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26.디란bc에서 미나핀 빙하를 건너 다시 라카포시bc에서 천국의 여유를....

나베가 2014. 11. 7. 02:08

 

 

 

 

 

 

 

 

산행에서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듯...

이곳 빙하에서도 들머리와 날머리가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끝없이 펼쳐진...하얀 빙하...

그 풍광이 그 풍광일것 같은데,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내겐 이처럼 다르게 보여지는 걸까....

한 가지에 필이 꽂히면 다른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나의 성격때문인가....

아님, 기억력의 문제...??ㅠㅠ

 

아!!

아무려면 어때~

기억력에 문제가 있음도 이런 때는 괜찮군 그래~

이렇듯 같은 곳을 가면서도 똑같은 크기로 흥분과 감동속에 다시 빠질 수 있으니....

 

 

 

아냐~

확실히 지금 날머리가 다른거야~

이렇게 엄청나게 흘러내리는 빙하계곡이 분명 없었단 말이야~

 

아니지.

빙하 계곡은 내리쬐는 햇살에 의해서 수시로 그 물의 양이 차이가 나니까....

없던 계곡도 생겨나고...수시로 길도 바뀌니까....

 

암튼...

빙하 탐험을 하는것 같은 스릴감도 있구...

경치도 환상이구...

신이 나는구만~ ㅋㅋ

 

 

 

 

 

 

 

 

 

 

 

 

 

오늘은 유난히 햇살이 강한 건 지....

사방에서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요사니가 그 빙하물을 마시더니, 시원함에 반해서 나보고도 한 번 마셔보라고 권한다.

작년 팀의 이야기를 들은 바 설사에 대한 압박감이 하도 커서 주춤했지만....

이내 엎어져서 나도 이가 시리도록 차갑고도 태초의 순수한 물을 마시듯 빙하물을 마셨다.

 

그려~ 설사 하면 하는 거지...

싶은 똥뱃장이 또 생긴거다.

언제 이렇듯 순백의 평원에서 흐르는 맑디 맑은 빙하물을 먹어보겠어~

세균에 감염되어 설사를 하는게 아니라 내 몸속의 모든 병균들이 다 얼어 죽어벌릴 것만 같군. ㅋ~~

 

요산아~~

고마워~

덕분에 나도 태초의 순수한 물을 마신 자연인이 되었어.

  

 

 

 

 

 

 

 

 

 

 

 

 

 

이제 거의 빙하의 끝자락에 왔다.

아쉬움에 뒤돌아 보니, 

저만치 요사니는 커다란 돌덩이 위에 자리 펴고 앉았다. ㅋ

 

그려~

뭐 그리 급할게 있다고 빨리 가~

온 마음과 온 몸을 던져 이 곳을 담아가야지.

그런 건 맘껏 욕심내도 괜찮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요사니의 맘까지 담아 나도 그곳에 한참을 서서 온 몸으로 가슴 시린 미나핀 빙하를 담았다.

 

 

 

 

이제 미나핀 빙하 탐험은 끝이 났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듯...

거친 돌 길과 험한 가파른 돌사면 길이 앞을 막고 있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미나핀 빙하의 기운속에 머무르라고....아주 천천히 오르게 막아놓은게 아닌가...

뜬금없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아예 좀 쉬었다 가지 뭐~

자리 펴고 앉으니, 가이드 임티아스와 보조 쿡 미르자도 자리 펴고 앉는다.

 

헐!!

뭐여~

니네 지금 포즈 잡고 앉아있는겨??

아놔~

그럼 또 나...너희 사진 찍어줘야 되잖아~

잠시도 쉴새가 없어요. ㅋㅋ

 

 

 

 

 

 

 

자칫하면 돌과 함께 우르르 미끄러 질듯 험하고 가파른 돌 사면 길을 올라섰다.

한참을 앞서 올랐던 일행들도 이곳에선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지....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는 듯 하염없이 미나핀 빙하를 향하고 있다.

 

 

 

 

자연인 요사니는 아예 누워 버렸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텐트를 쳤어도 좋았을 뻔 했는데...

기막힌 풍광이잖아~

높디 높은 언덕 꼭대기에 이처럼 넓다한 평원이 있어, 한 쪽엔 하얀 평원 미나핀 빙하가 펼쳐져 있고,

그 반대편엔 소들이 노니는 푸른 초원이 펼져져 있고....

