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서울시향/정명훈의 영웅의 생애 /1.9.목/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4. 1. 16. 19:05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은 해외 무대에서 서울시향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각인돼 왔습니다. 정명훈 예술감독 지휘와 우 웨이 협연으로 2011년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비롯한 유럽투어에서, 이듬해 4월 북미투어에서, 2013년 4월 북경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서울-북경 자매도시 결연 2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이 곡을 연주해 격찬을 받았습니다. 후반부에는 19~20세기 변환기의 교향시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4관의 대규모 편성에 8대의 호른, 2대의 하프, 무대 밖 트럼펫, 수많은 타악기를 동원해 쌓아 올린 거작 '영웅의 생애' 무대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Beethoven: Leonore-Overture No.3 in C major
진은숙: 생황 협주곡 <슈>

Unsuk Chin: Su Concerto for Sheng and Orchestra

R.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R.Strauss: Ein Heldenleben, Op. 40

 

 

지휘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지휘자 정명훈은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하였다.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를 거쳐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1984~1990),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의 음악감독(1989~1994)을 지내며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런던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을 지휘하였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을 비롯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지휘하였다. 또한 1990년부터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20여 장의 음반을 레코딩하며 음반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사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그에게 헌정하기까지 한 메시앙의 음반들(<투랑갈릴라 교향곡>, <피안의 빛>, <그리스도의 승천> 등)과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베르디의 <오텔로>,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드 부인> 등은 최고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8년 이탈리아 비평가들이 선정한 '아비아티 상'과 이듬해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상'을 받았으며, 1991년 프랑스 극장 및 비평가 협회의 '올해의 아티스트 상', 1992년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95년 프랑스에서 '브루노 발터 상'과 프랑스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음악의 승리상'에서 최고의 지휘자상을 포함 3개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2003년에 다시 이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1995년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는 정명훈은 음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훈장인 '금관 훈장'을 받았고, 1996년 한국 명예 문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한 바 있다. 2002년 국내 방송사에서 실시한 문화예술부문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 음악분야 최고의 대표예술인으로 선정되었다.

 

생황 우 웨이  Wu Wei, Sheng

 

우 웨이는 세계 최고의 아방가르드 생황 연주자이다. 상하이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상하이 중국 전통악단에서 독주자로 활동한 그는 1995년 DAAD 장학금을 받고 베를린으로 건너가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공부하였으며 이후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96년과 2002년 독일의 '무지카 비탈레' 콩쿠르에서 우승하였으며, 독일 민속음악상인 '세계의 뿌리' 상을 수상하였다. 우 웨이의 배경은 중국 고전음악으로 이는 음악적 창조성과 활력에 결부되어 있다. 그는 귄터 그라스가 이끄는 '11월의 대륙: 음악과 문학' 프로젝트를 함께한 것 외에도 많은 현대 오페라, 현대 무용, 연극, 미술 작업에 함께 하였다. 1993년부터 우 웨이는 켄트 나가노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의 LA필하모닉을 필두로, 도쿄 심포니, 뮌헨 심포니, 앨버니 심포니 등과 함께 하였으며, 앙상블 모데른, 니우 앙상블,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현악사중주단, 드레스덴 앙상블 무지카 비바 등 현대 음악 앙상블과도 함께 작업해왔다. 또한 베를린 페스티벌, 뮌헨 비엔날레, 도나우에슁엔 음악주간, 뮌헨 무지카 비바 등의 전세계 페스티벌에 참여해왔으며, 게반트하우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산토리홀, 콘세르트허바우 등 전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하였다. 그는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10개의 협주곡을 비롯한 130여곡을 세계 초연하였으며, 그 작곡가들은 존 케이지, 진은숙, 외르크 비드만, 탄둔, 도시오 호소가와, 거스 얀센 등이다. 생황 작품을 위한 작곡가로서 프랑스 루아오몽 재단, 독일 작센 문화 재단, 뮌헨 무지카 비바, 시카고 슬라우트 재단, 파리 말라코프 극장, 함부르크 한자 문화재단 등의 위촉을 받아 작품을 작곡했으며, 빌라 에셰 모차르트 소사이어티, 몽벨리야르 극장의 상주 아티스트를 역임했다. 우 웨이는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를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과 에센, 베를린, 베르가모, 모스크바, 베이징 등에서 협연하였으며, LA 필하모닉의 구스타보 두다멜 음악감독 취임 콘서트에서 미국 초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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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의 생애

