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3년)

서울시향-카라비츠의 봄의 제전/11.29.금/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3. 11. 28. 22:00

카라비츠의 봄의 제전

 

 

120년 전통의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세계 정상급 지휘자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향-김선욱과의 협연 무대에서 호연을 펼쳐 재초청받은 카라비츠는 100년 전인 1913년 파리에서 초연된 발레음악 '봄의 제전'을 지휘합니다. 한 세기 전 파리를 뒤흔든 음악을 만나십시오. 또한 마케도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트릅체스키가 다시 서울시향을 찾아와 프로코피예프 최고의 협주곡을 탁월한 기교와 놀라운 음악성으로 연주합니다.
 
[프로그램]
 
무소륵스키 - 호반시나 전주곡
Mussorgsky - Khovanshchna : Introduction
프로코피예프 - 피아노 협주곡 3번 
Prokofiev - Piano Concerto No. 3
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Stravinsky - The Rite of Spring

 
[출연자]
 
지휘 : 키릴 카라비츠 Kirill Karabits, conductor
본머스 심포니에서 수석 지휘자로서 네 번째 시즌을 맡는 키릴 카라비츠는 이 계약을 2015-16 시즌까지 연장하였다. 2011년 그는 이 악단을 BBC 프롬스 무대에 세웠고 마르틴 그루빙어와 함께 독일 투어 공연을 하였다. 그는 본머스 심포니의 협연자로 르노 카퓌송, 마크 패드모어, 비비아네 하그너, 트룰스 뫼르크, 스티븐 허프, 제임스 에네스, 스티븐 이설리스 등을 초빙하였으며, 셰드린, 하차투리안, 차이콥스키 교향곡 2번,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을 녹음하였다.
 
지난 시즌 로열 필하모닉과 런던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등을 지휘하였으며, 로테르담 필하모닉, BBC 심포니 등에 데뷔하였다. 2012년 5월에는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상 마지막 공연을 세이지 게이츠헤드에서 지휘하여 전국에 방영되었다. 이번 시즌에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로잔 체임버 등을 지휘하며 베토벤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개막공연으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지휘한다.
 
카라비츠는 2009-10 시즌에 휴스턴 심포니를 지휘하며 북미 무대에 데뷔하였고 뒤이어 LA 필하모닉과 헐리우드 보울, 시카고 그랜트 파크, 아스펜 페스티벌에 나갔다. 미네소타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와 작업하였으며 이번 시즌에는 오타와 오케스트라 무대에 데뷔하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다시 초청받는다.
 
2011-12 시즌에 글라인드본에서 데이빗 맥비커의 <라 보엠> 프로덕션을 다시 지휘하였으며, 이번 시즌에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 데뷔하고 볼쇼이 오케스트라에서 <라 보엠>을 지휘한다. 2013-14 시즌에 그는 바그너 제네바 페스티벌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할 예정이며 덴 노르스케 오페라에 다시 초청받는다.
 
키릴 카라비츠는 키예프의 리센코 음악학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하였고, 키예프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로만 코프만을 사사하였고, 빈 음대에서 우로시 라요비츠를 사사하였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의 수석객원지휘자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 부다페스트 페스티벌의 부지휘자를 역임하였다.
 
빈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최근에 재발견된 베를린 성악학교의 서고에서 연주되지 않았거나 잊혀진 작품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는 1784년 함부르크에서 쓰여졌지만 분실된 것으로 여겨진 C.P.E. 바흐의 요한 수난곡을 필사하였으며, 텔레만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음악의 전원>을 오스트리아의 바로크 앙상블인 카펠라 레오폴디나와 초연하고 음반으로 발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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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릴 카라비츠

    Kirill Karabits지휘자

<SPO잡지에서 발췌>
<SPO잡지에서 발췌>

올해 가을올해부터 키릴 카라비츠는 영국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게 된다. 
매 공연은 BBC Radio 3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객원지휘자로서 수많은 초청을 받고 있는 그는 올 3월 휴스턴 심포니를 지휘하며 미국 무대에 데뷔하고, 7월에는 조슈아 벨과 블라디미르 펠츠만의 협연으로 LA필하모닉의 할리우드 보울 시즌 개막 공연을 지휘한다. 또한 그랜트 파크와 아스펜 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2009/2010 시즌에는 잉그리드 플리터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무대에 선다.
유럽에서는 토리노 RAI 오케스트라(르노 카퓌송 협연), 바덴바덴/프라이부르크 남서독 교향악단(야닌 얀센 협연), 루체른 교향악단, 네덜란드 방송 교향악단 등을 지휘한다. 지난 시즌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성공적인 무대로 2010년 5월 공연(길 샤함 협연)에 재초청 받았다.
키릴 카라비츠는 오페라 지휘자로도 정평이 나있다. 2008/2009 시즌 랭 국립 오페라의 <가면무도회>를 지휘했고, 2009년 1월에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스페이드 퀸>을 지휘했다. 지난 시즌에는 제네바 오페라에서 야나체크의 <브로우체크씨의 모험>을 지휘했고,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오페라와 <예프게니 오네긴>을 무대에 올렸다. 2009년 6월 로렌 국립 오페라에서 <이도메네오>를 지휘하고, 12월에는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모스크바, 체레무시키>로 리옹 오페라에 데뷔할 예정이다.  

