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18.훈자(카리마바드 지역)-미나핀(나가르지역 2,050m)-라카포시(Rakaposhi 7,783m) BC로 가는 환상 풍광...(1)

나베가 2014. 10. 27. 15:48

 

 

오늘 일정은 미나핀 빌리지에 가서 커다란 카고백을 그곳 숙소에 맡겨놓고

2박3일의 작은 가방을 꾸려 라카포시BC(3,500m)까지 가는 일정이다.

때문에 어젯밤도 늦도록 2개의 짐으로 다시 꾸리느라 사투를 벌였다.

 

 

 

원래의 일정대로라면 오늘 울타르 메도우를 갔다가 미나핀 빌리지로 가는것 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다음 일정 역시 라카포시 bc를 거쳐 디란bc까지 하루에 가는 아주 빡빡한 일정이 될뿐만 아니라,

야생화가 환상인 젤리 레이크에도 갈 여유가 없으므로 차라리 울타르 메도우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어짜피 훈자를 이렇게 단 이틀만에 끝내버린다는게 너무 아쉬워서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한것...

 

원래 5시반 출발이었으나 조금은 여유가 생겨 7시에 출발을 했다.

짚차의 창이 낮아 밖의 풍광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간간히 고개를 숙여 밖을 보노라면

훈자강을 중심으로 양옆 수직 흙절벽위로 생긴 독특한 훈자의 풍광에 여전히 탄성이 터진다.

  

 

 

미나핀 빌리지는 이글네스트에서 그리 멀지는 않아 40여분만에 도착을 했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건 숙소앞 잔디 밭에 거대하게 자란 살구나무였다.

스틱으로 살짝 치기만 해도 그 큰 나무에 빼곡히 달린 살구는 툭툭 떨어졌다.

가져갈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따 먹어도 된단다.

 

와우~~

노오랗게 익은 살구는 정말 달고 맛있었다.

아니, 맛도 맛이려니와 나무에서 따서 먹는 재미가 얼마나 톡톡하던 지...

 

 

 

스틱으로 일일이 떠먹자니 이 맛난 살구를....또 간질맛이 나서 100루피어치를 사서 정신없이 먹었다.

어느정도 배를 채운 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거대한 바위산 너머 기막힌 자태의 라카포시(7,783m) 가 보인다.

그제서야 카메라를 꺼내들고 주변 풍광을 담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차장 주변으로 우리와 2박3일의 여정을 함께 할 포터들이 모여들었는 지

25kg의 짐을 달아 분배를 하느라 소란스럽다.

 

그런데 가이드 임티아스가 와서는 느닷없는 폭탄 선언을 하는것이 아닌가~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 포터들이 단식을 하고 있어서 힘들어서 디란BC를 가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라카포시BC에서 자고, 내일도 우리만 디란bc에 갔다가 다시 라카포시에서 자야된다는 것...

 

 

 

힘든곳은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정보를 어디서 읽은 생각이 나서 우린 완강히 거부했다.

라카포시 bc에서 디란 bc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우리 캠프 장비만 옮겨 놓고 그들은 다시 라카포시bc로 내려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디란 bc에서 아름다운 젤리 레이크도 갔다가 여유로운 캠프를 하기위해 울트라 메도우도 포기를 했는데...

우린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결국은 우리의 제안대로 결정을 내린 뒤 조금은 늦은 출발을 했다.

9시 20분이다.(여권은 이동시 수시로 체크를 하니, 항상 휴대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벌써 내리쬐는 햇빛이 강렬하다.

적어도 물 2리터는 필요할것 같다.

 

7월16일 인천에서 출발하여 오늘 7월 20일에서야 드디어 트래킹 시작이다.

약간의 긴장감이 온 몸을 감싸온다.

그동안 쌓인 여독을 풀기위해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했다.

 

가는 길목 양옆으로 살구나무와 살구를 말리느라 펼쳐놓은 모습들이 정겹기 그지없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

깊은 계곡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사막산과

거대한 바위산 곁으로 바짝 다가서니

그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 지....

 

그 사이를 거칠게 흐르고 있는

미나핀 강까지 한 몫 더한다.

 

 

 

 

 

금새 가파른 오르막이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걷자니 좀 힘이 들긴 했지만, 이내 오르막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보면

힘듦이 또 싸악 사라지는 듯하다.

 

 

 

거대한 바위산 앞에 서서 까마득한 훈자를 바라보고 있자니, 풀 한 포기 없는 거대한 바위산을 휘두르고

포옥 파묻혀 있는 훈자는 마치 딴 별세게 처럼 신비스런 느낌 마저 든다.

그 어떤 침략 세력도 들어올 수 없는 요새가 따로 없다.

 

 

 

 

 

 

햇빛은 더욱 강렬하게 우리에게 내리 쬐며 힘들게 했다.

