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은
마치 요술램프 같아서
걸을때 마다 다르다.
아마도
그 골목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도.
아니, 매 순간 마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다를테니까 말이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도 물론 다르고...
아마도
그래서 노인들이
처마밑에 앉아서
하염없이
사람들을 구경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매 순간 달라지는
골목 풍광을...
************
그 길을
한 순간 걸은 나도
오를때와 마찬가지로
또
전혀 달리 들어오는 풍광에
또다시 사로잡혀
카메라 셔터를 눌러재꼈다.
오를땐 몰랐는데,
흐드러진 살구나무가
눈에 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으니마을 청년이 얼른 와서
한 웅큼 살구를
따 주는것이다.
기분좋음에
인증 샷 한 컷~
아니, 낯선 여행자가
사진 한 컷 찍는데,
이리 즐건 표정이...
아!! 정말 순수한
사람들이야~
여행자를 이리 신나게
해주잖아~
이리 친절하니,
여행객들이 이곳 훈자를 여행자 천국이라고
하는게야~
사실,
아침에 이글네스트에서 체리를 따먹으며
오늘 훈자 시내로 들어가과일을 실컷 사먹자고
했었다.
그런데,
말린 과일들만 있을 뿐
도대체 체리나 살구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어인 일인가...
했었는데...
궂이 이곳에선
살구를 사 먹을 필요가
없기때문이 아닐까...
생각든다.
목공예 가구점을 또 만났다.
이곳에서도 한국말로 된 자그마한 광고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훈자가 얼마나 유명한 관광지인 지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마저 든다.
이곳 ...이름 마저 관광지로선 생소했던 파키스탄이란 나라에 한국어로 된 광고문구라니....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되어 있어도 얼마나 많은 한국 관광객이 이곳에 찾아들면 이러할까...
반갑고 또 다행스런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친절한 나라가 여행 위험국가로 낙인 찍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맘을 아프게 했기때문이다.
시내에 나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너무 더워 지치기도 해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바로 근처
반 지하 식당으로 들어섰다.
신기하게도 계단을 내려 지하로 내려가니
마치 에어컨을 틀은것 마냥 시원한 것이다.
계곡 난간에 지은 건물이라
골목길에서는 지하로 내려갔는데
반대쪽 편은 또 기막힌 훈자의 풍광이
차창으로 가득 들어온다.
이래 저래 기분이 좋다.
식당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한창 복잡할 이 발티트 성으로 올라가는 골목길에도 여행객이 없었다.
최근 연속으로 터진 탈레반의 테러 사건 영향이 큰것이다.
또 한번 답답한 통증이 가슴을 스친다.
정치적인 복잡한 일들....
그리고 그 소용돌이 한 가운데서 허우적 대는 서민들의 일상이...
골목길의 아기자기함 속에 묻혀있다가도 고개만 들면 6000m 이상의 암산과 설산이 시야에 들어오며 눈을 시원하게 한다.
그도 그럴것이 훈자는 그 암산과 설산을 병풍처럼 치고 한 가운데 포옥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함에 탄성이 터진다.
그 척박함 속 한 가운데로 푸르른 녹음이 가득 하다는게....
발티드 성을 빠져나와 시장으로 들어섰다.
라카포시와 디란 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훈자는 어짜피 내년에 다시 올것이니까...
내일 울타르 메도우 일정을 포기하고 곧바로 미나핀 라카포시로 들어가기로 했기때문이다.
이거 저거 식자재 살것들이 아주 많단다.
우린 별도로 고기를 사서 바베큐를 해 먹고 싶음에 들떠 있었다.
사실...시장통을 한 바퀴 돌고나니, 먼지도 많고 너무 덥고 지쳐서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았다.
임티아스와 기사, 그리고 요사니는 어디로 장을 보러 갔는 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슈퍼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서 마시며 길바닥에 털푸덕이 주저앉아 지나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먼지도 많고, 뜨거운 열기의 도로 한 가운데서...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
차라리 또 걷는게 낫겠다 싶어 이 골목 저 골목을 들어가 본다.