한편 카라비츠는 빈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았다. 그 일환으로 베를린 징 아카데미에서 재발견된 문서를 통해 그간 연주되지 않았거나 잊혀온 작품들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1784년 함부르크에서 작곡되었으나 분실됐다고 여겨졌던 C.P.E. 바흐의 <요한 수난곡>도 그가 필사했다. 또한 텔레만의 알려지지 않았던 오페라 <음악의 목가> 초연도 가능케 했다. 그는 이 작품을 카프리치오 레이블로 녹음했다. 이외에도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세렌 레이블로, 기 로파르츠의 모음곡을 팀파니 레이블로 녹음했다.

키릴 카라비츠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리센코 음악학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했고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에서 로만 코프만을 사사했으며 슈투트가르트 바흐 아카데미에서 헬무트 릴링도 사사했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의 수석객원지휘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역임했다


피아노 : 시몬 트릅체스키 Simon Trpceski, piano

 


마케도니아 피아니스트 시몬 트릅체스키는 최근에 가장 활발히 활동중인 젊은 피아니스트이다. 그는 탁월한 테크닉, 미묘한 표현력, 따뜻한 인간성 등으로 찬사를 얻고 있다.
 
그는 런던 심포니, 런던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DSO 베를린, 뉴욕 필하모닉, LA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등과 협연하였으며, 아쉬케나지, 두다멜, 뒤투아, 유로프스키, 마젤, 파파노, 진먼 등의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었다.
 
2011-12 시즌에 그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밤베르크 심포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홍콩 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또한 카네기홀 리사이틀 무대에 데뷔하며, 파리, 홍콩, 런던, 밀라노, 피렌체에서도 독주회를 갖는다.
 
2010년 Avie 레이블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과 3번을 녹음하여, 빌보드 클래식 차트 10위권에 들었으며, 올해의 디아파송 황금상, 클래식 FM의 '에디터스 초이스' 등에 꼽혔다. 2011년 다시 같은 레이블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1, 4번과 파가니니 광시곡을 녹음하였으며, <그라모폰>의 평론가 조프리 노리스로부터 '우리를 사로잡는 음반으로 트릅체스키의 또다른 랜드마크이다. 작곡가의 정서적인 세계를 꿰뚫고 있는 해석자들이다.' 라는 평을 받았다. 2009년 마케도니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훈장을 받았으며, 대통령은 '그는 예술적 재능을 전세계에 알림으로써 마케도니아 최고의 문화사절이 되었다. 마케도니아는 작은 나라이지만 예술적으로 크나큰 나라임을 끝없는 창조성으로 알리고 있다.' 고 치하하였다. 그는 2011년 마케도니아 최초의 '국민 예술가' 상을 받았다.
 
독주자로서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런던, 파리, 뮌헨, 도쿄 등에서 독주회를 개최하였으며, UN 총회 폐막에서도 연주한 바 있다. 실내악 연주자로서 아스펜,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에 출연하였으며 2011년에는 첼리스트 니나 코토바와 쇼팽 작품을 토스카나 페스티벌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출연하는 연극에서 연주하기도 하였다. 마케도니아 문화부와 문화재단 쿨투어옵의 후원으로 그는 마케도니아의 젊은 음악가와 함께 연주하며 차세대 음악가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EMI에서 여러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2002년 첫 앨범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와 '데뷔 앨범' 에 선정되었고, 2005년 라흐마니노프와 2007년 쇼팽 앨범 역시 찬사를 받았다. 2008년 드뷔시 음반은 런던의 <인디펜던트>로부터 '최고 수준의 미묘하고, 영리하며 상상력 넘치는 피아니즘' 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1979년 마케도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이탈리아, 체코의 콩쿠르에서 입상하였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BBC 차세대 음악가로 뽑혀 활동하였으며, 2003년에는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그는 스코페의 성 키릴과 성 메토디우스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였다. 현재 그는 모교의 교수이며, 스코페에서 살고 있다.


