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82.K2 여정의 끝을 향하여...졸라에서 아스꼴리로...최상의 컨디션으로 여정을 만끽하다...

나베가 2015. 3. 20. 18:00

 

 

 

오늘도 여지없이 알람이 울리기도 전인 4시에 깼다.

결국 헤드랜턴은 완전히 망가져 고칠 수 없고, 이 사실을 안 버럭이는 자신의 헤드랜턴을 내게 주었다.

자기는 핸폰 후레쉬가 있으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사실 나 역시 보조 랜턴이 있기는 했으나 그 밝기가 얼마나 어두운 지....

암튼...오늘 새벽에도 버럭이 덕분으로 밝은 헤드랜턴의 도움으로 짐을 꾸렸다.

버럭이의 착한 마음과 배려심에 감동지수 배가 되는 순간이다.

 

 

 

망가진 헤드랜턴과 씨름하다 허둥대던 어제 새벽과는 달리 아침 시간이 여유롭다.

짐을 다 꾸리고 밖으로 나와보니, 하늘이 기막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새털구름~~~

아!!

어젯밤 그 모습 그대로네~~

 

마치 일출때문에 밝은 것이 아니라 은빛 구름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으로 아침이 밝은 것만 같다.

탄성이 터질 만큼....

하늘을 향해 쳐든 고개를 떨구어 낼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모습이다.

저만 치 수풀넘어 보이는 바코르다스 봉은 '최고야!' 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듯 더없이 매혹적으로 보인다.

 

<바코르다스봉 Bakhor Das Peak 5,809m>

 

 

여유가 있어 주방으로 가니, 아침식사로 어젯밤 이풀이 말했던 우리의 약과와 비슷한 도넛을 튀겨내고 있다.

우리가 준비해간  '시금치 우거지'국 건조식품에다 말린 표고버섯과 미역을 넣고 맛있게 끓여내고,

이풀이 준비해온 목이버섯을 뜨거운 물에 불려 찬물로 헹구워낸 뒤 와사비 초장과 함께 내서 아침을 준비했다.

컨디션들도 좋은데다가 맛있는 우리네 국과 반찬, 거기다 고소한 도넛까지 있으니 모두들 맛있게 잘 먹는다.

 

 

 

포터들이 너무 서둘러 모두가 허둥대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모두가 여유롭다.

아무래도 악명높았던 K2여정의 끝날이기 때문이리라.

 

 

 

스텝들과 포터들의 신발이 가벼워졌다.

아끼려고 그런 듯, 등산화를 신었던 헤마옛은 슬리퍼를 신었고, 임티아스도 가벼운 운동화를 신었다.

 

지칠대로 지친 몸에 한없이 야속했던 ...졸라 캠프지를 눈앞에 보고도 두모르도 강을 건너기 위해 한참을 올라왔던 졸라 브릿지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는것에 그저 모든게 신바람이 난듯 우리 스텝들이 한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저런 모습은 카메라에 담아줘야지~ ㅎㅎ

그리고 나도 똑같이 폼 잡아 본다.

 

 

 

북쪽 라톡 산군의 북쪽 사면에서 시작한 판마 (Panmah)빙하에서 내려오는 거친 두모르도 강물은 오늘도 여지없이 졸라 브릿지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며 성난 파도처럼 흘러간다.

강물의 흐름이 얼마나 빠르고 거칠면 커다란 돌덩이들을 휩쓸고 저리 흘러갈까...

그 돌덩이들의 부딪힘이 짙은 흙탕물 속에서 우르릉 꽝 꽝..소릴 내며 흐른다.

 

 

 

하늘 빛은 여전히 새털구름에 반사되어 은빛을 내며 매혹적이다.

오를때는 모랫길에 반 발자욱씩 밀려 걸음걸이를 힘들게만 했던 고운 모래 사장이었거늘,

이제는 돌덩이 대신 발바닥에 닿는 부드러움이 그저 비단길 처럼 느껴진다.

 

 

 

 

 

 

 

얼마를 걸었을까...

신바람이 나 속도를 내며

아스꼴리를 향해 내달렸다.

 

저만치에

트래커들에게 잠깐 동안만이라도 그늘막이 되어줄 원두막 같은것이 보인다.

 

오를땐 구세주 처럼 보였든 원두막....

오늘은 그저 기념 사진 한 컷만을 누른 채 그냥 지나쳤다.