길가에 큰 나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모두들 더 쉽게 지치는 것이다.

낯설기 조차 한 풍광도 볼겸 수시로 멈춰서서 흙벽에 바짝 기대어 가까스로 햇빛을 피해가며 쉬기를 반복했다.

 

어느새 저만치 설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디란 피크(7,270m)다.

 

 

 

짐을 잔뜩 실은 우리의 당나귀가 지나갔다.

우리의 무거운 짐을 지고 이 더윗속을 헤쳐나가고 있는 당나귀가 좀 안스럽긴 했어도

40kg이나 되는 무거운 짐을  끈으로 이어 머리에 매고 가는 네팔 히말라야 포터들 보다는 훨씬 보기가 낫다.

 

 

 

 

 

 

뙤약볕에 힘겨운 깔딱 오르막을 오르니 놀랍게도 노오란 민들레 꽃을  품은 푸른 초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개울도 있고...

그 옆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커다란 나무도 있다.

더없는 목가적 풍경의 방이다스(Bang-i-Das) 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모두 멈춰서서 개울물에 손과 얼굴을 씻고 누웠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푸르른 녹음과 파아란 하늘이 지친 몸을 한 방에  날려준다.  

 

어느새 다녀왔는 지, 임티아스는 어린 소년과 함께 뭔가 들고 우리앞에 나타났다.

일종의 요쿠르트인 '라쉬'다.

 

 

 

 

쨈을 타서 먹었으면 아주 맛있었을텐데...

 

오리지널 그대로의 라쉬를 마시자니, 시큰한 것이 닝닝한 맛이었다.

 

그래도 성의를 봐서라도...

아니 이 아름다운 곳에서 난 신선한 요쿠르트이니

다 마셔야지.

 

어디서 사왔느냐고 하니,

팔지는 않고 그냥 얻어온 것이라고 한다.

 

정말 이곳은

사람 사는 천국이구나 ...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다.

 

욕심내지 않고

나머지는 나누어 먹는 순박한 인심...

 

어제 발티트 성에서 내려오며 살구를 따주던 청년들과 함께....

 

가난한 나라지만, 이들의 여유로운 삶의 모습이 부럽기 조차 했다.

 

손수 배달까지 해준 이 고마운 어린 소년을 카메라에 한 컷 담았다.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데....

 

순간 떠 오른것은 배낭에 들은 사탕이 전부였다.

 

너무 약소하지만 아침에 넣어 온 나의 하루 분량의 사탕을 모두 소년에게 주었다.

 

 

 

 

 

 

 

또다시 지그 재그의 오르막을 올라오니,

돌로 지은 오두막집이 나타났다.

해발 2,804m의 하파쿤(Hapakund) 이다.

 

돌로 지은 작은 오두막이지만 뒤켠으로 올라가면 캠프를 칠 수 있는 넓다란  캠프지가 있고,

간이 화장실까지 만들어 놓았다.

 

앙증맞게도 만들어 놓은

동그란  간판에 써있는건...

엄연한 호텔.....

Hapakund Hotel 이다. 

ㅎㅎ

 

먼저 도착한 포터들과 스텝들이 우리의 점심을 마련하고자 분주하다.

 

 

 

 

 

 

오늘 점심은 라면....

쿡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쫄깃한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 우리가 직접 끓이기로 했다.

동생들이 가져온 신라면에 내가 가져간 반 건조 김치와 계란까지 넣고 끓이니, 지금 이순간엔 지상 최고의 점심이 아닐 수 없다.ㅋㅋ

 

 

 

수도 꼭지같은것을 연결해서 나오는 물은 그냥 마셔도 될 만큼 너무나 깨끗했고,

한 켠에 흐르고 있는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 낸 도랑물은 너무 차가와서 잠시만 발을 담그어도 온 몸 샤워를 한것 마냥

전율을 일으켰다.

 

등산화와 양말을 강렬한 태양빛에 널어 거풍을 시키고, 나무 그늘아래 펼쳐 놓은 돗자리에 누워 음악을 들었다.

남수가 선곡해온 음악이다.

역시 젊은 동생들과 함께하니 이만 저만 좋은게 아니다.ㅋㅋ~

 

그러면 이 누나도 뭔가를 해주어야지~

얼음이 따로 필요없는 빙하물에 커피믹스를 넣어 흔들으니, 이 또한 지상 최고의 냉커피가 아닐 수 없다.

거친 파키스탄 히말라야를 찾아왔는데, 이건 뭐~마치 알프스 자락에 누워 있는것 같은 착각 마저 든다.

 

 

 

아!!

이대로가 천국이구만....

출발 명령이 떨어졌다.

양말 신고, 덧 입었던 쟈켓 벗어 배낭에 넣어 꾸리고...등산화 신고...카메라 목에 걸고...

여유 부리며 풀어 헤쳤던 만큼 분주히 움직여 출발했다.

