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일어나 5시반에 아침을 먹고 6시반쯤 출발했다.
콩코르디아의 새벽은 매섭다.
그중 오늘은 유난히도 추웠다.
어제 오후 도착했을때 그렇게도 날씨가 좋았는데, 하루 사이에 날씨가 이렇게 추워질 수 있을까...싶을 만큼.
짐 꾸리는데 추워서 애를 먹을 정도였다.
모두들 단단히 챙겨입고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아침마다 늘 입맛이 별로 없어 몇 숫가락만 뜨면 턱 막히는것 같았는데, 오늘은 감자국이 맛있어서 한 그릇을 다 먹었다.
티베탄 브래드에 꿀을 듬뿍 발라 반쪽도 먹고....
오늘 일정이 매우 길다고 해서 텐트에서 나오기 전에 미숫가루도 한 잔 타먹고 나왔는데....ㅎㅎ
평소와는 달리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출발했다.
날씨가 추워서일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단 한 줄기라도 걸쳤던 K2주변의 구름도, 정상부분의 제트 기류조차도 한 점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K2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커먼 암산인 메르발 피크와 브로드피크 사이로 고고하게 우뚝 서 있는 정 삼각뿔 모양의 하얀 봉우리...
하늘의 절대군주.....
그 위엄에 넋을 잃어 한동안 먹먹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날씨가 추워서라니...
K2의 정령이 진정 우리에게 축복을 주시고 있는거지~
아!!
모든게 퍼펙트하군!!
하늘의 절대군주의 완벽한 자태앞에서도 알쏭이 찍어준 2장의 인증 사진 말고는 더 이상 화보촬영 같은것은 할 생각도 않고
곧바로 가셔브룸을 향해 출발했다.
2-스테이지인 10시간의 오늘의 일정과 3-스테이지인 15시간의 내일 일정의 압박감 때문이다.
K2 의 완벽한 자태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뷰포인트에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뒤, 잠시 쉬고 있는 포터들을 한 컷 잡아주고는 이렇듯 환상적인 뷰포인트에서 사진 한 장 없이 그냥 출발이다.
역시 2 스테이지의 기인 일정의 압박감....
새벽에 너무 추워서 한 껏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도 날씨는 환상였고, 그에 따른 풍광은 더더욱 판타스틱하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느라 에너지가 발산 되어서이기도 했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얼마나 강렬한 지 잔뜩 껴입었던 옷을 훌훌 다 벗어버렸다.
높다란 곳에 올라 뒤를 바라보니, 여전히 미터피크의 위용은 하늘을 찌를듯 더욱 그 날카로움을 더하고,
K2의 위용과 그 앞으로 쫘악 펼쳐진 수많은 빙하의 봉우리들이 또한 장관이다.
그 모습에 넋을 잃은 듯 뒤 따라 오는 버럭이의 발걸음이 얼음땡이 되어 있다.
평소와는 달리 걸음 속도를 높였다.
콩코르디아에서 그렇게도 멀리 보였던 발토르캉그리,스노우돔과 초고리사가 점점 눈앞에 선연하게 다가온다.
그야말로 매혹적인 자태가 아닐 수 없다.
그 앞을 지나는 우리 포터들과 일행들의 모습까지....
나는 더이상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한 동안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그들이 저 멀리 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셔터를 눌렀다.
K2의 완벽한 모습 못지않게 초고리사의 모습 또한 완벽한 자태로 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초고리사의 모습중에서 가장 퍼펙트한 모습...
아니, 너무도 매혹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신부의 면사포같다고 했던 헤르만불의 말 그대로....한 치의 오차도 없이...완벽하다고 속말을 웅얼거렸다.
벌써 얼만큼을 온거지?
뒤를 돌아보니, K2의 매혹적인 자태는 여전하고, 그 옆으로 바짝 붙어 매혹적인 모습으로 K2의 사랑을 흠씬 받고 있는 애첩-Skilbrum과
이제는 그 Skilbrum옆으로 엔젤피크까지 보이며 우리를 흥분시킨다.
수정: 스킬브룸 Skilbrum 이라했던 것이 엔젤피크라네요. 제가 엔젤피크라 말한 그 옆봉우리는 사보야캉그리(프락파리-스킬브룸-사보야캉크리로 서로 연결)구요. 이들 사이에서 흘러내린, 즉 엔젤피크 좌측(남쪽)아래의 빙하가 K2 bc 에서 내려오면서 횡단했던 프락파 빙하고요. 이 빙하가 고드윈오스틴 빙하와 합류하는 언저리에서 메모리얼파크와 K2bc로의 길이 갈립니다.
엔젤피크는 메모리얼 파크 벼랑산릉의 모산이랍니다. 바로 그 옆(우측)이 천군의 제왕 초고리라 불리는 K2고, K2 bc는 남면자락의 필리피빙하 하부에 터잡고 있답니다. 거기서 고드윈오스틴 상부빙하를 대각으로 횡단하여 건너면 6천고지 셀라패스 안부가 드리우고 이를 넘어 과거 샥스감밸리-현재는 중국에 이양되어 신강성에 편입된 카시미르 최서북단 지역으로 원정대가 오갔다는 얘기가 있답니다. 일반 트랙커들은 무리랍니다.
