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86.파키스탄3부.../스카르두(Skardu)에서 칸데((Kanday)까지...또 다른 랠리의 시작 1

나베가 2015. 3. 30. 23:09

 

 

 

이제는 잠이 줄은건 지, 아니면 일어나는 시간이 몸에 베인건 지, 몇시에 잠이 들건 상관없이 4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잠시 뒤척이다 4시반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7시반 아침식사에 9시 출발이니 널널한 시간 여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찍 준비를 시작한 건

가족과 단체 카톡을 하기 위해서다.

오늘 이곳 스카르두를 떠나면 또 열흘이 넘게 연락이 두절되기 때문....

참으로 이 소중한 새벽이 안타깝고도 절절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가끔은 이렇게 가족이 다 떠나 있는것도 괜찮은 것도 같다.

차라리 항상 같이 집에 있을때 보다도 더 절절한 마음에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니....

아끼고 배려하고 고마워 하는 마음도 더 절절하고.... 

 

 

 

9시 10분전에 로비로 내려갔다.

가이드인 임티아스와 익발 동생 샤키가 벌써 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짚 기사가 다름아닌 '써밋 카라코람사' 사장인 익발의 동생 '샤키'인 것이다.

 

오호!

왠지 오늘 이 드라이브가 상당히 기대가 되는걸~

저들의 마을...'칸데'는 과연 어떤 곳일까...

 

오늘은 숙소도 일반 롯지나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저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다니

이제서야 진정 이들의 삶의 모습을 알게 될것 같아 그 또한 기대가 된다.

 

 

 

도로가에 있는 마셔브룸 호텔을 나서면 바로 시장통으로 연결이 되어 볼거리가 수북하다.

벌써 이곳을 몇번이나 왔다 갔다 지나쳤어도 여전히 이들의 삶의 모습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년 전으로 이동한것 처럼 이색적이어서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돌담 벽에 구두 바닥창을 나란히 붙여놓고 한 평도 채 안되는 곳에 구두 수선방을 차려놓고 있는 모습은

사진을 좋아하는 나에겐 매혹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내 어릴적 시절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고,

그 시절...욕심없고 맘 편했던 기억에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내게 차라리 편안해 보이기도 하고....

특이한 복장의 파키스탄 사람들과 한가로이 가게앞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듯한 모습들이...

가게에 걸려있는 초라한 물건들 조차도 수십년 전 추억을 떠올리게 하니, 이또한 그리운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진다.

 

 

 

금새 도심을 벗어나 벌써 스카르두를 까마득하게 떠나온것 같은 느낌이다.

이 길 역시 벌써 몇 번을 보았을 풍광인데, 여전히 탄성을 지르게 한다.

강물의 빠른 유속의 흐름때문인 지, 고운 강모래가 수직 둔턱을 이룬 모습하며, 굽이 굽이 휘돌아 나가며 모래 섬을 만들어 놓은 모습하며....

그 뒤로 파키스탄에 발을 들여밀고서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눈을 사로잡는 거대한 암산들의 모습은

봐도 봐도 새롭게만 느껴지는 풍광이다.

 

 

 

 

 

시원스레 흐르는 강물과 탁 트인 모래사장을 벗어나 이내 첩첩산중으로 들어설듯 하다.

그러나 우리가 아스꼴리를 가기 위해 들어선 길을 비껴 다른 길로 들어선다.

그 길 역시 비경의 연속이다.

아니, 단지 이제까지 보던 비경에 환호하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잘 닦여진 도로포장을 달리는 기분이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질주의 쾌감을 맛보게 했다고나 할까....

 

 

 

자연의 위대함은 시야가 닿는곳 어디서나 느끼게 했다.

거대한 하나의 암산 덩어리에 그 어디 흙이 있을까 싶지만....여지없이 초록 숲을 만들어 내고,

강섶으로 생긴 주상절리와도 같은 수직 벽은 더욱 환상적인 풍경으로 몰아간다. 

 

 

 

그렇게 가다 보면 이내 또 마을이 나온다.

인간이 도저히 살 수 없는곳 같은데...분위기상 또 풀한 포기 자랄 수 없을것 같은데...

놀랍게도 그 한가운데로 이렇게 잘 가꾸어진 농경지가 있다. 

이토록 척박한 곳에  비옥한 토지를 주어 사람이 살게끔 한것 같아 자연의 베품에 숙연해 지기도 하고

어쩌면 척박한 땅을 살기위해 인간의 노력으로 가꾸어 낸것 같기도 하여 또 그 위대함 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신나게 질주하는 풍광은 또다른 풍광으로 바뀌었다.

시커먼 암산덩어리가 아닌 고운 모래 사막같기도 하고, 순식간에 다 흘러내려 버릴것도 같은 곱디 고운 흙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저렇듯 흙이 흘러내려 강물에 섞이니 저토록 짙은 흙탕물이 흘러내려갈 밖에 없다고 중얼거려도 본다.

 

 

 

 

 

 

우리의 짚은 그야말로 그 어느때 보다도 쾌속 질주했다.

스피커에선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우린 그 속도 만큼이나 아스꼴리로 들어가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스릴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마치 끝없는 사막산을 누비며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고 할까...

 

 

 

 

달리고 싶은 본능을 느끼는 것은 비단 말뿐이 아닌것 같다.

사람도 하나 없고, 차도 없는 이 길을 달리고 있자니, 운전대를 잡은것도 아닌데, 한없이 질주하고 싶은 본능이 꿈틀댄다.

이런 우리의 맘을 눈치챈건 지, 아님 샤키도 우리와 똑같아 마냥 달리고 싶었는 지....

