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흐린 날씨 탓에 일찌감치 도착해 침낭속으로 잠수타서
낮잠 한 숨 자고...
저녁으로 맛있는 참치 김치찌개를 먹고는 또 곧바로 침낭속으로 잠수....
아마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잠을 많이 자고 있는 나날이 되고 있는 것일 게다.
딱히 할일이 없어서라기 보다 날씨가 으슬 으슬 추우니 자동으로 침낭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누워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스르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낮잠을 한 판 늘어지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초저녁에 또 그리 쉽게 잠이 들을 수 있는 지...참으로 그것이 기이하게 느껴질 만큼 믿기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ㅎㅎ
하긴, 너무 오래 잠을 자서인 지, 연일 심란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덕분에 항상 컨디션이 좋기도 하다.
거기다 방으로 항상 대령해 주는 따끈한 밀크 티 한 잔은
아침을 맞는 기분을 최고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히말라야의 장엄한 설산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면서 늘 눈뜨자 마자 창문을 열어보지만...
엊그제 부터는 아예 비가 내리고, 하얀 구름이 내려앉아 설산만을 덮는게 아니라
어두운 잿빛 구름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버리고 있다.
아무래도 아직 우기가 덜 끝난것 같아 이제는 우울한 기분 마저 든다.
이렇게 흐린 날에는 아주 찬기가 온 몸을 파고 들어 걸어도 춥다.
출발부터 패딩까지 껴입고 출발했다.
아!!
우리 롯지에서 얼마가지 않아 '라바짜' 커피를 판다는 간판이 눈에 띈다.
빵도 파는구나~
저기 들어가 빵하고 진한 자바짜 커피 한 잔 하고 갈까??
순간 그런 생각이 간절했지만...
출발 직후라서 카메라에만 한 컷 남겨두고 그냥 지나쳤다.
바닥까지 자욱하게 내려앉은 구름속을 걷자니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사방에 깔려있는 에델바이스와 야생화에 더 눈길이 가고....
뭔지도 모르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묘한 감정에 빠져들게도 한다.
벌써 해발고도 4000m....
어느샌가 시야에서 녹음이 짙은 나무숲이 사라지고
얕으막한 나무와 신기한 또 다른 식물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어저께 부터 눈길을 사로 잡았던 노오란 잎 하나....
멀찌감치 보면 마치 천지가 노오란 들꽃이 피어있는것 처럼 보이는...
그러나 사실 저 노오란 들꽃 처럼 보이는 것이 이파리 하나 하나 심겨져 있는 것이다.
마치 묘목을 심듯 큰나무에서 이파리를 따다가 땅에다 한 잎씩 박아 놓은 것 처럼
아!! 정말 바람에 흔들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가련하고도 신기한 지...
어떻게 땅에 이파리가 딱 한개씩만 나와 자라고 있는걸까??
저렇게 나와서 좀 자라면서 번식이 되나??
아니지~ 지금 가을이잖아~
노오랗게 단풍이 들은거잖아~
그렇담 저렇게 딱 한 잎이 땅에서 나와 저리 이파리 크기만 커졌다가 다시 죽는거야??
그렇군~
역시 이곳엔 나무가 자랄 수 없으니, 연료를 밑에서 부터 사다가 뗄 수 밖에 없는거야~
이제까지 안 보이던 나무 짐꾼들이 길을 메우고 있잖아~
시간이 흐를 수록 구름은 점 점 더 끼어서 계곡의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가득해졌다.
거대한 히말라야 계곡과 능선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아스라한 풍광....
나 또한 다른 것은 다 잊은 채 그저 이 몽환적인 느낌속으로 점점 빠져 들었다.
날씨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착해서 부터 연일 설산의 봉우리를 뒤 덮고 있던
그 구름층에 우리가 지금 들어와 있는게 아닌가...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후후~~
완전 구름속 산책이네~
헐!! 이거 영화 제목인데,,,,그럼 영화 한 편 우리도 찍는거야??
드디어 나타났다.
검은 물소가 아니라 해발 3000m 고지 이상에서 사는 야크...
배 밑으로 축 축 쳐지면서까지 자라고 있는 기인 털이 그야말로 멋스러움의 압권이다.
한참을 구름속 산책을 하다보니,
저 멀리 보이는 풍광이 또 완전 기를 막히게 한다.
와아~정말 판타스틱하군!!
저기가 오늘 우리가 묵게될 딩보체일까??
그렇다면 저기가 해발 4410m ..??
드디어 오늘로서 우리가 생애 첫 도전을 시도하는겨??
해발 4400m 도달!!
물론 이보다 훨씬 높은 해발 5300m까지 지난 라다크 여행할때 지나친 적이 있다.
안데스에 가서도 해발 5380m 에 올랐었고
옥룡설산 에도 올랐었다.
그러나 그건 모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 조금 더 올랐거나 짚 투어를 해서 올랐을 뿐...
그곳까지 걸어올라 잠을 잔 적은 없었다.
날씨도 연일 흐리고...
으슬 으슬 추운데, 4400m에 올랐다는 감격보다는 오늘 밤을 보내며 고소가 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해야할 일이다.
멀리 보이던 하늘 마을 풍광이 딩보체인 줄 흥분했더니,
아니었다.
바로 사진 속 마을...
이곳에서도 많이들 머무는 지...
아니면 간식이나 점심을 먹고 가는 지...
제법 많은 롯지들과 식당이 있는 마을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마자 나타난 식당에는 벌써 많은 트래커들이 올라와 있었다.
하긴 우린 이렇게 흐린 날씨에도 연신 카메라 셔터 눌러가며 멋진 뷰를 감상하고...
제법 찬 기운에 파르르 떨고 있는 야생화들에도 머물며
워낙에 천천히 오르기도 하였지만...
근데 우리가 마악 롯지에 올라섰을때 그곳에 와 있던 많은 트래커들이 박수를 막 쳐주는 것이었다.
엉겹결에 활짝 반가운 미소를 날려보냈지만...
근데 이 트래커들 왜 우릴 보고 박수를 친거지??
그리고 왜 계속해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거야??
나이 먹은 대장님과 아지매 둘이서 이 높은 곳까지 너무 쌩쌩하게 올라와서 그랬나??
우리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였어??ㅠㅠ
아님 너무 쬐끄매서??ㅠㅠ
에잇~ 모르겠다.
암튼 박수를 열렬히 받았잖아~
그럼 좋은 거야~ ㅋㅋ
아직은 시기적으로 좀 일러서 그렇지, 이렇듯 야외 탁자에 수많은 의자가 무슨 연회라도 벌릴 양 좌악~ 나 있는 걸 보면
성수기때는 이 동네에 얼마나 많은 트래커들이 머무는 곳인 지 알것 같다.
방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그 다음 롯지까지 걸어야 하니, 그 조절도 잘 알아서 해야할 일이겠다 싶다.
여행시기가 좀 일러서 연일 구름속 산책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숙소도 잡기 쉽고...적막할 정도로 조용하고...호젖한 길의 주인공도 되고....
뭐...괜찮은 선택이야~
속상해 할것도 없어.
분명 베이스 캠프에 도달하면 그땐 환상의 경치...장엄한 설산의 풍광을 볼 수 있을 거야~~
이제부턴 좀 더 빡세게 기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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