끝도 없이 어마어마한 파키스탄 카라코람 산군입니다.<다음까페-야크존의 Tashigaon 님 도움>
K2와 발토르캉그리와 스노우돔, 초고리사의 한 가운데쯤 이 판타스틱한 곳에서 우린 잠시 쉬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알쏭이 완전히 컨디션을 회복했나보다.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일정한 보폭으로 나비처럼 가볍게 걸어간다.
점심도 굶고 내리 달리는 지맥종주의 우먼 파워-40대의 체력이 드디어 나오기 시작하는것 같다.
나도 오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속도를 높여도 전혀 힘들지 않다.
잠시 쉬는 동안 가이드인 임티아스가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walking good' 이라고 말하더니 계속 말을 잇는다.
'Lucky People'
'Lucky Day'
날씨, 일행들,스텝, 포터들까지 ' All condition good' 이라고...
아닌게 아니라 참으로 모든게 기적같다.
아침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앞에서, 잠시 작년 팀 생각을 떠 올렸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비까지 왔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하는...
어쩌면 이처럼 모두의 컨디션이 좋은 건, 날씨가 좋았던 이유도 크지만,
일행들의 체력이 거의 비슷하고 숫자도 적어 계획된 시간에 한 치 오차없이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들을 포함 스텝, 포터들까지
다치거나 몸이 아플때 마다 즉각 즉각 처방을 해주었던 이유도 클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출발 직전 염소 잡다가 손을 크게 베인 아저씨 드레싱을 해주고,
젊은 포터가 얼마나 아픈 지 다 터진 입술을 가리키며 연고를 얻으러 왔었다.
약사인 이풀이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어 보냈었다.
그뿐아니라 어제 밤에도 포터가 두통을 호소하며 약을 얻으러 와서 처방해 주었고....
이처럼 약도 즉각 즉각 처방해주고, 치료를 꾸준히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손이 시려울것 같아 준비해간 장갑도 주고, 양말도 주고,
다친 손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 장갑과 의료용 고무장갑도 주었었다.
아픈곳도 치유가 되었겠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통해서 매 순간 기분 좋음의 연속이 아니었을까...
잠시 쉬던 발걸음을 다시 떼어 걷기 시작했다.
사방이 갈라진 크레바스 사이로 커다란 빙하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 위로 솟은 빙하의 두께가 얼마나 두꺼운 지....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자갈 밭인 모레인 빙하 아래의 두께가 얼마나 두꺼운 지 어느정도 가늠이 되었다.
빙하호수를 비껴 걸으니 또 끝없이 펼쳐지는 돌 밭이다.
하긴 아스꼴리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제껏 평범한 흙길을 밟아본 적이 한 순간이라도 있었는 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자갈밭 양옆 암산밑으로 흘러내려 있는 하얀 설빙하의 모습은 또 환상이다.
날카로운 암산 골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하얀 빙하의 선연한 자태와 함께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모두들 좋은 컨디션 덕분에 속도를 높여 9시반에 점심장소에 도착을 했다.
사실 이 시간에 점심을 먹는다는게....아직도 굿모닝인데....ㅎㅎ
포터들은 먼저 짜파티에 뜨거운 물로 점심을 마쳤다.
그리고는 우리가 점심을 먹는 동안 또 노랫가락을 흘리기 시작한다.
고생한다는 생각에 앞서
여유와 더없는 친근감이 생긴다.
*************
K2 트래킹 이후 처음으로
점심으로 삶은 계란과 삶은 감자가 차려져 있었다.
늘상 함께 차려지는 쿠키와 사탕, 사과도 나왔지마는....
처음으로 먹는 감자와 계란이어서 인 지, 맛있게 먹었다.
더불어 차려진 비스켓과 쿠키, 사과도 먹고.
이미 배가 부른데, 헤마옛이 볶음밥에 파키스탄 소스를 만들어 점심으로 내놓는게 아닌가~
이미 우린 배가 잔뜩 부른데.
못먹겠다고 말했어도
오늘 일정이 길으니 먹어야 한다고 해서 조금씩 더 먹고는 말았다.
***************
점심시간 포함
한시간 가량을 맨바닥에 눕기도 하면서 쉬었다.
저만치 버럭이는 아예
자리를 깔은 듯 빙하위 자갈밭에 누워 한 숨 푸욱 잠이 들은것 같다.
오늘 버럭이는 좀 힘들어 하는것 같다.
계속 뒤처지고...
오르막에서는 더욱 힘들어 하는것 같았다.
생각컨데, 5,000m의 고도에서 담배를 피는게 그 원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바탕 사진을 찍고는
나도 버럭이 처럼 빙하위 자갈밭에 누웠다.
아!!
세상에~~
이렇게 다르게 보이다니....
깜깜한 밤하늘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것 처럼
마치 우주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할까....
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둘러쳐진 거대한 설산과 암산들이 엄청난 위엄으로 시야에 들어왔다.
그 위용이 너무 가깝게 내게 달려들어 탄성 마저도 쉬이 터지지 않았다.
목젖이 아파왔다.
본 윌리암스//토마스 탈리스 주제에의한 환상곡 - 아드리안 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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