     

교향시 거장 R. 슈트라우스의 거작
글 :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연주 시간 : 약 40분>

 독일음악의 관점에서 보자면 19세기를 ‘영웅의 세기’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1804년에 베토벤이 ‘영웅 교향곡’을 발표한 이래, 19세기 독일-오스트리아의 작곡가들은 ‘영웅’을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그것을 형상화했다. 교향곡의 경우에는 슈만과 브람스, 말러가 대표적이고, 오페라 장르에는 바그너가 있었다. 그리고 교향시에서는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는 R. 슈트라우스를 꼽아야 할 것이다. 특히 슈트라우스는 1899년에 ‘영웅의 생애’를 발표함으로써 ‘영웅의 세기’에 마침표를 찍은 인물이기도 하다.

 R.슈트라우스가 이 작품을 쓰면서 베토벤을 의식했음은 그의 편지에서 확인된다. 그가 이 곡을 스케치하고 있었던 1898년 여름에 친구에게 보낸 한 편지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베토벤의 ‘에로이카(영웅 교향곡)’는 우리 지휘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품이라서 드물게 연주되고 있네. 그래서 나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 지금 ‘영웅의 생애’라는 제목을 붙인 교향시를 작곡하고 있지. 장송행진곡은 없지만, 역시 E♭장조이며 많은 호른이 들어간다네.” 물론 여기서 지휘자들이 ‘영웅 교향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슈트라우스의 유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영웅’을 테마로 한 교향시를 왜, 어떻게 작곡했느냐 하는 것이리라.

자전적 성격
 R.슈트라우스는 이 곡의 내용에 대한 주석을 악보에 기입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의 ‘죽음과 변용’에서 그랬던 것처럼 ‘작곡가의 지시와 설명에 따라서’라고 예고했으며, 친구들에게 설명을 남기기도 했다. 또 에버하르트 쾨니히라는 시인은 그 내용과 사상을 시로 풀이하기도 했는데, 작품의 구성에 따라 총 6절로 이루어진 그 시의 제1절은 대략 다음과 같다.

 ‘열려라, 너, 생명의 금빛으로 빛나는 아침의 문이여! 칼을 든 기사가 두드린다. 그의 가슴은 젊고 순수한 남자의 야망으로 넘치고, 그의 방패에는 ‘위로’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순수한 신념은 무익하게 타오르지 않고, 성의 있는 의지는 세계를 영토로 만들어 버린다. 빛나는 얼굴은 월계관을 꿈꾸며, 눈에서는 확신이 반짝이고 있다.’

 이 시는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과장된 수사, 환상적 이미지, 특별한 감흥으로 가득한데, 이러한 성향은 슈트라우스의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발견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슈트라우스는 시에 묘사된 것처럼 한 명의 영웅을 내세워 그가 거쳐 가는 인생의 여러 단계를 전형적이고도 이상적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슈트라우스는 작품 속 영웅의 이미지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선명하게 투사했다. 영웅을 다룬 음악작품들에는 어떤 식으로든 자전적인 성격이 개입되게 마련이지만, 슈트라우스만큼 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단적인 예로, 이 교향시의 제5부에는 슈트라우스 자신이 이전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의 단편들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이 대목을 듣다 보면, 이 곡의 표제가 가리키는 ‘영웅’이 바로 슈트라우스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른다. 즉 칼 대신 펜을, 방패 대신 악보를 든 영웅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슈트라우스는 로맹 롤랑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왜 자신에 관한 교향곡을 쓰면 안 되는지 모르겠소. 나는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대왕에 못지않게 나 자신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 말이오.”

 어떤 이는 이 대목에서 슈트라우스의 나르시시즘을 거론하며 조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그 특유의 유머를 음미하며 미소를 짓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이 작품은 슈트라우스 자신의 관점을 강하게 반영하여 인생의 역경을 헤치며 궁극의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한 영웅, 즉 위대한 예술가의 초상을 그린 작품 정도로 간주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 슈트라우스의 나이가 30대 중반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이 교향시는 단순히 영웅의 초상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한 영웅의 젊은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슈트라우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미래를 비춰보이고자 한 것일까?

