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84.K2 여정의 끝/악명높은 아스꼴리...산사태로 다리가 끊기고...또 산사태...작별...

나베가 2015. 3. 23. 18:34

 

 

어젯밤 ...

벅찬 감정으로 사진을 보다가 새벽 2시를 넘긴 시각에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4시즈음에 깼다.

이젠 몸이 이 시각에 익숙해졌나 보다.

 

여전히....

K2를 무사히 끝냈다는 격한 감정이 가라앉질 않는다.

한바탕 꿈을 꾸고 지금 마악 깨어난것 같은 느낌....

그리고 오늘 새로운 여행을 또 시작하는 첫날 인것 같은 설레임....

이제까지 정들었던 포터들과 알쏭과 헤어진다는 섭한 마음...

이 모든 것들이 뒤엉켜 혼미스러운 상태였다고나 할까....

 

이리 저리 꿈자리를 추스리듯 뒤척이다 40분에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 마지막으로 염소를 잡다 손을 다친 포터 아저씨 드레싱을 해주었다.

비교적 상태가 깨끗이 아물고 있기는 했지만, 워낙 크게 다쳐서 꿰멨어야 했기에 아직도 치료중이다.

 

이때 또 다른 포터 아저씨가 내게로 와서 서성인다.

알고보니, 갈라진 발뒤꿈치 치료를 받고 싶은 거였다.

오랜 세월... 저 험한 길을 슬리퍼를 신고 다녀 갈라진 발 뒤꿈치를 어찌 이 한번의 치료로 나아질까 싶었지만 얼마나 아프면 왔을까싶어 치료를 해주기 시작했다.

 

새까매진 발을 뜨거운 물에 거즈를 담가 닦아내고는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아주 두텁게 대고 반창고로 단단히 붙여주었다.

 

글쎄...

내 생전에 아이들 키울때 빼고 다른 사람 발을 닦아준 적이 있을까....

그러나 저들을 향한 고마움과 측은한 맘이 들으니 절로 발을 닦아주게 되더라는....

뭐...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던 심정이랄까...ㅋㅋ

 

 

 

 

 

서둘러 출발하는 포터들과 눈이 마주치자 그동안 정이 들어 섭한 마음이 가슴을 또 뭉클하게 한다.

약간의 팁을 그들의 손에 살짝 쥐어 주고는 얼른 짚차에 올라탔다.

 

아!!

이젠 진정 이곳을 떠나는 구나~

K2여정이 진짜 끝난거였어.

 

 

 

 

벌써 까마득해진 마의 아스꼴리 길...

 

그렇게도 마음 단단히 먹고 스카르두에서 출발하여 아스꼴리로 향하던 길이었건만...

새삼 눈앞에 펼쳐지는 험악한 길은 그 전의 기억을 까마득히 잊은 듯 가슴을 쮸삣 쮸삣하게 만들정도로 새롭게 다가왔다. 

더더구나 앞자리이자 낭떠러지길 쪽으로 가고 있자니 곧 차가 절벽으로 꼬꾸라질것만 같아 절로 비명이 터진다.

 

아!!

그제서야 K2여정으로 백지장이 되어버린 아스꼴리길에 대한 기억이 살아나는 듯 하다.

 

지상 최고의 오프로드...

아니,지옥으로 가는 길...

아니, K2 발토로 빙하로 들어가기 위한 신의 퍼밋...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갖다 붙이며 의자에도 앉지 못하고

짚차 바닥에 앉아서 왔던 그 생생함이 온몸에 전율을 일케 했다.

아찔한 낭떠러지 커브길을 돌자 우리 차를 뒤따라 오는 스텝과 포터들의 트럭이 보였다.

 

세상에~

우리 차에 일행 4명이 타고,  모든 스텝과 포터들이 짐과 함께 작은 트럭 한대에 다 탄것이다.

짐 위로 마치 지붕에라도 앉은 듯 산더미 처럼 타고 앉은 모습으로 절벽 낭떠러지 길을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야말로 아찔함에 머릿속이 다 띵해져 온다.

그럼에도 신난다고 손을 흔들고 난리다.

오랜 기간 동안 우리와는 달리 일로 가족을 떠나와 이제 돈까지 벌어 집으로 돌아가니 얼마나 좋을까...

무엇보다 모두 무사귀환이니, 저들의 얼굴엔 그저 함박미소로 가득하다.

 

아!!

그러나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란 말인가!!

다리가 끊겼다니.....

 

 

 

 

 

우리가 K2를 가기위해 발토로 빙하를 걷는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렇게도 끔찍한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건너편쪽 이 엄청난 축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다리 마저 파손되었다는 거 아냐~

 

차에서 내려 끊어진 다리를 보았다.

