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2014교향악축제/울산시립-con.김홍재/최희연협연/4.2.수/예술의전당

나베가 2014. 4. 2. 04:28

 

 

 

 

 

공연날...그리고 후기...

4월은 봄이 활짝 문을 여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나의 맘을 더 흥분시키는 것은

바로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바로 이 교향악 축제다.

2014년, 올해도 4월1일부터 시작해서 18일까지 장장 18일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 지역의 오케스트라가

총 출연해서 훌륭한 협연자들을 대동하고 경연을 펼친다.

 

물론 지방 오케스트라 공연에 뭐...손꼽아 기다리기까지...?? 그럴 수도 있지만

축제라는 그게 묘한 재미와 매력...매일같이 공연장에 가서 고만 고만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펼치는 향연과

출연진들의 대결(?) 구도가 또 다른 흥분감 마저 준다는 것이다.

물론 축제이니 만큼 티켓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부담없이 전 공연을 즐길 수가 있다.

 

작년엔 앞으로 우리나라를 빛낼 차세대 주자들의 향연이었었다.

첫날 협연자였던 벌써 세계 무대에 우뚝 선 첼리스트 '다니엘 리' 가 나와서 소름돋는 연주와 환상적인 앵콜 퍼레이드를 벌였었다.

이에 뒤질세라 그 다음 출연자들도 모두...마치 앵콜 퍼레이드 경연을 펼치듯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앵콜곡들을 2~3곡씩 들고나와 그야말로 흥분속으로 몰고 갔었다.

빛나는 차세대들의 빛나는 연주에 얼마나 흥분하고 기뻐했었는 지....

공연을 다 보고 나올적 마다 즐거운 화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난 4월 19일 히말라야 ABC를 떠나기 직전까지 예술의 전당엘 뛰어 다녔다.

 

이쯤되면 올해도 이 교향악 축제에 거는 기대감이 다른 훌륭한 연주단체에 못지않을 이유가 충분할까....ㅎㅎ

 

그러나

올해는 티켓팅이 오픈 되던 날부터 얹짢은 기분이 들었다.

합창석과 3층 전 좌석이 만원이었던 티켓값이 두배로 올라서 만원짜리는 3층 맨 뒤 보조석 2줄만이었고,

나머지 3층 전좌석이 2만원으로 올라 있는 것이었다.

합창석도 열지 않고....

 

젊은 학생들을 비롯해서 매니아들이 부담없이 매일 찾아와 공연장이 꽉 메워지고...

그 함성이 홀안에 가득 퍼져옴이 얼마나 즐거웠는데...왠지 얼마전부터 말석은 모든 할인에서도 제외되고

할애되던 좌석도 형편없어져 씁쓸했었는데, 그나마 믿었던 교향악 축제마저도 그러니....

 

암튼...

다른 공연장에 예매되어 있지 않은 날과 기타 일정이 없는 날을 찾아 다 예매 버튼을 클릭했다가 이내 다 취소해 버렸다.

그래도...그런 맘이 또 한켠에서 든다.

결국 18개의 공연중에서 5개를 예매했다.

 

그중 첫 공연이 오늘 김홍재 지휘자의 울산 시립과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공연이다.

프로그램이 베토벤 피협 3번이다.

최희연에 거느 기대감이 크다.

그리고 교향악으로는 말러 1번 (거인) 이다.

1번은 워낙에 아바도가 이끄는 루째른 페스티발 베이징 공연에서의 감동이 압도적이라 그 이후 다른 공연에선

큰 감동을 못 받지만....그래도 말러이니...울산 시향과 김홍재를 믿어 보는 거다.

아니...뭐 딱 울산시향이 해 낼 수 있는 만큼만....ㅎㅎ

 

수요일은 매주 볼일이 있어 일을 끝내고 나면 일찌감치 예당에 오게 되어있다.

도서관 자료실에 가서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낼까 했지만, 허둥대며 나오느라 돋보기를 안 가져와(블로깅 하면서 눈을 혹사시켜 완전히 나빠졌다. ㅠㅠ)

전시장을 돌아 보기로 했다.

미술관 까페에서 커피와 빵으로 요기를 하고 미술관을 돌았다.

오랫만에 전시실을 찾아서인 지, 봄을 타서 인 지....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온갖 색채와 표현...구도...비디오 아트...배치에서 오는 묘미까지...

찬란함 마저 든다.

 

그 흥분됨때문이었을까.... 

미술 수입 서적앞에서 지름신이 그만 왕창 터져 버린 것이다.

