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플라송의 환상 교향곡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35년간 재임하면서 EMI 레이블로 빛나는 음반 목록을 쌓아 올린 지휘자 미셸 플라송이 프랑스 교향악 레퍼토리의 상징물과 같은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을 지휘합니다. 20세기의 정밀한 회화성을 만끽할 수 있는 오네게르의 <여름의 목가>도 선보입니다. 한편, 모차르트가 남긴 단 두 곡의 단조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인 <24번 c단조 협주곡>을 터키국가예술가인 휘세인 세르메트가 협연합니다. 작곡가로도 활약해 온 세르메트는 지난해 그의 장기곡인 라벨의 <협주곡 G장조>를 서울시향과 협연한 바 있습니다. 플라송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프랑스 레퍼토리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어 '프랑스적 에스프리(Esprit)'가 깃든 모차르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프로그램]
오네게르: 여름의 목가
Honegger: Pastorale d'ete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Mozart: Piano Concerto No. 24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프로필]
지휘 미셸 플라송 Michel Plasson, conductor
'플라송은 프랑크가 빽빽하게 오케스트레이션한 부분을 명쾌하게 정리한다.' (그라모폰)
파리에서 태어난 미셸 플라송은 라자르 레비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이후 타악기와 지휘를 파리 음악원에서 배워 최고상을 수상하였다. 1962년 브장송 지휘 콩쿠르에서 1등상을 받고 샤를 뮌시의 충고를 받아들여 미국으로 건너가 에리히 라인스도르프, 피에르 몽퇴,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를 사사하였다. 프랑스로 돌아와 1968년 툴루즈 카피톨 극장과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되었으며, 1983년에는 툴루즈 극장 감독은 사임하고 오케스트라에 전념하였다. 1974년 미셸 플라송은 툴루즈의 알로그랭(Halle aux Grains)을 3천석 규모의 콘서트홀로 개조하여 이곳에서 공연을 개최하며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켰다. 또한 이곳에서 오페라 공연을 개최하며 살로메,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아이다, 파우스트, 카르멘 등을 지휘하였다. 그는 프랑스와 해외에서 프랑스 음악의 확산과 보급에 앞장섰으며, 또한 많은 현대음악을 위촉하였다. 툴르즈 카피톨 오케스트라 외에,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등을 객원 지휘하였으며, 7년 동안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음악감독도 맡은 바 있다. EMI 레이블로 프랑스 음악을 비롯하여 100여장의 음반을 녹음하였으며,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베를린 클래식스 레이블로 많은 녹음을 남겼다. 2010년 차이나 내셔널 심포니의 수석지휘자로 임명되었다.
피아노 휘세인 세르메트 HUseyin Sermet, piano
터키 태생의 피아니스트, 작곡가, 교육자인 휘세인 세르메트는 현재 모든 면에서 최정점에 서 있다. 30년 넘게 다듬어 온 폭넓은 레퍼토리는 음악적 관심과 피아니스트로서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로린 마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세묜 비치코프, 안탈 도라티, 조너선 노트, 데이비드 로버트슨 등의 지휘자,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파리 오케스트라, 밤베르크 심포니, NHK 심포니, 로열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거나 녹음활동을 펼쳐왔다. 2010/11 시즌에 세르메트는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이스탄불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이스탄불의 유럽 문화수도 선정 기념 공연에 참가했으며, 몽펠리에 오케스트라, RAI 오케스트라, 오사카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루체른 심포니 등과 협연한다. 젊은 음악가들의 멘토이자 일본에서 존경받는 아티스트로서, 세르메트는 NHK TV의 초청으로 15회의 마스터클래스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그가 작곡한 <추억>(Reminiscence)은 1997년 앙페리 페스티벌에서 초연하였고, 프랑스 뮈지크에 의해 생중계 되었으며, <꿈과 악몽>(Dream and Nightmare)은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위촉하였으며, <조각>(Sculptures)는 터키 이슈 은행이 위촉한 작품이다. 나이브, 아르모니아 문디, 에라토 레이블로 많은 음반을 녹음하였는데, 라벨 협주곡, 알캉 음반(디아파송 황금상), 마리아 주앙 피레스와 함께한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작품들, 리스트의 소나타와 후기작들(르 몽드 드 라 뮈지크 쇼크상) 등이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앙카라 국립음악원과 파리 음악원(올리비에 메시앙과 나디아 불랑제 사사), 런던 등에서 수학하였으며, 그동안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게자 안다 콩쿠르를 비롯한 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또한 뮌헨과 파리의 실내악 콩쿠르에서 입상하였고, 릴리 불랑제 작곡 콩쿠르에서 현악사중주로 입상하였다. 터키의 보가지치 대학과 마르마라 대학으로부터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터키 정부로부터 국가 예술인의 칭호를 얻었다.