끊어진 다리 양 옆으로는 집채만한 돌더미가 굴러 떨어져 있었고 다리 축대는 정말 흔적도 없이 다 떠내려 가고 없었다.

반대편 우리가 있는곳의 축대를 다시 보았다.

아무리 상상을 해보려 해도 어찌 이 튼튼한 축대가 완전히 존재감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 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다리를 묶고 있는 큰 쇠줄은 축대 뒷편에 나 있는 또 다른 축대에 매달려 있기는 하나 본 다리는 완전히 파손되어 10여미터나 공중에 떠 있는데...

어찌한다는 걸까....

그제서야 악명높은 아스꼴리 길이 가슴에 화악 꽂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텝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아무 걱정하지 말랜다.

아무 문제될게 없다고....

짐은 밧줄로 묶어 건너편으로 보내고, 우리는 다른 우회길을 찾아보겠다나.....

 

트럭의 짐은 순식간에 다 내려지고 헤마옛과 임티아스는 정신없이 왔다갔다 한다.

한참만에 내게 오더니, 혹시 캬라비너가 있느냐고 묻는다.

 

내겐 없는게 없지~ 난 준비녀라고~~ ㅋ~

뭐 또 필요한거 없어??

하네스도 있고, 헬멧도 있는데....ㅋㅋ

 

건너 편 사람들과 교신하며 가까스로 밧줄을 묶어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많은 말과 포터들이 짐을 옮길때도 우리의 여정에 이렇게도 짐이 많은 줄 미처 못 느꼈었는데, 정말 한줄 외줄을 타며 옮겨지는 짐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많아 보이는 지...

 

 

 

 

그 사이 ...

어떤 사람은 열심히 돌을 주어다 반대편쪽에 축대를 쌓고 있었다.

 

저 축대는 어쩌려고 쌓는거지?? 그나 저나 언제 저 축대를 쌓나~

 

그러나 놀라우리 만치 축대는 쑥 쑥 올라오고 있었다.

그 사이 어떻게들 이 소식들을 접하고 나오는 건 지, 마치 숲속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것 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어디서들 가지고 나오는 건 지, 기인 통나무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이 첩첩 산중에서도 혹시 핸드폰이 터지는 건가??

아니면 이들은 축지법이라도 써서 날아다니며 소문을 퍼뜨리는건가??

아님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는건가??
 

 

 

어젯밤 잠을 못자서 차안에서 졸다가 너무 뜨거워 차에서 내렸다.

차를 그늘막으로 삼아 돌더미 위에 앉아 졸다 구경하다...하며 시간을 보냈다.

배가 슬슬 고파온다.

배낭엔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스카루두에서 아스꼴리로 들어갈때는 산사태가 나서 걸어들어갈 수도 있음과 우리의 짐이 함께 들어갈 수 없음에 아무데서나 잘 수도 있음까지 감안해 충분한 물과 먹거리, 잠자리까지 넣어 배낭짐을 꾸렸건만,

같은 길을 나가는데....

어찌 배낭에 이처럼 아무것도 챙겨넣지 않고, 온천할 생각만으로 출발했을까....ㅠㅠ

 

 

 

그래도 아까 카고백에 있던 캬라비너를 꺼내느라고 가방을 끄집어 내놓은 터라 짚 지붕으로 올라가 가방에서 먹거리를 꺼내 요기를 했다.

어느듯 시간은 3시간을 넘게 지나고 있었다.

한켠에선 열심히 다리를 잇고 있었고, 그 사이 우리의 그 많은 짐은 다 옮겨졌다.

헤마옛이 거의 탈진이 되어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손을 엉망이 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모습...

두통까지 호소한다.

우리는 얼른 진통제와 파워 에너지젤과 에너지 바를 그에게 먹였다.

 

 

 

짐만 옮기고 다른 우회길을 찾아 본다더니, 어느새 기적처럼 다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10미터도 훨씬 더 되는 구간을 5미터 남짓 되는 통나무들 가지고 어찌 이어 붙였는 지, 나무다리가 닿을곳까지 축대를 쌓고

그 위로 제법 사람이 건너갈 만큼의 다리가 놓아졌다.

우리의 배낭도 그들이 지고 임티아스와 헤마옛이 앞뒤로 우리를 보호하고 우린 기어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밑에선 시커먼 강물이 험악하게 흘러내려 갔지만, 우리는 모두 거뜬하게 잘 건넜다.

두려움과 공포심만 극복할 수 있다면 무엇을 못할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 끝에 서서 어느새 달인이 되어 있는 지도 몰랐다.

 

 

 

이들은 아스꼴리에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겠지?

이 힘든 노역을 하고 얼마의 임금을 받아가는 걸까....