Prokofiev, Piano Concerto No.3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Sergei Prokofiev

1891-1953

Martha Argerich, piano

Charles Dutoit, conductor

Orchestra della Svizzera Italiana

Palazzo dei Congressi, Lugano

2008.06.28

 

러시아의 정경과 정서를 담은 눈부시고 흥미진진한 협주곡
글: 황장원(음악칼럼니스트)

연주 시간 : 약 30분

이것은 프로코피예프가 남긴 다섯 편의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 가장 유명하며, 한편으론 차이콥스키의 제1번, 라흐마니노프의 제2번과 더불어 ‘러시아의 3대 피아노 협주곡’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이 흥미진진한 협주곡은 1921년 프랑스에서 완성되어 미국의 시카고에서 초연됐지만, 기원은 그보다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코피예프는 1918년에 러시아를 떠나 16년간 망명생활을 하게 되므로, 이 작품은 시기적으로 특별한 의의를 지니는 셈이다. 나아가 이 곡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의 사랑’, 발레음악 ‘어릿광대’ 등과 함께 그가 당대의 주요 작곡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 곡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피아노의 기계적 속성을 극대화하여 이루어낸 음들의 순수한 조화 및 대비 효과이다. 그러면서 러시아적인 정경과 정서를 강하게 환기시키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첫 악장의 서주를 보면, 처음에 흐르는 고즈넉한 주제는 광활한 러시아의 대평원을, 이어서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맹렬한 기세는 코사크 기병의 행진을 연상시킨다. 아울러 대위법적 기술과 장인적 구성도 두드러지는데, 이는 1920년대에 일어난 신고전주의 경향과 일치한다.

음의 순수한 조화와 대비
제1악장은 안단테의 서주가 붙은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이다. 우선 서주의 주제가 클라리넷의 독주로 나타나고 후반에는 2중주를 이루며, 계속해서 플루트, 바이올린이 이것을 받는다. 이어서 알레그로의 주부로 넘어가면, 비올라로부터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스타카토 음형과 저현부의 단순한 리듬에 이끌려 피아노가 활기차게 등장한다. 이후 곡은 피아니스틱한 미감을 만끽할 수 있는 현란한 기교가 자유분방하게 교차하면서 진행되는데, 그 생동감 넘치는 전개의 기저에는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정서적 악상이 흐르고 있다.

안단티노의 제2악장은 e단조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는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유니즌으로 담담하게 제시되고, 제1변주는 눈부신 피아노의 글리산도 음형으로 시작된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명상적인 악상이 펼쳐지는 제4변주(안단티노 메디타티보)가 특히 인상적이며, 제5변주에서는 간단한 무곡풍의 주제가 다채롭게 반복되어 러시아적인 느낌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제3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론도 주제는 바순과 현의 피치카토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형적인 러시아풍이다. 전반적으로 피아노가 기계적인 효과를 과시하는 가운데, 중간에 각각 정력적인 느낌과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삽입된다. 마지막에는 강렬한 리듬으로 휘몰아치며 돌진하는 기세의 후련한 코다로 마무리된다.

<SPO잡지에서 발췌>

 

Martha Argerich - Prokofiev, Piano Concerto No.3 in C major

 

20세기 전반 동안 러시아 혁명이 러시아 작곡가들에게 준 불안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몇몇 작곡가들은 자국 내에 안전하게 남아 있기가 불가능하게 되어 영구적인 망명이 필요했다. 일부 작곡가들은 남아 있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새로운 지배층의 예술에 대한 요구를 최대한 수용함으로써만 가능했다. 이런 요구는 흔히 정치적인 것과 얽혀 있어서,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결국 그 누구도 혁명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혁명이 일어난 1917년, 스트라빈스키는 30대 중반이었고 이미 작곡가로서의 기반이 잡혀 있었다. 1917년 혁명 이후 서방국가에 영구 정착하면서 그는 화려한 커리어를 토대로 종종 러시아적 주제의 곡들을 작곡하여 조국에의 강한 향수를 감내했다. 그러한 그도 말년에 단 한 번밖에 고국을 찾지 않았다. 이미 아는 바와 같이 라흐마니노프 또한 혁명을 피했다. 그러나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피아니스트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갖게 된 데도 불구하고, 그의 기질은 스트라빈스키와는 아주 달랐다. 그는 못내 그리워하면서도 결코 돌아가지 않은 조국의 바깥 세계에서 새로운 작품을 쓰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왼쪽] 스위스에서 러시아 혁명을 맞은 스트라빈스키는 혁명으로 인해 사유재산을 모두 잃고 1962년까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오른쪽] 라흐마니노프, 1919년. 귀족 출신인 그는 1917년 러시아 혁명 발발로 해외로 망명하였으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독창적인 작품을 거의 작곡하지 못하였다.

프로코피예프의 커리어는 또 이들과는 달랐다. 스트라빈스키보다 열 살 아래인 그가 혁명으로 인해 조국을 떠나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고 여겼을 때는 가까스로 자신의 이름이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는 러시아 혁명이 발발한 직후 미국과 파리 등지에서 떠돌이 망명생활을 거친 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6년에야 비로소 다시 러시아, 아니 소련으로 돌아갔다. 기대와는 달리 조국으로 돌아온 그는 모든 예술에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요구하며 누구든, 무엇이든 그 이해될 수 없는 사상적 장막에 순응하지 않으면 힐책당하는 괴상하고 혼잡한 독재체제를 겪어야만 했다.