Mozart, Piano Concerto No.24 in C minor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c단조 주조성의 드라마틱한 작품
이것은 모차르트의 모든 협주곡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고 독특하며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모차르트의 단 두 곡뿐인 단조 협주곡 가운데 하나(다른 하나는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인 이 곡은 c단조를 주조성으로 취하고 있다. ‘c단조’라면 대다수의 애호가들은 반사적으로 베토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베토벤이 ‘운명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3번 등을 쓰기 이전에 이미 이 곡이 존재했고, 베토벤은 이 곡에 깊은 존경과 감탄, 면밀한 연구를 바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협주곡적이라기보다는 ‘교향곡적’이다. 특히 목관 파트의 규모와 독립성에 있어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앞선 두 곡(22번 E♭장조와 23번 A장조)에서 오보에 대신 클라리넷을 사용했던 모차르트는 이 곡에서 두 악기를 동시에 사용하여 오케스트라의 표현력을 더욱 강화했다. 아울러 한두 마디로 예단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악상, 전편을 긴밀하게 아우르는 유기적인 구성, 독주자의 가장 높은 능력을 요구하는 즉흥성 등 고도의 가치와 풍부한 매력을 지닌 이 작품은 많은 이들로부터 모차르트의 최고 걸작 피아노 협주곡으로 추앙되고 있기도 하다. ▶모차르트 연주가로 유명한 클라라 하스킬.
모차르트 자신이 작성한 작품목록에 따르면, 이 협주곡은 1786년 3월 24일에 완성되었다. 이때는 한창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에 매달려 있던 무렵인데, 아마도 그 해 4월 7일 부르크 극장에서 열린 예약연주회를 위해서 잠시 짬을 냈던 것 같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성이다.
c단조는 모차르트가 자주 썼던 조성은 아니다. 모차르트가 c단조로 쓴 작품은 이 협주곡 외에 ‘세레나데 12번’(K.388), ‘피아노 소나타 14번’(K.457), ‘피아노 환상곡’(K.396, K.475), ‘프리메이슨 장송 음악’(K.477), ‘아다지오와 푸가’(K.546) 정도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곡들은 하나같이 심오한 내용을 지니고 있어서, 모차르트가 이 조성을 선택함에 있어서 특별히 신중을 기했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특히 이 ‘c단조 협주곡’에 담긴 정서의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비창적 정서를 내포한 협주곡
시종 어두운 열정으로 일관하는 이 협주곡은 듣는 이에게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기분을 안겨준다. 흔히 이 곡을 가리켜 ‘베토벤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하지만, 보통 ‘베토벤의 c단조’는 C장조에 의한 해방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곡은 c단조의 그림자 속에서 막을 내리며, 이런 면에서 1년 전에 작곡된 ‘d단조 협주곡(20번)’과 궤를 달리한다. 굳이 베토벤에 견주자면, ‘운명 교향곡’이나 ‘피아노 협주곡 3번’보다는 ‘비창 소나타’ 쪽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Philps에서 나온 클라라 하스킬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 & 24’ 음반.