우리들을 무사히 다 떠나 보내고 발길을 돌려 가는 이들을 보니, 고맙기도 하고, 이들의 척박한 삶이 애처롭기도 하다.

 

 

 

 

 

 

 

 

 

다리를 건너 조금 걸으니, 어찌 또 연락들이 된건 지 우리를 싣고 나갈 작은 트럭이 대기를 하고 있다.

짚차 한대와 작은 트럭 한대에 나오던 우린 이제는 트럭 한대에 모조리 타야하는 거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못가서 또 내려야 했다.

산사태가 또 난것이다.

 

우린 차에서 내려 걷고,

포터들은 또 짐을 매고 산사태로 막힌 구간을 걸어야 했다.

건너와서 보니 정말 아찔한 랜드 슬라이딩 구간이 아닐 수 없다.

 

산사태가 언제 난 것인 지....

그래서 근처 마을 사람들이 대기를 하며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지, 이곳 역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우리 포터들과 함께 우리의 많은 짐들을 순식간에 날라 주었다.

 

산사태 지역을 건너니 2대의 차량이 또 대기하고 있다.

우린 그저 이 모든 사태와 빠른 대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바탕...

아니, 두번이나 치뤄낸 엄청난 아스꼴리의 대 사태에 대해서도 모두들 담담한 듯 보인다.

뭐...

이정도야 늘 있는 일이라는 듯....

아니, 이렇듯 험준한 곳에서의 삶이란

조급해 하거나 애간장을 태울것도 없이

이렇듯 다 비워내고...

오로지 신의 뜻에 순응하면서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너무나 엄청난 사태를 2번이나 당하고 나니

들어갈때 내내 비명을 지르며 그 비명소리에 또 박장대소를 하는 분열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담담한 마음으로 험로를 달렸다.그렇게 아팔리곤에 도착했다.

 

처음...

다리가 끊긴 것을 발견했을땐 오늘 아스꼴리를 나오지 못할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우린 오늘도 기적같이

이곳 '아팔리곤'에서 점심을 먹는 기적을 느꼈다.

 

 

 

 

 

이곳 식당은 정말 치킨 커리와 난이 환상이다.

특히 커다란 화덕에서 구워내는 난은 그 담백함과 고소함이 압권이다.

 

우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K2여정이 끝나갈 즈음부터 그렇게도 싱싱한 과일이 간절하여 눈앞에 날아다니던 살구도 많이 달라고 해서 미친듯이 먹고, 콜라와 커피까지 양껏 먹었다.

그러나 맘편했던 우리와는 달리 스텝들에겐 오늘의 이 사태가 엄청난 스트레스와 힘듦을 안겨 주었는 지, 

헤마옛은 여전히 두통을 호소했고, 임티아스는 짐을 밧줄로 옮기느라 얼마나 힘을 썼는 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헤마옛에겐 두통약을 주고, 임티아스에겐 파스를 붙여주고,아스꼴리 출발부터 위가 아프다던 미르자에겐 이풀이 위장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리곤 미르자는 스카르두에 가면 병원에 가 볼것을 권유하였다. 

 

 

 

 

체크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모두 헤어진다는 거다.

임티아스를 비롯 헤마옛과 미르자는 당연히 우리의 제 3부 여행에 동참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임티아스를 뺀 나머지 모두와 작별이었다.

 

아!!

스카르두에서 K2여정이 시작되던 첫날, 요사니와 남수와 헤어지기도 그리 섭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알쏭을 비롯 모든 스텝과 포터들과 모조리 헤어짐이라니....

그 섭섭함과 석별의 정이 얼마나 크던 지,  우린 수도없이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달랬다.

 

포터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과 18일 동안 함께 했던 여정이 스크린 처럼 지나쳤다.

힘든 여정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않고 환한 미소로 반기고 대했던 그들....

우리가 한없이 고마워야 할 그들이 되려 우리의 작은 배려-함께 춤추고 간식과 약을 챙겨주고 치료해 주었던 일들에 그리도 고마워 했던 그들의

표정이 너무도 생생했다.

 

 

 

이렇게 우린 진정으로 K2여정을 끝내고 알쏭과 헤마옛과 미르자를 비롯 모든 포터들은 스카르두로 가고, 우린 K2여정의 피로를 풀기위해

파키스탄에서 유명하다는 '추트론 온천장'으로 향했다.

북적댐 속에서 지내다가 이풀과 버럭이와 나, 그리고 임티아스만이 차를 타고 이동하자니 왜 그렇게 차안이 썰렁한 지...

왠지 그들이 떠난게 아니라 우리만이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마을을 벗어나 한참 가니, 강건너 쪽으로 녹음이 푸르른 곳이 보였다.

우리의 예측대로 '추트론' 이란다.

헐!!

