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KBS교향악단 제679회 정기연주회/요엘레비의 스트라빈스키-불새/3.21.금/예술의전당

나베가 2014. 3. 21. 00:30

 

KBS교향악단 제679회 정기연주회/요엘레비의 스트라빈스키-불새

 

 

 

 

 

 

 

Stravinsky, The Firebird

스트라빈스키 ‘불새’

Igor Stravinsky

1882-1971

Valery Gergiev,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Festspielhaus, Salzburg

Salzburg Festival 2000

 

Valery Gergiev/Wiener Philharmoniker- Stravinsky, The Firebird

 

<불새> 초연이 끝난 무대 뒤에서 스트라빈스키는 디아길레프의 소개로 알게 된 드뷔시에게 자신의 <불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어디선가에서 시작해야만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건너와 갑자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28세의 젊은 작곡가를 격려하기 위한 특별히 호의적인 평도, 혹은 비판하기 위한 신랄한 비판도 아니었다. 그러나 드뷔시의 이러한 평가는 너무나 정확했다. <불새>는 20세기에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로서의 ‘시작’이자 발레음악과 민속음악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제창한 혁명의 ‘시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맡게 되는 과정에서 스트라빈스키에게 행운이 뒤따랐다. 러시아 발레단을 파리에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디아길레프와 포킨은 차기 발레 작품으로 <불새>를 기획했는데 이 발레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줄 작곡가 선정에 애를 먹었다. 가장 먼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로 프로코피예프와 미야스콥스키의 스승이기도 한 아나톨리 리아도프에게 작곡을 의뢰했다. 그러나 <음악적 코담배갑(Musical snuffbox)>과 같은 낭만적이며 동화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던 그의 음악은 스케일 크고 충격적인 효과를 원했던 디아길레프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후보로 거론된 작곡가 알렉산데르 체레프닌 또한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이들 모두에게 위촉했던 것을 파기한 후 비로소 선택한 사람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정 오페라 수석 베이스 가수의 아들인 스트라빈스키였다.

 발레 <불새> 공연 장면.

발레음악 <불새>는 형식과 스타일에서 러시아 오페라를 발레음악으로 번역한 작품으로 아리아 대신 독립적인 무곡을 위치시켰고 기악 인터메조를 장면과 레치타티보로 대신했다. 특히 온음계와 반음계적 스타일 사이의 드라마틱한 대비는 현실과 인간에 대한 음악적 초상인 동시에 초현실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음악적 은유로서 글린카 이후에 탄생한 일군의 러시아 오페라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불새>는 작곡법에서 일종의 옴니버스로 당대에 존재한 모든 작곡 방식들을 고도로 연마하여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현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1902년 작 오페라 <불멸의 카셰이>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의 마지막 오페라인 <황금 닭>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상상력, 그로부터 전수받은 현악 글리산도(도입부) 및 기악 테크닉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모습 등이 발견되고 있으며, 아울러 ‘불새의 춤’ 장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서 스크랴빈이 구사했던 것과 같은 무게감을 느낄 수 없는 산뜻한 화성, 그리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현란하고도 점묘적인 관악기 사용 및 라벨(그는 <불새>를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가운데 가장 좋아했다)을 연상케 하는 호른 글리산도와 저음부의 음산한 효과 등으로부터 그가 동시대 혹은 선배 작곡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단지 모방이 아니라 스트라빈스키의 독창적인 형식과 파격적인 내용을 위한 창조적인 밑거름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스트라빈스키 자신에게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와 같은 이행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발레 <불새> 공연 장면. 왕자에게 잡힌 불새는 약속의 증표로 황금 깃털을 준다.

스트라빈스키는 1909년 <불새>의 전체적인 얼개를 구상한 뒤 작곡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작곡을 마치고 총보를 완성한 뒤 4월경 디아길레프가 머물고 있는 파리로 악보를 보냈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스트라빈스키의 것이 아니라 러시아 발레단의 안무가인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 1880-1942)의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다. <불새> 안무가 미하일 포킨.

그는 다양한 러시아의 동화와 민담을 수집하여 황금빛 날개를 가진 불새(Zhar-ptitsa)가 마법의 깃털로 이반 왕자를 돕는다는 동슬라브 지방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나쁜 마법사 카슈체이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아름다운 공주를 구출한다는 스토리로 재창작했다. 포킨으로부터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을 발레에 어떻게 맞추는가를 배웠지만 음악이 발레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그의 관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페트루슈카> 이후 자신의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되며 포킨과는 결별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곡가는 안무에 있어서 포킨의 오리지널 버전보다 1945년의 발란신 버전을 더 좋아했다.