영웅의 일대기
 이 장대한 교향시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는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다. 전체의 흐름은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데, 구조적인 면에서는 자유롭게 확대된 소나타 형식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➊ 영웅
호른과 첼로의 힘찬 연주에 실려 ‘칼과 방패를 든 기사’가 등장한다. 젊고 순수한 사나이의 야망으로 충만한 가슴과 고결한 신념, 성스러운 의지로 빛나는 얼굴을 가진 그가 확신에 찬 걸음걸이로 당당하게 행진한다. - 이 부분은 소나타 형식의 제1주제부에 해당한다.

➋ 영웅의 적들
영웅과 대립하는 적들이 등장한다. 슈트라우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음악을 공격하는 비평가들을 그린 것이라 하겠다. 질투와 몰이해로 무장한 그들은 오로지 비난하고 트집 잡는 것밖에 모른다. 조소하고 비난하는 그들의 끈질긴 공격에 영웅은 상처를 입고 낙담한 나머지 잠시 비관적인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의 분노와 항거. - 경과부에 해당하며, 일종의 스케르초로 볼 수 있다.

➌ 영웅의 반려자
영웅에게 사랑이 찾아든다. 영웅을 유혹하고, 위로하고, 독려하는 연인의 모습이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로 그려지고, 영웅은 그런 그녀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다. 결국 영웅은 연인을 포옹하고, 그녀에게서 휴식과 위로를 얻는다. 여기서 그려지는 반려자의 이미지에는 슈트라우스의 실제 아내인 파울리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도 한다. - 제2주제부에 해당하는데, 느린 악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➍ 영웅의 전장
갑자기 무대 밖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신념과 의지는 다만 생명의 영예로운 투쟁 속에서만 살아있는 법. 영웅은 이제 보다 성숙해진 모습으로 전장에 나선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영웅은 연인의 격려를 받으며 적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다가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다(금관의 힘찬 팡파르). 영웅은 연인과 나란히 행진하며 승리의 노래를 부른다. - 발전부에 해당하며, 이제까지의 주요주제들이 모두 나와 어우러진다.

➎ 영웅의 업적
마침내 쟁취한 평화 속에서 영웅이 업적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슈트라우스의 기존 작품들에서 취한 단편들의 메들리로, ‘돈 후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과 변용’, ‘돈키호테’, ‘틸 오일렌슈피겔’, ‘군트람’, ‘맥베스’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리고 거기에 ‘영웅의 생애’에서 나온 주제들이 섞인다. - 에피소드와 재현부.

➏ 영웅의 은퇴와 완성
적들이 영웅에게서 멀어져 가고 비난과 조소도 사라진다. 영웅은 마지막 의욕을 발휘해보지만, 이내 그것도 가라앉고 차츰 체관의 정조에 빠져든다. 이제 그는 전원에서 휴식을 취한다. 목동의 피리소리가 들려오고, 자연이 그에게 속삭인다. 영웅은 회상에 젖는다, 과거의 치열했던 투쟁, 연인과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 빛이 서서히 상승하며 힘을 더해간다. 그리고 마침내 정점에 이른 후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간다. - 감명 깊은 종결부이다.

 1899년 3월 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슈트라우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된 ‘영웅의 생애’는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교향시(음시)’이다. 사실 이후의 ‘가정 교향곡’이나 ‘알프스 교향곡’도 광의의 교향시에 해당하지만, 어쨌든 이 곡이 여러 모로 그 때까지 그의 교향시 창작을 결산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다시 말해 슈트라우스는 이 작품으로 ‘영웅의 세기’의 피날레와 더불어 자신의 교향시 창작 여정의 피날레도 장식했다고 하겠다. 슈트라우스는 이 교향시를 네덜란드의 지휘자 빌렘 멩겔베르크(Willem Mengelberg)와 그의 악단인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에게 헌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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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황 협주곡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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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예술감독 지휘와 우 웨이의 협연으로 여러 무대에서 격찬을 받아온 곡
    글 :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연주 시간 : 약 19분

