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새라도 비가 쏟아질 듯 운무가 발토로 빙하를 뒤 덮더니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가는 쪽은 좀 벗어지는 것도 같다.
다행이란 생각,,,카라코람의 정령이 우리의 발걸음 마다 함께 해 주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 가운데서도 오늘 이 순간이 아니면 절대 보고 느낄 수 없는 비경을 끝없이 펼쳐 보여주었지만,
마치 지구가 분노에 휩쌓인 듯 사방이 쫙 쫙 갈라진 거대한 크레바스로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험준한 길이 또 끝없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 험준함을 느끼는 것도 또 순간이다.
우리 앞을 지나가는 한 무리의 말포터들의 무리는 언제나 우리에겐 치명적 유혹이다.
수없이 찍어대도 여전히 이들은 카라코람 산군의 발토로 빙하위에서 가장 멋진 모습이기도 하다.
가까스로 벗어난 암산과 하얀 쎄락들이 끝없이 펼쳐보이고 있는 모습에 매료되어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셔터를 누르며 걸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서 보니, 우리가 걸어 나온 쪽은 이미 짙은 운무가 완전히 뒤덮고 있는 모습이 뭔가 퍼붓고 있는 듯하다.
아마 비보다는 눈일 확률이 높다.
알리캠프에 욕심내지 않고 오늘 이 여정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 지...
탁월한 선택을 했음에 또 잠깐 흥분에 휩쌓이기도 하면서 걸었다.
아직도 우르두카스까지는 갈길이 까마득하다.
잠시 앉아서 챙겨간 간식들을 먹으며 쉬었다.
하산길임에도 불구하고끝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돌로 뒤덮은 모레인 빙하위를 걷자니
초반에 펄펄 날던 몸도 이제는 좀 지칠때도 되었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마치 대규모 공사현장의 돌더미를 쌓아 놓은것 처럼
점점 길이 험악해졌다.
수십미터의 얼음덩이 위를 뒤덮은 모레인 돌더미들은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돌과 함께 미끄러지기 딱 십상이다.
길은 험하고...
파워 에너지젤과 에너지 바, 캔디,산삼 배양근까지 다 먹었어도 체력이 슬슬 고갈되어 가니,
하루에 콩코르디아에서 우르두카스까지 가는 빡센 일정의 혹독함이 더욱 피부에 와 닿는 기분이다.
아!!
이제사 우르두카스가 가까워 지는것 같다.
초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이제까지의 여정에 드디어 암산에 초록의 기운이 일고 있다.
우리의 캠프사이트인 우르두카스가 지척인게 분명하다.
와아~
꽃이야~꽃....
황량한 지구 태초의 모습인 발토로 빙하위의 돌덩이 사이에서 꽃을 피워내고 있다니...
분명 처음 우르두카스에 왔을때에도 보았음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오랫만에 더우기...빙하위에서
꽃을 보고 있자니,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인하고 매혹적인 꽃의 자태가 느껴진다.
우르두카스 캠프사이트에 거의 도착할 무렵 비가 오기 시작했다.
벌써 도착한 포터들이 쳐놓은 텐트에 들어가 짐을 풀자니, 출발하면서 카고백을 쌌던 비닐이 다 찢어지고 빗물에 흙까지 묻어 엉망이 되어 있었다.
찢어진 비닐이라도 여정이 끝날때까지 아껴 써야하니,기막히게 닦아내 말려두어야 했다.
다행히 비는 또 금새 그쳤다.
제법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우르두카스인 지라 지저분해진 비닐을 물로 씻어내 널어놓고 카고백과 그 안의 짐과 텐트안도 정리를 할 수가 있었다.
일정이 길어 피곤하기도 하고, 잠시라도 비가 와 지저분해진 텐트안과 짐을 정리하느라 오늘 저녁은 도와주지 않았다.
아직도 남은 염소고기와 내가 해가지고 간 반찬들과 알쏭이 가져온 볶은 김치와 무우국과 저녁을 먹었다.
이만하면 매번 만찬인 셈이다.
카라코람 발토로 빙하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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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사이트엔 트래커들이 많아 북적 북적하다 못해 소란스러울 정도다.
비가 멈춘 우르두카스 저녁 풍광이 기가 막히게 환상이었지만...
그래서 내일도 또 꼭두새벽에 출발할 것이 아쉬웠지만,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기인 일정에 피곤해서인 지, 긴장이 풀어져서 인 지 꺼낸 일기장을 펼치지도 못한 채 침낭속으로 잠수 했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아니, 고도가 4,600m에서 4,000m로 내려와서 그런가??
아스토르 피아졸라// '망각'(Oblivion)外- 밀로쉬 카라다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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