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24.천상...젤리 레이크 가는 길...젤리 레이크에 빠져들다.

나베가 2014. 11. 5. 01:00

 

 

 

 

천상이 이러할까....

그렇겠지?? 아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울까??

잠시 꽃속에 파묻혀 누워서 파아란 하늘과 하얀 설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뜬금없는 의문이 생긴다.

 

 

얼마나 넋을 잃고 풍광에 사로잡혔었는 지....허리춤에 묶었던 쟈켓이 벗어진줄도 모르고 헤매이었다.

잠시 주변을 훑어 보았지만 이내 찾는걸 포기했다.

이 드넓은 천상낙원 어디에서 언제쯤 벗어진 줄 알고  쟈켓을 찾겠다는 건가~

꽃 종류와 색깔만도 수십 수백가지가 되거늘...

 

잠시 거친 숲속을 뚫고 걸었다.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다.

뒤에 오고 있는 남수와 요사니늘 위해서 소리쳐 불러 재끼며 위치를 알리고는 다시 발길을 좀 서둘렀다.

 

 

조금만 걸으면 호수가 나오겠지??

그러나 기대감과는 달리 좀체로 우리앞에 호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저 산을 넘어야 하나봐~

그제서야 임티아스가 우리가 따라오든 말든 정신없이 서둘러 앞질러 간 이유를 알것 같았다.

해가 지기 전에 캠프지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할 일이었다.

 

 

 

사진 찍기를 자제하고 정신없이 걸었다.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풍광....

 

그렇게도 꽃이 만발했던것과는 달리 아직 이곳엔 잔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그끝으로 보일락 말락할 정도로 작은 호수...

젤리 레이크였다.

 

 

 

너무나 엄청나고 환상적일 거라고 기대를 했었기에 사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시간도 없어 모두들 그곳에서 그렇게 젤리 레이크를 접하고는 하산할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그 호수 끝까지 가보기로 맘먹고는 서둘러 내려갔다.

 

 

 

 

히말라야에 오면....

아니 이렇듯 엄청난 곳에 오면 시공간 능력을 상실한다고 했었지?

도저히 거리감과 공간감...높이...등을 가늠할 수 없다고...

눈에 보이는 것은 절대 거짓이라는 것...

 

 

 

 

 

손바닥만하게 보였던 초라한 호수가 그 곁에까지 오니,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서 얼마나 또 환상적인 자태를 보여주던 지...

 

 

 

 

 

그리 몇 시간을 걸어 왔는데....

호수 뒤편으로 디란이 아까 본 모습 그대로 배경이 되어 주고 있는 거다.

환상적인 꽃의 배경이 되어 주었던것 그 이상으로 또 매혹적인 풍광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또 그 모습에 반해서 사방으로 각도를 바꿔가며 호수를 담았다.

어떻게 어디를 배경으로 해서 호수를 담아도 매혹적이다.

 

 

 

더 아래로 내려가 호수끝까지 갔다.

바람에 잔 물결이 일어 디란이 선연하게 잠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파아란 하늘과 초록 산, 하얀 설산이 담긴 젤리 레이크는 더욱 아름다웠다.

 

 

 

저 위에서 실망감을 가지고 여기까지 내려오지 않은 사람들은 이 놀라운 광경을 못 본 거잖아~

여기 ...살얼음을 얼리운 채 그 한 가운데로 거대한 디란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자빠질것 같아~ㅎㅎ

흡족한 마음이 온 마음 가득 미소를 채운다.

 

 

 

 

 

 

발걸음을 재촉해 뛰듯이 걸어 일행들에게 갔다.

한참을 눈밭 골에 있었으니 온 몸에 찬기가 든다.

 

임티아스는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서 우리의 저녁을 지어야 하니 맘이 급한 지 벌써 저 만치 사라져 간다.

우리도 걸음을 재촉해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다행히도 언제부터 우리와 함께 걸어 여기까지 왔는 지, 현지인 한 분이 우리의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다.

위험한 곳을 피해 안전한 길로 자상하게도 안내를 해주니 여간 고맙지 않다.

 

 

 

 

어느듯 내리막 앞까지 왔다.

거대한 디란이 다시 눈앞에 터억 하고 나타나니 가슴이 또다시 복받쳐온다.

그래도 이젠 더이상 이곳에 머무를 시간이 없다.

캠프지가 저 아래로 보여도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는걸 이젠 좀 눈치를 챘기때문에.....

 

 

 

오를땐 풍광에 넋을 빼서 얼마나 가파르고 험한 길인 지 눈치도 못챘는데,

하산길에 접어들어 아래를 내려다 보니,그야말로 자칫 발을 잘 못 디디면 그냥 굴러 수백미터 아래로 수직 하강 이다.

꽃에 팔려 정신줄을 또 놓을까...꽉 붙들어 맨채 조심스레 걸었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길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멀고 시간이 걸렸다.

 

 

 

캠프에 도착하자 마자 피곤함이 갑자기 엄습해 잠시 잠이 오락가락 하던 차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곤함이 이제서야 몰려드는 지, 밥이 도저히 먹히질 않는다.

임티아스가 파키스탄 음식을 아주 맛있게 해주었는데, 입에도 대지 못하고 야채 스프와 뜨거운 물만 마시고는 텐트로 돌아왔다.

 

밤하늘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시야를 가득 메운 거대한 하얀 설산-디란을 눈앞에 두고 보니, 디란bc가  라카포시 bc보다 훨씬 더 판타스틱한 것이 좋다.

억지를 부리기를 너무나 잘했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을 보지 못하고 그저 되 내려갔다면 억울해서 어찌할 뻔 했냐고....

마음 한 편에서 메아리 친다.

 

내일은 일정이 빠르다.

이틀동안 온 길을 하루만에 미나핀까지 내려간다.

빙하를 건너느라고 다시 감기가 심해졌었는데, 점심후 감기약과 두통약을 먹었더니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

다행이다.

하긴....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에서 아프면 말이 안되는 거지~ ㅎㅎ

 

 

 


(P. Baraough, J.Keller, Francis Lai)
 프란시스 레이// '사랑은 우리보다 훨씬 더 강한 것 (영화 남과 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