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 위해 아스토르에 들렀다.
아니, 여기서도 또 검문소에 들려서 여권 심사를 받아야 했다.
왜 일상의 차창밖 풍광에 이다지도 열광을 했을까...
정말이지 아스토르에 차가 들어서는 순간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물론 파키스탄 이라는 타국의 이색적인 풍광에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사람이 그리도 그리운 삭막한 외계를 빠져나와
이리도 복잡한 문명의 세계로 돌아왔다는 ...
그것도 우리네 현대사회와는 사뭇 다른....
뭐...그런 흥분...
ㅎㅎ
시야에 들어오는 어느 풍광 하나
재미없는것이 없었다.
파이프 조각들을 주렁 주렁 커튼 처럼 매달아 놓은 가게도...
이 먼지 구덕이 속에 저리 밖에 치렁 치렁 매달아
더러워진 원피스들 하며...
앙증맞게 조금씩 담아놓은 야채와 과일들...
지나가는 사람...
발코니에 서 있는 사람...
삼삼오오 앉아서 담소를 하고 있는 사람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것들이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인 것은
사람이다.
가장 확실하게
다른 모습들로 내게 다가오니까...
그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 많은 사람들은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같은 제법 규모가 큰 곳엘 들어갔다.
낯설은 군복을 입은것 같은 경찰관들이 자리하고 있는 ... 딱딱한 사무실에 들어서 일렬로 나있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괜스레 긴장감 마저 감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 카리스카 넘치는 제복 아저씨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안달증이 났다면....ㅠㅠ
여권심사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지루함도 살짝 들고...
이참에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흔쾌히 수락을 하는 것이다.
아놔~~
이분들...
넘 재밌어~
일렬로 주욱 나와서 줄까지 서주는 거다.
세상에~
이 순박한 나라 사람들에게
그리 무서운 테러의 나라라는 오명이
뒤짚어 씌어지다니...
너무 갑작스럽고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일이라서
흥분을 넘어 그만 당혹감 마저 일었다.
아!!
역시 흥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이렇게 멋진 포즈까지 잡아준것에 비해서
좋은 사진을 얻지 못한게 못내
아쉬움을 남긴다.
한바탕 퍼포먼스를 펼쳐준 덕분에
그들이나 우리나
크게 웃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여전히 주식은 치킨이다.
처음 파키스탄에 도착해서 부터 지금까지
먹은 음식을 떠나 가장 많이 쓰고 들은 단어는
아마 '치킨' 일것이다. ㅠㅠ
다른 고기를 먹고 싶어도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서
딱히 다른 메뉴가 없는거다.
이들이 가장 즐겨먹는 치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잘 먹히고 있다는게...ㅋ~
점심을 먹고 나서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다름 아닌 오늘 이곳에서 익발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익발을 기다린다기 보다는 그가 인솔하고 있는 인천 공항 기내 통로에서 만났던 150일 동안의 대장정...
무동력 히말라야 횡단 도전에 나선 박정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는 대장정의 시작점인 파키스탄 '비아포 빙하 탐험'에 나서기 직전이다.
우리 사미사야 뭐...
어디서든 시간이 널널하면 신이 나는 사람들이다.
카메라 들고 시장통으로 나가니 모든게 카메라 피사체...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다.
세상에서 사진 찍기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아니야~
자기들에게 남겨지는 사진도 아닌데...뭘 사진찍기를 좋아한다고 말을 할까...
어쩌면 여행자들에게 베푸는 호의라고 말하는게 더 맞아~
여행자들이 자기들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것에 대한 넓은 아량과 이해지.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함께 해주며 모든 걸 다 포용하잖아~
이 순간...
우리 모두는 얼마나 행복해.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 Great Romantic Piano Favor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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