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고장...
이 순간부터 카메라 쎈서에 이상이 생겨서 하얗고 눈부셔야 할 설산이 몽땅 황색이 덮어 씌워 졌답니다.ㅠㅠ
카메라 가방을 가져가지 않고 목에 메고 다녀서 걸을때 마다 부딪힘이 심해서 그랬던게 아닐까...생각드네요.
다녀와서 A/S맡겼더니, 쎈서가 민감해져서...초기화 시켰더니 괜찮답니다.
K2bc로 오를때 갔었던 길인데, 왜 이렇게 또 생소하게 느껴지는 지....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 반대이기 때문이겠지?
마치 처음 만난 풍광인 양, 쫙 쫙 벌어진 엄청난 크레바스와 사방으로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빙하물 앞에서도
두려움 보다는 엄청난 광경에 열광함이 우선이다.
호기있게 인증 사진도 한바탕 찍고, 사방으로 샷을 일제히 날려준다.
워낙 광활하여 사진으로 볼때는 별것 아닌것 같지만 눈앞에 닥치면 모두가 산처럼 높다.
가까스로 가이드와 포터 사다르 칸과 이풀 카메라 포터까지 총 동원되어 우리를 도와주어 위험 구간을 올라서긴 했지만
그 이후도 빙하 얼음판 위로 흘러내리는 모레인 자갈 빙하라서 여간 위험하지 않다.
그나마도 날씨가 좋은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 지...
만약 비가 왔더라면 미끄러워서 어찌 얼음판 모레인 빙하 너널길을 걸었을 지....
빈틈하나 없는 너덜 돌과 엄청나게 커다란 바윗길, 설 빙하 위를.....
또 한기는 얼마나 달려들어 몸을 냉기에 사로잡히게 했을까....
뜬금없는 생각들이 지금 이 순간의 어려움을 너무나 쉬운 상태, 복많은 상태로 생각케 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제까지 이토록 날씨가 좋을 수 있었다는게 기적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아름다워 낭가파르밧을 초등했던 헤르만 불이 신부의 면사포같다고 했던 초고리사가
이곳에선 또 거대한 눈 쎄락과 어우러져서 이토록 아름답다.
엄청난 크레바스의 빙하계곡앞에서 한동안 모델놀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바탕 카메라 세례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황홀한 눈 쎄락...
미터미크 앞으로 또 거대한 눈쎄락이 빙산처럼 솟아 있다.
장관이다.
인증 컷 한방 날리고 보니,그 너머 까마득하게 콩코르디아 캠프사이트가 보인다.
아!! 그렇지.
콩코르디아에서 얼마나 미터피크가 환상적이야~
지금 이 순간도 콩코르디아에 도착한 첫날 밤...그 풍광을 잊을 수가 없잖아.
어둠속에서 더욱 짙은 까만색으로 보이던 삼각뿔의 암산 미터피크...그 뾰족한 끝을 중심으로 하늘 가득 퍼져있던 수많은 별들...
SF영화속 한 장면같기도 했고, 동화책 속 그림같기도 했던...
그 코앞의 미터피크가 K2bc를 가면서 반나절을 걸어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거에 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콩코르디아의 캠프가 이처럼 눈앞에 보여도1시간 이상은 걸릴 터다.
그런데 미터피크 앞 콩코르디아 가까이 이렇게 높은 눈 쎄락이 있었던가??
<미터피크 Mitre Peak,6,025m>
의아함과 놀라움으로 한참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임티아스가 눈 쎄락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는 거다.
허어걱!
저 가파르고 미끄러운 얼음덩이 눈위를 아이젠도 없이 올라가다니...
거침없이 눈산을 오르는 임티아스가 놀랍다.
눈쎄락이 얼마나 높은 지, 바로 밑에서 찍었음에도 임티아스가 콩알 만 하다.
망원렌즈가 있었으면 근사하게 찍어주었을 텐데....
힘들게 올라가서 멋지게 폼도 잡았건만...
그가 내려왔을때 카메라 액정에 잡힌 사람인 지도 알아보기 힘든 콩알만한 그를 보여주기도 민망했다.
실망할게 뻔해서...ㅠㅠ
이제는 거대한 눈쎄락 지역도 다 지나고, 자갈 돌이 온 얼음판위를 뒤덮은 콩코르디아가 그야말로 코앞이다.
먼발치인데도 우리가 머무를때는 없었던 텐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무래도 스카르두에서 만난 일본팀이 이제사 콩코르디아에 도착한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텐트색깔이 저리도 이쁠까~연노랑과 핑크색이라니....ㅎㅎ
태어나서 핑크빛 텐트는 처음 보는것 같은데~
드디어 콩코르디아에 도착했다.