프로코피예프가 소련으로 되돌아온 때는 스탈린 정권의 부상과 그에 따른 공포정치와 때를 같이 했다. 피아니스트 존 옥돈(John Ogdon)은 이러한 예상치 않은 ‘환경의 변화’가 작곡가에게 끼친 영향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사고는 스탈린과 그의 내각에 의해 정의되고 재정립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반영해야만 했다. 곧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대중 친화적인 작품을 쓰도록 고도로 예민하고 창조적인 예술가들에게 강제적인 의무가 지워진 것이다. 이에 대한 정밀검사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시기에 이르러 더욱 심해졌는데, 이 동안에는 애국심보다 가치 있는 정서는 있을 수 없었고 서구의 ‘데카당스’에의 복귀보다 더욱 반역적인 행위는 없었다.

이러한 암흑기가 도래하기 이전의 매우 자유로운 시절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프로코피예프의 실험적이며 복합적인 작곡 방식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작곡가의 특기할 만한 작곡 스타일인 포스트 모던한 병치, 혼합과 고전주의적 완결성의 통합이 바로 이 작품에서 완성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망명 기간 중 메모를 해 둔 것을 종합하여 사용한 이 작품은 발레음악 <바보>와 <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이 성공적으로 연주된 직후인 1921년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생 브레뱅 르팽 기념일에 완성되었다.

브르타뉴에서 머물던 프로코피예프의 이웃에는 러시아에서 이주한 시인 콘스탄틴 발몬트가 살고 있었는데, 이 협주곡을 듣고 시를 써서 경의를 표하자 작곡가는 그에게 이 작품을 헌정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16일 프레드릭 스톡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어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1932년에는 피에로 코폴라가 이끄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최초 리코딩을 하기도 했으며 작곡가가 소련으로 귀환할 때에도 이 작품을 연주했다.

프로코피예프와 그의 가족

프로코피예프의 스타일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에 대하여 특이한 울림이 많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온음계적 서정성을 견지하는 작품으로서 초기 작품에서 드러나곤 하는 미숙한 활력과 상징성이 낮은 변덕스러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같은 시기에 버르토크와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피아노 작품들에서 제시했던 방향을 따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초기의 비조성이나 형식적 실험에 대한 모험에도 불구하고, 프로코피예프는 기능적 화성 체계에 매우 가까운, 비교적 일정한 박자 군과 화성 어법을 가진 명료한 전통적 구조의 사용을 향해 발전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협주곡 3번의 구성이나 스토리텔링의 상당 부분은 1번 협주곡의 발전된 모방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Yuja Wang - Prokofiev, Piano Concerto No.3 in C major

Yuja Wang, piano

Claudio Abbado, conductor

Lucerne Festival Orchestra

Concert Hall of the Culture and Convention Centre, Lucerne

2009.08.12

1악장: 안단테 - 알레그로

1악장은 안단테의 클라리넷 솔로의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멜로디를 오케스트라가 곧바로 이어받으며 피아노와 함께 영웅적이고 호방한 알레그로 주제를 이어 나간다. 외면상 관련이 없는 듯한 네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이질적인 요소들로부터 작곡가는 고도의 작곡 기법을 통해 연속성과 형식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아노를 그 주체로 내세운다.

화성적 구조 틀 안에서 대화를 나누던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는 서정적인 제스처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발전해 나가지만, 엄청난 글리산도와 변덕스러운 16분 음표 아르페지오, 셋잇단음표로 구성된 행진곡 풍의 리듬, 확장된 스케일을 토해내는 피아노의 리드로 음악은 만화경적인 진행을 거친 뒤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재현부를 거친 뒤 화려하고 푸가적이며 셋잇단음표 음형이 난무하는 코다로 돌진하며 음악은 급박하게 끝을 맺는다.

2악장: 테마 콘 바리아지오니 (변주)

2악장은 주제가 주어진 뒤 다섯 개의 변주가 이어지고 마지막 주제로 회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종의 가보트 풍인 주제 선율은 어떻게 보면 그의 첫 교향곡인 ‘고전 교향곡’의 가보트 악장의 아이로니컬한 분위기와 닮아 있기도 하다.

첫 변주는 피아노의 느린 물결과도 같은 영롱한 음색이 인상적이고 두 번째 변주는 대범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갤럽 풍의 음악이다. 세 번째 변주는 첫 주제에 재즈적인 싱커페이션 변형을 준 것으로서 아기자기하면서도 시니컬한 느낌을 강하게 자아낸다. 네 번째 변주는 느리고 서정적이며 몽환적인 대목으로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자유로운 대화가 돋보인다.

