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식당 옆이 인터넷 방이라서 인 지, 아님 식당의 와이파이 존의 출력이 센건 지, 오랫만에 빵빵한 인터넷 속도로 와이파이를 이용했다.
재빨리 핸폰으로 주변 풍광을 찍어 식구들에게 전송하고 그동안 밀렸던 소식들을 전하다 보니 '출발한다' 는 소리가 반갑지 않다.
이제는 아름다운 풍광에 발이 묶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것이 아니라 식구들과의 기인 작별이 아쉬워 식당을 떠나기가 또 힘든것이다.
이놈의 인생....
왜 이렇게 모든것이 다 안타깝고...짧고...발길이 안떨어지는것 천지인 지...ㅠㅠ
아스토르 시내를 빠져나와 외곽길로 들어선 지 얼마 안돼 마주 오는 차와 맞딱뜨리며 차는 섰다.
다름아닌 익발이 타고 있는 차다.
우린 모두 내려서 허그를 하며 강한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곤 박정헌의 차량으로 달려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인천공항 탑승구에서 만났던 얘기하며, 이제껏 아스토르에서 기다린 얘기를 했다.
그도 감동하는 눈빛으로 차에서 내린다.
이 순간 그 어떤 영화배우가 이리도 인기가 있을까....
하긴 히말라야를 너머 최고의 군주 K2에 발길을 들여밀은 우리에게 영화배우가 뭐 그리 관심사일까....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들에게 반하는게 맞지~
박 대장은 2005년 네팔 촐라체(6440m) 북벽 등반 도중 손가락 8개를 잃었다.
후배 최강식(35) 대원이 크레바스에 빠졌을 때 끝까지 등반 파트너와 연결된 로프를 놓지 않았다.
후배는 지켰지만 손가락 없는 손으로 등반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탐험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페러글라이딩으로 2400km의 히말라야 횡단을 성공한 이후 2014년 7월16일 출발해 12월 12일까지 150일 동안의 대장정...
무동력 히말라야 횡단 도전에 나선것이다.
스키 150km 캬약 580km 자전거 5000km 등반, 트래킹 5510km....등
인류 최초로 자연에너지만을 이용한 무동력 익스트림으로 히말라야를 횡단한다는것에 큰 의미가 있다.
2012년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에서 히말라야 를 내려다 본 아름다움은 잊을 수가 없다는 그...
이번엔 히말라야의 속살로 들어가 계곡을 탐험하는 것이다.
그 시작점이 바로 파키스탄 비아포 빙하다.
이런 박정헌에게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저 잠깐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감동인 거지.
잠시 머무는 사이 이들의 안전을 위해 함께 동승하고 있는 경찰관 아저씨도 한 컷 담아본다.
파키스탄 남자들...어쩌면 하나같이 이리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
작은 마을 지나 라마밸리로 들어섰다.
갑자기 황량했던 암산과 사막화된 산 대신 하얀 설산과 온통 푸른 숲인 그린 필드가 나타났다.
아니~~
왠 갑자기 스위스에 온듯한 기분이 드는 거지??
오늘 하루에도 몇번이나 순간이동을 하며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일까??
머리 용량이 작은 나로선 이 모든 급변하는 시간 차 이동을 감당하기가 벅차오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직...훈자...라카포시..디란...미나핀...이 모든 여운들이 강력한데..
어찌 이 모든 엄청난 것들을 다 머릿속에 저장해 두지??
그냥 싸악 매 순간 다 버리고 새로운 것들로만 채워버릴까....??
갑자기 나타난 하얀 설산과 초록에 가슴이 다 시려온다.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우리 차를 보고는 손사레를 치시며 달려온다.
차를 태워 달라는 거다.
할아버지의 미소작전이 통한걸까....
할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차에 무임 승차를 하신 분이다.
라마밸리로 들어가는 길도 상당히 오르막인 지,시간이 지날 수록 높은 암산 뒤로 펼쳐져 있는 설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든 여전히 그림같은 풍광이다.
드디어 라마밸리에 들어섰다.
아스토르 시내에서 조금만 들어오면 이렇게도 판타스틱하고 평화로운 휴양지가 있다.
제법 시설이 잘 갖추어진 모텔도 있다.
모텔이라는 간판이 붙어있긴 하나 우리네 팬션에 더 가까운 조형물이다.
멀리 하얀 설산과 모텔 주변과 길섶엔 전나무가 하늘을 찌르듯 솟아올라 있고...
그 앞으론 소들이 한가로움을 더욱 증폭시켜주는 푸른 초지...
초지를 사방으로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는 도랑물....
정말 주변의 기막힌 풍광과 어우러져 더욱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오늘 하루 이곳에 머물면 얼마나 좋을까 ...가슴이 또 꽁딱 거린다.
저 푸른 초지위에 매트 깔고 침낭 들고나와 누워 있으면 ...
밤하늘은 또 얼마나 판타스틱할까....
혹시,전나무 숲 아래에 누워 있으면 내가 남미 바릴로체 야간 투어때 보았던 저 전나무 사이 사이를 가득 메운
거대한 다이아 몬드 별빛 트리를 보게 될까??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곳에 왜 온걸까....
이 동네 사시는 분이시겠지??
할아버지, 무임승차는 없어요.
저희 카메라 모델이 되어 주셔야지요~ ㅎㅎ
여기는 이제까지 발을 디뎠던 곳과는 또 전혀 다른 평화로움을 가지고 있는 밸리다.
그냥 가슴이 타악 트이며 모든 근심 걱정의 끈이 절로 놓아지는 그런 평화로운 곳....
글쎄...
초록이 주는 느낌때문일까...
전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때문일까...
짧은 산책으로 마치고 차에 올라 라마밸리를 떠난다.
오늘 타르싱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
박정헌과의 만남을 위해 아스토르에서의 머무름이 너무 길었고, 예상에 없던 라마밸리까지 들어와 더욱 늦어졌다.
하긴 뭐...
이곳에서 몇 시간 늦어지는건 사실 하나도 문제가 되지않는다.
가는 길목에서 산사태를 만나는 것이 문제지~
그러나 어쩌랴~
이 험준한 파키스탄에 그 스릴과 그 위용과 그 엄청남을 찾아 온것을...
그저 모든걸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만 있으면 되는 거지~
어쩌면 여행이란 그 겸허함과 여유를 배우러 떠나는 건 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절대 우리의 수고로움을 그대로 보내지 않거든~ㅎㅎ
라마밸리를 벗어나니, 또다시 초록이 너무나도 그리운 ...그러나 또 그대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차이코프스키//사계 Op. 37b '6월의 뱃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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