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15.쿰부히말/구름속으로 빨려들어 가다...팡보체(3,980m)-딩보체(4,410m) 가는 길(2)

나베가 2014. 1. 17. 00:33

 

 

 

 

 

날씨는 점 점 더 흐려져서 한 치 앞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마치 구름속을 뚫고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고 할까....

감히 사진을 찍을 생각 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이풀이 외치는 거다.

 

"야아~ 우리 사진 찍자~

 우리가 이런델 걸어 들어갔다는 걸 남겨야 할것 같아~"

 

그렇지~

이렇듯 구름속을 걸었다는 걸 남겨야지~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자칫 헛발을 디뎌 큰일이라도 날것 같아 얼른 복판으로 들어왔다.

 

 

 

 

 

구름속을 걷고 있자니, 갑자기 주변 풍광이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어디쯤에 거대한 설산이 있으려나~

혹시 바로 옆에 설산이 있는건 아닐까...

아니, 이대로 가다가 갑자기 절벽이 나타나는건 아닐까...

 

 

 

어머~ 이것 좀 봐~

세상에~ 바닥이 완전 에델바이스 밭이야~

왠지 알프스에서 자랄것 같은 귀한 에델바이스가 이렇듯 히말라야에서 흐드러지게 자라고 있다니~

그려~ 이건 순전히 텍스트에 너무나 쉽게 익숙해져 버리는 우리의 삶의 단면이기도 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파급효과는 거의 절대적이지.

오스트리아의 기막힌 풍광하고, 너무나 감미로운 음악의 선율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까지....

그러니 우리의 마음속 깊이 박혀있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동경의 대상...알프스를 떠 올릴 수 밖에 없는거야~

어디 에델바이스를 떠올리면서 험란한 히말라야를 생각하겠어~ ㅎㅎ

어쩌면 가슴속에 박혀있는 로망이 깨져버리는 거잖아~ㅎㅎ

그러고 보면 인간은 자기 내면속에 잠재하는 그대로 생각하고 바라보는것 같아~

엄청난 오류이지만....

뭐....그러면 또 어때~

좋은게 좋은거지.

내 맘가는데로....ㅎㅎ

 

 

이제 딩보체가 가까워졌나 보다.

아님, 워낙에 빠른 애들이라서 벌써 도착해 이 만큼 또 걸어나온건 지...

저만치 구름속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이가 있다.

바로 우리의 키친보이 푸리다.ㅎㅎ

 

아!! 뭐야~

또 우릴 마중 나온거야??

날씨도 우중충하고 무거운 짐 나르느라 힘들텐데 쉬지 않고....

 

구름속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우리의 배낭을 앞뒤로 매고 가는 이 따듯한 아이의 심성이...

 이젠 반가움을 넘어서 천사처럼 보인다.

 

 

푸리 덕분에 더 여유가 생겼다.

제법 높은 바위 위에도 낑낑 올라가서 폼도 잡아본다.

 

 

 

 

 

 

구름이 조금은 걷히는 듯 하다.

역시 우리가 걸은 그 평원 옆에는 깊은 계곡과 거대한 산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아스라이 구름속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마을...

드뎌 딩보체에 다 온것이다.

 

 

 

 

 

 

 

 

 

 

 

 

 

 

 

고도가 높아 자라지 못하고 바닥에 깔려있는 짙은 초록의 난쟁이 나무와

낙엽송이라고 해야하나...빨갛게 단풍이 들어있는 또다른 난쟁이 나무의 빛깔이 서로 대비를 이루며

짙은 구름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런가 하면 여기도 여전히 딱 한 잎만 쏙 쏙 솟아나 노오랗게 물들어 버린 신기한 나무까지 합세해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풍광을 펼쳐냈다.

 

 

 

 

딩보체다.

마치 모래속에서 띄엄 띄엄 자라난 사막의 나무들 처럼...

묘목을 심어놓은 듯도 한....

구름이 그런 산 능선을 아래까지 뒤 덮어버린 풍광은 가지런히 쌓아진 돌담과 어우러져 묘한 느낌 마저 들게 했다.

 

 

 

 

 

 

 

 

 

 

이곳에서 유일한 연료가 되고 있는 야크똥은 얌전하게 빈대떡 모양으로 빚어 잘 말려서 통나무 쌓듯 쌓아놓았다.

그 모습을 보자니, 마치 부지런한 농부가 잘 말린 통나무를 가지런하게 잘라 쌓아놓은 우리네 산골 마을을 떠 올리게 한다.

날씨도 으슬 으슬 추운데...

롯지에 가면 저 야크똥 연료를 실컷 때줄려나~??

따뜻한 난로가 그립군!

 

 

 

 

숙소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짐을 풀어 두툼하게 옷을 갈아입고 다이닝 룸으로 가 따뜻한 티를 마셨다.

찬기로 가득했던 온몸이 나긋 나긋 녹아나는 듯 하다.

 

'얼른 방으로 가 침낭속으로 들어가야지~

침낭속의 포근함이 온 몸에 퍼져들어 사르르 녹아나는 그 기분....

정말 짱이지~ ㅎㅎ'

 

침낭의 유혹속으로 마악 빠져들려는 찰라 밖을 보니, 아까보다는 구름이 한층 걷혀 있다.

'에잇~ 침낭속에 들어가지 말고 밖에 나갔다 올까??'

 그래~ 오늘 종일 구름 속을 걸었으니 구름이 다시 뒤덮기 전에 동네 몇 컷 카메라에 담아오자.

 동네도 너무 이쁘잖아~'

 

 

 

 

 

 

 

 

한 참을 돌아 다녔더니, 다시 온 몸이 으슬 으슬 해진다.

아~ 들어가자.

오늘밤 조심해야 해.

생전 처음으로 해발고도 4400m에서 자잖아~

게다가 종일 구름 속을 걸어 냉기가 가득한데,고소증세가 오면 정말 큰일이야~

 

 

 

George Skaroulis (2000 Generations) - 09. My New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