마지막 다섯 번째 변주는 알레그로 지우스토이며 유머레스크한 아를레키노를 연상시키는데, 어떻게 보면 이 다섯 개의 변주는 슈만의 <카니발>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시끌벅적한 무대를 떠올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첫 주제가 다시 등장하며 피아노의 2중 오블리가토를 수반한 낮은 음역대의 짧은 안단테로 끝을 맺는다.

3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바순의 스타카토와 현악의 피치카토로 시작하는 3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는 프로코피예프가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논쟁’이라고 부른 악장으로서 피아노의 초절 테크닉과 비르투오소적인 카리스마, 다채롭고 환상적인 음향 컨트롤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특히 가운데 느린 부분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연상시키는 듯한 애절하면서도 비극적인 분위기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을 떠올리는 낭만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이채로움을 더하고, 이 서정적인 부분 뒤에는 코다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불을 튀기는 듯한 총력전이 전개되며 음향적 장관을 이룬다.

 

추천음반

1. 마르타 아르헤리치/ 베를린 필하모닉/ 클라우디오 아바도 DG

2. 바이런 쟈니스/ 모스크바 필하모닉/ 키릴 콘드라신 Mercury

3. 예브게니 키신/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EMI

4. 랑랑/ 베를린 필하모닉/ 사이먼 래틀 SONY>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현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11.15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41489

 

 

스트라빈스키 - 봄의 제전 
Stravinsky - The Rite of Spring
 
Stravinsky Le Sacre du Printemps (Rite of Spring) 정명훈 지휘


초연 100주년 맞이한 음악 공연사상 최대 문제작
글: 황장원(음악칼럼니스트)

연주 시간 : 약 33분

1913년 5월 29일 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당시 극장 안에서는 바슬라프 니진스키가 안무를, 이고리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을 담당한 발레 뤼스(Ballet Russe,러시아 발레단)의 신작 발레가 첫 선을 보이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공연 내용이 지나치게 파격적이고 선동적이라는 데 있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상야릇한 분위기의 서주가 흘러나올 때부터 동요의 기미를 보였던 관객들은 막이 오르자 이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급기야 무대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반대파와 지지파로 나뉘어 격론을 벌였고, 공연은 객석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고성과 야유, 악단이 쏟아내는 요란한 음향, 그리고 무대 위 무용수들이 내는 소음 등이 뒤엉킨 채 엄청난 소란 속에서 막을 내리고 말았다.

1913년 5월 19일 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거행된 ‘봄의 제전’의 초연은 공연 역사상 가장 요란했던 스캔들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순수하게 음악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그 유명한 소동은 생각만큼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스트라빈스키의 혁신적인 음악에 대한 반응이었다기보다는 발레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송두리째 뒤엎은 니진스키의 파격적인 안무가 야기한 관객들의 거부감과 혼란, 그리고 그러한 결과를 뻔히 내다보고서 공연을 강행했던 디아길레프의 흥행 전략이 빚어낸 한 바탕의 해프닝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좀 더 냉철하게 작품 자체의 가치와 매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리듬의 시대를 열어내다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의 경력 초기를 대변하는 신민족주의・원시주의 경향의 정점에 위치한 역작이다. 이 작품에서 스트라빈스키는 그때까지 자신이 연마해온 모든 기법과 실험을 집대성하여 러시아의 전통과 20세기 모더니즘의 통합을 이루어냈고, 그 성공을 통해서 문화적 변방인 러시아의 작곡가가 아니라 유럽음악의 주류를 선도하는 작곡가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 발표 당시 이 작품은 지난 200년간 유럽 음악계에 군림해온 독일음악의 지배에 종
언을 고하는 신호탄이었으며, 천년을 지속해온 선율과 화성의 시대를 마감하고 ‘리듬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세찬 두드림이었다. 오늘날 이 작품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음악사의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아가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격동적인 시대상을 예술적으로 선취한, 일종의 예언적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비결은 역시 음악에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복잡하고 강렬한 리듬이다. 5박자, 7박자, 11박자 등 종전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변칙적인 박자가 적극적으로 도입되었고, 전곡을 통해서 끊임없이 변전하는 박자들은 세로줄의 울타리에 갇혀 있던 기존의 박절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이는 음악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근원적인 충동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그 안에는 슬라브 민요에서 취한 여러 선율의 단편들이 교묘하게 변형되어 녹아 있다. 아울러 드뷔시, 스크랴빈, 쇤베르크 등 당대의 가장 급진적인 음악어법을 두루 수용한 대담한 화성어법과 과감한 관현악법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작인 ‘페트루슈카’에서 장식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반음계의 사용은 한층 확장, 심화되어 화성의 흐름을 주도했고, 5관 편성의 대규모 관현악단이 동원된 가운데 다양한 진취적 악기법들이 시험대에 올라 충격적인 음향을 빚어냈다.