1910년 6월 25일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러시아 발레단에 의해 초연된 <불새>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고 스트라빈스키는 여러 차례 커튼콜을 받았다. 대위법을 사용하지 않은 채 멜로디를 집요하게 이어나가는 모습, ‘카셰이 왕의 지옥의 춤’에서 등장하는 격렬한 리듬의 불규칙한 향연으로부터 강렬한 색채감과 이국적인 정취를 느꼈던 파리 청중의 환호에 의해 스트라빈스키는 하루아침에 진정한 작곡가이자 시대의 스타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Andr?y Chistiakov/Bolshoi Ballet 2002 - Stravinsky, The Firebird

Firebird: Nina Ananiashvili

Ivan: Andris Liepa

Princess: Ekaterina Liepa

Kashchey: Sergey Petukhov

Bolshoi Ballet Stars

Bolshoi State Academic Theatre Orchestra

Conductor: Andr?y Chistiakov

Director: Andris Liepa

Bolshoi Theatre, Moscow

Bolshoi Ballet 2002

발레음악으로서 <불새>의 전막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멸의 마왕 카슈체이의 마법 정원에 불새가 나타난다. 불새는 마법의 나부에서 황금사과를 따먹으려고 하다가 왕자인 이반 차레비치에게 사로잡힌다. 이반은 불새에게 자신이 위급할 때 도와주겠다는 약속과 이에 대한 징표로 황금 깃털 하나를 받은 뒤에 놓아준다. 불새는 날아간다.

불새와 헤어진 이반은 옛 성의 문 앞에 도착한다. 열두 명의 처녀가 공주 차레브나를 앞세운 채 등장한다. 그녀는 이반에게 이곳을 지나는 행인에게 주문을 걸어 성에 가두는 마왕 카셰이의 성이라고 말한다. 이반과 차레브나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입을 맞추고 사랑에 빠진다. 새벽이 오고 처녀들은 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레브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반은 그녀들을 따라 성으로 간다. 그가 성에 들어가자마자 종이 울리며 무시무시한 무리가 나타난다. 카셰이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모두가 머리를 조아린다. 카슈체이는 이반을 밀치고 돌로 만들려 한다. 이반은 불새의 깃털을 꺼내 흔들어 도움을 청한다. 불새가 나타나 무리들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춤추게 한다. 모두가 잠든 뒤 이반은 불새의 안내에 따라 카슈체이의 영혼이 들어 있는 알을 훔친다. 그가 알을 던져 깨트리자 카슈체이는 죽고 마법이 풀린다. 사로잡혔던 무리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차레브나와 이반은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린다. (정준호 저, <현대 음악의 차르 스트라빈스키>에서 발췌)

 발레 <불새> 공연 장면. 카슈체이 성에 불새가 나타나자 성 안의 모든 무리들이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춘다.

작품의 인기에 부응하고자 작곡가는 1911년에 발레의 장면들을 떼어내어 오케스트라를 위한 연주회용 모음곡을 만들었고 유럽 각지에서 발레 이상의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후 작곡가는 1919년과 1945년, 두 번에 걸쳐 모음곡 버전을 더 만들었는데, 오늘날 지휘자들은 총 세 개의 모음곡 버전과 오리지널 발레음악 가운데에서 자신의 취향과 관점에 따라 선택하여 연주한다.

연주시간이 50여 분에 달하는 1910년 발레 버전을 축소하여 만든 연주회용 모음곡은 버전별로 악기 편성과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1911년 버전은 공주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비교적 짧고 단편적인 구성을 갖고 있는 반면, 현대에 가장 자주 연주되는 1919년 버전은 마지막에 불새의 자장가와 피날레 부분이 첨가되어 그 자체로도 스토리와 클라이맥스가 훌륭하게 전개된다. 한편 1945년 모음곡은 발레 원곡의 내용과 음악적 모티브들을 되도록 많이 담고 있다.

 발레 뤼스 멤버들 사진. 1910년경. 중앙 뒤쪽에 니진스키(좌측 네 번째), 스트라빈스키(좌측 다섯 번째), 디아길레프(좌측 일곱 번째)의 모습이 보인다.