한 권만 눈여겨 보았어야 했는데....

아놔~ 그만 전시 보는것도 잊은 채...책에 필이 꽂혀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급기야...그래~ 봄 히말라야 여행이 취소되었잖아....까지 오게 되었다.

왕창...그러나 그 어떤 여행보다 흥분되고 반짝였던 지름을 질러놓고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그제서야 허리통증이 느껴져 오는 것이다.ㅠㅠ

그러고 보니 거의 3시간을 전시장을 둘러보고, 책을 보느라고 서 있었던 것이었다.

에고 에고~~

허리가 아프다고 딸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핸폰을 꺼놓고 공연에 집중했다.

 

예상대로 자리가 많이 비었다.

최희연이 무대에 올랐다.

단발머리 스타일 이었던 연주자가 머리를 올려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암튼...기인 서주가 오케스트라 연주로 펼쳐지고 ...

드디어 최희연의 손이 건반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연주 서두의 표현이 그랬다.

 

와우~~

역시 최희연 파워....대단하다.

비단 리스트...프로코피예프...곡이 아니더라도

베토벤 3번 피아노 협주곡 1악장과 3악장도 질주하듯 빠른 속도와 파워로 관중을 집중시킨다.

그런가 하면 감성을 자극하는 그 여리게 퍼져나감도 좋다.

비단 대단한 오케스트라와 협연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기며 빠져들 수 있을 만큼....

 

그만하면 됐다.

딱 교향악 축제의 울산시향과 최희연의 연주였음에....

 

국내엔 이미 나를 비롯해서 최희연의 팬이 많다.

연주가 끝나자 환호 소리가 공연장 가득이다.

그런데 ...앵콜곡 퍼레이드가 또 펼쳐질 지도 모르겠다고 내심 기대했던 그 기대감에 완전 찬물을 끼얹은 첫 연주회....

축제인데 불구하고...앵콜 연주가 없었다.

그건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교향악 축제의 백미는 협연자의 화려한 테크닉의 독주를 보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협연자의 연주에 비해 부족한 오케스트라 때문에 협연자의 연주가 묻히기도 하기때문이다.

그걸 만회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그래도 축제인데, 부족함을 앵콜로 청중들의 기쁨을 채워주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인터미션에 밖의 소파에서 푸욱 앉아 쉬다가 2부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내가 좋아하는 말러 교향곡이다.

그러나 사실 기대하지는 않았다. 아바도 때문에....

아니, 거기까지는 무리이고...ㅎㅎ

그 어려운 말러 교향곡을 지방 오케스트라가 어찌 다 채워줄 수 있으랴~

그래도 말러니까....1번 연주...넘 좋아하니까....

실황이니까....

고개를 뒤로 젖혀 반쯤 눈을 감고 연주를 기다렸다.

 

아~~

도입부...

어둠속에서 마치 생명이 움트듯이....

빛이 태동하듯이...그렇게 시작되던 전율의 아바도의 연주가 너무 강렬해서

말러 1번의 모든 연주회에서 그만 이 도입부에서 왕창 무너져 내리고 마는것이다.

 

언뜻 번개처럼 스쳐 지나는게 있다.

움을 틔운다는게....생명의 씨앗...빛의 태동...소리의 생성이 얼마나 힘든 것인 지....

그 절제의 최고치로 소리를 낸다는 게...

그 한없이 여리고...느린 곡을 일사분란하게 한 소리로 연주해 낸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 지...

도대체 어찌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었는 지...

아바도 루째른 페스티발 베이징 연주에서...

물론 그날의 연주가 정말 최고의 명연으로 남기도 했지마는....

 

이제는 아바도는 하늘나라로 가고...그의 말러 1번 연주 실황은 내겐 전설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의 실황 연주가 더 간절해 지고 뇌리에 깊에 박혀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럴 줄 알면서도 1번 연주를 들으러 오고...

 

암튼...

말러와 쇼스타코비치, 부르크너 교향곡이 프로그램에 있으면 무조건 달려온다.

아무리 명반일지라도 실황의 또 다른 맛이 있으니까....

고도의 집중력으로 숨까지 내뱉지 못하면서 음악을 접하게 하는 마력...

그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선율로 얻어지는 감동을 넘는 전율...

 

그런면에서 오늘 교향악 나들이는 잘한 선택이라는 것....

실망할것도 없다.

오늘의 연주는 딱 울산 시향의 연주였다.딱 그만큼... 할 수있는 최대치의 연주...

