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25.파키스탄 디란bc의 새벽풍광...다시 미나핀 빙하를 건너다.

나베가 2014. 11. 6. 01:00

 

 

 

 

이제까지 밍근하게 있던 두통도 완전히 사라졌고...

기막힌 컨디션으로 디란bc에서의 새벽을 맞았다.

이곳이 진정 천국이 맞나보다. ㅎㅎ

 

 

 

라카포시 설산과 빙하를 바로 코앞에서 맞딱뜨리고 있기에 온 몸에 한기가 든다.

최대한 따듯한 옷차림으로 산책에 나섰다.

 

벌써 라카포시(7,783m)에 동이 터오르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한 설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부터 빛이 닿는 그 순간은...

볼때마다 어찌나 그 모습이 매혹적이고도 장엄한 지....

때론 울컥해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기도 하다.

 

 

 

 

늘 그렇듯 그 순간은 또 어찌도 그리 짧은 지....

순식간에 그 오묘하고도 장엄한 광채는 설산 전체를 비추며 환한 아침을 맞게 한다.

 

 

 

여기 저기 사방으로 흘러가고 있는 작은 도랑들을 건너 디란 bc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저만치에 요사니가 보인다.

 

그럼 그렇지~

저 부지런한 요사니는 아마 꼭두새벽 어둠이 한참 뒤덮고 있을때부터 나와 있었을거야~

어제 도착해서부터 이 장엄한 설산 라카포시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고 했잖아~

사진에 대한 열정도 그렇고...

넘치는 감성도 그렇고...

감히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다.

 

 

 

 

잠시 멈춰서서 사방을 둘러 보았다.

걸음을 멈춘채 고개만 돌릴 뿐인데...

어쩌면 이렇듯 다른 풍광이 펼쳐지는 걸까....

 

하얀 설산과 초록의 극명한 대비....

그것이 걸어서 닿을 곳에 함께 공존한다는 것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고 있어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불가사이한 수수께끼 처럼 느껴진다.

 

사실은...

 

저 진한 초록이 뒤덮은 산언덕도 초록이 아니잖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깔의 꽃들이 뒤덮고 있는거잖아~

그런데 저리 진초록으로만 보이다니....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 내가 본 것들이 얼마나 왜곡된 것들이 많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것들이 마치 모두 진실인 양 그리 쉽게 믿어버리고...

그 속에 갇혀서 오만과 편견까지 갖게 되니....

 

그 아래로 뻗어있는 잔설과 새벽부터 먹이를 뜯고 있는 소들의 풍광이 또한 기막히도록 아름답다.

 

 

 

 

 

 

 

 

 

 

 

1시간여 동안을 새벽 풍광에 젖어들었다가 정신 차리고 텐트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라카포시 bc와는 달리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지마는 이곳도 목초지라서 사방에서 소들이 자라고 있어 그냥 물을 마시는건

좋지않다.

짐을 다 꾸리고 나와 물을 정수해서 병을 채웠다.

둘이서 하면 좀 수월하지만 혼자서 하려면 병도 지지해야하고, 정수기도 지지하면서 펌프질을 해야하기 때문에

제법 힘이 든다.

그래도 노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도랑에 앉아 맑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맑디 맑은 물을 채우는 일은 신바람이 나는 일이다.

 

 

 

어제 저녁 파키스탄 음식을 입에도 대지 못한것과는 달리 컨디션이 좋아 아침을 잘 먹었다.

갈길이 바빠 서두르는건 우리가 아니라 포터들이다.

어제 라카포시bc로 내려간 포터들이 새벽같이 올라와 벌써 텐트등을 철거해 출발 준비 완료다.

이들이 이렇게 서두르는건, 해가 나면 무거운 짐을 매고 뜨거운 햇살의 반사가 심한 빙하를 건너기가 훨씬 더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7시....출발이다.

어느새 높이 솟아오른 햇살이 디란bc의 초지와 스텝들의 머리에 강렬하게 내리비친다.

서두르긴 했어도 왠지 스텝들의 발걸음도 쉬이 떨어지지 않는듯한 느낌이 든다.

ㅎㅎ 이건 순전히 내 기분일까?? 

천국을 떠나 속세로 내려갈 생각을 하니...발걸음을 쉬이 떼기가 힘들어 져서....??

 

 

 

그려~

내 말이 맞았어.

모두들 이곳을 쉬이 떠나고 싶지 않은게야.

 

우린 이참에 단체 사진을 한 컷 찍고 출발하기로 했다.