 

아!!

이곳 또한 진정한 천국이야!!

 

 

 

 

 

아무래도 내리막이고 컨디션들도 좋아선 지, 2시간만에 미나핀 빙하를 건너 라카포시bc(=타카파리,Tagafairy,3,500m)에 도착을 했다.

이제 겨우 9시....

점심을 먹는다는게 어이가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이곳에서 밖에 점심을 먹을 장소가 없다고 하니...그럴수 밖에...

하긴 점심이 아니라 뭐든 이 환타스틱한 장소에선 먹어줘야 하는거지~

이곳을 그냥 지나쳐 곧바로 내려간다는 것은 자연인들의 수칙을 배반하는 거야~ ㅋㅋ

 

 

 

이곳은 물이 아주 탁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가서 물을 길어오는건 지, 임티아스와 포터가 한 참 멀리까지 가서 물을 길어오고 있다.

그래도 그것이 정수기로 펌프질을 하는것 보다는 훨씬 수월한 지...ㅋㅋ

 

오늘 점심은 우리의 레슨하에 볶음밥을 해서 먹기로 했다.

야채을 다지고...

에그 스크램블도 해서 같이 섞어 볶은 볶음밥....

까망배르 치즈를 얹어서 먹으면 고소함이 일품이다.

요사니와 남수가 가져온 볶음 김치까지 얹어서 먹으면 더욱 일품요리...ㅋㅋ

 

 

 

우리같은 자연인이 점심만 먹고 바로 이곳을 떠나는 것 또한 수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맘같아선 12시까지 이곳에 누워서 맘껏 누리고 가고 싶었지만...조금 양보해서...11시까지 누워있다가 하산 하기로 했다.

다른 짐들은 먼저 나귀와 포터들이 지고 내려가고, 주방 타프 하나와 매트만을 남겨두어 우린 그곳에 누워 라카포시의 기운속에

빠져들어 있었다.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장면이 펼쳐져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는거다.

 

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거대한 설산이 있고....

푸른 초원이 있고....

한가롭게 소들이 노닐고 있고....

 

출발이 늦어지면 햇살이 강해 빙하가 녹아흘러 걷기가 힘들어 지기 때문에 디란bc에서 빠른 출발을 했어야 했는데...

꼭 그래서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게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11시가 되어 주섬 주섬 덧입었던 패딩도 벗고, 벗었던 등산화도 신고.....

짐을 꾸려 11시 20분쯤 출발을 했다.

 

가는 길목에 이곳을 등정을 하다가 운명을 달리한 젊은 등반가의 메모리얼이 보인다.

1974년생....1999년에 하늘나라로 갔으니 그의 나이 25세...

참으로 꽃다운 나이가 아닐 수 없다.

안타까움과 슬픔에 잠시 가슴이 먹먹해 온다.

 

 

 

 

 

올땐 홀로 뒤쳐져 와서 가파른 절벽이 있어 험하다고 생각은 들었어도

위는 바라보지 않아 그렇게 위험한 낙석지역임을 모르고 지났는데....

갈때 보니,정말 아찔한 낙석지역을 통과해야 했다.

사실, 그것도 멀찌감치 보이는 미나핀 빙하의 풍광에 사로잡혀 전혀 모를 뻔 한걸, 가이드의 재촉에 알아차렸을 뿐이다.

 

 

 

이제는 저 멀리로 라카포시와 그 앞 미나핀 빙하가 보인다.

오른땐 오후에 올라 구름에 뒤덮여서 라카포시는 보이지 않고, 그 앞으로 흐르고 있는 빙하만을 볼 수 있었는데....

판타스틱한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아!

우리가 저 곳에 발을 딛고 걸었단 말이지~

저 거대하고 기인 빙하를 건너서 디란피크 앞...디란 bc까지 갔단 말이잖아~

 

 

 

무슨 일이든 지....

지나고 나면 힘든 기억은 사라지고 감동만이 몇배의 크기로 더 커져서 남는다는 거....

그래서 우린 끝없이 도전할 수 있는거고...또 해낸다는 거...

 

겨우 하루가 지난 이 순간에도 벌써 그런 복받치는 감정이 휘몰아 치는것만 같다.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Mascagni - Cavalleria Rusticana:Intermez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