빨려들어가 한없이 또 다른 세상에서 유영하다가 사라지듯이 끝나는 명연의 전율은 아니었어도

편안히 보고 들을 수 있었으니...공연장을 찾은 기쁨은 충분하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앵콜도 없었다.

준비를 안한건 지...지휘자의 의도만큼 연주가 안된건 지....

주옥같이 울려 퍼지는 목관주자들의 연주...

그래서 연주가 끝나면 꼭 수석 목관주자를 비롯 목관주자들이 제일 먼저 박수를 받는....마치 관례처럼...

그러나 오늘 울산 시향의 연주후 연주자 첫 박수는 콘트라 베이스 수석에게 갔고,이어서 관악주자들에게 갔다.

끝내 목관주자는 박수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커튼 콜도 몇 번 없이 단원들도 퇴장을 했다.

 

2013년을 생각한다면 참으로 씁쓸한 교향악 축제가 아닐 수 없다.

 

밖으로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도 되지 않은 시각....

빠른 걸음으로 공연장을 빠져 나오며 핸폰을 켜니,

뜻밖에도 남편이 차를 가지고 출근했으니 퇴근하면서 데릴러 온다고 기다리라는 문구가 와 있는 것이었다.

야근후 연일 데릴러 와서, 미안해서 절대 오지말라고 문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

그런데 이게 또 왠일인가~

딸까지 이미 출발해서 예당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놔~~이를 어쩌면 좋아~

어쩌다 예술의 전당엘 오는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몇번씩 오는....더구나 앞으로 4,5월은 온갖 축제로 그야말로 공연장에서 살판이구먼....

아니, 당장 내일도 모레도....ㅠㅠ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 지... 민망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남편도 매일 야근이고...딸도 논문쓰느라 매일 밤 늦은 귀가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걸....

에고 에고~~

 

결국 내 앞에 나타난 건 남편이었다.

행복한 고민이라기 보단 아주 아주 내 스스로가 미안함을 넘어 민망했던....ㅠㅠ

그래서 집에 도착할때까지 재잘 재잘 ...행복에 겨운 립서비스를 했다는....

집에 돌아와서는 중간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간 딸에겐 전신 마사지를....ㅎㅎ

 

앞으로는 그러란다.

가기전에'오늘 예술의 전당에 가요~' 라든가...

'허리가 아프다...'라든가...  그런 문자 절대 보내지 말라고...

 

걍...공연 끝나면 '지금 집 가요.' 라고 보내라고...

ㅋㅋ

 

난...뭔 복이 이렇게 많은 지....

천복을 타고 난게 분명하다. ㅋㅋ

 

 

 

Mahler, Symphony No.1 in D major 'Titan'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Gustav Mahler

1860-1911

Claudio Abbado, coductor

Lucerne Festival Orchesta

Culture and Convention Centre, Lucerne

Lucerne Festival 2009

2009.08.12

 

Claudio Abbado/Lucerne Festival Orchesta - Mahler, Symphony No.1 'Titan'

 

“나의 시대는 올 것이다.” 구스타프 말러가 생전에 남겼던 예언과도 같은 이 말은 작곡가 탄생 150주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2010년은 말러 탄생 150주년, 2011년은 서거 100주년이다)에서는 이미 완벽하게 실현된 느낌이다. 예를 들어 그의 교향곡 1번은 이제 베토벤이나 차이콥스키 등 기존의 어떤 인기 교향곡 레퍼토리와도 동등하게, 어찌 보면 더 자주 연주되는 곡이 되었다. 그러나 말러 생전에 이 곡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어떠한 징조도 보여주지 못했다. 도대체 이 곡의 어떤 점이 당시 사람들을 당혹케 했으며, 또 지금의 우리를 매혹하는 것일까?

대실패한 초연... 평생토록 이어졌던 장대한 투쟁의 서막

“말러의 특징적인 모습은 이미 그의 첫 번째 교향곡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후에 만개하게 될 그의 삶의 멜로디, 즉 자연과 죽음에 대한 집착이 이미 이 곡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말러는 천국과 지옥을 빗대 인간의 삶을 노래했다. 그림은 보슈의 ‘쾌락의 동산’.