 

 

 

 

 

 

 

일행들을 떠나보내고도 난 좀 더 남아서 이 꿈같은 푸른 초지의 야크와 소들이 노니는 모습을 한 컷 더 카메라에 담았다.

 

 

 

 

환상적인 노오란 색의 야생화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셨지만, 어제처럼 여기 저기 앉아서 호사를 누릴 여유는 없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 험한 돌 사면길로 접어들었다.

 

모두 바삐 험준한 돌사면길을 통과해 이내 장대하게 펼쳐진 미나핀 빙하에 들어섰다.

오늘도 파아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판타스틱한 날씨다.

파아란 색과 하얀 색의 너무나도 선명한 대비가 눈이 부시다.

 

 

 

무거운 짐을 매고 그리 바삐 걸었으니 이젠 쉬어 줘야지.

더구나 이들은 지금 라마단 기간이라 아침도 안먹었을 것 아닌가~

하긴, 때에 따라서 이렇듯 일이 있을땐 음식을 먹고, 금식 기간을 더 뒤로 미뤄서 지킨다고 하긴 하더만.

암튼, 편히 앉아서 쉬는 모습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기막힌 포커스가 되어 주고 있다.

 

 

 

나는 잠시도 앉아서 쉴틈도 없이 이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동분 서주했다.

어쩌면 나는 앉아서 쉬는 것 이상으로 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에너지를 채웠는 지도 모르겠다.

 

 

 

이 독특하게 생긴 고글때문에 인기 짱이었던 이 포터...

사실 이 고글은 초창기 원정대원들 사진속에서 보아왔던것과 흡사했는데...

알아본즉 사실이었다.

이곳 낭가파르밧 원정대팀이었던 독일의 헤를리 코퍼 박사 팀이 썼던 고글이 맞는단다.

이 포터 아버지가 포터로 일을 할때 선물로 받은 고글이라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다시 출발이다.

거칠고 날카로운 돌로 뒤덮인 빙하 모레인 지역이다.

그 앞에 선 임티아스...

한 컷 담아줘야지.ㅋ~

 

사실 파키스탄 낭가파르밧과 K2,G1,G2,브로드피크...등은 일반 트래커들 보다는 아직은 원정대원들이 많아서

이들 포터나 스텝들이 입고 있는 아웃도어나 등산화,썬그라스...등은 원정대팀 소속으로 받은 옷이거나 선물로 네팔리들이 입은 짝퉁과 달리 거의 진품들이다.

우리의 가이드겸 쿡인 임티아스가 입은 셔츠도 원정대팀에 소속되어 일할때 받은 셔츠로 태극마크가 붙어있다.

 

 

 

 

트래킹 로드가 선명하지 않은 빙하길이나 광야엔 이처럼 작은 돌비석을 세워 길을 안내하고 있다.

사실 주변 풍광에 사로잡혀 카메라에 담고는 앞서 가는 일행들 뒷모습 보고 쫓아 가느라 이런 돌비석을 찾아 볼 틈도 없다.

 

 

 

 

 

 

어제 온 길인데, 어쩌면 올때와 갈때가 이리도 느낌이 다른 지....

하긴 이 드넓은 빙하의 온 모습을 어찌 다 담을 수 있을까...

겨우 내 발걸음 따라 시선이 닿은 곳이 다인양 그리 보는거지.

 

 

 

잠시 잠시 이들이 쉴때 마다 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흥분했다.

잠시도 여유롭게 앉아서 쉴 틈도 사실은 없었다.

그래도 그것이 훨씬 더 신나고 힘이 나니, 나 역시 요사니와 함께 사미사인것은 확실한것 같다. ㅋ~~

 

 

 

 

 

 

 

 

거친 모레인 빙하길의 연속이다.

어제도 이리 날카롭고 험준한 돌 빙하길이 많았었나....??

사방이 크레바스로 쫙쫙 벌어져 있어 마치 지그 재그 길을 걷듯 구불 구불 돌아서 걷는다.

자칫 일행을 놓치면 길을 잃고 헤메일 수 있으니 정신차리고 쫓아 가야겠다.

 

 

 

 

 

 

 

거칠고 험준한 모레인 지역을 빠져나와 다시 하얀 설빙하 길로 접어 들었다.

사진을 찍느라 늘 뒤쳐져 일행들 뒤를 쫓아 가다보니,,,그림같은 풍광을 자주 접한다.

하얀 설빙하를 걸어가고 있는 우리 스텝들 뒷모습이 멋지다.

 

 

 

 

 

 

 

 

 

 

 

 

 

슈베르트 // 로자문데 3막 간주곡(안단티노) - 쿠르트 마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