 

 

 

 

올라갈 수록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히말라야가 아닌

아름다운 알프스 자락이었다.

 

하늘을 가로 지르며

흐르는 하얀 구름...

.

거대한 바위 산 골을

메우고 있는 하얀 눈과 짙 푸른 녹음...

 

능선을 좌악~ 메운

초지위에 가득 피어있는 야생화들...

 

오스트리아 산 자락에

피어있어야 될듯한

에델바이스까지....

 

가슴 저 편에선

벌써 에델바이스

노랫 가락이

흘러나온다.

 

 

아!!

절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나는

다른 일행들이 다 올라간 뒤에도 한참을 이곳에

머물며 아름다운 풍광에

젖어 들었다.

 

 

 

 

이제부터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다.

아니, 중간 중간 나타난 초지 말고는 초반부터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잠시 멈춰선 곳 저편으로 거무스름한 것이 보인다.

문득 감이 잡히지 않는....

그러나 그건 미나핀 빙하의 지류다.

 

 

 

귀여우리 만치 몽글 몽글 피어난 듯한 나무들을 품고 있는 흙 산과 이곳 푸르른 초지를 사이에 두고

흘러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고 풍광이다.

 

 

 

 

미나핀 빙하의 지류가 보였으니,이제 해발고도가 3,000m가 넘는것 같다.

아무래도 고도에서 오는 압박감이 온 몸에 느껴져 온다.

고산이 처음인 남수는 다리가 아파오는 이 고소현상을 처음 느끼고는...

 

"내가 거의 매주 산행을 했는데, 요 근래 좀 못했다고 이렇게 다리가 아픈가??" 의아했다는 것이다.

이럴땐 아무래도 자주 쉬어 주는게 상책이다.

뭐~ 이런 비경을 언제 또 찾아 오겠다고 궂이 빨리 오를 필요가 있을까...

일부러라도 도착시간에 맞게만 최대한 천천히 즐기면서 가는게 최고의 트래킹이다.

 

 

하파쿤을 지나 고바위에 오르니 까마득히 먼곳으로 울타르 피크(Ultar Peak 7,388m ) 가 보인다.

한 눈 아래로 좌악~내려다 뵈는 거대한 바위산들과 깊은 심연속에 포옥 파묻혀 있는 훈자 마을과

살짝 고개를 내민 하얀 설산-울타르 피크...

내 발 아래로 펼쳐진 짙은 녹음....

 

그저 환상이란 말밖에...

 

 

 

 

 

 

사방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에 반해서 눈앞에 거대한 설산-라카포시가 드러나 있는 줄도 몰랐다.

경찰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꽃을 찍느라 내가 자꾸 뒤쳐지니까 우리를 경호하는 경찰관이 길섶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일행 4명에 이풀은 개인 카메라 포터를 쓰고, 쿡겸 가이드인 임티아스와 도우미인 미르자, 그리고

이 마을 훈장격인 사람까지 우리를 보호한다고 따라 나섰으니, 궂이 포터들이 앞서서 가도 마치 1인 1 가이드를 쓰고 있는 양,

우리들 곁에는 한 사람씩 가이드가 붙어 있었다.

여간 여유로운게 아니다.

 

 

 

 

 

 

아무리 설산이 눈앞에서 유혹을 하고 있어도 아름다운 비경을 쉬이 그냥 떠날 수가 없다.

모두들 한동안 앉아 풍광속에 빠져들어 있다.

오로지 나만이 산자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 핑크색 꽃에 홀려서...아니 이 꽃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에 반해서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와아~

어디서 나타났는 지...

한 무리의 양떼까지 나타나 나를 더욱 흥분속에 빠뜨렸다.

 

이 양들은 지금 무엇을 먹이로 따 먹고 있는 것일까....

설마 이 아름다운 꽃을 다 따먹고 있지는 않겠지??

 

알프스 몽블랑 트래킹을 갔을때도 그곳의 양과 소들은 모두 꽃속에서 살며 마치 꽃을 따 먹고 사는것 같았는데....

그래도 하 꽃이 잔디 만큼 지천이라 그 꽃 다 따먹을까...걱정도 안했었는데....ㅎㅎ

 

 

 

 

이제는

고도가 더 높아져 모레인이 섞여 검은 빙하였던 미나핀 빙하가 하얀 설빙까지 보인다.

 

녹음이 짙은 양 계곡으로 검은 빙하와 하얀 빙하가 섞여 흐르는 모습이 판타스틱 하다.

 

그냥...

 이 모습 자체에 반해서 조금만 더 위로 올라 하얀 설산앞에 서면 어떤 풍광이 펼쳐질 지....

 

지류로 흐르고 있는 미나핀 빙하의 원 모습이 어떻게 펼쳐질 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카니//'아베 마리아' Ave Maria - 캐슬린 배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