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17.쿰부히말/ 매혹적인 풍광...딩보체(4,410m)-추쿵(4,750m)까지....(2)

나베가 2014. 1. 19. 03:11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지만, 나를 비롯해 대장님이나 이풀도 모두 자꾸 멈춰 서 되돌아 보기를 수도 없이 했다.

 

딩보체 마을이 아스라이 멀어지니 이젠 그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계곡까지 합세해 더욱 판타스틱한 풍광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왠지 날씨가 점점 더 나빠지는것만 같다.

 

아!!

가자, 가~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전에...

 

한 참을 걸으니, 어제 걸었던 길과 똑 같은 풍광이 또다시 펼쳐졌다.

 

황금 벌판이 되어 버린 평원에 띄엄 띄엄 나 있는 난장이 상록수들과  사이 사이 빨갛게 물들은 난장이 낙엽송...

그리고 트래커들이 만들어 놓은 깊게 패인 길...

 

아!

어느새 저 쪽은 또 완전히 구름이 뒤덮어 버렸네~

혹시 저쪽엔 벌써 비가 오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지~

여기가 해발 4500m가 넘으니

눈이 오고 있을까??

 

에구~

그러고 보니, 온 몸으로 한기가 스멀 스멀 기어 들어오고 있어.

아무래도 여기서 완전 무장을 하고 들어가는게 좋을것 같아~

 

걷느라 더워진 열기에 벗어 두었던 쟈켓을 다시 꺼내 입고 바쁜 걸음을 딛는다.

 

 

 

 

 

 

 

 

 

한참을 걷다보니, 구름이 가득함 속에서도 멋진 이색 풍광이 또다시 나타난다.

 

야아~ 정말 멋지군!!

다음 생애에 동물로 태어난다면 이곳 히말라야 딩보체에서 태어나고 싶군~

이렇듯 아름다운 풍광속에 저렇게 멋진 돌담이 쳐진 집에서 살고 싶다는...ㅎㅎ

저리 아름다운 풍광속에서 살고 있느니, 이곳에서 나는 야크 치즈가 그리도 맛난거야~

 

아놔~ 그러고 보니, 남체바자르에서 야크 치즈를 사지 않은것이 넘 후회가 되네~

 

 

 

 

 

 

이제부턴 왠지 거친 여정길이 될것만 같다.

저 아래로 끝없이 펼쳐보이는 너덜 길...

 

 

 

 

 

어느새 내려왔는 지, 구름이 산 밑자락까지 내려와 뒤덮고 있다.

 

 

 

헐~

근데 저건 또 뭐야~

 

수십마리의 새떼가 구름 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왜 저러고 있는거지??

무슨 조짐인거야??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완전 검은 너덜 바위길이 끝도 보이지 않는 모레인 빙하지대가 펼쳐졌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진눈개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릴것이라곤  바위가 다 인, 히말라야의 빙하위에서 맞는 진눈개비는 순식간에 우리의 체온을 뚝 떨어뜨렸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주 작은 가게가 보기에도 안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

아무것도 없을것만 같은 이 험준한  빙하지대에 가게라니...

 

대장님 말씀이 떨어지기도 전에 허둥지둥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젖은 우비를 벗어 문에 걸쳐놓고, 야크똥 불이 활 활 피어 오르고

있는 아궁이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궁이 하나에 검게 그슬린 주전자와 냄비들...

그리고 허름하게 짜여진 작은 벽찬장에 가득한 온갖 소스들과

이곳에서 파는 것 몇가지가 다 인...초라하기 짝이없는 가게였지만,

이 순간만은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진눈개비에 얼어있는 우리를 보더니, 야크 똥을 연거푸 집어 넣는다.

새 연료가 들어가니, 연기가 솔솔 피어났다.

마치 마른 풀을 집어 넣은 듯 야크 똥 연료에선 뜻밖에도 향긋한 풀냄새가 났다.

그 풀냄새...퐁 퐁 피어나는 연기에서 나는 매콤함....

해발 4500m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낭만이 아닐 수 없다.

 

 

레몬 티를 주문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도 팡보체의 가게에서 처럼 티백 하나를 가지고 3개의 컵에

담궜다 뺐다를 반복하더니 차를 우려내 주었다.

에구~ 그래도 이 추위에 따듯한 불 앞에서 따듯한 티를 마실 수 있음이 어디야~ 그저 감지덕지지.

 

히말라야에 와서부터 내내 기력을 채운다고 설탕을 듬뿍 듬뿍 쳐서 마셨듯이 설탕을 듬뿍 쳤다.

에궁~이건 완전 레몬 티가 아니라 설탕물?? ㅋ~

 

아~~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어찌 알고 우리의 아이들-텐진쿵가와 펨파가 진한 밀크 티를 타가지고 이 진눈개비 속에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

옷도 허술하기 짝이 없거늘~이 추운날씨에 진눈개비를 맞으며 밀크티를 타가지고 여기까지 다시 오다니....