이 모든 것들의 절묘한 융합으로 탄생한 ‘봄의 제전’은 극단적으로 변화무쌍한 음악이다. 현란하게 변전하는 기괴한 리듬, 가공할 관현악의 포효, 노도와 같이 밀려드는 음향, 활활 불타오르는 듯한 극적 고조! 이 그로테스크한 풍경화는 언제 어디서 연주되든 듣는 이의 가슴에 걷잡을 수 없는 동요와 격랑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말이다. 어떤 이는 이 곡 특유의 원초적인 박력과 무한한 생명력에서 극한의 희열을 맛볼 것
이고, 어떤 이는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과 정신 사나운 리듬에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것이 고도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직된 예술작품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봄이 만개하다
전곡은 2부로 나뉘며, 제1부의 낮과 제2부의 밤이 대비를 이룬다. 대본상의 시간적 배경은 러시아 선사시대의 어느 이른 봄날, 공간적 배경은 대지에 푸른 싹이 막 돋아나기 시작한 신성한 언덕이다.

제1부 ‘대지에 대한 경배’
서주 - 봄의 전조 - 젊은 처녀들의 춤 - 유괴의 유희 - 봄의 론도 - 적대하는 부족들의 유희 - 현자의 행차 - 현자 - 대지의 춤

제1부에서는 한낮을 배경으로 봄을 맞이한 인간들의 흥분과 환희가 묘사된다. 먼저 파곳의 높은 음역대를 활용한 신비로운 선율이 주도하는 주술적인 분위기의 서주가 흐른 다음, 막이 오르면 고대 슬라브 부족의 젊은이들이 언덕 기슭에 모여 봄의 만개를 재촉하기 위해 대지를 힘차게 두드리며 춤을 추는 장면이 펼쳐진다. 무당이 앞날을 예언하고, 흥분한 청년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처녀에게 달려들어 약탈하다가, 이내 다함께 어울려 원을 그리며 춤을 춘다. 계속해서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부족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부락의 장로들이 도착한다. 마침내 현자가 열렬한 기도와 함께 꽃이 피기 시작한 대지에 입을 맞추면, 대지를 깨우기 위한 격렬하고 장엄한 의식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제2부 ‘제물’
서주 - 젊은 처녀들의 신비로운 모임 - 선택된 자에 대한 찬미 - 초혼 - 조상들의 의식 - 희생의 춤(선택된 처녀)

제2부에서는 밤을 배경으로 봄의 도래를 감사하기 위해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거룩한 의식이 치러진다. 인상주의 풍의 서주가 사뭇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교도들의 밤을 암시하면, 희생될 처녀를 정하기 위한 모임이 열린다. 마침내 제물이 정해지면 처녀들의 몸짓은 선택된 자를 찬미하는 격렬한 춤으로 비화하고, 장로들은 곰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조상의 영혼을 부르는 의식을 거행한다. 선택된 처녀는 광란 상태에서 절박한 몸짓으로 춤을 추다가 쓰러지고, 마지막은 조상의 영혼이 그녀를 들어 올려 신에게 바치는 장면으로 장식된다.
<SPO잡지에서 발췌> 

 

현대음악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를 나눈 곡

19세기 말 러시아에서 태어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발레를 위해 곡을 많이 쓴 작곡가이다. 그의 세 번째 발레 음악 <봄의 제전>은 그의 작곡세계에서 하나의 커다란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곡 이전의 작품들을 보면 <페트루슈카>에서는 여전히 낭만주의의 인상이 풍겼고, <불새>에서는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이 짙었다. 그러나 <봄의 제전>을 정점으로 스트라빈스키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 곡은 그의 실험정신이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러시아 이교도들의 종교의식을 주제로 원시적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 위하여 만들어낸 강렬한 리듬과 극한의 불협화음은 파천황이어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 발표되었을 때보다 더한 강도의 충격을 음악예술계에 주었다. 이 곡을 기준으로 현대음악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눌 만큼 이 곡의 음악사적 위상은 대단한 것이다.

“나(스트라빈스키)는 공상 속에서 장중한 이교도의 제전을 보았다. 원을 그려놓고 앉은 장로들이 한 처녀가 숨지기까지 춤추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불의 신이 노하지 않도록 그녀를 희생했던 것이다. 이 환영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나는 그것을 친구인 니콜라스 로에리히에게 이야기했다. 그는 이교도적인 소재를 즐겨 다루는 화가인데 진정으로 내 영감을 환영하여 이 창작의 공동 협력자가 되었고 무용가인 파리의 디아길레프에게도 이야기하니 그도 곧 그 생각에 열중하고 말았다.”