1911년 모음곡

도입부/카슈체이의 마법의 정원 ? 불새의 애원 ? 사과를 갖고 노는 공주들 ? 공주들의 론도(호로보드) - 미왕 카슈체이 무리들의 지옥의 춤

1919년 모음곡

도입부 ? 불새의 춤 ? 불새의 변주 ? 공주들의 론도(호로보드) ? 마왕 카슈체이 무리들의 지옥의 춤 ? 자장가 ? 피날레

1945년 모음곡

도입부/불새의 춤 ? 판토마임 I ? 불새와 이반 왕자의 2인무 ? 판토마임 II ? 공주들의 론도 ? 판토마임 III ? 공주들의 원무(호로보드) - 마왕 카슈체이 무리들의 지옥의 춤 ? 자장가 ? 피날레

 

추천음반

1. 피에르 불레즈,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1910년 발레 버전. DG

2. 정명훈,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 1919년 모음곡 버전. DG

3. 마리스 얀손스,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1919년 모음곡 버전. RCO

4. 파보 예르비, 파리 오케스트라, 1919년 모음곡 버전. Electric Picture, 블루레이

5.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장, 미하일 포킨 안무. Bel Air, 블루레이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12.2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4851

 

 

Tchaikovsky, Variations on a Rococo Theme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차이콥스키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Op.33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1876년 12월에 작곡되었다. 당시 36세의 차이콥스키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었다.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 원장으로 있던 모스코바 음악원에서 화성학 이론을 가르치고 있었던 그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처했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했으며, 자신의 천성에 맞지 않는 결혼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반려자로 어떤 여자를 확실하게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에는 창작력 또한 활발하지 못해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만을 작곡했을 뿐이다.

조용하고 우아한 18세기 음악으로의 휴식

당시 그의 상황은 객관적으로는 나쁜 듯 보였지만,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그는 여행과 음악의 풍요로움을 만났던 시기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던 그는 “나는 러시아인이다. 뼛속까지 러시아인이다”라는 편지를 썼을 정도로, 그는 즐거운 칸틸레나와 우울한 멜랑콜리가 결부된 지극히 러시아적인 특성을 길러나가는 방법을 터득했을 당시다. 이렇듯 자신만의 음악적 표현력을 키워나갔던 그는 1875년 이후 음악적 교제 관계를 넓혀나가게 되었다. 생상스와 우정을 맺었고 리스트와 그를 열광시킨 <카르멘>의 작곡자인 비제, 마스네 등과 교제하며 음악적 사상을 함께 했다. 한편 그는 바이로이트로 가는 여행길에 바그너를 만나기를 시도했지만 실현할 수는 없었다. 이렇듯 그는 러시아를 벗어나 서유럽의 최신 음악 사조와 음악가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역량을 한층 넓게 키워나갔다. ▲웨딩파티에 앉아 있는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는 불행한 결혼생활로 정신적인 고초를 겪었다.

한동안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로코코 변주곡>을 작곡한 이후 작품과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 부유한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을 소개받아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 만남으로 인해 그는 안심하고 전적으로 작곡에 매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폰 메크 부인과 차이콥스키는 평생토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14년 동안 계속된 그들의 엄청난 양의 편지로부터 목가적 순애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폰 메크 부인이 정기적으로 보내준 돈 덕택에 그는 모든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더군다나 가르친다는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며, 실패로 끝났지만 정신적인 홀가분함을 얻게 된 결혼과 결별(이혼은 이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걸친 여행과 사교생활 등등으로 그는 정신적으로도 충만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그의 창장력은 급속도로 팽창하여 4번 교향곡과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과 같은 대작들을 쏟아낼 수 있었다.

1876년 서두에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작품은 교향적 환상곡인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로 당시의 초조하고 격정적인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첼로를 위한 변주곡을 작곡하면서 차이콥스키는 불안한 상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18세기의 보다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싶어 했다. 바로 그가 존경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시대였던 것이다.

첼로의 풍부한 표현력과 관현악의 조화

과거를 재해석하려는 그의 의도에 맞추어 차이콥스키는 독주 첼로를 고전주의 규모에 맞는 실내악단, 즉 2관 편성에 두 대의 호른과 현이 반주하도록 의도했다. 이런 규모는 독주자의 멜로디와 기교적인 표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솔리스트의 표현을 잘 살려줄 수 있었다. 한편 음악 양식에 있어서 그는 변주곡을 선택했다. 이 양식으로 작곡가는 스스로 순서와 한계를 정하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오리지널 주제를 모차르트가 썼을 법한 네 마디의 균형감 있는 모양으로 단아하게 꾸몄다. 조성은 모차르트의 가장 감동적인 작품들에서 사용되었던 A장조였다. 이 곡은 18세기 모차르트 풍의 우아한 첼로가 매력적이다. 사진은 로스트로포비치.