 

지친 막바지에 나타났던

오를때와는 달리

하산길인 오늘은 아직 시간도 일러 그리 뜨겁지도 않을 뿐더러

기운도 넘쳐나니...ㅎㅎ

 

 

 

 

 

 

 

 

 

아스꼴리를 향해 걷는 내내 '바코르다스 봉(Bakhor Das Peak 5,809m) 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파아란 하늘아래 그 모습도 멋졌지만, 마치 그 모습이 '넌 최고야!' 라고  손가락을 치켜든 양 칭찬하고 있는것 같아

의기 양양해 지는 것이다.

 

 

 

어느새 끔찍히도 험한 낙석지역 절벽 끝길에 닿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기막힌 뷰가 아닐 수 없다.

공포심은 커녕 온갖 폼까지 재어가며 화보 촬영이다.

 

 

 

 

 

 

 

임티아스는 한 술 더 떠 아주 으악 소리 나게 절벽 끝자락에 선다.

 

 

 

 

 

 

저 멀리 절벽 끝을 걸어오고 있는 한 마리의 말과 포터의 모습이 잡힌다.

아!!

아찔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 사로잡는....

멋지다!

 

 

 




 

<바코르다스봉 Bakhor Das Peak 5,809m>

 

 

 

 

딸랑이는 방울소리에 뒤를 돌아다 본다.

우리의 짐을 싣고 가는 말무리다.

 

 

 

 

 

저 절벽끝 모서리를 지나면 이제는 가파른 절벽길이 끝나는가 했더니, 갈수록 태산이다.

이제는 마치 하늘 끝닿을 피크를 향해 가듯 가파른 절벽길을 오른다.

먼발치서 저들이 지나는 그 아래를 보자니, 너무도 아찔하여 신음소리가 절로 터진다.

 

50kg이 넘는 무거운 짐을 싣고 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면 말들도 공포심을 느낄까?
아!! 그렇겠지??

심지어 떨어져 죽은 말들도 많은데....왜 동물들이라고 모를까...

어쩌면 둔한 우리 인간보다 감각적으로 훨씬 예민한 동물들이 더 심하게 느낄 수도 있을것 같아~

 

 

 

 

 

 


 

 

 

절벽 사면길을 무사 통과하고 얼마나 내달렸을까...

아찔한 뷰를 지나선 지 한동안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걸었다.

글쎄...한 시간쯤 내달린것 같다.

 

그리고 점심 장소인 고로폰에 도착했다.

돌더미 사이로 군데 군데 물길이 있어

이 황량한 곳에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고 있는 고로폰.....

 

뜨거움에 지쳐 밥알이 모래알 같아 도저히 먹히지 않았던 혹독한 K2여정의 첫 점심장소...

그나마 한 잔 마시고 싶던 커피도 시멘트 물빛을 보고 포기했던 잔인한 고로폰이었었는데....ㅎㅎ

 

그런데 오늘은 신기할 정도로 고로폰이 운치가 있는게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아무리 비경이라도 내 컨디션 만큼 보이고 느껴진다는게 딱 맞는 말인것 같다.

 

아침에 튀겨낸 도넛이 맛있다고 했더니, 점심으로도 내 놓았다.

볶음밥에 치즈를 얹어 먹고 곁들어 목이버섯 데친것을 와사비 장에 찍어 먹으니 훌륭하다.

 

오늘은 왠지 모든 여정이 여유로와 쳐놓은 타프속에 들어가 한바탕 오수를 즐겼다.

사방으로 들어오는 풍광속에 산들 바람까지 맞으며 누워 있자니 저절로 꿈결속으로 빨려든다.

잠깐 동안의 오수를 깨고 이제는 진짜 K2 여정의 끝을 향해 출발이다.

 

 

 

 

 

글쎄...

벌써부터 마지막 이라는 느낌에 아쉬운 맘이 폭발했을까...

우린 오랫만에 단체 사진을 찍었다.

에구~

벌써 발 빠른 이풀은 앞서 내달렸네~

 


 




빠유의 달밤 축제에서 반해 버린 핸썸 보이인 미르자와 한 컷....

 

 

K2여정의 출발점이자 기착지인 아스꼴리가 가까워짐에 아쉬움이 커만 간다.

 

 

 

엘가//'아침의 노래' (Chanson de matin) Op.15/2 - 애드리언 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