이들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이 되어 순간 울컥한 맘이 인다.

 

가게에서 산 멀건 설탕물을 마시다가 우리 아이들이 타온 진한 밀크티를 마시니, 그 맛이 얼마나 좋던 지...

 

 

  

 

 

 

 

펨파와 쿵가는 우리의 배낭을 매고는또 훌쩍 사라졌다.

아이들 덕분에 한층 가벼워진 몸으로 다 녹아버린 빙하지대인 모레인 지대....

장엄하기까지 한 바위 너덜지대를 걸어 올랐다.

 

 

 

 

 

 

 

 

 

아~

그런데 이 또한 무슨 풍광이란 말인가~

빙하지대인 모레인에서도 나무가 자라다니....

 

노오랗게 물이 들어 황금 벌판이 되어 버린 풍광이 보기에도 삭막하고 험준한 모레인 언덕 밑으로 좌악 펼쳐졌다.

 

 

 

 

 

 

 

 

 

 

 

 

 

 

 

 

 

 

 

 

 

"아~~

이 거친 땅에

다들 노오랗게 물이들었는데,아직도 초록 잎을 띄우며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도 있네~

 

역시 히말라야에 어울리는 꽃이야"

 

이젠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세찬 물줄기까지 보인다.

등산화가 젖지 않도록 조심히 돌들을 밟으며 물줄기를 뚫고 걸어나가니 저 멀리서 추쿵마을이 아스라이 잡힌다.

 

날씨만 좋으면 추쿵에서 볼수 있는 아마다블람과 그 옆으로 이어지는 주름진 설벽과 환상의 로체연봉을 볼텐데...

 

오늘은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고 아예 진눈개비 속을 걸었다.

 

 

눈발이 점점 세어진다.

 

 

 

 

 

추쿵마을에 거의 도착 즈음, 저 멀리서 이젠 쿡인 왕다까지 나와서 손을 흔든다.

우리 롯지를 알려주기 위함이다.

 

우리 숙소는 추쿵마을 중에서도 꼭대기 집이었다.이제 마악 신축해서 합판 냄새가 진동을 하고 전기 시설도 아직 되어있지 않은....ㅠㅠ

 

손님이 없으니,우리는 그중 가장 넓직하고 좋은 방을 골라잡아 짐을 풀었다.

젖은 우비와 축축해진 옷과 배낭등을 합판 벽에 옷핀으로 예술적으로 고정시켜 놓고, 일찌감치 뜨거운 물을 한 병 얻어 코인티슈를 불려 씻었다.

며칠 동안 머리를 못감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코인 티슈에 샴푸를 적셔서 머리까지 감았다.

그때

" 너 미쳤어??"

칼날같은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 날씨...이 추위..이 고도 4750m에서 머리를 감다니...

이풀말따나 벌써 고소증세가 왔는 지,제 정신이 아닌게 분명했다.

 

 

 

샴푸를 닦아내느라 연신 젖은 티슈로 머리를 닦아내다 보니, 아무리 따듯한 물을 적셔서 했더라도 냉기가 머리를 꽉 조여오는 듯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아악!! 큰일났다~

오늘이 내 생애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잠을 자는데....고소는 자면서 밤에 오는데...미쳤어~"

정신없이 핫팩을 뜯어 흔들어서 머릿속에 집어넣고 털모자를 푸욱 눌러썼다.

그리고 극한 지방에서 입는 내의와 패딩에 털 양말까지...완전 무장하고  침낭속으로 들어가 몸을 뎁혔다.

한참을 그렇게 몸을 데우고 나니, 그제서야 옥죄듯 조여오던 머리의 통증이 가라앉는다.

 

"아~ 조심하자~

순간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만 같아~

여긴 해발고도 4,750m야.

그리고 지금부터는 계속 해발고도 5000m를 훨씬 띄워넘는 곳까지 오르잖아~

컨디션을 잃으면 나를 비롯 우리 모두에게 정말 큰일 나는 거야~"

 

 

 

 

우리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연일 더 나빠져만 가는 날씨때문에 우울한 맘은 더 깊게 깊게

상채기를 내고 있었다.

 

아! 내일도 날씨가 나쁘면 어쩌지??

내일은 우리 일정중 '로왈링 타시랍차 패스' 다음으로 가장 힘든 일정인 해발고도 5535m 인 '꽁마라 패스'를 넘는 날인데 말야~

그리고 처음으로 야영까지 하잖아~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걱정과 근심거리와는 상관없이 또 잠이 스르르 온다.

 

가슴에 품은 물병의 뜨거운 열기가 온 몸으로 서서히 번지고, 이내 온 몸을 데워오는 침낭속의 포근함이

날씨때문에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행복감 마저 든다.

한없이 온 몸으로 깊게 깊게 빠져들어가는 나른함이....

세상에~ 이렇게 좋다니....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