이 변주곡은 모차르트에 대한 오마주라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모방작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작은 목관의 에필로그는 주제에 이어 불규칙적인 음정으로 변화하지 않고 반복되며, 이는 독주 악기가 넘겨받은 뒤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이는 18세기 오스트리아보다는 19세기 러시아 전통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주제를 이끄는 표현력이 풍부한 관현악의 도입부부터 마지막 코다의 질주까지, 음악의 자연스러움과 윤기는 차이콥스키가 아니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늘날 일반적으로 감상하는 악보를 고려해볼 때, 이 작품은 완전히 차이콥스키의 작품이라고도 말하기 힘들다. 원래 이 작품은 독일의 젊은 첼리스트인 빌헬름 피첸하겐을 위해 작곡했다고 한다. 그는 차이콥스키와 같은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였는데, 작곡 중간 피첸하겐은 독주부를 어떻게 쓰면 효과적일지에 대해 많은 제안을 했고 이 단계에서 작곡가는 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 곡이 초연되던 1877년 12월과 작품이 출판되던 1878년 사이에, 첼리스트는 작품에 더 급진적이고 다양한 수정을 제안한다. 심지어 그는 출판사에 자신이 작품에 관한 권위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며 여러 차례 수정을 가했다. 앞에 있던 D단조 안단테를 작품의 끝에 두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이유로 차이콥스키가 쓴 느린 변주 두 개의 위치를 바꾸었고, 나머지 부분을 계속해서 뒤섞어 작곡가가 쓴 여덟 번째와 마지막 변주는 생략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이콥스키는 인쇄 직전 교정지를 한 번 보고서는 피첸하겐이 저지른 일을 알아챘다. 그리고 “빌어먹을!”이라고 역정을 냈지만, 이내 “그대로 진행해!”라고 말하며 피첸하겐의 수정을 바로잡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하나의 주제와 7개의 변주로 구성된 피첸하겐의 개작이 이 변주곡의 기준이 되었고, 이내 이 형태의 변주곡은 차이콥스키의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1879년 비스바덴에서 프란츠 리스트가 참석한 가운데 연주된 이 개정판은 대호평을 받았고, 이후 1956년 차이콥스키 작품집 기념 출판이라는 형식을 통해 소련에서 처음으로 작곡가의 원전판이 빛을 보게 되었다.

 

Yo-Yo Ma, cello

Yuri Temirkanov, conductor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1990

 

Thema. Moderato semplice

오케스트라의 비장한 선율에 이어 장식과 리듬이 강한 첼로 주제가 등장하며 로코코 풍 분위기와 차이콥스키의 개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Variation I. Tempo della Thema

주제의 템포를 유지하며 무궁동적인 리듬과 발랄한 스타카토가 기품 있는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Variation II. Tempo della Thema

1변주와 동일한 템포를 유지하며 한층 다채로운 표현과 환상적인 아르페지오가 전체 흐름을 고조시킨다.

Variation III. Andante sostenuto

느린 템포의 이 변주는 칸타빌레(노래하듯)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Variation IV. Andate grazioso

서정적인 3변주와 대구를 이루는 듯 우아함과 화려함을 겸비한 이 네 번째 변주는 장식음과 부점 리듬이 맹활약을 떨친다.

Variation V. Allegro moderato

카덴차가 여러 번 등장하며 솔리스트의 개인기가 빛을 발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Variation VI. Andante

이 작품에서 가장 러시아적인 우수와 비장미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첼리스트의 격정적이되 절제하는 표현력을 요구한다.

Variation VII. Allegro vivo

이 변주는 본래 차이콥스키가 세 번째 변주로 사용했지만 피첸하겐에 의해 마지막에 위치하게 되었다. 질주하는 듯한 첼로의 빠른 템포가 고조감을 한껏 높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추천음반 전통적으로 로스트로포비치가 카라얀과 협연한 음반(DG)을 최고의 명연으로 손꼽아 왔다. 빠른 템포와 현란한 테크닉, 러시아적인 정서를 치열하게 뿜어내는 연주는 오랜 동안 귀감이 되어 왔다. 슈타커의 연주(Mercury) 또한 탁월한 레코딩과 특유의 굵은 스타일로 인해 이 곡의 명연으로 손꼽을 만하다. 페레니의 녹음(Hungaraton)은 풍부한 서정성과 음색을 뽑아낸 연주로 로코코 풍 정서를 가장 잘 살려낸 연주고, 장드롱의 레코딩(Testament)은 남성적 위풍당당함, 프랑스 첼로 악파 고유의 섬세함이 압권이다.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해설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 2010.03.3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220&path=|455|509|674|&leafId=932

 

 

Ballet Suite No.1 for Orchestra , Op.84b
쇼스타코비치 / 발레모음곡 1번
Dmitrii Dmitrievich Shostakovich (1906~1975)
Dmitry Yablonsky, Cond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1. Lyric Waltz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Dmitry Yablonsky, Cond

2. Dance (Pizzicato)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Dmitry Yablonsky, Cond

3. Romance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Dmitry Yablonsky, Cond

4. Polka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Dmitry Yablonsky, Cond

5. Waltz-scherzo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Dmitry Yablonsky, Cond

6. Galop
Russian Philharmonic Orchestra
Dmitry Yablonsky, C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