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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토씨의 문화여행노트] 프라하, 모차르트의 도시②

나베가 2014. 10. 17. 00:30

 

 

‘모차르트 프라하’의 흔적으로는 모차르트가 머물며 <돈 조반니> 등을 작곡했다는 베르트람카(Bertramka) 별장도 있고, 그가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말라 스트라나 지구의 성 미쿨라셰 교회(Kostel sv. Mikulase)도 있다. 특히 미쿨라셰 교회는 프라하 바로크 건축의 정점으로 불리는 장엄하며 화려한 건축물로, 과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물이다. 1787년 이곳을 찾은 모차르트는 악기를 연주하는 황금천사상들이 호위하듯 장식되어 있는 거대한 오르간을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장엄한 성 미쿨라셰 교회의 제단)


 

(모차르트가 직접 연주했다는 미쿨라셰 교회의 오르간)

프라하시의 한 중간을 관통해 흐르는 블타바 강과 바로 접한 우안 지역을 우리는 구시가지라 부른다. 거기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나아가 바츨라프 광장을 끼고 있는 거대한 지역이 신시가지다. 구시가지의 고즈넉함은 중세 시대의 기풍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비슷비슷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우리네 한옥마을의 좁은 돌담길을 걸어갈 때 느끼는 어떤 평온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 구시가지에 있는 에스타트 극장(Estates Theatre), 지금 체코어로는 스타보브스케 극장(Stavovske divadlo)이라고 불리는 곳이 바로 모차르트가 <돈 조반니>를 초연한 역사적인 극장이다. 하긴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에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아마데우스> 중 <돈 조반니> 피날레 석상장면)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의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매혹시키며, 동시에 가장 당혹스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돈 조반니(돈 후안)은 스페인 전설 속의 호색한 백작인데, 베네치아의 실존 플레이보이였던 카사노바 이야기처럼 뭔가 아슬아슬하고 신나는 모험과 스릴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끈적거리는 에로티시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허무함이 공연 내내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프라하의 명물 ‘마리오네트 극장’이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공연하고 있다)
아예 요즘 들어 이 작품을 보면 그저 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돈 조반니는 3시간 내내 이 여자 저 여자를 찾아다니며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지만 결국은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하고 지옥불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 도도한 쾌락주의자, 그렇지만 끝없는 그의 갈구가 마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어떤 강박을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세레나데 ‘창가로 와주오 내 연인이여 Deh, vieni alla finestra’, 베이스 바리톤 일데브란도 다르칸젤로)
게다가 그는 주인공임에도 멀쩡한 아리아도 하나 없다. 짧은 발라드나 술에 취해 혀가 꼬인 채 흥얼거리는 술주정 노래가 전부다. 그를 둘러싼 주역들이 정식 번호가 붙은 장대한 아리아들을 쏟아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마도, 대본을 쓴 다 폰테도, 음악을 붙여 넣은 모차르트도 돈 조반니에게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하여, 돈 조반니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음울한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웃고 있지만 웃을 수 없는 오페라 <돈 조반니>. 중세풍의 고풍스런 프라하를 걷는다 해도 조반니의 가슴 아린 고독은 곧 우리 마음 속으로 쓰러지듯 그대로 전해져 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