어쩌면 ‘비창’(悲愴)이야말로 이 곡의 전반적인 정조를 가장 효과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첫 악장에서 감7도의 도약음정을 포함한 주제가 거칠게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상처가 그러하고, 다정하면서도 안타까운 탄식이 서린 완서악장에서 떠오르는 정서가 그러하며, 탈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가 다시금 어둠의 뒤안길로 말려들며 마무리되는 피날레가 던져주는 막막함이 그러하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모차르트 연구가인 마생 부부는 이렇게 해석하기도 했다.
“c단조 협주곡은 분명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맞닥뜨려야 하며, 그러한 삶에 감성을 부여하기 위한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시험과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c단조, 3/4박자.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인 첫 악장으로, 협주곡 풍 소나타 형식으로 구성된다. 처음에 유니슨(unison, 많은 악기가 동시에 같은 선율을 연주)으로 제시되는 제1주제는 일종의 숙명적인 기운을 느끼게 하며, 이후 거칠게 터져 나오는 총주는 무척 위협적이다. 피아노는 변화무쌍한 관현악 사이를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사색하듯 누비며, 음악은 피아노와 관현악 사이에 조성되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견지하며 진행된다.
2악장: 라르게토
E♭장조, 2/2박자. 론도 형식으로, 서정적인 노래가 면면히 흐르며 은은한 빛과 애틋한 그림자가 교차하는 완서악장이다. 아름다운 시절을 향한 동경과 정한을 담은 듯한 그 흐름은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백작부인이 부르는 카바티나 ‘Porgi, amor(주소서, 사랑의 신이여)’를 환기시킨다.
3악장: 알레그레토
c단조, 2/2박자. 모차르트가 ‘피아노 협주곡 17번’ 이후 오랜만에 쓴 변주곡 피날레이다. 먼저 관현악이 반음계를 포함한 주제를 차분하게, 하지만 은근한 긴장감을 머금은 채 꺼내놓은 다음 8개의 변주가 이어진다. 새로운 선율이 도입되는 제4변주는 A♭장조로 진행되어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c단조로 복귀한 제5변주에서는 대위법적인 전개가 두드러진다. 제6변주에서는 조성이 C장조로 바뀐 가운데 오보에가 감미로운 선율을 낭랑하게 노래하여 희망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제7변주로 넘어가면 다시 c단조로 복귀한다. 이후 카덴차(주로 곡의 끝부분에 사용되는 무반주 솔로 연주)가 나온 다음 다소 쫓기는 듯한 마지막 변주로 넘어가고, 결국에는 격렬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마무리된다.
Mitsuko Uchida/Jeffrey Tate/ECO - Mozart, Piano Concerto No.24 K.491
Mitsuko Uchida, piano
Jeffrey Tate, conductor
English Chamber Orchestra
London, 1988.05
추천 음반 및 DVD
[음반] 클라라 하스킬(피아노)/라무뢰 콘서트 협회 오케스트라/이고르 마르케비치(지휘). Philips
[음반] 알프레트 브렌델(피아노)/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찰스 매케러스(지휘). Philips
[음반] 미츠코 우치다(피아노, 지휘)/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Decca
[음반]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 지휘)/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DVD]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 지휘)/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uroArts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05.21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27664
Symphonie Fantastique Op.14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Hector Berlioz 1803-1869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파격적인 관현악법으로 낭만주의 음악을 혁신했다.
이 교향곡은 '어느 예술가의 생애 episode de la vie d’un artiste'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1830년 파리에서 초연된 '어느 예술가의 생애'는 그의 정열적인 로맨티시즘을 가장 단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며 그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그가 표제음악이라는 새 분야에 던진 최초의 거탄이다.
그의 나이 24세 때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영국의 세익스피어 극단이 파리에 왔는데, 그 극단의 프리마돈나인 스미드슨(Harriet Smithson)을 열열히 사랑하게 된 것이다. 무명인 그는 고민한 나머지 자살까지 기도했다. 그 자신의 말과 같이 지옥과 고뇌의 경지로부터 도피하려는 경위를 후년에 음악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결국 그의 정열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아 1833년에 결혼하게 되었으나 7년 후에 헤어지고 그녀가 죽자 다른 여자와 재혼하였다.
