가파라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푸른 초록과 예쁜 꽃들에 또 정신이 팔려서 어떻게 내려갔는 지....

한걸음 내려와 트랑고 산군에 정신줄 놓고...

또 한걸음 내려 야생화에 반해  걸음을 멈춰서고...

위험해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카메라가 망가져서 액정이 나오지 않아 꽃을 담아 트랑고 산군을 담을 수 없음에 안타까움만 컸다.

 

 

 

 

 

 

 

이제 본격적인 우르두카스이 진면목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바위 하나가 구르기 시작하면 와르르 모든 바위가 그 진동으로 따라 흘러내릴것 같은 위험 천만 낙석코스...

그러다 보니 길도 없어 바위들을 딛고 걸어야 하는데, 어느 돌이 안정적인 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난다.

정말 위험해서 재빨리 지나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은건 (물론 임티아스가 찍은것이지만...) 이 험준함을 알리고자 하는 일렴...ㅋ~

 

 


 

 

 

마치 하늘나라의 쪽배를 타고 하늘 하늘 나란히 퍼져 트랑고 산군을 유영하듯 떠 있던 구름들이 어느사이 사방으로 번져서

트랑고 산군을 완전히 덮을 기대다.

아니, 그레이트 트랑고 타워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간 모습이 흡사 그 뒤에서 뭔가가 터진것 같은 형상이기도 하다.

아!!

정말 이 모습 또한 장관이다!

 

 

 

 

한동안 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트랑고 타워와 캐스트럴 사이로 흘러내리는 둥게 빙하( Dunge Glacier)의  모습도 매혹적이고, 그 양옆에 온 모습을 다 드러내놓고 딱 버티고 있는

거대 암벽...트랑고 타워와 캐스트럴 타워의 모습은 더욱 판타지로 이끌어 간다.

 

 

 

 

운무의 향연은 끝모를 줄 모르고 펼쳐졌다.

아!!

대체 하늘에서 뭔일이 터진걸까...

 

 

 

 


 

 

 

 

 

 

 

 

 

 

 

산 봉우리 정상에서 수백대 트럭분의 돌덩이를 쏟아 부은 듯한 험준한 길을 걸었다.

순간 어젯밤에 내리던 비를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세상에~~ 이 험악한 길에 비까지 계속 내렸더라면 어땠을까고...

 

그래도 비경앞에선 또 화보촬영을 하고 가야지~

날카로운 암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빙하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빙하를 돌아 나오니 거대한 암벽사이를 뚫고 또 꽃이 피어있다.

참으로 이 척박한 환경에서 꽃을 저리 피우고 있다니...정말 생명력도 강한 꽃이다.

아니, 그냥 꽃이라기 보단 카라코람의 정령이 우리들을 위해 저리 피어있는 건 지도 모르지~

힘내라고...

그 도전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험악한 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도저히 우리가 이 길을 걸어 올랐다는 것이 믿겨지지도 않고 실감나지도 않았다.

수시로 작은 산사태는 일어나고 있고, 없던 호수도 갑자기 생기곤 한다는데...

마치도 우리가 K2bc와 G1,2bc를 갔다 온 사이 뭔일이 생긴것만 같았다.

 

세상에~

우리가 이 길을 갔었단거야??

그렇다면 분명 오를때는 훨씬 더 힘들었을텐데, 왜 머릿속이 백지장이지?

 

그랬을 지도 모른다.

이리 험하고 가파른 돌더미 낙석지역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훨씬 더 위험하고 힘들다는것...

아! 맞아~ 그랬던 거야.ㅠㅠ 

 

 

 

 

빙하 건너편으로는 판타지 같은 암벽의 트랑고 산군이 눈을 사로잡지만, 우리가 가는 이쪽은 또 전혀 상반된 흙더미 산이 우리를 위협했다.

그야말로 낙석 위험지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저리 희귀한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참으로 빙하를 사이에 두고 하늘의 모습까지 이리도 다를까...

운무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트랑고 산군과는 달리 이쪽은 또 파아란 하늘이라니...

 

 

 

 

 

한동안 파아란 하늘을 주시하다가 뒤를 돌아 보았다.

한 무리의 말부대가 돌더미 위에 나타났다.

아! 세상에 ....

짐을 잔뜩 싣고 이 가파른 돌 사면을 어찌 내려올까나~

자칫 균형이라도 잃으면 그냥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거다.

조바심과 걱정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발길을 잡는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오를때 떨어져 죽은 말의 사채가 어디선가 썩는 지 냄새가 진동한다.ㅠㅠ

 

 

 

 

하늘은 저리도 파아랗고 한 줄 피어오르는 하얀 뭉게 구름도 저리 이쁜데....

갑자기 울컥한 마음에 가슴 한 켠 통증이 인다.

 

 

 

 

 

 

 

 

Elizabath Lamott , The Last Dream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