1시 15분....
예정시간 보다 1시간 이상 단축된 시간이다.
맘껏 사진찍고, 춤추고 노래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빠른 속도로 걸었나 보다.
캠프에서 우리의 커다란 짐을 지키고 있던 미르자가 쥬스를 타 들고 마중을 나왔다.
하루만에 보니 얼마나 반가운 지, 달려가 한 팔로 허그를 했다.
미르자는 우리가 G1,G2 bc와 알리캠프를 가는 내일도 모레도 여기 콩코르디아 캠프사이트에 남아 또 우리의 짐을 지킬 것이다.
텐트로 들어와 맨바닥에 잠시 누워 쉬었다.
온 몸이 나른한게 편안함이 온 몸을 감싸온다.
그러나 냉기가 금새 올라와 온몸으로 파고 들어 제대로 비닐깔고, 에어매트도 불어 두툼해진 매트위에 누웠다.
날씨가 따듯할 정도로 좋다.
침낭을 텐트위에 옷핀으로 고정시켜 거풍시키고 솔라 충전지도 햇볕을 잘 받게 돌위에 얹어놓았다.
그리곤 오랫만에 코인티슈 10개를 이용해 머리도 감고 얼굴에 시트팩도 하는 호사를 누렸다.
마치 기인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온것 같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른 점심을 먹었기에 간식으로 쿡이자 가이드인 임티아스가 구운 피자를 먹었다.
맛있기가 이탈리에서 먹는 정통 피자에 못지않다.
해발고도 4,600m에서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와도 같은 빙하위에서 먹는 피자인데 두말하면 잔소리지~ ㅎ~
아직도 한 판은 족히 더 구워먹을 치즈가 있다는 풍요로움에 우린 더 신바람이 났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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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미역 오이무침을 하러 주방으로 갔다. 벌써 헤마옛이 오이를 무쳐놨다.
내가 그렇게 맛을 보여주고 가르쳐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추장만 넣어서 쓱쓱 비벼놓은 것이다.
불린 미역을 데쳐 찬물에 헹구워내고, 거기에 양파와 헤마옛이 무쳐놓은 오이를 섞어서 식초와 설탕을 넣고 무치니 여간 상큼한것이 맛있는게 아니다.
밑반찬도 아직 많은데다, 짜파티에 저녁메뉴인 염소고기 카레가 또 얼마나 맛이 좋던 지,
마치 콩코르디아가 친정인 양 엄마에게 얻어먹은 저녁만찬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ㅎㅎ
우리 식구가 넷밖에 안되니 아직도 염소고기가 남아있었나 보다.
저녁을 먹고나서 내일과 그 담날 알리캠프로 가는 일정에 대해서 토론했다.
앞으로의 일정이 말도 안되게 빡세서 날씨와 우리의 컨디션을 봐가며 융통성 있게 하기로 했다.
일단 내일 G1,2 bc까지만도 10시간 거리에 그 담날 G2에서 알리캠프까지는 3-스테이지로 15시간이 걸리는 빡쎈 일정이지만
알리캠프 가기 전 캠프사이트가 있다하니 그나마 정 힘들때를 감안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고, 일정이 여유가 없었던 알쏭에게도 잘하면
하루를 더 늦출 수도 있고 우리의 컨디션들도 좋으니 일단은 날씨만 좋으면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텐트로 돌아와 단단히 2박3일의 짐을 꾸렸다.
간식과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들에 촛점을 두고, 최악의 날씨를 대비한 옷가지와 용품들을 빠짐없이 체크해 넣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여전히 하늘의 별들이 총총한게 기막히다.
초승달이었던 달이 벌써 반달을 넘어서 불룩해졌다.
밝은 달빛때문일까...제법 밖이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별이 저렇게도 선명하게 반짝거릴 수 있는 지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한동안을 또 콩코르디아 한 복판에 서서 얼음땡이 되어 있었다.
콩코르디아에 첫발을 디뎠던 첫날...
까만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검은 암산 미터피크와 메르발 피크와 어우러지고....
그 검은 암산의 골을 메우고 있는 빙하와 만년설의 모습이 너무나 선연해 정말 환상이었었는데...
오늘 밤, 구름 한 점 없는 어슴프레한 하늘아래 선명한 산 능선과 허리의 모습들이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여전히 매혹적이다.
아!!
자야해.
벌써 10시 15분이네~
내일 늦어도 4시엔 일어나야 하는데, 내일의 빡센 일정을 감안하면 좀 늦은 감이다.
침낭속이 너무나 포근하군~
매혹적인 꿈결속에 갇혀서 내일 새벽에 못일어날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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