그런데 추트론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이곳도 또 무너져 내려 다른 곳으로 우회를 해서 건너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린 조금만 올라가면 또 다른 다리가 나타나 금방 강을 건너 추트론으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이 길 역시 작은 산사태들이 많이 일어나 수없이 많은 돌길과 물길을 건너며 달려야 했다.

이제는 왠만한 곳은 되려 그 익사이팅을 즐기게 되었으니, 우리의 입에선 그칠 줄 모르고 온갖 유머를 풀어헤치며 웃음꽃을 피워냈다.

 

 

 

 

 

문득 생각하니,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간것 같은데, 강건너 갈 다리는 당췌 보이지 않고 한없이 달려가는것만 같다.

이정도를 달렸다면 강을 건너 다시 내려갈 일도 또 까마득하다는 건데....

아니, 얼추 스카르두에 도착할것도 같은데...

아닌게 아니라 저 산만 넘으면 스카르두란다.

허어걱!!!

 

그말에 기가 턱 막히기도 했지만, 또 그 사실이 너무 웃기다고 우린 또 박장대소를 했다.

드디어 눈앞에 다리가 나타났고, 그 다리를 건너서 4시간여를 또 달려야 추트론이란다.

길은 이제까지와는 너무도 다른 신세계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스팔트가 기막히게 닦여있을 뿐만아니라 탁 트인 시야로 흐르는 강과 멀리 보이는 풍광 또한 환호를 지를 만큼 판타스틱했다.

우당탕 거리는 오프로드 길만 달리다가 이처럼 비단 길이 나오면 운전 기사가 적응이 안될까 ...뜬금없는 걱정을 순간 해본다.ㅋㅋ

 

 

 

 

에잇~

입이 방정이지.

환타스틱한 아스팔트 길은 어느새 끝나고 또다시 오프로드 길의 연속이었다.

아니, 도대체 우리가 K2여정을 밟고 있는 사이 이곳 파키스탄 도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사방 다리가 끊기고 산사태에 이처럼

온 동네 길에 물길이 터져 폭포처럼 흘러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둥 이 난리굿이란 말인가!!

 

어느새 4시간이면 도착할거라는 시간에 닿았다.

저만치에 마을이 보인다.

분명 저곳 어딘가에 온천장이 있을거란 우리의 예측을 빗기고 차는 계속 달려들어갔다.

어느새 주위는 어둠이 잠식하고 들어와 칠흙같이 깜깜한 밤이 되었다.

왠지 앞으로는 마을이 나올것같지가 않았다.

 

혹시....추트론 온천장...귀곡산장 같은곳 아닐까....??

순간 온 몸에 쮸삣함이 돈다.

에잇~ 괜찮아~

우리들 기가 너무 쎄서 귀곡산장이어도 문제없어.

 

우린 이 말을 해놓고도 또 웃겨서 배꼽이 빠지라고 또 웃었다.

아!! 정말 우리가 생각해도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인 시간을 한시도 쉬지 않고 서로 웃기고 웃겨서 배를 잡고 웃었다니....

 

이런 사이 드디어 우리 차가 섰다.

헤트라이트에 비친 너무나 멋진 하얀 대문.....

헐!!

안으로 들어서자 하얀 집에 하얀 대리석이 깔려있는 너무나 멋진 팬션같은 집이었다.

안채와 별개로 독채로 된 이 집은 그냥 높은 사람의 별장같은 분위기....

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낡긴 했어도 안의 인테리어나 가구, 커튼...등이 예사롭지 않았다.

넓다란 거실을 두고 커다란 방이 2개였는데, 버럭이와 이풀,내가 각각 쓰기로 짐을 풀고 그림같은 잔디위에서 소박한 저녁을 먹었다.

 

 

 

 

13시간의 기인 오프로드 길 이동....

온천은 커녕 이풀은 그냥 쓰러져 자고, 버럭이와 나는 거실에 앉아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너무 늦은 시간이 된걸까...

이곳도 전력이 약해 시간제로 운영하는 지 갑자기 전등이 나갔다.

잠시 허둥대며 랜턴을 켜고 있자니, 깜깜한 어둠속에 하얀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얼마나 이쁜 지....

적막감에 나뭇잎이 바람에 세차게 흩날리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메운다.

 

아!!

폭풍의 언덕....

느닷없이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떠오르다니....

 

 <어찌...끊긴 다리를 탈출한 이후부터는 사진이 한 장도 없는건 지...

   아예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는 꺼내지도 않았나 보다. 그냥...정말로 완전히 쉬고 싶었나 보다.

  낡았지만 꽤 운치있었던 추트론의 하얀 집 사진도 단 한장도 없다니...ㅠㅠ>

 

 

베토벤 현악4중주 16번(관현악편곡)
3rd mov. Lento assai e cantante tranquillo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