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이렇게 생긴 마을이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온통 바위와 흙으로 된 첩첩산중에 깊은 계곡.... 보기에도 위태로운 그 수직 흙벽위에 이뤄진 마을....
신이 인간에게 딱 이만큼만 허락한 듯이....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신기한 초록 숲이 아닐 수 없다.
온 몸과 마음을 창밖으로 던져놓고 오랜 시간을 또 달렸다.
그 어떤 생각조차 들어설 틈도 없이...그 미지의 세상속을 달리는 그 기분을 또 뭐라 말로 표현할까....
거대한 8000m 급 BC를 찾아 트래킹을 떠나는것 못지않은 짜릿함과 스릴...무념 무상의 텅 빈 마음까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마을로 들어섰다.
지구밖의 사람 사는 곳에 발을 들여민 양
또 흥분됨의 시작이다.
내 머리카락 보다도 더 긴 하얀 수염을 기른 남자들....
반질 반질 티없이 깨끗한 도색대신 붓으로 쓱쓱 그림 그리듯 거칠게 칠해진 페인팅의 낡은 건물들...
비뚤 비뚤 대어진 나무틀과 나무문...
아무데나 털푸덕이 앉아있는 여유로운 사람들...
너무 작아 마음 편한 구멍가게....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이런 곳에서 과연 살라고 하면 정말 맘편히 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보는 이의 맘이 편해지는 걸까...
소유할 것이 너무 없어서...
그러니 욕심부릴 것도 없고....
머릿속이 복잡할 것도 없고...
그저 단순한 하루 일상을 살아가면 되는....
어쩌면 그런것일 지도 모르지.
작은 마을을 지나 1시간 남짓을 더 달려 타르싱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서 보이는 낭가파르밧(Nanga Parbat,8,125m)은 더없이 선명한 자태로 우릴 맞이했다.
세상에~
이렇게 선명한 자태로 우릴 맞는것을 그리도 멀리서 부터 낭가파르밧을 잡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수없이 당기고 했단 말인가!
아니지~
낭가파르밧은 워낙에 날씨가 안좋아 연중 구름이 휘감고 있어 그 본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
그 멀리서 부터 낭가파르밧이 보이기만 하면 멈춰서서 그리도 그 봉우리를 잡기위해 애를 썼던거지~
우린 무슨 복을 타고 나서 이 순간...이처럼 선연한 자태의 낭가파르밧을 보고 있단 말인가~
주체할 수 없는 벅찬 가슴을 쓸어담으며 우린 수없이 낭가파르밧 루팔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을을 지나 드디어 우리가 묵을 롯지에 도착했다.
'2005년 한국 낭가파르밧 루팔대장벽 원정대' 프랫카드가 낡은채로 롯지 벽에 붙어 우릴 반기는 듯 하다.
눈과 얼음이 붙어있기 힘든 경사의 벌거벗은 산 (Naked Mountain) 낭가파르밧의 남동벽...
이 루팔벽은 등반이 1970년 매스너 형제에 의해 첫 등정이 이루어졌고,
2005년에 한국 낭가파르밧 루팔 대장벽 원정대(대장 이성원) 의 김창호,이현조 대원이 매스너 형제가 초등한 지 35년만에 재등에 성공했다.
시원한 음료를 한 잔 하고,우리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에 올라서자 마자 방을 찾아들 여지도 없이 그냥 얼음땡이 될 수 밖에 없는....
기막힌 낭가파르밧의 모습....
아!!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풍광에 우리가 넋을 잃고 있는 사이에 스텝들은 저녁준비에 앞서 세탁들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금새 빨래줄에는 그들의 옷가지들로 가득찼다.
우리는 들어올때 사온 과일과 육포, 견과류들을 풀어놓고 복도에 나와 앉아 한바탕 웃음꽃을 피워냈다.
무슨 이야기로 그렇게도 웃어재꼈는 지...
어쩌면 내용은 전혀 상관없었는 지도 몰랐다.
누가 먼저 무슨 얘기를 했든 우린 마냥 웃었으니까....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고 말할까...
저녁을 먹고나서는 한바탕 또 짐과의 사투를 벌였다.
내일은 낭가파르밧 루팔벽을 볼 수있는 헤를리코퍼BC를 들러 라토보BC까지 가서 캠프를 하고 오기때문에 작은 가방을 다시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캠프가 단 하루가 되어도 날씨를 예측할 수 없기때문에 왠만한 캠프장비와 옷가지,기타 등등 필수품들을 다 챙겨가야 하기때문에
최대한 적은 짐꾸리기는 여전히 힘이든다.
가능한 빨리 짐을 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밤하늘이 궁금해진다.
맞다!
별을 봐야지!
역시...칠흙같이 까만 하늘엔 한바탕 우주쇼를 벌이고 있었다.
방앞 복도에서만 보기엔 아까워 이풀과 함께 살포시 앞마당으로 내려갔다.
쭉 뻗어 오른 나무아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니, 나무 사이사이를 가득 메운 별들이
그냥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와아~~
좌악 터진 하늘의 별들을 보는 맛도 기막히지만, 이처럼 근처에 건물이나 높다란 나무가 있어 좁아진 시야 사이로 쏟아지는
별들의 잔치는 유난히 더 반짝거림이 커서 마치 별들의 크기가 주먹만하게 보이는 것이다.
아!!
내가 옛날에 아프리카 마사이마라 캠프지에서 보았던 별들과 비슷해~
그때도 이처럼 별들이 주먹만하게 크게 반짝거렸어.
그리곤 그 사이사이를 작은 수많은 별들이 빼곡히 메웠었지.
그 반짝거림이 1캐럿이 넘는 다이아반지 가장자리로 큐빅이 빼곡히 채워진 반지같았다고나 할까...
지금보다 그때가 더 판타스틱하긴 했다~~ㅎㅎ
음악을 들으며 1시간이 넘도록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옛생각에 젖어들어....문득 침낭을 들고 나와 누워있을까...생각하다가 그냥 포기했다.
그래~앞으로 별 볼일은 엄청나게 많잖아~
내일 8,000m 거대한 설산-낭가파르밧이 펼쳐져 있는 라토보BC 가서 보자.
해발 5,000m 의 K2의 콩코르디아에 가서도 보고...
K2 BC에서도 G1,G2BC 에서도....
갑자기 가슴에 복받침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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