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토록 앞이 안보이도록 구름이 천지를 뒤덮고 있더니만,
드디어 저녁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우리의 하루 일정이 끝난 뒤에 쏟아져서 다행이긴 했지만
연일 비오고, 구름끼는 날씨로 봐서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어 마음이 우울해졌다.
'혹시 이런 날씨가 EBC에 가서까지도 이어지면 어떡하지??
우리 정말 히말의 거대한 설산도 제대로 한 번 못보고 가는거야?
아냐~ 그게 문제가 아니지. 로왈링은 어떻게 되는거야~
지금 그곳은 계속 폭설이 쌓이고 있는거잖아~
아악!!! 안돼!!'
심란한 마음은 떠나기 전 복잡했던 집안 일까지 곁들여져 불안감을 더 가중시켰다.
그래서일까...
밤새 심란한 꿈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찍 눈을 뜨니, 그나마 또 비가 그쳐주었다.
'그래도 우리가 여행 복은 타고 난 사람들이잖아~
우기에 왔어도 아직까지는 빗속을 걷지는 않았어.
좋아질거야~'
그 어느때 보다도 긴 시간 동안 기도를 했다.
짐을 꾸리고 식당으로 가니, 오늘 아침은 쿡이 요리를 하지 않고, 식당에서 현지식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랫만에 먹는 현지식은 늘 비슷한 메뉴로 일관되었던 우리 음식보다 차라리 맛이 있었다.
비는 그쳤지만
오늘도 여전히 구름속을 걸을 것만 같다.
쟈켓속에 패딩까지 겹쳐입고, 털모자에 배낭커버까지 씌우고 출발했다.
"오호~
요녀석 좀 봐~
추운데...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망치를 가지고 바위를 치며 놀고 있네~ㅋㅋ
그려~ 세상 모든건 다 너의 장난감이 될 수 있지~
좋아~ 사내 대장부가 될 조짐이 보여~ ㅎㅎ"
열심히 바위를 내리치며 놀다가 카메라를 들이미니 잠시 포즈까지 취해주는 센스...ㅋㅋ
시야에 들어오는 이색적인 풍광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고도가 높아 나무가 크게 자라지 못해 마치도 모래 언덕에 피어 있는 듯한 터럭머리 짙은 녹색 나무와 빨갛게 물든 앉은뱅이 나무와 노오랗게 물든 꽃같이 피어난 한 잎 나무들이....
그 밑으로 얕으막하게 앉아 있는 집들과
온 동네를 메우고 있는 기막힌 돌담...
집 집 마다 한 두마리씩 키우고 있는 검은 야크들..
아~ 귀여운 고깔모자를 쓴 듯한 굴뚝에서 모락 모락 연기도 피어 오르고 있어~
아!! 그 돌담 사이를 걷고 있자니...
정말 그저 모든게 작품같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게도 간절히 바랐던...
눈 앞에 떡 버티고 있을 거대한 히말의 설산을 못봐 속상하다는 맘은
이 순간은 또 떠올릴 여력 조차도 없다.
앞서갔던 우리의 포터들이 쉼터에서 짐을 내려놓고 쉬고 있었다.
'오우~ 그러면 단체사진 한 컷 찍어 볼까~'
펨파와 쿵가, 이풀...그리고 파상,락파,다와파상, 푸리군.
쿰부여정에서의 7명중 아직 왕다만 안왔네~
하긴 늘 뒤쳐지는 대장님을 곁에 바짝 붙어서 보필하고 오니까....
ㅎㅎ
"어머~
헬기가 떴어"
밤새 누가 또 고소증세가 왔나보네~
그럴거야~
날씨도 계속 안좋았고, 벌써 고도도 4000m가 훨씬 넘었잖아~
아~ 어디서 난거지??
로부제??
고락셉??
갑자기 긴장감이 돈다.
그래.
내생애 해발고도 5000m가 왠말이야~
4,13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오르면서도 얼마나 두려움을 가졌었어.
고도가 높을 수록 단 1m 오르기도 얼마나 숨이 차오르고 힘이들어~
정말 조심해야지.
천천히...아주 천천히 걷는거야.
아!! 어쩜 이리도 단풍이 이쁘게 들었을까~
아~
헬기가 또 떴어~
그러고 보니, 아까 떴던 그 헬기같네~
벌써 환자를 싣고 후송중인거구나~
별일 없어야 할텐데....
고도도 높은데,
아무래도 날씨가 연일 너무 나빴어서
고산증이 심하게 왔을 수도 있을것 같아 걱정이 된다.
아!!
그나 저나 딩보체...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네~
멀찌감치 서서 보니 더욱 매혹적이야~
아주 독특한 산능선은 더욱 이국적이고...
그 아래로 펼쳐진 딩보체 마을은 동화처럼 이뻐~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진 앉은뱅이 나무들은 또 얼마나 이쁘게 단풍이 들었어~
자꾸만 발목을 잡아 발걸음을 쉬이 뗄 수가 없네~
아무리 발목을 잡아도 가야지~
딩보체~
우리 빨리 가야해.오늘 오후도 비가 올것 같잖아.
그만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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