▶ 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아로 분장한 해리엣 스미드슨.
1845년에 출판된 악보에 다음과 같은 표제가 기록되어 있다. '사랑에 번민하던 어떤 예술가가 격정적인 욕망의 발작을 참을 수가 없어서 아편을 먹고 죽으려 했다. 그러나 약의 분량이 적어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게 된다. 그 꿈 속에 예술가의 사랑이 재현되는데, 환상적인 무서운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사랑하는 그녀는 그에게 있어 하나의 선율로서 나타나는데, 그 선율이야말로 그가 항상 듣고 보는 진실한 고정 관념인 것이다.
I - II - III - IV - V 전악장 연주
I. Reveries - Passions 15:39
II. Un bal 06:15
III. Scene aux champs 16:09
IV. Marche au supplice 06:49
V. Songe d'une nuit du Sabbat 09:45
Philadelphia Orchestra
Riccardo Muti, cond.
Vakhtang Jordania / KBS Symphony Orchestra
한 저명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 상상 속에서 ‘정열의 파도’라는 마음의 병에 걸린 한 젊은 음악가가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매력을 모두 갖춘 여성을 만나고 곧 무서운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미지가 하나의 악상과 결합되어 그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온다. 음악가는 그 악상이 가진 정열적이지만 기품 있고 내성적인 특성이 여자의 성격과 같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 선율과 여인의 모습이 이중의 ‘고정 악상’으로 등장하며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닌다. 1악장은 우울한 몽상 상태에서 환각적인 정열에 이르기까지 분노와 질투, 마음의 평안과 눈물, 종교적인 위안이 뒤섞여 있다.
음악가는 자신이 인생의 가장 복잡한 시절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축제의 소용돌이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전원의 평안한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에서도 들에서도 어디를 가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의 앞에 나타나 끊임없이 그의 마음을 괴롭힌다.
시골의 어느 날 저녁, 멀리서 두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가 들린다. 이 목가적 이중주, 미풍으로 조용히 살랑이는 나무들의 속삭임, 최근에 발견한 희망의 싹, 이러한 모든 것이 합쳐서 그의 마음을 이상하게 평온하게 하고 마음속의 생각을 밝게 물들인다. 그는 스스로의 고독을 다시 생각하며 이제는 고독을 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모른다고 배신한다면 어쩌지…’ 이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기분, 어두운 예감으로 어지럽혀지는 이러한 행복의 사념이 아다지오 악장의 주제가 되어 나타난다. 마지막에 목동 중 한 사람이 다시 피리를 부는데 상대는 여기에 대답하지 않는다. 멀리서 천둥소리… 고독… 그리고 정적.
사랑이 거절되었음을 확인한 작곡가는 마약으로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치사량에는 이르지 못하고 무서운 환상을 수반한 깊은 잠속으로 떨어진다. 그는 애인을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아 단두대로 연행되고, 자신의 처형 장면을 목격하는 꿈을 꾼다. 때로는 음울하고 거칠며, 때로는 당당하고 밝은 행진곡 리듬에 맞추어 처형자들이 행진하고, 그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엄청난 소란을 타고 계속된다. 행진 끝에 ‘고정 악상’을 나타내는 4개의 소절이 사랑의 마지막 추억처럼 다시 나타나는데 오케스트라의 결정적인 일격으로 단번에 지워져버리고 만다.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서 유령, 마술사, 마녀, 그 밖에 갖가지 요괴들이 모였다. 작곡가는 그 무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본다. 야릇한 소리, 신음, 오싹하는 웃음,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다른 고함소리가 서로 호응하는 듯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선율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것은 고귀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것은 이제 야비한 선율에 불과하고, 보잘 것 없는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그녀가 이 밤의 향연에 찾아온다. 그녀가 도착하자 환희에 들뜬 요괴들…. 그녀는 악마적이고 기괴한 밤의 향연에 동참한다. 장례를 알리는 종소리는 그레고리오 성가 중 ‘진노의 날’(Dies Irae)을 익살스럽게 풍자한 것이다. 마녀들의 향연, 돌고 도는 윤무는 ‘진노의 날’과 결합한다.
