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길도 험하고 모두 낙석지역이라서 딱히 쉴만한 곳이 없어 엉덩이 붙이고 앉기는 커녕 물 한잔 마실 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가까스로 쉴만한 곳을 찾아 앉았다.
그래봤자 여전히 낙석지역인 커다란 바위밑이다.
그래도 잠시 앉아 간식을 먹으며 쉬니 좋다.
사실 10분이면 점심장소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점심 먹을 만한 장소가 나타날것 같지 않아서...ㅠㅠ
에고~
이번엔 진짜 임티아스 말이 맞았네~
매번 가이드의 말에 30분 아니, 그 이상을 더 보태야했기에 앉아서 간식을 먹었는데, 정말 10여분 뒤에 점심장소인 '릴리고'에 도착했다.
딱 4시간 반만이다.
벌써 도착한 포터들과 쿡팀은 우리가 편하게 쉴 타프까지 아늑하게 쳐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얼마만에 보는 타프인 지....
등산화벗고 들어가 벌렁 누우니 감개가 다 무량하다.
오늘도 점심은 삶은 달걀과 삶은 감자...그리고 늘 있는 비스켓, 사탕....그리고 볶음밥이다.
네팔의 딩부제 감자만 맛있는줄 알았더니, 파키스탄 감자도 맛있다.
모두들 삶은 감자와 달걀도 맛있다고...히히낙낙이다.
컨디션들이 모두 좋은 것이다.
사실, 컨디션이 나쁘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해 놓아도 먹기는 커녕 그 냄새조차도 맡기 힘들다.
내가 아스꼴리서 출발해 빠유까지는 뜨거운 열사에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는 지, 모래알 씹는것 같아 전혀 먹지를 못했었다.
암튼 시간이 흐를수록 모두가 체력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더욱 더 좋아지는것 같아 천만 다행이다.
오랫만에 타프도 쳐놨으니 잠깐이라도 오수를 즐겨야겠지??
그러고 보니, 이 험한 K2여정에 발토로 빙하위에서 우리처럼 오수를 즐기고 간 사람들이 있을까??
혹성 탈출에라도 나올법한 풍광속 빙하 돌더미 위에서 한가로이 낮잠이라니....ㅎㅎ
죽어서 꿈에서나 다시 있을 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후가 되니 해가 강해져서 걷기가 더 힘이 든다.
그러고 보니, 우르두카스를 중심으로 빠유에서 우르두카스, 그리고 우르두카스에서 고로1까지가 가장 험준한 구간이었던것 같다.
걸으면서 어제도 오늘도 고개를 다 설레 설레 저을 정도였으니까.
마치 처음 부닺힌 길인 양...이런 길을 대체 어찌 갔을까...싶은 것이다.
순간 순간 넋을 잃을 정도의 험준한 빙하와 바윗돌 산...
그러고 보면 K2여정에서 그냥 평범한 흙길이 단 한 순간이라도 있었던 가 ...싶다.
그래도 이렇듯 날씨가 좋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걸어도 걸어도 트랑고 산군과, 캐스트럴타워, 롭상 스파이어는 시야를 벗어나지 않고 우리를 잡아 끌었다.
이제는 트랑고 산군이 운무속에서 몽환적이긴 하지만 좀더 깊숙히까지 보인다.
잠깐 이었지만 또 트랑고 타워에 대한 미련에 아쉬움이 인다.
저 거대한 암벽 속으로 들어가면 과연 그 느낌이 어떨까...
가위가 눌려 트래킹에 차질을 빗는건 아닐까??
잠시 몽환적 분위기와 아쉬움에 휩쓸려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여전히 험한 빙하위 돌길의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잠깐 멈춰서서 시야끝까지 내다 본다.
아!! 이대로 가도 가도 돌길의 끝은 보이지 않을것만 같다.
지독하다!
아까부터 버럭이가 뒤처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보이지가 않는다.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일행들을 체크하며 걸었는데, 어느 순간 버럭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임티아스는 돌길 언덕 꼭대기에 서서 초인적인 눈을 가진 사람 마냥 멀리까지 내다보며 버럭이를 기다렸고,
나는 먼저 내려와 커다란 바위위에 누웠다.
온 세상이 다 내것인 양...배포가 커지는것만 같다.
한 참 뒤에 버럭이와 함께 임티아스가 내려왔다.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그래도 다행이다.
점심 먹은게 안좋았는 지, 다 토했다고 한다.
고산 트래킹에서 구토증세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고산증으로 오면 더욱 심각해지지만, 하산중인 버럭이는 그럴 이유는 없고 생각보다는 어제 오늘 코스가 좀 힘들었나보다.
우리 여자들 보고 '독한 여자들' 이라고 말하는거 보면....ㅎㅎ
첫번째 코스였던 낭가파르밧과 라카포시 일정에서 요사니와 남수에게서 들은 '사이보그' 보다는 좀 약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사이보그도 맞고, 독한 여자도 맞는 말인거 같다. ㅋㅋ
처음부터 산귀신 처럼 날랐던 이풀이야 말할것도 없고, 초반에 좀 힘들어 했던 알쏭도 이제는 훨훨 날고,
나 역시 모든게 다 맛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상당히 좋다.ㅎㅎ
버럭이를 기다리느라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는데, 우리보다 앞서 내려갔던 포터들과 만났다.