     이 작품은 진은숙이 동양악기를 다룬 첫 작품이다. 그가 동양의 악기들 중에서 특히 생황에 주목한 데에는 개인적 추억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렸을 때 멀리 산 위에서 들려오는 생황 소리에 매혹된 적이 있는데, 그 어딘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음색과 서양의 파이프오르간처럼 다채로운 화음에 대한 기억을 수십 년 동안 간직해왔다. 이 곡의 제목이 이집트 신화에서 공기를 상징하는 ‘슈’인 이유도 어린 시절 바람결에 실려 왔던 그 소리에 대한 추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편 진은숙이 이 협주곡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의 생황 연주가인 우웨이의 연주를 접한 데서 비롯됐다. 우웨이는 3000년 전부터 존재해온 생황(중국에서는 ‘솅 sheng’이라고 부른다)을 현대화・대중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연주가로서, 현대음악과 재즈를 넘나들며 ‘생황의 비르투오소’로 불리고 있다. 진은숙은 미세한 음색과 반음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연주를 듣고 생황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황이 17개의 관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하여, 우웨이의 생황은 37개의 관과 개량된 서양식 키(key)를 가지고 있다.

     우웨이의 연주에서 영감을 받은 진은숙은 오랜 숙원이었던 ‘동양악기를 사용한 작품’을 비로소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이 작업을 미뤘던 이유는 “동양과 서양의 악기를 단순히 혼합하고 싶지는 않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이 작품 ‘슈’에서 그는 비유럽 음악의 전통과 서양음악의 역사를 대등한 비중으로 다루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 곡은 한국음악과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 특징적인 음색과 리듬 패턴이 사물놀이를 닮았다.

     

    보도자료

    고전부터 현대까지..
    음악으로 만나는 시간의 울림
    ● 서울시향의 2014년 시즌은 과감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2014년도 첫 번째 무대에는 베토벤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그리고 진은숙 등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린다.

    ●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이사 : 박현정)은 2014년 1월 9일(목)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의 영웅의 생애 : 삼성화재와 함께하는 로맨틱 클래식 시리즈 I>를 개최한다. 서울시향은 이번 공연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대표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선보인다.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생황 연주자 우 웨이(吴巍, 1970년생)는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진은숙이 동양 악기를 다룬 첫 작품 <생황 협주곡 ‘슈(Šu)’>를 연주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기념,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영웅의 생애’

    ● 서울시향은 독일 후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교향시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한 해 동안 그의 대표 관현악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 첫 번째로 4관 편성에 8대의 호른, 2대의 하프, 무대 밖 트럼펫, 수많은 타악기를 동원해 쌓아 올린 거작 <영웅의 생애>를 무대에 올린다.

    음악으로 그려낸 작곡가의 자화상
    ● 일찍이 고전적인 형식의 관현악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어법을 확립했던 슈트라우스는 <돈 주앙>, <죽음과 변용>, <틸 오이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영웅의 생애>와 같은 교향시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슈트라우스 교향시 중 마지막 작품인 <영웅의 생애>는 그의 최전성기에 작곡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영웅’은 현세적이고 자기만족적이었던 슈트라우스 자신이었으며,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며 궁극의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한 위대한 예술가의 초상을 그려냈다고 볼 수 있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곡은 ‘칼과 방패를 든 기사’의 등장과 적들의 등장, 낙담과 항거, 사랑과 승리, 영웅의 회상 등이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 안에 펼쳐진다.

    ● <삼성화재와 함께하는 로맨틱 클래식 시리즈 I>의 협연 프로그램인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Šu)>’는 이미 세계적으로 서울시향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8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비롯한 유럽 투어, 2012년 4월 북미투어, 그리고 2013년 4월 북경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서울-북경 자매결연 20주년 기념 콘서트’ 등에서 서울시향은 이 곡을 연주하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격찬을 받은 바 있다.

    ● <생황 협주곡>의 제목 ‘슈(Šu)’는 이집트 신화에서 나온 것으로, '바람'을 상징하는 단어다. 진은숙이 동양의 악기들 중에서 특히 생황에 주목한 데에는 개인적 추억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린 시절 먼 산 위에서 들려오는 ‘생황’ 소리를 듣게 되었고, 이 경험이 그녀에게 ‘먼 곳에서 울려오는 소리에 대한 동경’이란 표상을 갖게 했다.