DRSO(Danmarks Radio Symfoni Orkestret)
Rafael Fr?hbeck de Burgos, cond.
Orchestre Nationale de France
Leonard Bernstein, cond.
Orchestre De Paris
Charles Munch, cond.
Vakhtang Jordania
1990년부터 KBS 교향악단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약 하였던 조르다니아는 소련의 그루지아 공화국 출신으로 거장 므라빈스키의 문하를 거친 전통파 지휘자이다.
티프리스 중앙 음악원과 레닌그라드 음악원을 졸업하였으며, 1971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세계 악단으로 진출하게 된다.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부지휘자를 시작으로 하르코프 교향악단, 레닌그라드 방송교향악단, 사하로프 필하모닉 오케스특라 등의 상임 지휘자를 두루 거치며 구 소련의 가장 역량있는 지휘자 중 한사람으로서 발돋움하였다.
1983년 바이얼리니스트 빅토리아 필로바와 함께 예술의 자유를 찾아 서방세계로 망명 이후 채타누가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거쳐 1991년부터 워싱턴주의 스포?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있다.
Rafael Fr?hbeck de Burgos (1933,9.15~)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 스페인 태생의 지휘자.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Rafael Fr?hbeck de Burgos)는 1933년 9월 15일 북(北) 스페인의 부르고스(Burgos)에서 독일계인 부친 빌헬름과 스페인계인 모친 스테파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년 시절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웠으며, 빌바오 음악원을 거쳐 16세 때 마드리드 음악원에 입학하여 음악이론과 작곡을 공부하였고, 주로 바이올린을 전공하였다.
마드리드 음악원을 졸업한 후에는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에서 스페인의 민속 오페라인 사르스엘라(Zarzuela)와 발레의 지휘를 맡을 만큼 지휘자로서의 천부적인 소질을 갖추고 있었다.
군 복무중이던 1953∼1956년에 군악대의 지휘를 하였다.
그후 뮌헨으로 유학하여 독일 뮌헨 음대(Munich Hochschule f?r Musik)에서 쿠르트 아이히호른(Kurt Eichhorn)에게 배웠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상(賞)을 수상하면서 최우등으로 졸업하였다.
1958년 뮌헨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였고, 1959년에는 빌바오 교향악단(Bilbao Symphony Orchestra)의 상임지휘자가 되어 최연소의 나이로 스페인의 주요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무렵부터 스페인 식으로 출생지의 이름을 붙여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Fr?hbeck de Burgos)라고 바꾸었는데, 그의 이름을 줄여서 '데 부르고스'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굳이 줄여서 불러야 한다면 '프뤼베크'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이때부터 그는 지휘자로서의 실력이 높게 평가되기 시작하였고, 1962년 아타울포 아르헨타(Ataulfo Argenta, 1947-1958년까지 재임)의 사임이후 공석이었던 스페인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Spanish National Orchestra)의 상임 지휘자가 된 이래 이 단체를 대표하는 지휘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는 약관 29세의 나이로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했는데, 전임자였던 아르헨타의 활동 양상을 이어받아 자국 음악을 중심으로 유럽 악단의 기본 레퍼토리를 섭렵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1978년 안토니 로스-마르바(Antoni Ros-Marba)에게 직책을 인계할 때까지 재임했다.
1966년 그는 1925년 이래 폐쇄되었던 마드리드 최대의 오페라 하우스인 테아트로 레알(Teatro Real)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을 가지고 연주를 재개하는 등 적지 않은 공적을 남겼다.
1966 - 1971년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D?sseldorf Symphony Orchestra )의 음악 감독을 역임하였고, 1960년부터 유럽, 미국, 캐나다 등 각국에서 객원 지휘를 하였다.