말러의 교향곡 1번이 언제 착수된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1884년이나 1885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구상은 1884년 당시부터였을지 몰라도 실제 작곡은 대부분 1888년 초에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설이 엇갈리는 이유는 말러의 지인들이 남긴 자료의 내용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교향곡이 1888년 3월에 완성되었다는 사실 외에 분명한 것은 없다. ‘완성’이라고 했지만 이 당시 말러가 내놓은 결과물은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2부로 구성된 교향시의 형태였고, 악장 수도 다섯 개였다. 1889년 11월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초연되었을 때는 ‘장송 행진곡 풍으로’라고 명명된 4악장(현재는 3악장) 외에는 별다른 표제가 없었지만, 1893년 독일 함부르크 연주 때는 각 악장 앞에 표제와 설명이 붙었는데 이 가운데 표제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1부 - ‘젊은 시절의 추억, 꽃과 과일, 가시덤불의 음악’

1악장: 끝없는 봄

2악장: 블루미네(Blumine)

3악장: 순풍에 돛 올리고

 

제2부 - ‘인간희극’(Commedis humana)

4악장: 좌초!

5악장: 지옥으로부터(나중에 ‘지옥에서 천국으로’로 고침)

그러나 말러는 1896년의 베를린 연주 때부터는 ‘블루미네’ 악장을 곡에서 빼버렸고 표제도 지워버렸다. 단순히 일종의 상징으로서만 제목을 달았던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이 이 표제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음악의 이해에 혼란을 빚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훗날 말러는 이러한 표제들은 “음악이 표현하고 있는 바를 적합하게 나타내지 못하며 (...) 중요한 것은 오직 음악의 느낌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관현악법은 몇 차례 더 수정되었다.

초연은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말러는 상당 기간 실의에 빠진 채 지내야 했다. 당시 청중과 비평가들은 말러의 음악어법에 크게 당황하여(곡의 총보를 완성한 직후 말러는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 놀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막상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은 데 대해서는 그리 기뻐하지 않았다) 비난을 퍼부었다. “불협화음, 지루한 오르간 포인트, 개개 음 사이의 부조화”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오페라 감독으로서 말러의 거동처럼 불분명하고 모호하다.”는 인신 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1번 교향곡 초연 당시 말러의 충격적인 교향곡과 연주를 풍자한 삽화.

하지만 이 교향곡에 대한 가장 신랄한 평은 당시 ‘비평의 교황’으로 오스트리아 음악계에 군림했던 에두아르트 한슬리크(Eduard Hanslick)에게서 나왔다. “우리 가운데 어느 한쪽이 미쳤음에 틀림없지만, 그것은 내 쪽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이 곡의 초연은 이후 말러가 평생토록 직면했던 몰이해와의 장대한 투쟁을 알리는 서막이 되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온 것일까? 그것은 말러가 자신의 첫 교향곡에서 이미 기존 교향곡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대담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각 악장을 상세히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음반 가운데는 이 곡에 ‘거인’(Titan)이라고 표제가 붙은 것도 있다. 이 제목은 초연 때 붙은 것으로, 독일의 소설가 장 파울이 썼던 같은 제목의 소설에서 따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말러는 소설의 내용을 음악으로 옮기려 했던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교향곡이 지닌 대담함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자 했을 뿐이다. 비록 훗날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다소 미숙한 점도 있지만, 이것이 음악사의 흐름을 바꾼 ‘거인’의 힘찬 첫 발자국에 어울리는 작품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쓸 때 볼프강 슈라이버의 저서 <말러>와 김문경의 <말러>를 참고했다. 말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는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Leonard Bernstein/Wiener Philharmoker - Mahler, Symphony No.1 'Titan'

Leonard Bernstein, conductor

Wiener Philharmoker

Konzerthaus, Wien

1974.10

Paavo Järvi/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 Mahler, Symphony No.1 'Titan'

