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빗소리가 들리더니, 새벽 녘에 나가보니 비가 그쳐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밤에만 비가 오니...
어제 디우제에 일찍 도착해 으슬 으슬한 몸을 침낭속에 넣으니 스르르 쏟아지는 잠에 취해 깜깜해질 때까지 잠을 자서 인 지,
밤새 꿈을 꾸다 깼다...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던 지 허리가 다 아프다.
얼음물 처럼 물이 차서 고소 먹을까봐 얼굴에 물만 묻히고 나와 짐꾸리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오늘 아침 메뉴는 감자 샐러드와 미역국이다. 팍딩에서 담은 김치가 이제 맛이 들어 제법 맛을 낸다.
그래서 오늘 저녁 메뉴는 이 김치를 가지고 참치 김치찌개를 만들기로 했다.
아침 미역국을 먹으면서 벌써 저녁에 먹을 김치찌개 맛에 흥분을 느끼다니.... ㅎㅎ
그나 저나 내가 해온 반찬이 첫날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나온다. ㅠㅠ
어지간히 꾹꾹 눌러 담았나봐~
아!! 조금만 가져올걸~ ㅠㅠ
커피 한 잔 하고, 오늘도 느지감치 9시 40분에 출발했다.
오늘은 어제 일정 탕보체 보다 더 많이 걸어 디우제까지 왔으므로 팡보체(3,940m) 까지 3시간 여만 가면 된단다.
구름만 없다면 기막힌 히말의 정경을 보면서 갈텐데....
오늘도 여전히 구름이 잔뜩 하늘을 뒤덮고 있다.
하긴, 어제 밤새 비가 내렸었는걸~
비가 그친것만도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 처럼 어슬렁 걸음으로 3시간...
날쌘돌이 포터들 걸음으로는 1시간 반의 거리라니 숙소에 일찍 가서 또 침낭의 유혹속에 빠지느니, 길에서 실컷 놀다가 느지감치 들어가기로 맘을 먹었다.ㅎㅎ
그렇게 작정을 하고 걸으니,
길 섶 온갖 야생화와 들꽃과 버섯들이
우리를 강렬하게 유혹을 하는 거다.
그렇잖아도 찾을 판에 유혹까지 하니,
그저 즐거움에 히히낙낙 입이 벌어진다. ㅋㅋ
이건 뭐,,,
트래킹이 아니라 출사현장이다.
오늘의 목적지가 바로 이곳인것 처럼...
우린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 바위에서 이렇게도 이쁘게 피워내다니...
대체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 것들이야~
얼마나 오랫동안 렌즈를 들여다 보았으면...
순간 바닷속에 들어와
산호밭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착각 마저 들었다.
운무는 점점 계곡 깊숙이까지 파고 내려갔다.
계속 걸으며 몸을 움직이는데도 추위가 온 몸을 감싸온다.
잠시 멈춰서서 패딩까지 껴입고 내내 걸었다.
오늘 종일 사진 찍으며 아주 천천히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려 했건만...ㅠㅠ
이제까지는 그래도 간간히 산 봉우리도 보여 주었건만
오늘은 아예 잿빛 하늘이네~ㅠㅠ
에잇~
그렇거나 말거나 우린 하고 싶은데로 하는거야~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잘 나올 리도 없었건만,
그래도 연신 렌즈를 들이밀며 걷는다.
헐!! 저건 뭐야~
우와~
다리가 무너졌어.
뭐지??
바람 때문이야??
엄청나게 쏟아져 내린 비때문인 거야~??
분명 이번 우기때 무너진걸 거야~
정말
우기때는 무섭게 빗줄기도...
바람도 쎈가부다.
순간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 공포심 마저 인다.
옆길로 돌아서 가라는 바위위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보고 우린 발걸음을 돌렸다.
탕보체, 디우제, 팡보체가 다 해발고도 3800m 대이니, 아래로 내려다 뵈는 그 깊이가 얼마나 깊고 웅장한 지....
가끔씩 가슴이 섬뜩해졌다.
시야가 운무에 휩쌓여 아무것도 안보이니,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로 가니 또 그 깊이의 웅장함에 빠져드는 거다.
아!!
다시 하늘이 맑아졌다.
길 섶에 서 있는 불탑이랑 좌악~ 이어진 라마스톤이랑 돌길이랑....
멋진걸~
헐~ 한 무리의 포터들도 올라오고 있어~
하얀 포대의 짐을 잔뜩 실은 검은 물소떼도 오고....
정신없이 카메라 세례를 퍼붓는다.
한바탕 카메라 셔터 세례를 퍼붓고는 또 발걸음을 떼었다.
얼마를 또 걸었을까....
와아~
저거 뭐야??
하늘 길??
이제까지와는 마치 다른 세상인 양,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검은 소...
그리고 그 끝까지 나 있는 가느다란 길이 정말 매혹적이었다.
우리는 그 하늘 길 아랫 길로 걸어 올랐다.
그 길 앞엔 여전히 미지의 세계 처럼 운무가 휘감고 있었고, 까마득한 아래로는 세찬 강물이 흘렀다.
고개를 바짝 들면 전혀 다른 하늘로 가는 파아란 하늘 길이 보이는 듯 했고,
바로 걸으면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가는 듯한 운무속의 환상적인 길이었다.
흥분된 발걸음의 연속이었다.
눈앞에 운무가 거대한 히말의 설산을 다 가려버렸다는 것 조차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도....
충분히 너무나 환상적이었으니까....
밭 이랑 간 예술로 쌓아 올려진 돌담이랑 ...
그 앞을 지나가는 짐 실은 검은 소떼랑...
산 봉우리 끝자락까지 내려앉은 운무까지....
환상적인 풍광에 사로잡혀 고개를 돌으니 바로 팡보체다.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돌담이 휘둘러진 예쁜 마을이다.
이들이 연료로 쓸 소똥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돌담은 그대로 작품이었고.
그런가 하면 돌담위에 우리네 소 여물통 같은 나무통에 꽃을 심어 올려놓은 센스장이 주인장도 있다.
이곳 날씨가 늘 이렇게 흐린 지...
아니면 잠깐 해가 나자 마자 부지런한 주인장이 잽싸게 내다 널은건 지, 돌담위에 널린 형형색색 이부자리도 정겹다.
숙소에 도착을 했다.
우리 방은 2층으로 잡았다.
히말라야 롯지는 2층 건물이라면 반드시 2층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게 또 방잡는 팁이다.
워낙에 합판으로 대충 짓기때문에 2층의 걸어다니는 소음을 견디기 어려워서다.
하긴 오늘 묵은 숙소처럼 돌로 탄탄히 지은 집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1층은 아무래도 습하기 때문이다.
헐!
짐을 겨우 풀고 점심을 먹으러 다이닝룸으로 가려는데, 그 사이에 비가 내리고 있다.
팡보체엔 우리나라 산악인 '엄홍길'이 지은 학교가 있고, 쿰부히말에서 가장 큰 학교도 있다고 해서 둘러볼까 했는데....
그냥 점심을 먹은 뒤 바로 침낭속으로 직행했다.
비가 오니, 날씨도 춥고, 종일 흐린 날씨속에서 걸었더니, 온 몸에 찬기도 가득하고....
이럴때 또 침낭속에 들어가 빠져드는 낮잠은 얼마나 달콤한 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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