세상에~
저 많은 신발들....
벽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신발들을 보니, 깨끗한 상자에 들어 차곡히 쌓여 있는 신발들 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이기까지 한다. ㅋㅋ
하긴...
저 많은 신발들이 다 수선을 맡겼거나 수선할 신발들이니, 내 평생 저리 많은 수선집 신발들은 처음 보는게 맞긴 하다.ㅎㅎ
완전 재밌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수선집 가까이로 가자 일제히 고개를 돌려 숙인 이슬람 여성들의 모습이
더 재밌다. ㅎㅎ
하릴없이 야채가게도 들여다 보고.....
장수마을 답게 건강한 모습의 노인들 모습도 담아보고...
그때
저만치에 재밌는 모습이 또 보인다.
트럭을 개조해 만든 버스다.
멋진 지붕에
나름 분위기 있는 커튼까지 있다.
뭐~
저 정도면
이곳에서
리무진이 부럽지 않을것 같다.
ㅋ
궁금해서 다가가니, 궁금했던건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커튼 사이로 고개를 빼곡히 내밀고 활짝 웃고 있다.
이 정도면 용감한 여성이다.ㅎㅎ
다시 도로 옆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젠 점점 더 지쳐온다.
그런데...그때 뒤를 돌아보니, 보석가게가 있다.
흘끔 들여다 보니, 선풍기도 있고....손님이 앉을 수 있는 기인 좌석도 있다.
우린 보석가게로 들어가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온갖 보석의 값을 물어보며, 진지하게 살것 처럼 금목걸이와 금 팔찌의 무게도 재어 보고...ㅎㅎ
결국은 은반지로 끝을 보려고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주인장이 눈치를 챘는 지, 단돈 50루피를 깍아주지 않아서 우린 반지를 사지 못했다.
아니, 깍아주었으면 안 살수 없었을텐데...다행였던 거지~ ㅋㅋ
하긴, 그 반지 샀으면 우리 결혼하는 거 였냐고...
박장대소 하며 지루함을 한 방에 날려 보냈다. ㅋㅋ
그제서야 저만치서 요사니와 스텝들이 보인다.
다름 아니라 고기를 사러 여지껏 헤멨었나 보다.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서...
도저히 소고기를 구할 수가 없었다고....
지치도록 기다렸던 보람도 없이....
라카포시 bc에 가서 환상적인 바베큐 파티를 하려고 했건만...ㅠㅠ
이글네스트 호텔에 도착했다.
더위에 지친 온몸.... 해발고도 생각도 없이 훌훌 찬물샤워를 했다.
발코니에 나가니,
훈자의 풍광이
또다시 카메라를 들게 한다.
탁~트인 시야...
빵~ 터지는 가슴...
여전히 터지는 탄성은 어쩔 수 없다.
이글네스트 호텔...
정말
뷰 하나는 끝내주는군!!
감기 기운이 있는데 어제 찬물로 샤워를 해서인 지 여전히 수면부족에 과로 상태인 지...
머리가 약간 띵한것이 상큼한 컨디션은 여엉~ 아니다.
그래도 발코니에 나가 구름 한 점 없는 훈자의 풍광을 보니 여전히 가슴 시리다.
카메라를 들고 아침 풍광을 담다 보니, 저만치 식당 발코니 위로 요사니가 보인다.
세상에~ 고소가 와서 힘들어 하면서도 저리 부지런하다니...
뷰랴 부랴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가니, 아니나 다를까...요사닌 꼭두새벽같이 일어나
주변을 벌써 다 돌아본 상태였다.
나도 식당 발코니로 나가 이곳 이글네스트에서 보이는 훈자의 풍광을 사방으로 담았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레이디 핑거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정말 아름답다.
벤 /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arr, 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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