이들 역시 나와같이 4~5000m의 고도에서도 추운곳이 낳은 지 3000m대의 뜨거운 열사아래 걷기가 훨씬 더 힘이 드나보다.
하산길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쉬고, 앉아 쉬고 있음에도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염소를 잡다가 크게 다친 아저씨는 나만 보면 고마움인 지, 좋아선 지 그냥 환한 모습을 보이신다.
그런데 역시 오늘은 표정이...
이 아저씨는 정말 완전히 지친 모습이다.
어쩌나~~
아직도 갈길은 멀고...
점 점 더 작렬하는 태양열을 받으며 저 25kg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하는데....
카메라를 들이밀며 보니 입술도 부르텄다.
트래킹 내내 밀가루 반죽의 짜파티에 밀크티가 전부였던 저들의 식사....
그나마도 가져온 식량이 얼마나 남았을까...
어제 오늘 계속해서 빡센 여정에...혹여 부족해서 그나마 먹던 식량의 양도 파악 줄여서 먹은건 아닐까....
알리캠프를 갈까 말까...궁리하고 있을때 언뜻 포터들의 식량이 빠듯하단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아!!점심들이나 먹었을라나~~ㅠㅠ
너무 오래 쉬면 안된다.
알쏭은 벌써 출발해서 저만치 가고 있다.
사막 썰매라도 타고 내려가야 할것 같은...보기에도 질려버리는 랜드 슬라이딩 구간이다.
그 끝은 또 절벽....
헬기에라도 실려갈것 같았던 포터 ....
다시 그 무거운 짐을 꾸리고 저 가파르고 험한 구간을 건너간다.
포터들의 힘듦과는 달리 올라갈때 이 사막 길을 걷느라 그렇게도 힘들었는데,
사방에 넓부러진게 여전히 돌더미지만 그래도 발바닥에 흙이 닿는다는게 이 얼마만인 지.....
시야를 멀찌감치 두고 걸어도 된다는게 얼마나 편한 지...
마치 비단길인 양 더위나 뜨거움 조차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
잠시 멈춰서서 뒤돌아본 풍광에 또 탄성을 내 뱉는다.
이제는 점 점 멀어져 가는 트랑고 산군, 캐스트럴 타워와 롭상 스파이어가 그 앞으로 흘러가는 강물까지 어우러져 환상이다.
몇날 며칠을 두고 걸어온 저 곳...
그 광활함에 가슴이 뻥~ 하고 뚤린다.
돌을 뿌려놓은 것 같은 돌밭의 향연이 또 끝없다.
이 많은 돌들이 어디서 다 생긴것일까....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수없이 일어난 산사태로 저기 어디서부터 굴러 떨어진 돌들이겠지??
수많은 세월이 흘러 갈고 다져지면서 지금의 잔돌들이 되어버린....
이 역시 참으로 대단한 돌밭이다.
우와~
드디어 빠유로 입성하는 문이 보인다.
빠유에서 우르두카스까지 2-스테이지를 오르는데는 보통 12~13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올라갈때 10시간...
오늘 하산할때는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해서 8시간에 걸었다.
참으로 다행스런것이 아직까지 모든 일행들의 컨디션이 쌩쌩한 거다.
사막의 뜨거운 열기라고 할까...
빠유 캠프장의 물들이 미지근하니 씻기에 딱 좋다.
오랫만에 빨래감도 한 보따리 챙겨들고 나와 맘껏 세탁해서 널고, 샤워부스에 들어가 제대로 된 샤워까지 했다.
이렇게 해가 좋을땐 또 트래킹할때의 처참함과는 상반되게 흥분되는 일이 또 있다.
나의 에너지 보충을 탄탄하게 해줄 침낭과 우모복 거풍하기와 쏠라 밧데리 충전하기다.
참으로 웃긴다고 표현해야 할까....
우르두카스에서도 콩코르디아에서도 K2bc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G1,2bc에서도 매 순간 감동의 연속이었건만
빠유 캠프지에 오니 왜 이렇게 맘이 편하고 좋은걸까....
따듯한 물에 씻을 수 있고, 입었던 옷을 깨끗이 세탁할 수 있음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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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극상해서 온 몸이 날아갈듯 하니, 나의 주방에서의 일에도 한국 주부의 근성이 나온다.
가져간 미역을 데치고 오이와 양파, 고추가루를 넣어 초무침을 하고,
불린 미역과 역시 내가 가져간 표고버섯을 넣어 냉동 건조식품으로 나온 시금치 우거지국을 풀어 한국식 국을 제대로 끓였다.
그리고 감자와 햄과 각종 야채를 채썰어서 볶음 요리도 만들었다.
모든게 제대로 맛을 낸다.