Paavo Järvi, conductor

Frankfurt Radio Symphony Orchestra

Kurhaus, Wiesbaden, Hesse

Rheingau Musik Festival 2012

2012.08.23

서양 음악사를 바꾼 ‘거인’의 힘찬 첫 발자국

1악장: 느리게. 질질 끌듯이. 자연의 음향으로 - 처음에는 매우 차분하게

D장조 4/4박자이다. 일단 서주를 지닌 소나타 형식에 가깝지만 엄밀하게 전통적 형식을 따른 것은 아니다. 서주에서는 7도에 걸친 유니슨(같은 음높이를 동시에 울리는 것으로 노래할 때 제창에 해당하는 연주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악기의 오르간 포인트를 배경으로 무대 뒤에서 울리는 트럼펫 소리가 자연을 긴 동면에서 깨운다. 이 서주는 4악장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제시부의 첼로 주제는 말러의 초기 연가곡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 ‘오늘 아침 들판을 건너가네’ 선율에 기초한 것이다. 2주제는 등장하지 않으며, 발전부에서 서주가 재등장한 후 호른 선율에 뒤이어 연주되는 첼로의 선율이 일종의 대용품 구실을 한다. 이 첼로 주제가 1주제와 결합-발전하면서 발전부를 구성한다. 재현부에서는 발전부의 내용이 다시 반복된 후, 고함소리와 함께 연주가 끝난다. 이 악장의 특징적 모티브는 목관악기들의 잦은 변화에 찬 4도 도약인데, 초기 말러 학자인 파울 베커의 말에 의하면 이는 뻐꾸기 소리를 상징(모방이 아니라)하는 것이라고 한다.

2악장: 힘찬 움직임으로, 그러나 너무 빠르지 않게 - 트리오. 적당히 편안하게

A장조 3/4박자. 일종의 스케르초로 말러가 자주 애용했던 렌틀러 형식으로 되어 있다. 렌틀러가 교향곡의 정규 악장으로 도입된 것은 이 곡이 처음이다. 왈츠가 도시 중산층의 춤이라면 렌틀러는 시골 서민의 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도 그런 성격은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 거칠고 활기찬 스케르초와 유연하고 사랑스러운 트리오가 좋은 대비를 이룬다.

3악장: 장중하고 위엄 있게, 너무 끌지 말고

D단조 4/4박자. 팀파니의 희미한 연타에 뒤이어 등장하는 더블베이스 선율은 귀에 익으면서도 낯설다. 유명한 동요 ‘마르틴 형제’(영어권에서는 ‘존 형제’)를 단조로 연주한 것으로 일종의 패러디다. 이 대목과 뒤이어 등장하는 ‘카바레 풍’의 밴드 선율이 당시 평론가와 청중을 얼마나 분노케 했는가는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진지한 음악 장르인 교향곡에서 패러디라니! 게다가 이 저속한 선율은 또 뭐란 말인가!” 3부 형식으로 작곡된 이 악장의 중간부에서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선율은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네 번째 곡 ‘그녀의 푸른 두 눈동자’에서 따온 것이다.

4악장: 폭풍 같은 움직임으로

만약 이 교향곡을 처음 듣는 이가 방심한 채로 3악장의 끝부분까지 들었다면 4악장 첫머리의 포르티시모 총주에서 예외 없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말러의 친구가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초연 당시 “근처에 앉은 한 귀부인은 마지막 악장 첫머리에서 너무 놀란 나머지 들고 있던 것을 전부 떨어뜨렸다.”고 전한다. 이 악장은 2/2박자로, 비교적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이 ‘폭풍 같은’ 1주제(‘지옥’ 주제)가 서정적인 제2주제와 대비를 이루면서 제시부를 구성하며, 제시부의 끝에서는 1악장의 서주가 회상된다. 발전부에서는 앞의 두 주제가 다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주제(‘천국’ 주제)가 등장하며 제시부의 끝에서 인용되었던 1악장의 서주가 재등장하는데 말러는 이 부분을 가리켜 ‘영웅의 젊음에 대한 암시’라고 했다. 2주제로 시작되는 재현부의 마지막에서 드디어 ‘천국’ 주제가 개가를 울리며, 이는 그대로 코다(악곡 또는 악장을 끝내는 결미부를 일컫는 말)에서의 영광으로 이어진다.

 

추천음반

1. 클라우디오 아바도/베를린 필의 녹음(DG)은 대단히 상쾌하고 깔끔한 표현력이 일품인 연주다.

2. 최근 녹음 가운데서는 거대한 스케일과 정밀한 세부 표현이 뛰어난 마리스 얀손스/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녹음(RCO Live)이 뛰어나다.

3. 데이비드 진먼/취리히 톤할레의 녹음(RCA)은 실내악적인 투명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명연이다.

4. 레너드 번스타인/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의 녹음(DG)의 폭풍 같은 광포함 역시 잊을 수 없는 연주이다.

5. 세이지 오자와/보스턴 심포니의 녹음(DG)은 따뜻한 관현악 음색과 각 성부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통제력이 돋보인다.

 

황진규(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스트라드>, <인터내셔널 번역을 기고해 온 음악 칼럼니스트이다. 말러,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닐센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며, 피아노>, <콰이어 앤 오르간>, <코다>, <라 무지카> 등 여러 잡지에 리뷰와 평론, 지휘자 가운데서는 귄터 반트를 특히 존경한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09.10.2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1343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C단조 o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