구불 구불 강줄기를 따라 나 있는 도로를 질주했다.

 

 

 

거친 빙하위를 걷던 험란한 여정의 K2에 대한 기억은 벌써 아련해 졌다.

앞으로도 해발고도 5000m의 험준한 익발 탑과 밍글로 부룩...등의 트래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

우리 머릿속은 그저 아무 생각도 없이 텅~ 비어 그저 이 순간에 몰두했다.

 

파키스탄의 제 3부의 여정은 이거였어!

트래킹이 아닌, 사막을 질주하는....

이렇듯 험한 구불길을 질주하는 랠리인것이었어~

 

와아~~

정말 신나는데...

아주 짜릿해!! 

K2 여정 뒤, 이처럼 질주하는 또 다른 랠리를 넣은것은 최고로 멋진 프로그램이었어!

 

 

 

 

왠지 이 길은 반드시 K2여정을 딛고 나서 달려야 할것 같은 느낌이었다.

돌 덩이 길, 거친 크레바스 빙하길...을 16일 동안 걷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서야만 하는 길...

그래야 이 길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것만 같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현실이 아닌 한 폭의 그림같은 풍광....

 

나는 이 길로 들어서면서 부터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사실 카메라가 계속 속을 섞혀 찍히기는 하는데, 액정 화면이 그만 죽어버려 쌩쌩 달리는 차안에서 뷰파인더를 보고 사진을 찍는다는게 불가능 했다.

끊임없이 질주하는 그 속도 만큼 비경은 펼쳐지고...

참을 수 없는 마음에 나는 아예 카메라를 유리창 밖에 내어 그냥 셔터를 눌러댔다.

이러고 있는 나를 보고 마치 총을 쏘고 있는것 같다고...버럭이와 이풀은 또  깔깔대었다

내가 생각해도 웃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라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 했다.

통곡하며 울어도 시원찮을 일에 이리 재밌다고 웃어 재끼다니...

정신줄은 이미 출발 하기 전부터 놓은것 같다.

 

 

 

 

 

 

 

강 건너 랜드 슬라이딩 구간에 실처럼 길이 나 있다.

대체 저 위험한 곳에 길이 있다니, 과연 저곳을 산사태를 맞지 않고 순식간에 지나칠 수 있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느낌을 배재할 수가 없다.

 

아니, 아니잖아~

혹시 저 길에서 이쪽을 바라보면 이 길도 저 처럼 보이는것 아닐까...

우리가 달리고 있는 도로 옆 산도 저런 모습??

헐!!

 

 

 

 

 

 

 

 

 

 

 

 

 

 

 

 

사실, 우린 모두 위험 불감증에 걸린 지 이미 오래전이다.

파키스탄에 도착한 첫날부터 칠라스로 들어가는 그 여정에 산사태를 만나 무려 12시간을 갇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색적인 광경에 몰두하여 카메라에 담으며 흥분했으니까...

아니,험할수록 그 스릴감에 환호하며 신바람이 난건 지, 정신줄을 빼앗긴 건 지 히히낙낙 했으니까...

 

 

 

와아~~

사람이다!!

 

오랜 시간을 달리는 내내 사람은 커녕 지나치는 차도 거의 없었는데 사람이 오고 있었다.

그 뒤로 멋진 다리가 보이는거 보니, 강 건어 마을 사람들이 저 다리를 건너 온것 같다.

멋졌다!

아무 이유없이 그냥 이 풍경속에 사람이 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다리에 바짝 다가섰다.

우와!!

멋지다!

 

이제까지 우리가 아스꼴리를 가면서 보았던 다리와는 너무도 다른...

약간의 타원 곡선을 이루어 매달려 있는 다리가 튼튼해 보이면서도 멋드러졌다.

 

 

 

 

 

 

저 다리를 건너 저 초록마을 어디쯤이 칸데일까....??

혹시 저 다리를 건너지 않을까....

잠시 마음을 모아봤지만, 짚은 쌩~ 하고 다리를 지나쳤다.

그리고 끝없이 구불 구불 이어지는 길을 샤키는 신나게 질주했다.

판타스틱한 풍광에 우리의 흥분은 당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려~

맘껏 호들갑 떠는겨~

이 얼마만에 누려보는 호사스러움인 데....

 

그러고 보니, 참으로 신기하네~

우리가 처음 여정때 KKH 를 달리면서도 이와 비슷한 풍광을 수없이 봤는데,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르지??

왜 완전히 다른 여정인것만 같지?

트래킹을 온것이 아니라 마치 '라다크 짚 사파리'를 떠나 온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드는거지?

K2여정을 온전하게 끝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이리도 큰것인가??

 

 

 

 

 

 

 

 

 

 

아니야~

험준한 K2여정을 끝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보고 느끼고 있다는게 맞는거지~

같은 길을 오늘과 내일이 아닌, 오르고 내릴때 마저 다르듯이

험준한 파키스탄 북부지역의 지구 혹성 탈출 영화에라도 나올법한 풍광 속을 달리면서 어찌 광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렇듯 매 순간 순간이 다른 풍광인걸~

한곳에 서서 조금만 화각을 달리해도 전혀 다른 느낌인데, 질주하는 차의 속도로 펼쳐지는 풍광인걸....

그 속도감까지 더해 완전 다른 느낌인 거지.

 

 

 

 

이런 세상을 뭐라고 표현할까...

사막...??

하늘마저도 모래 빛깔이 되어버린 모노톤의 세상에 일렬로 나란히 선 초록 나무가 정말 매혹적이다.

 

 

 

 

 

Vicky Leandros & Demis Roussos - Je t´aime mon amour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