    베를린의 만남으로 탄생한 마스터피스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Šu)’>

    ● 작곡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자인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 진은숙은 그동안 독일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곡을 작곡하였으나 동아시아의 전통 악기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서로 다른 역사와 원리를 가진 동양과 서양의 음악을 뒤섞는 일을 진은숙은 섣불리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를린에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진은숙은 그곳에서 축하 연주를 하는 생황(笙簧) 연주자 우 웨이를 만난 후 마음을 바꿨다. 생황(笙簧)이라는 악기가 개량을 거치며 발전해왔고, 이 발전이 우 웨이라는 탁월한 연주자를 만나면서 반음계와 다성부는 물론이고 광범위한 음역, 다채로운 음향, 자유자재로 변하는 다이내믹 등이 진은숙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3천년의 역사를 지닌 악기, ‘생황‘
    그 역사를 새로 쓴 비르투오소 ‘우 웨이’

    ● 이번 무대에서는 서울시향과의 해외 연주를 통해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 모르겐
    포스트’로부터 "신들린 듯한 최고의 연주"라는 평가를 받은 우웨이가 협연한다.
    탁월한 연주력을 겸비한 중국 출신의 생황 연주자 우 웨이(Wu Wei, 1970년생)는
    현대음악과 재즈를 넘나들며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세계 최고의 아방가르드 생황 연주자이다.

    ● 우 웨이는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를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과 에센, 베를린, 베르가모, 모스크바, 베이징 등에서 협연하였으며, LA 필하모닉의 구스타보 두다멜 음악감독 취임 콘서트에서 미국 초연(2009년)하였다.
    그는 생황이라는 악기를 통해 유럽 악기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풍부한 음향적 뉘앙스들을 들려주며, 지금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협주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생황이 17개의 관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하여, 우 웨이의 생황은 37개의 관과 개량된 서양식 키(key)를 가지고 있다. <구스타보 두다멜 LA필 취임 콘서트(2009)> 3천년 전부터 존재해온 악기 ‘생황’을 현대화‧대중화하는데 앞장서며 ‘세계적인 생황 비르투오소’로 평가 받고 있는 우 웨이의 연주를 흔히 접할 수 없는 레퍼토리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3천년의 역사를 지닌 악기 생황
    ● 생황(笙簧)은 3천년 역사를 가진 중국 전통 악기로 영어로는 ‘mouth organ’이라고 표현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입으로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낸다. 한국에는 삼국시대 이후 전파되어 통일신라 시대의 국보인 성덕대왕 신종과 상원사 동종에 이를 연주하는 천인(天人)의 모습이 나타나 있고, 이는 우리나라의 대표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크게 부조되어 있다. 또한 조선시대의 화가인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에서도 생황(笙簧)을 연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친숙한 악기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단소, 대금 등과는 달리 생황(笙簧)을 연주하는 연주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서울시향,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로
    진은숙 <생황 협주곡> 등 3개 협주곡 녹음

    ● 서울시향은 2014년 1월, 진은숙의 대표 협주곡 3개(생황, 피아노, 첼로) 작품을 세계 최초로 녹음하고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할 예정이다.(발매일 미정)
    1월 9~10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은숙 <생황 협주곡>(생황: 우 웨이)을 실황 녹음하며, 13~18일 서울시향 녹음실(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는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피아노: 김선욱)과 <첼로 협주곡>(첼로: 알반 게르하르트)을 녹음한다. 서울시향의 녹음실에는 아시아 유일의 디지털 레코딩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이곳에서의 오케스트라 레코딩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녹음에는 서울시향의 공연기획 자문을 맡고 있는 마이클 파인(전, 도이치 그라모폰 부사장)이 프로듀서를 맡는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교향시 ‘영웅의 생애' Op. 40
    Symphonic Poem 'Ein Heldenleben'(A Hero's Life) Op. 40

    Richard Strauss(1864 - 1949)

    전곡 연속 듣기

    Herbert Karajan, Conducter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1. 영웅 Der_Held (제1주제부) 2. 영웅의 적 Des_Helden_Widersacher

    (이행부 : 스케르초) 3. 영웅의 반려 Des_Helden_Gefahrtin

    (제2주제부 : 느린 악장) 4. 전장에서의 영웅 Des_Helden_Walstatt

    (발전부) 5. 영웅의 업적 Des_Helden_Friedenswerke

    (발전과 제시) 6. 영웅의 물러남과 완성

    Des_Helden_Weltflucht_und_Vollendung

    (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