1969년에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초청으로 첫번째 도미 공연에서 마누엘 드 파야(Manuel de Falla)의 발레 음악 <삼각 모자(El sombrero de tres picos)>를 공연하여 대단한 호평을 받았으며, 이 연주는 지금까지도 그의 명연으로 남아 있다.
1975년 프란츠 파울 데커(Franz Paul Decker)의 후임으로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교향악단(Montreal Symphony Orchestra)의 음악 감독으로 취임했으나, 운영진들과의 마찰 등으로 인해 이듬해에 조기 퇴진하고 말았다.
몬트리올 교향악단은 이듬해 스위스 출신 지휘자인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가 임명되었고, 뒤투아는 이후 악단 설립 이래 최장기간인 23년간 재임하면서 적극적인 녹음 활동과 해외 순회 공연으로 악단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만드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 밖에도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는 워싱턴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상임 객원지휘자로도 있었다.
그리고 1991 - 1996년 조르주 프레트르(Georges Pretre)의 후임으로 빈 교향악단(Vienna Symphony)의 상임지휘자로 있었고,1992 - 1997년 베를린 도이체 오퍼(Deutsche Oper Berlin)의 음악감독을 겸직하면서 활동하였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는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Rundfunk-Sinfonieorchesters Berlin)의 상임 지휘자, 2001년부터 토리노 RAI 방송 교향악단 (Orchestra Sinfonica Nazionale della RAI)의 수석지휘자, 이어서 2004년부터 현재까지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지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여러 해 동안 일본 도쿄의 요미우리 니폰 심포니 오케스트라(Yomiuri Nippon Symphony Orchestra)의 상임 객원지휘자로도 활동하였다.
이외에도 그는 실질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유수의 오케스트라는 거의 모두 지휘하였다.
2002/2003 시즌에 보스턴과 탱글우드에서 보스턴 심포니(Boston Symphony)를 지휘하였고, 2006/2007 시즌에는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Dallas Symphony Orchestra), 필라델피아 관현악단(Philadelphia Orchestra),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Los Angeles Philharmonic), 시카고 교향악단(Chicago Symphony Orchestra), 디트로이트 교향악단(Detroit Symphony Orchestra), 토론토 교향악단(Toronto Symphony) 등 북미에서 캐나다를 아우르는 메이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다.
그리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unich Philharmonic Orchestra),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Hamburg Philharmonic Orchestra),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Vienna Symphony Orchestra) 등 유럽의 메이저 앙상블과도 정기적으로 객원지휘하였고,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일본 유수의 오케스트라도 지휘하였다.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는 아타울포 아르헨타라는 스페인 태생의 저명한 지휘자가 사망한 이후, 스페인 오케스트라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지휘자로서 볼프강 자발리쉬(Wolfgang Sawallish ), 주빈 메타(Zubin Mehta)와 더불어 다음 세대를 짊어질 지휘자로서 높게 평가 받았다.
특히 그는 스페인 음악의 연주에서는 권위있는 해석과 절도있는 리듬으로써 현대적 감각에 맞는 명연주를 들려주었다.
레코딩은 1963~1964년경부터 영국 데카(런던) 및 EMI(후에 독일 그라모폰) 등에서 주로 하였으며 주요 작품은 스페인 음악으로서 특히 소프라노 데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 Los Angeles)를 주역으로 한 파야(Manuel de Falla)의 오페라 <덧없는 인생(La vida breve)>과 발레 음악 <삼각 모자>(모두 에인절)는 스페인풍의 리듬이 생생한 악센트가 절묘하여, 그가 녹음한 레코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레코드로 들 수 있다.
