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워서 발걸음 떼기가 힘겨운....
그렇게 수도 없이 야생화들과 양들과 어울려 놀다가 힘든 발걸음을 뗐다.
불과 얼마를 올라왔을까....
아래에서 보았을땐 설산만 보였건만...
그 앞으로 이렇게 거대한 빙하가 자리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런걸 보고 '한 치 앞도 못내다 본다'고 하는건가~
야생화가 만발한 바로 그 아래로 이렇게 거대하고도 광활한 빙하가 자리하고 있다니...
어찌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가슴에 그대로 담을 수 있을까....
스틱을 바닥에 팽개친 채로 빙하 앞에 섰다.
그렇게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빙하에서는 매선 찬바람이 일었건만....
그 추위 조차도 인지 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이 엄청난 광경앞에 그대로 얼음 땡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얼마동안이나 이 놀라운 광경앞에 사로잡혀 있었는 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에 한기가 드는것이 머리가 다 띵할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 매서운 바람의 빙하앞에서 있었으니....
뷰랴 뷰랴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래도 이미 온 몸 깊은 구석까지 들어가 버린 냉기는 쉬이 몸을 뎁히지 못했다.
헐~~
감기 기운이 미약하나마 계속 있는데, 이 추운곳에서 이리 오랫동안 온 몸을 노출시키고 있었으니...
오늘 밤이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재빨리 자리를 떠 트래킹로로 들어섰다.
갈 수록 바람이 더 세차진다.
빙하에서 부터 불어오는 찬 바람이 높은 산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내 몸을 때리는것만 같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춥기도 했지만, 보기에도 아찔한 수직 절벽 끝을 걷기때문이다.
저 높이 솟아 오른 바위 산 어디서든 돌 하나만 굴러 떨어져도 위험 천만인 코스가 아닐 수 없다.
와아!!
탄성이 터지는 또 다른 풍광이 펼쳐졌다.
드디어 라카포시 bc(Rakaposhi 3,500m)인 것이다.
방목지인 이곳의 현지 이름은 타카파리(Tagafairy )라고 한다.
라카포시와 미나핀 빙하 언덕 아래로 펼쳐진 푸르른 초지....
소와 말과 당나귀가 이곳의 주인인 양...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니
평화로움이 내 온몸을 휘감고 들어온다.
세상에~
라카포시 bc(3,500m) 가
이런 곳이었어?
설산이 있고...
그 앞으론
미나핀 빙하가
거대하게 자리하고 있고...
그 언덕 너머 아래로...
이렇듯
평화롭고
아름다운 초지라니...
카메라가 생겨나
이렇게
사진으로 담을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이야~
그냥...
이런 곳이 있다고...
입으로만 얘기하면...
와 보지 않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특히
우리나라 처럼
고도가 2,000m 고지가 채 안되는 산으로만
있는 곳에서.....
빙하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작은 도랑이
굽이쳐 초지를 뒤덮고
있음이...
그 도랑섶으로 피어있는
독특한 꽃나무들까지...
멋지지 않은 곳이
단 한군데도 없어 보인다.
흥분된 맘으로
연신 라카포시 bc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으며
캠프지로 갔다.
시계를 보니, 거의 6시가 다 되어간다.
중간 중간 풍광에 빠져들어 자주 쉬고 누워도 있었지만 8시간을 넘게 걸었다.
이글네스트에서 부터 고산증때문에 힘들어 했던 요사니와 남수가 좀 힘들어 보인다.
벌써 저녁나절이라 옷깃에 스며드는 찬바람도 만만찮은데....
얼른 배낭에서 털 비니와 캐시미어 목돌이를 꺼내어 요사니와 남수에게 주었다.
지금 체온 조절을 잘 해야 한다.
계속해서 깔딱 고개를 오르느라 땀이 나서 옷을 얇게 입었다가 갑자기 맞딱뜨린 엄청난 빙하와 그 냉기가
이미 우리 몸에 배어 들었기때문이다.
벌써 쳐 놓은 텐트에 짐을 들여놓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초입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미나핀 빙하의 모습이 라카포시 앞으로 장엄하게 펼쳐졌다.
같은 위치에 서서 몸만 뒤로 돌아 섰을뿐인데, 보이는 풍광이 이렇게 극과 극이라니....ㅎㅎ
거대한 설산과 빙하...
그리고 푸르른 초지와 동물들...
아무래도 남수와 재현이가 고산증의 여파로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는데, 이곳의 여정을 생각지 않고 출발했는 지...
옷차림이 걱정이 되어 이풀과 내 우모복을 그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우린 침낭도 한 겨울용이고, 우모복 외에도 두꺼운 패딩이 있기에...
저녁을 먹고 텐트로 들어갔다.
계속 머리가 띵한것이...당췌 무엇이 원인인 지 모르겠어서 나름 처방하기가 힘들다.
아무래도 아까 미나핀 빙하 초입에서 찬바람을 너무 많이 쐬어 감기가 더 심해질까봐 감기약과 고산약인 비아그라를 한 알 먹었다.
이내 컨디션이 좋아진다.
남수의 기척에 밖으로 나가보니, 하늘이 그만 별천지 세상이다.
은하수는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고...
어둠속에 우뚝 선 라카포시는 더욱 투명하게 또렷이 보였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한동안을 또 삼매경에 빠져든다.
별은 꿈과 같아~
언제 보아도....
아무리 보아도...우리에게 늘 꿈속 환영을 보게끔 하잖아~
그냥 멈추어 서 버린 동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사미사인 재현이가 이 광경을 놓칠 리가 없다.
별 사진을 찍는다고 삼각대를 설치하고 난리 굿을 편다.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난 이내 포기를 했다.
그냥....
별세상은 내 가슴속에 둘거야~
생각과는 달리 잠이 쉬이 오지 않는다.
음악도 듣고....
일정표도 다시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수의 기척이 또 들린다.
재현이가 고산증이 더 심해졌나보다.
급히 이풀이 고산약인 다이아목스를 주었다.
에구~~
폭탄이 따로없어~ ㅠㅠ
그래도 두통이 가라앉았다니 다행이다.
MOZART // 바이올린 소나타 제26번 K 378 -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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