저녁 만찬을 벌이고, 끓인 물을 식혀서 정수해서 내일 마실 물병에 담고, 우아하게 드립커피도 내려서 마셨다.
그런데, 갑자기 포터들이 우리보고 춤을 추자는 거다.
K2bc에서 하산하면서 한바탕 정령께 온몸으로 감사 제례(?)를 바치느라 춤을 추었더니....
빠유에 가서 또 하자더만....
오~~NO!!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넓직한 캠프지에 포터들 다들모여 가스불 밝혀놓고 벌써 온갖 그릇들 동원하여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제까지 그 힘든 여정을 함께 하며 고생했는데...왠지 저들의 흥을 깨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에 잠깐만 들여다 보기로 했다.
밖에 나갔는데,어쩌면 하늘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우리 시야가 닿는 쪽 한곳에만 진주 펄처럼 광택이 나는 하얀구름이 깃털처럼 번져 있었다.(사진의 위쪽 하얗게 나온것이 구름임)
정말이지 그 모습이 너무나 매혹적이라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우린 계단으로 내려가 포터들의 여흥장소로 갔다.
우리가 오는 것을 본 포터들은 신바람이 나 더욱 목청을 높이며 흥을 돋구었다.
이 흥겨움에 빠유 캠프지에 있던 포터와 트래커들이 삼삼오오 모두 모여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누군가가 가운데로 나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바퀴를 비잉 돌듯이 춤사위를 벌이고 들어가면 또 다른 사람이 나와서 그리 춤을 추고...
춤사위는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잠깐만 들이밀고 들어가려 했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모두는 이 분위기에 휩쓸리더라는 거지~
버럭이가 나가서 멋진 춤사위를 벌였고...
이풀도 나가 한 바탕 돌고...
강하게 부정하며 머리를 흔들었던 알쏭도 신바람이 나 춤사위를 벌였다.
우리 모두가 이리 흥겨웁게 춤을 추니 빠유 캠프지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헤마몟도 일어서고, 임티아스도 일어서고, 악바르...그외 모르는 타 그룹 포터들까지도 끊이지 않고 춤을 이어갔다.
그 말없고 얌전하던 미르자는 그야말로 광기에 젖어 들은 듯 박수를 치며 노랫가락을 흘렸다.
그 모습에 반했다고 말하면 이 나이에 완전 정신줄이 빠진건가??
아니~
이풀도 미르자의 이 열광하는 모습에 완전 반했다고 했어~
아!!
드디어 노란머리, 푸른 눈동자의 훈남들까지 무대 안으로 등장했다.
어머나 세상에~~ 여기서도 '강남 스타일' 의 말춤이라니~~
아니, 우리도 저 안에 뛰어 들어 같이 말춤을 추어야 하는데...말춤 그거 어떻게 추는 거였지요??
그거돔 알려주세염~~ㅠㅠ
아놔~이건 뭐~ 체면이 안서는구만..ㅠㅠ
아무래도 다음 여정땐 반드시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배워 와야 할것만 같아~
달빛을 받으며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추는 슬로베니아 훈남들의 출연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한 순간에 진주 펄빛 구름이 퍼져 나간 시점의 첨봉 꼭지점에서 쑈옥 솟아 오른 달 때문이었는지...
우린 마치 뭔가에 홀려 엑스터시에 빠진 양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일제히 가운데로 뛰쳐나가 솟아 오른 달을 향해 손을 꽂으며 달춤을 추어댔다.
일명 '달춤' 이라고 명명하며...
얼마만에 이토록 열광적 분위기에 빠져들어 쉼없이 춤을 추어본 걸까....
아니, 앞으로 죽을때까지 이런 분위기속에서의 춤을 출일은 없을것만 같다.
칠흙같이 까만 하늘...오직 한군데...저 진주빛 구름이 퍼지는 하늘아래서...
갑자기 그 극점에.... 첨봉 꼭지점에서 솟아 오른 달에...
모두가 미친듯이 하나되어 달을 가리키며 달춤을 추어볼까.....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벌써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대로 끝내기가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때가 바로 끝낼때가 아니겠는가~
내일의 여정도 또 있으니...
모두가 흩어져 자신의 잠자리로 찾아 들었다.
그런데 아쉬움이 아직 많았는 지, 역시 젊은이들은 남아 더 여흥을 즐겼다.
식자재 기구들이 아닌 진짜 악기인 작은 만도린을 울리며 ....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또 우리의 발걸음도 쉬이 떼어지지 않는다.
이풀이 가져온 고성능 LED 헤드랜턴을 그들에게 비춰주며 인간 가로등을 해주며 그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참으로 젊음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보고 있는것 같아 흡족하기도 하고....
빠유피크에 오를 저들이 가지고 온 작은 만도린을 보고 있자니, 이 극한 지역에 오면서 악기를 들고온 저들의 삶의 여유로움이 또 부럽기도 하고...
이제는 잠자리로 들어가야 한다.
저들도 이젠 그만 들어가 자라고...
우린 인간 가로등불을 껐다.
'빌리티스'의 Theme / Anne V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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