녹음도 오늘날의 수준에서 보아도 특별히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피스트 니카르노 자발레타(Nicanor Zabaleta)가 기타 대신 하프로 독주부를 연주하고 있는 로드리고(Joaquin Rodrigo)의 <아랑훼즈 협주곡>(에인절)도 중간 악장의 섬세한 정취를 보여 주고 있는 호연이다.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 자신의 편곡에 의한 알베니스(Isaac Albeniz)의 <스페인 모음곡(Suite Espanola)>은 이베리아풍의 맛을 풍기는 좋은 레코드이다.
그리고 파야의 유작으로 미완의 대작인 칸타타 <아틀란티다(Atlantida)>의 전곡(에인절)을 레코드로 소개한 업적은 크게 평가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또 스페인 음악 이외의 녹음도 적지 않으나 오르프(Carl Orff)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에인절)는 그의 다이내미즘 감각의 좋은 점을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다.
이밖에도 피아니스트 소리아노(Gonzalo Soriano)의 협연과 파리 음악원 관현악단을 지휘한 파야의 <스페인 정원의 밤> 외, 기타리스트 예페스(Narciso Yepes)의 협연과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을 지휘한 로드리고의 <어떤 귀족신사를 위한 환상곡>과 모로코 카사블랑카 태생의 작곡가 오아나(Maurice Ohana)의 <기타 협주곡> 결합반 등도 호연이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디아스(Alirio Diaz)의 협연과 스페인 국립 관현악단을 지휘한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이탈리아의 작곡가 쥴리아니(Mauro Giuliani)의 <기타, 타악기,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 결합반, 소프라노 데 로스 앙헬레스의 독창과 파리 음악원 관현악단을 지휘한 <스페인 명곡집> 등 스페인의 작품들에서 발군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또한 멘델스존의 오라트리오 <엘리아(Elijah)> 전곡반은 오케스트라와 코러스에 대한 컨트롤이 아주 잘된 수연이다.
실연, 죽음과 맞닿은 환각의 추억
실연을 겪어본 남자라면 공감하겠지만 그 미칠 듯한 비애와 버림받은 듯한 소외감 속에서 베를리오즈가 쓴 곡이 바로 <환상 교향곡>이다. 이 작품은 <어떤 예술가의 생활 에피소드>라고 하는 2부작 중의 제1부에 해당하는 곡으로 ‘5부로 된 환상 대교향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머지 2부에 해당하는 곡은 서정적 독백극 <렐리오, 생에의 복귀> Op.14b(1832년)이다. <환상 교향곡>은 모두 5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악장별로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악장 : 꿈, 정열
한 저명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 상상 속에서 ‘정열의 파도’라는 마음의 병에 걸린 한 젊은 음악가가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인 매력을 모두 갖춘 여성을 만나 곧 무서운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여자의 이미지가 하나의 악상과 결합되어 그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온다. 음악가는 그 악상이 가진 정열적이지만 기품 있고 내성적인 특성이 여자의 성격과 같다는 것을 감지한다. 이 선율과 여인의 모습이 이중의 ‘고정 악상’으로 등장하며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닌다. 1악장은 우울한 몽상 상태에서 환각적인 정열에 이르기까지 분노와 질투, 마음의 평안과 눈물, 종교적인 위안이 뒤섞여 있다.
2악장 : 무도회
음악가는 자신이 인생의 가장 복잡한 시절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축제의 소용돌이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전원의 평안한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나 마을에서도 들에서도 어디를 가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의 앞에 나타나 끊임없이 그의 마음을 괴롭힌다.
3악장 : 들 풍경
시골의 어느 날 저녁, 멀리서 두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가 들린다. 이 목가적 이중주, 미풍으로 조용히 살랑이는 나무들의 속삭임, 최근에 발견한 희망의 싹, 이러한 모든 것이 합쳐서 그의 마음을 이상하게 평온하게 하고 마음속의 생각을 밝게 물들인다. 그는 스스로의 고독을 다시 생각하며 이제는 고독을 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모른다고 배신한다면 어쩌지…’ 이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기분, 어두운 예감으로 어지럽혀지는 이러한 행복의 사념이 아다지오 악장의 주제가 되어 나타난다. 마지막에 목동 중 한 사람이 다시 피리를 부는데 상대는 여기에 대답하지 않는다. 멀리서 천둥소리 … 고독 … 그리고 정적.
