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완만했던 것과는 달리 풍기탕가를 지나서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길섶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들꽃이 만발해 있어 촘촘히 나 있는 돌계단 오르는 일도 힘듦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차라리 가끔씩은 발걸음을 멈추어 돌위에 앉아 쉬게 하니 더없이 여유롭다.
그때 뒤에서 말방울 소리가 들린다.
아까 풍기탕가에서 만났던 중국인 연인이다.
말에 탄 여인의 모습이...
등에는 솔라 밧데리를 매고, 머리엔 액션 카메라를 달고 환한 미소를 품은 의기양양함이 마치 개선장군 같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갑자기 옷깃으로 스며드는 기운이 여간 차지않다.
어느새 산 봉우리를 뒤덮고 있는 구름층으로 들어섰나보다.
잠시 멈춰 서서 옷을 챙겨입고 지나가는 포터에게 물어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탕보체란다.
아!! 벌써 3860m를 올라왔구나~
역시 4000m 고지에 올라서니 찬기운이 역력해.
하긴 날씨가 이렇게 흐리니....ㅠㅠ
드디어 탕보체에 도착했다.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 바람까지 부니 여간 추운게 아니다. 거기다 일행을 기다리느라 앉아 있었더니,배낭을 벗어 패딩까지 꺼내입고 쟈켓의 모자까지 조여서 썼어도 추위가 온 몸을 감싸온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사원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탕보체에서 펼쳐지는 꽁데히말의 장관을 하나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한 맘이 차고 오른다.
탕보체는 아주 부자 사원이다.
이 주변 모든 땅이 사원 소유라서 롯지등 건물 주인들이 세를 들어 사는 지라 그 세를 받는 것만으로도 많은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저 만치서 동료 이풀이 올라오고 있다.
대장님까지 기다리느라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더니, 추위가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한기로 언 몸을 녹이려 재빨리 롯지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점심도 먹지않아 배도 엄청 고프다.
오트밀 죽과 모모로 늦은 점심을 먹고, 혹시라도 내일 새벽 볼 수 있을 지도 모를 꽁데 히말의 비경도 뒤로한 채 우린 그곳을 떠났다.
경비 절감 문제인 지, 암튼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묵지 않고 디우제까지 가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창밖을 보니, 우리의 아이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는거다.
그들은 걸음이 빨라 벌써 디우제에 짐을 갔다 놓고 우리를 마중나온 것.....ㅎㅎ
암튼 반가움에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레몬 티를 마시며 한바탕 소란을 피워내고 떠났다.
탕보체에서 디우제까지의 길은 그야말로 아름드리 나무가 길섶으로 흐드러진 가로수 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곳에 우기때는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리는 지, 돌 길 양옆으로 물길이 따로 깊게 나 있었다.
아이들이 우리의 배낭을 매고 또 순식간에 내려갔으니, 우리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해 쏜살같이 그들을 따라 걸어 디우제에 도착했다.
디우제 역시 롯지 3개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나마도 한 채는 지금 신축중이다.
방에 짐을 풀고, 옷을 더 두껍게 껴입고는 잠시 난로가에서 몸을 녹였다.
그리고 롯지를 돌아보니, 여기 저기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다.
대한 산악연맹 구미시 연맹 산악구조대원들이 임자체(6189m) 원정대를 구성해 다녀갔고,천안의 에베레스트 원정대원들도 다녀갔다. 그외에도 기타등등 여러 단체에서...
우와~
우리나라 산악연맹에서 저 높은 곳에 많이들 도전하는구나~
한참을 그곳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두리번 거리다가 밖으로 나가 주변을 카메라에 담았다.
돌담위로 뵤족 뾰족 솟아있듯 피어있는 들풀이 너무 이쁘다.
PIERRE FOURNIER CELLO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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