그 당시는 민족주의적 경향과 함께 원시주의적인 기호가 풍미하던 때였는데, 스트라빈스키도 이에 자극받아 곡을 착상하게 되었고 2년 만인 1913년에 완성시켜 그 해 5월 29일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Ballets Russes)에 의해 니진스키의 안무로 발레와 함께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었다.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이란 곡명은 이때 최종적으로 붙여진 것이다.  1913년 디아길레프의 연출로 <봄의 제전>이 초연되었을 때의 무대배경 그림의 일부.

스트라빈스키가 니진스키에게 이 음악에 대해 설명해주었을 때 니진스키는 “멍청한 사람들이 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초연의 지휘를 맡은 피에르 몽퇴에게 악보를 보여주었을 때 몽퇴는 악평이 쏟아지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런데 초연에서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공연이 시작되자 얼마 안 있어 낯설고 격렬한 음악과 안무에 극장 안은 휘파람과 고함소리가 난무하였고 급기야는 야유하는 관중과 작품을 옹호하는 관중 사이에 폭력이 벌어지는 소란이 발생하여 경찰까지 출동하게 되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날을 이렇게 회고했다. 니진스키

“첫 소절이 연주되자마자 조롱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 나는 불쾌했다. 항의는 처음에는 사소했으나 곧 퍼져서 항의와 그것에 대한 항의가 이어져 객석은 소란해졌다. (…) 나는 니진스키가 너무 화가 나서 어느 순간에 뛰쳐나가 물의를 일으킬지 몰라 그의 옷을 잡고 있어야만 했다. 디아길레프는 고함소리를 가라앉히려고 전기공에게 불을 껐다 켰다 하라고 시켰다.”

<봄의 제전>은 기괴한 리듬과 압박감을 주는 관현악의 강렬한 울림으로 인해 온갖 소란스러움에 익숙한 지금 시대에도 감상하려면 다소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 하물며 20세기 초 문화생활이라곤 연주회장에서 듣는 음악이나 연극 정도가 고작이었던 그 시절에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음향과 원색적인 춤에 청중들이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음악 역사상 이처럼 말이 많았던 작품은 이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offrey Ballet performs Stravinsky's 'Le Sacre du Printemps'

Vaslav Nijinsky, coreography

Joffrey Ballet

Orchestra of National Theatre Prague

Allan Lewis, conductor

1989

1 of 3

2 of 3

3 of 3

1913년 니진스키의 안무로 <봄의 제전>이 공연된 이후 이 안무 대본이 사라졌다가 70여 년이 지나 로버트 조프리(Robert Joffrey, 1930-1988)가 이를 복원하였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발레단에서는 조프리가 복원한 니진스키의 안무에 따라 <봄의 제전>을 공연합니다.

 

1부 8곡과 2부 6곡으로 구성

이 곡은 고대의 태양신인 ‘이아리오’에게 바치기 위해 선발된 처녀가 제단 앞에서 희생될 때까지 치르는 의식을 표현한 표제적 관현악곡으로 아래와 같이 1부 8곡과 2부 6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곡에서 태고의 원시성을 표현하기 위해 종래에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새로운 음악적 기법을 선보였다. 3박자, 4박자 등의 규칙적 박자 대신 5박자, 7박자, 11박자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변박자를 일정한 계산 아래 사용하였고, 러시아의 민요를 적절히 엮어 넣었으며, 두 개의 조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조를 사용하여 풍요롭고 다양한 색채감과 함께 선율을 일정 시간 동안 고집스럽게 반복하는 기법, 재즈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즉흥적 연주 효과, 조성을 완전히 파괴한 무조적 기법 등을 사용하여 원시인들의 그로테스크한 축제의 단편들을 다양하게 표현해냈다.

Premi?re Partie: Adoration de la Terre

1. Introduction (Lento)

2. Les augures printaniers. Danses des adolescentes

3. Jeu du rapt

4. Rondes printanieres

5. Jeux des cites rivales

6. Cortege du Sage

7. Adoration de la terre

8. Danse de la terre

Seconde Partie: Le sacrifice

1. Introduction (Largo)

2. Cercles mysterieux des adolescentes

3. Glorification de l'Elue

4. Evocation des ancetres

5. Action rituelle des ancetres

6. Danse sacrale. L'Elue

 

1부: 대지에의 찬양

원시시대 어느 황량한 고원에 바위를 숭배하는 원시부족이 모여들어 대지를 두드리며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고 있다. 젊은 남녀들이 춤을 추다 흥분한 청년들이 처녀들에게 달려들어 구애의 동작을 하고 곧 쌍쌍이 된 남녀들이 전쟁놀이 춤을 보여준다. 그러자 부락의 장로들이 나타나 이들을 진정시키고 대지를 경배하는 예식을 행한 뒤 그들에게 대지의 춤을 추게 한다.

제1곡: 서곡

파곳에 의한 렌토의 선율로 시작되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상당히 음산하다. 봄이란 이미지와 처음부터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어 호른과 클라리넷이 얽혀 위협감을 조장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어 간다. 박자도 시시각각 바뀌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갑자기 강렬한 스타카토의 리듬이 나타나기도 한다.

