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면 동물적 근성으로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간다.
거대한 히말의 하얀 봉우리를 볼 수 있을까 해서다.
아!! 보인다 ~
하얀 설산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어~
벌써 구름이 치받고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탐세르쿠의 하얀 봉우리가 푸르스름한 어둠속에서 우뚝 솟아 있었다.
이내 사라져 버릴것만 같은 6623m 의 탐세르쿠....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들고 한 컷 담는다.
아~~ 벌써야??
벌써 구름이 다 덮어 버린거야??
이내 사라져 버린 탐세르쿠의 봉우리에 오늘도 종일 하얀 설산의 봉우리를 보지 못하고 걸을 생각을 하니, 속이 상해온다.
쿡이 가져다 준 밀크 티를 마시며 기분을 다스리고는 어젯밤 맡겨놓은 배터리를 찾으러 주방으로 내려갔다.
우리에겐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버린 아궁이와 검게 그을린 주전자가 정겹게 보이고.... 그 옆에 함께있는 가스렌지와 가스 버너가 또 대조적으로 눈길을 끈다.
아침으로 김가루까지 잔뜩 뿌려진 떡국이 나왔다.
히말라야에서 먹는 떡국이라....
얼마나 맛있었을 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출발시간 8시40분.
시작이 흐드러지는 가을 풍광이다.
순간은 이곳이 히말라야라는 것도 잊어먹을 만큼 한국적인 풍광이다.
얼마를 흐드러진 가을 숲을 걸었을까....
어느 순간 시야가 쫘악 펼쳐지는 것이 이곳이 여지없는 히말라야임을 알려준다.
하늘엔 하얀 구름이 뒤덮고 있었지만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깊은 계곡이 흐르고, 안개가 아스라이 깔린 거대한 초록 숲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제서야 히말라야의 첩첩 산중에 들어와 있음이 실감이 난다.
내가 지금 해발고도 몇 미터와 와 있는거야?
3600m....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자면 거의 끝자락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 와 있는거잖아~
우와~~
아!
저 멀리 오르막 돌계단 길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좀 봐~
한 폭의 그림이군~
그 풍광에 사로잡혀 아주 멀리서 부터 계속 카메라 세례를 퍼붓느라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아까는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엔 어느새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어~ㅎㅎ
야~~정말 판타스틱한 뷰야.
길섶에 핀 야생화는 또 얼마나 매혹적인 지...
오늘도 나의 발을 꽁 꽁 묶어 제대로 발자욱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몽롱한 아름다움에 취해 한 참을 걷노라니, 구름에 가려진 설산에 대한 아쉬움은
까마득히 잊은 지 오래다.
그때 한 무리의 포터들이 쉬고 있음이 눈에 띤다.
그들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이 자리에선 반드시 쉬었다가 가야할 만큼 또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와아~ 저긴 또 뭐지??
거친 히말라야가 아니라 마치 아름다운 알프스 자락 같잖아~??
경치에 취하여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풍기탕가에 도착했다.
깊은 계곡을 끼고 식당과 가게를 겸한 작은 롯지 하나만 달랑있는 곳이다.
잠시 쉴겸 식당으로 들어갔다.
살짝 배도 고프고, 빵도 먹고 싶었지만 그냥 레몬 티 한 잔만 마시며, 중국인 연인과 담소를 나누었다.
남자는 걷고, 여자는 말을 타고 트래킹을 했는데,
여자의 상기된 표정으로 봐서 그녀가 얼마나 지금 이 순간을 감동스러워 하는 지...알것 같았다.
탁자에 놓여있는 히말라야 사진집을 펼쳐보며
우리 또한 벅찬 마음을 한바탕 나누고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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