4악장 : 단두대로의 행진
사랑이 거절되었음을 확인한 작곡가는 마약으로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치사량에는 이르지 못하고 무서운 환상을 수반한 깊은 잠속으로 떨어진다. 그는 애인을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아 단두대로 연행되고, 자신의 처형 장면을 목격하는 꿈을 꾼다. 때로는 음울하고 거칠며, 때로는 당당하고 밝은 행진곡 리듬에 맞추어 처형자들이 행진하고, 그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엄청난 소란을 타고 계속된다. 행진 끝에 ‘고정 악상’을 나타내는 4개의 소절이 사랑의 마지막 추억처럼 다시 나타나는데 오케스트라의 결정적인 일격으로 단번에 지워져버리고 만다.
5악장 - 마녀들의 밤의 향연과 꿈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서 유령, 마술사, 마녀, 그밖에 갖가지 요괴들이 모였다. 작곡가는 그 무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본다. 야릇한 소리, 신음, 오싹하는 웃음,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다른 고함소리가 서로 호응하는 듯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선율이 다시 나타나는데 그것은 고귀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것은 이제 야비한 선율에 불과하고, 보잘 것 없는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그녀가 이 밤의 향연에 찾아온다. 그녀가 도착하자 환희에 들뜬 요괴들…. 그녀는 악마적이고 기괴한 밤의 향연에 동참한다. 장례를 알리는 종소리는 그레고리오 성가 중 ‘분노의 날’(Dies Irae)을 익살스럽게 풍자한 것이다. 마녀들의 향연, 돌고 도는 윤무는 ‘분노의 날’과 결합한다.
베를리오즈의 대표작인 동시에 음악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환상 교향곡>은 표제적 성격이 짙은 곡으로 그의 독창적인 작풍을 나타내는 곡이다. 특히 ‘고정 악상’(idée fixe)이라는 ‘고정된 관념을 나타내는 선율’이라는 착상을 통해 표제음악 분야를 개척했다. 또한 베를리오즈는 이 교향곡에서 전대미문의 다채로운 관현악법으로 낭만주의의 음악어법을 혁신시켰다.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환희의 송가’로부터 표제적인 성격을 받아들여 교향곡에 내러티브(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작곡가로 서양음악사에 기록됐다.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여인 스미드슨을 상징하는 일정한 가락을 만들어 각 악장마다 알맞게 배치하고, 리듬과 악기를 변화시켜 사용한 베를리오즈의 작곡기법은 후에 리스트나 바그너와 같은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관현악법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는 베토벤의 시대와 같은 2관 편성이나, 표현의 필요성에 따라 기형적이거나 변칙적인 방법을 대담하게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파격적인 관현악법으로 낭만주의 음악을 혁신했다.
운명적 만남의 여인이 베를리오즈의 가슴을 꿰뚫다
여기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의학을 공부하다 음악으로 진로를 바꾼 한 남자가 있다. 작곡가의 등용문인 ‘로마 대상’(Prix de Rome)을 목표로 작곡에 전념하고 있다. 로마 대상은 파리 음악원을 1등으로 졸업한 학생을 로마의 빌라 메디치에 3년간 국비유학 보내는 제도로, 이탈리아의 풍물을 보며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혜택이 주어지는 상이다. 그러나 1827년, 운명적 만남이 남자의 가슴을 꿰뚫는다.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프랑스 파리 공연에 동참한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해리엣 스미드슨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녀가 연기한 오필리아와 줄리엣 역에 완전히 빠져버린 남자는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인기 여배우가 무명의 작곡가를 거들떠보기나 할 것인가. 1828년, 남자는 연주회를 열어 스미드슨에게 잘 보이려 했지만, 그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결국 실패하고 만다.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말이다. 그렇다. 눈물을 삼킨 이 사나이가 바로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다. ▶해리엣 스미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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