제2곡: 봄의 싹틈과 젊은 남녀의 춤

스타카토로 이루어진 강렬한 현과 금관의 투티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파곳의 무뚝뚝한 주제가 강렬한 리듬을 타고 나타나며 이후 리듬은 다소 약해진다. 호른의 주제가 드러나면서 리듬은 더욱 분화된다. 이에 플루트와 바이올린, 파곳이 더해지면서 격렬해진다. 음량이 증가하면서 트럼펫이 가세하는 동안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제3곡: 유괴의 유희

상당히 역동적인 곡이며 팀파니와 금관 등으로 긴박감을 유발시키지만 플루트와 피콜로, 바이올린에 의해서 서서히 투티를 이루며 나아간다. 선율의 변화가 심하고 역동적인 모습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음악 자체도 매우 자극적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원시 시대의 약탈결혼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제4곡: 봄의 론도

플루트의 트레몰로를 수반한 클라리넷이 부드러운 론도 주제를 연주한다. 이러한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주제는 이 곡의 마지막에서도 다시 쓰인다. 오보에와 플루트가 차례로 다양한 주제를 풀어헤친다. 다시 포르티시모로 금관과 팀파니가 투티를 이루면서 매우 강인한 분위기로 바뀐다. 그 뒤에 투티를 지나고 나서 다시 최초의 분위기로 클라리넷이 이끈다.

제5곡: 적대하는 도시의 유희

여기서는 목관악기의 하강 스케일로 장식되어 트럼펫과 현이 제1선율을 연주하면서 반복 전개된다. 이어 현이 제2선율을 제시하는데, 이들 두 개의 악상은 대립하는 부족을 상징한다.

제6곡: 현자의 행렬

파곳과 튜바 등이 무거운 선율로 엄숙하고 무게 있게 현자의 행렬을 묘사한다.

제7곡: 대지에의 찬양

투티가 끝난 뒤 1마디가 멈춘 뒤에 단 4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현자들이 대지를 찬양하고 경배하는 모습이다.

제8곡: 대지의 춤

3박자의 빠른 춤이 현의 글리산도에 의해 전개되고 호른은 당당하게 주제를 연주하며 제1부를 매듭짓는다.

 

2부: 희생의 제사

어둠이 짙은 한밤중, 젊은 남녀들의 신비로운 모임이 열리고 봄을 맞이하기 위해 희생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시작한다. 아름답고 순결한 처녀를 선택하여 그 처녀가 여신인 것처럼 그 주위를 돌며 젊은 남녀들이 봄의 영광을 찬양하는 춤을 춘다. 선택된 처녀는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춤을 추기 시작하고 광란의 춤으로 남녀들을 흥분으로 몰아간다. 그 순간 처녀는 숨을 거두고 막이 내린다.

제1곡: 서곡

낮의 장면에서 밤의 정경으로 바뀐다. 클라리넷을 수반한 3개의 플루트가 느린 선율을 연주한다.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교도들의 밤을 나타내고 있다.

제2곡: 젊은이의 신비한 모임

젊은이들이 모여 희생제물이 될 처녀를 뽑는 장면이다. 현이 주제를 환상적으로 연주한 뒤, 플루트의 독주가 제2주제를 은밀하게 나타내고 클라리넷으로 받아 이어지며 변형된다. 현의 피치카토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제3곡: 선택된 처녀에의 찬미

리듬도 박자도 혼란스럽게 바뀌는 긴박한 악상의 단편이다. 타악기의 연타가 이어지고 관악기가 원시적인 기도의 동기를 연주한다.

제4곡: 조상의 초혼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조상의 영령을 부르는 장면으로 강렬한 투티로 시작된다. 반복되는 특징적인 선율을 사용해서 영혼을 부르는 듯한 주술이 가득 담겨져 있다.

제5곡: 조상의 의식

피아니시모의 저음으로 현과 타악기에 의해서 시작된다. 잉글리시 호른과 피아노가 기괴한 분위기를 더한다. 트럼펫 선율은 희생제물을 조상의 영령이 받아주기를 간절히 빌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투티를 거쳐서 다시 잉글리시 호른에 의해 차분한 분위기로 되돌아온다.

제6곡: 신성한 춤, 선택된 처녀

이 동기는 처녀의 번민을 나타내듯 고조되면 피콜로와 E플랫 클라리넷이 히스테릭하고 자극적인 동기를 삽입해 간다. 악곡은 더없이 흥분되어 처녀의 죽음을 묘사하는데, 이들 3개의 악상은 타악기의 엄숙한 연타 속에 뒤섞이고 제물인 처녀는 조상의 영에 안겨 태양신에게 바쳐지며 막이 내린다.

 

글쓴이 : 라라와복래|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