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니 사방 어디를 봐도 기막힌 풍광이다.
어쩌면 이 넓디 넓은 하늘에 단 한 군데도 구름이 없을 수 있을까....
파아란 바탕에 뾰족한 펜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 모든게 선명하다.
부서지는 햇살을 받은 꽃들의 빛깔은 더욱 선명하고....
바람에 살랑이는 꽃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찬란하도록 아름답다.
미나핀 빙하 반대편으로 잠시 고개를 돌리면 구름에 휩쌓여 보일듯 말듯했던 울타르 피크(Ultar Peak, 7,388m)가 오늘은
그 능선끝자락까지 너무나 선명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모두는 배낭을 벗어 던지고 두 다리를 뻗고 누웠다.
아!!
또 요사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꽃에 풍광에 반해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이 남자...
차라리 나는 그 모습에 반해서 꽃대신 요사니를 담는다.
한바탕 풍광에 빠져 모두 털푸덕이 앉아 쉬었던 일행들...
겨우 출발하더니, 저 만치 아래서 또 주저 앉았다.
그려~
뭐 그리 빨리 내려가~
이 판타스틱한 풍광에 온 몸과 마음을 다 내주고 가도 되겠구먼~
ㅋㅋ
또 누워버렸네~
그럴 수 밖에 없지않겠어?
에델바이스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이곳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어~
한 바탕 노래를 불러재끼며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도 되어 봐야지~
아!!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이야~ㅎㅎ
아닌가??
뭔 영화가 여주인공도 없고....ㅋ~~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어느새 방이다스(Bang-i-Das)에 도착했다.
올라갈때 이곳에서 요구르트인 '라쉬'를 얻어마셨는데....
오늘은 임티아스가 움직일 기세가 안보인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우리가 뜹뜰하게 먹어서 그런것 같다.
에잇~~
그러니 줄때 뭐든 지 맛나게 먹어줘야 하는거야~~
뭐...라쉬는 없지만, 오늘도 또 잠시 누웠다가 가야지~
푸른 창공도 바라보고...
졸 졸 흐르는 맑은 빙하물 소리도 들으며...
그저 매 순간이 천국이구먼~
비단 디란bc와 라카포시bc뿐만이 아니야~~
한바탕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젠 거대한 바위산 너머로 능선을 이루며 보이던 설산은 바위산 뒤로 넘어가고...
가장 높은 봉우리인 울타르 피크 (7,388m) 만이 더욱 선명한 자태로 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위산이 둘러친 그 한 복판에 포옥 들어찬 푸른 숲... 훈자의 모습이 여전히 신비스럽게 보인다.
사실 오를땐 오르막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가파른 줄 몰랐었다.
하산하면서 보니, 얼마나 가파른 지, 스틱으로 온 몸을 지지하고 내려올 정도다.
그러니 중등산화가 아닌 일반 등산화를 신은 남수의 발바닥이 부르트는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마 발이 아래로 쓸려서 발가락도 부르텄을 지도 모른다.
도착하자 마자 2,900m의 이글네스트에 오를때부터 고산증이 시작되어 계속 고생을 하고 있는데,
입술도 다 부르트고...이젠 발바닥까지 부르텄으니 남수의 고생이 여간아니다.
그래도 연일 펼쳐지는 판타스틱한 풍광에 사로잡혀 그 고통조차 잊고 있을 지도 모르지~
아마 그러니 견뎌내는걸 거야~
숙소에 도착하면 내가 드레싱을 해주겠다고 말을 하고나서 생각하니,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가 누군데~ ㅋㅋ
잠시 발걸음을 멈춰섰다.
아득하게 디란피크가 보여서다.
아!!
코앞에서 본 디란피크(Diran Peak, 7,388m)가 저렇게 까마득하게 보이네~
저게 어디 7,000m가 넘는 높은 산으로 보이기나 하나~
개구장이 동산이 쏘옥 고개를 내밀고 있는것만 같네.
거친 빙하를 건너 저 앞까지 갔다왔다는 벅참때문인 지...올라갈때 본 느낌과는 너무도 다르다.
사진을 찍느라 늦장을 부리며 내려왔더니, 모두들 이 다리에서 털푸덕이 주저앉아 쉬고 있다.
아니, 우리 일행들뿐만이 아니라 언제부터 내려와 앉아있는건 지, 다른 사람들도 가득하다.
이거 뭔 시츄에이션??
나도 곁에 끼어들어 앉아보니...그제서야 그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치 폭포처럼 거칠게 내리꽂는 계곡물이 얼마나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지...
냉풍기가 이만하랴~~
딱히 그늘을 만들어줄 커다란 나무도 없는 길을 내려왔으니, 이곳 또한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랴~
모두 갈길을 잃은 양 주저앉아 있을밖에~ ㅋㅋ
앞서 도착해 쉬었던 순서대로...또 발길을 뗀다.
나는 또 그 자리를 쉬이 뜨지 못하고 이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걸어들어가고 있는 양....멋지다!!
드디어 마을입구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반긴건 역시 살구다.
넓직한 바위위에 가지런히 펴서 작렬하는 태양빛으로 말리고 있는 살구는 주렁 주렁 달린 살구 못지않게 탐스럽다.
마을에 들어서 제일 먼저 찾은곳은 구멍가게....
이쯤에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딱이지만...이 금주의 나라에 와서 뭔 호사스런 얘기를....
시원한 콜라라도 마실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헐!!
그런데 뜻밖에도 이 시골마을 구멍가게에 냉장고가 있어 시원한 콜라를 살 수 있었다는...
의기양양 얼음처럼 차가운 콜라를 사 들고 숙소에 입성하는 그 모습은 마치 개선장군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ㅋㅋ
처음으로 팁을 계산해 주었다.
우리와 함께 했던 포터들의 3일치 임금의 10% 다.
이곳은 일당으로 치지않고 스테이지로 치는데, 글쎄 몇 스테이지였는 지는 모르겠다.
며칠만에 세탁과 샤워를 하니 기분이 날아갈것 같이 상쾌하다.
숙소의 3면에 걸려있는 빨래줄에 가득한 빨래를 보니, 왜 그것조차도 그리 상큼한 지....ㅎㅎ
바람도 불고, 이곳이 사막지역으로 건조해서 금새 뽀송 뽀송 마를것을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숙소를 찾아온 마을 사람들에게 약간의 약을 건네주었다.
나는 처음 보는 일이었지만, 이풀은 지난 마나슬루와 칸첸충가 여정에서도 겪은 일이라고 한다.
약이 귀하니, 외국인이 오면 찾아와서 약을 얻어가는 것이다.
앞으로의 우리의 여정이 길고 험란하여 많은 약을 다 줄수는 없었고, 심한 사람에게만 주었다.
아!!
암튼...
여러가지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살랑이는 밤바람과
별이 총총 박혀있는 밤하늘 역시 꿈같이 아름답다.
파가니니, 칸타빌레 Violin : Gidon Kre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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