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월입니다. 크고 작은 설렘을 안고 시작했던 올해 2014년도 이렇게 벌써 10월이고, 또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남아 있는 나날들에 여유와 성숙의 미를 더해가야 할 그런 계절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사계>라는 음악이 있습니다. 작곡가가 일 년 열두 달에 맞춰 쓴 12곡의 음악으로 이뤄진 피아노 소품집입니다. 러시아 민요풍의 유려한 선율과 감미롭고도 애수에 찬 쓸쓸한 정서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곡입니다. 오늘은 이 계절에 맞춰, ‘10월 - 가을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10월’, 피아노 블라디미르 트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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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시민공원의 고즈넉한 가을) |
비엔나의 10월은 벌써 겨울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지난 달 새로 시작한 시즌 공연들이 한창 그 열기를 더해가지만, 이미 거리는 스산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이때쯤이면 우유를 듬뿍 넣은 부드러운 비엔나커피, 멜랑줴(Wiener Melange)가 각별히 맛있어지기 시작합니다. 가을의 비엔나를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커피 한잔이 또 어디 있을까요. 요하네스 브람스에게도 10월은 고독과 사색의 깊이를 더욱 더해가는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쓸쓸하지만, 그러나 내면의 엄숙함과 정신적 고결함이 느껴지는 그의 음악들은 가을이면 우리에게 좀 더 특별한 표정으로 다가옵니다. 브람스는 만년에 이르러 클라리넷 음악을 몇 곡 썼습니다. 이때 그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고 유서까지 써 놓습니다. 그러면서도 남은 시간 동안 묵묵히 몇 곡의 음악을 작곡합니다. 클라리넷과 첼로,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트리오 A단조>도 이때 만들어진 곡입니다. |
(브람스 <클라리넷 트리오 A단조 Op. 114>, 오보에 마르틴 프뢰스트, 첼로 클레멘스 하겐, 피아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
클라리넷은 ‘아마빛 머리의 소녀’와 같은 해맑은 음색을 지닌 악기입니다. 청순하고 발랄하면서도, 눈빛에는 묘한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모습입니다. 브람스의 음악과 만난 이 ‘소녀의 목소리’에는 옅은 갈색톤의 고아한 우수가 더해집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계절이 사뭇 깊어져가는 이 시간에 브람스의 그 음악은 우리에게 참으로 먹먹한 감동을 안겨다줍니다. 올해 10월은, 이렇게 브람스의 음악으로 시작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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