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2013.4)

46.트래킹의 끝...간드룩에서 나야풀까지..

나베가 2013. 9. 9. 04:19

 

 

간드룩은 안나푸르나를 가는 길목에 만나는 꽤 큰 마을이다.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과 길들만이 있는 낭만적 마을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도 있고 제대로 갖추어진 전기 발전소도 보인다.

그래서 인 지 숙소에 들어서니 방마다 콘센트 설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

이제야 배터리 걱정없이 맘껏 쓸 수 있어~ 이 얼마만에 누려보는 호사인가~

우린 얼른 씻고 그동안 짐만 되었던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도 말끔하게 말리고,

기분좋게 침대에 누워서 배터리를 아끼느라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사진들을 보며 히히낙낙 했다.

어느새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여정들과 감동이 한꺼번에 온 몸에 달려들어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무엇때문인 지 배꼽을 쥐고 배가 아프도록 뒹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 지....

누워서 보자니 나중엔 팔이 떨어질 듯 아파와서 앉아서 보다가 또 다른 자세로 연신 바꿔가며

오만가지 자세로 사진을 보다보니,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 지....ㅋㅋ

벌써 저녁 시간이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젊은 한국 학생들이 많이 내려와 있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이곳으로 부터 트래킹을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ABC에 오르고 트래킹의 마지막 밤을 맞는 우리와는 정 반대....

부러움의 시선으로 우릴 바라보며 그들 가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느라 정신이 없다. ㅎㅎ

이곳에서 부터 출발해서 ABC에 오르는 일정은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리는 짧은 일정이다.

좀 더 여유를 두고 우리가 올랐던 코스로 걸었으면 좋으련만...

환상의 랄리구라스 세계속으로 이틀간 끌고 들어갔던 고라파니와 타다파니의 여정이 떠올라 이들을 바라보는 맘에 안타까움이 인다.

 

 

 

저녁을 먹고 올라와서도 계속된 사진 보기...

끝내는 다 못보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ㅎㅎ

 

그리고 이른 새벽....

문득 별빛이 그리워서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옥상위에 있는 우리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미 별빛은 다 사라진 뒤이고 먼 발치서 하얀 설산이 훤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

순간 또 탄성이 일었다.

이미 눈 앞에서 어마 어마한 그 자태를 훤히 보고 왔거늘, 아니 그 앞에 기적같이 서 있었거늘....

그래도 어제는 흐려서 보이지 않던 안나푸르나 연봉.....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가 훤히 보이니

또 처음 보는 양 탄성이 이는 거다.

 

그때 아래 층에 묵고 있던 한국 학생들이 이곳 옥상으로 안나푸르나 연봉을 보기 위해 올라왔다.

그리고는 연신 탄성을 내 뱉느라 난리다.

그런 그들을 보니, 괜스레 웃음이 나와서 우리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오랫만에 음악을 틀고...  커피도 내렸다.

방에 콘센트가 있으니 배터리 걱정없이 음악도 까지끝 볼륨을 높여 틀어 놓았다.

방안 가득히 퍼지는 영롱한 피아노 선율과 커피 향이....이 보다 더 호사스러울 수가 없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밖으로 나가보니

아직은 새벽이라 온 몸을 파고 드는 한기에 모두들 모포를 뒤짚어 쓴 채로 아래층 학생들은 아직도 내려갈 줄 모르고 하염없이 그곳에

쪼그린 채 있었다.

순간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가 떠 올랐다.

히말라야 정령의 숨결에 깨어 밖으로 나갔을때의 놀라움과 감동...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수정 처럼 우뚝 솟아 있던 투명한 설산에 완전히 매료되어 1시간 이상을 그 어둠속에 얼음땡이 되어 있었음을...

 

그리고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얘들아~ 저건 아무것도 아니야~

ABC에 오르면 그 엄청난 위용과 장엄함에 아마 기절할 거야~ 

 

 

 

 

여유있는 새벽을 보내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학생들은 이미 떠난 뒤이고, 또 다른 한국인 가족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50대 중반 부부와 대학생 딸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그들은 대부분 이곳을 개별 여행 하는 사람들과 같이 인도를 거쳐서 이곳에 발을 들인 직후였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이곳만을 꿈꾸며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 보다는 궁금한것도 미비한 것도 많은듯 보였다.

ABC를 오르기 위해선 필수 준비 품목인 고산약도 없었다.

마침 우리에게 남은게 있어서 그들에게 좀 주고, 이런 저런 궁금해 하는 점들과 ABC트래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제밤 부터 용기있는 젊은 우리 학생들을 보고, 또 이처럼 멋진 가족을 보니 한국인에 대한 기가 살아나 온 몸이 의기양양 해지는 기분이다.

세상밖에 나오면 이처럼 용기있고 멋지게 삶을 사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낀다.

부부가 함께 오랜 시간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꽤 보았어도 이렇듯 다 큰 자녀하고 함께 온 가족이 기인 시간을 내서

세계 여행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젊은 날 열심히 일하면서 꿈을 꾸고...

퇴직후 그 꿈을 이처럼 멋지게 이뤄내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오늘은 그야말로 히말라야의 관문에 들어서서 장장 12일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래킹의 마지막 날이다.

 

하긴 엄밀히 말해선 트래킹은 이미 어제로 막을 내린것이나 마찬가지고, 오늘은 기인 내리막 계단 길을 1시간여 내려가서 짚차를 타고 나야풀까지 차량으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까지 우리의 그 무거운 짐을 날라다 준 포터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리는 또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타고 포카라까지 간다.

 

포카라에 도착하면 근사한 인도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인도 음식을 먹을 것이고, 저녁엔 성공을 축하하는 화려한 파티를 벌일 것이다. ㅋㅋ

 

그리고...

못다한 쇼핑....

품질 좋은 캐시미어 제품을 살 예정이다.

ㅋㅋ

 

 

아!!

그래도 사실 오늘 걸을 거리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내리막 계단 길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이풀이야 상관없지만

기적을 이뤄낸 언니의 무릎이 끝까지 잘 버텨내 줄 수 있을 지, 어쩌면 긴장까지 풀어진 언니의 무릎엔 오늘의 일정이 정말 힘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무쏘의 뿔 처럼 은둔과 끈기로 묵묵히 자기 속도를 오버하지 않고 여지껏 이뤄낸 언니였으니까... 

 

 

 

 

 

 

 

 

느지막히 출발했더니,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온 몸에 내리쬐는 햇볕이 작렬하다.

그 햇살속을 오르는 여자 포터들의 모습이 찬란하게 빛이난다.

얼마나 힘들을까...하는 맘보다는 그저 자신의 일을 충실히 가꾸어가는 이들이 아름답다.

 

 

한 무리의 포터들을 지나 보내고 또 다른 아름다운 여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인도계 아리안 족의 여인들이다.

네팔민족의 자그마하고 납작한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아주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보는이 마다 다 마치 영화배우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ㅎㅎ

 

정말 아무거나 걸쳤는데도 영화배우 같지 않은가~

작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못이겨 걸쳤던 스웨터를 반쯤 벗어버리고, 햇살을 막고자 머플러를 머리에 그냥 얹어놓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멋질수가 없다~

 

나는 이들을 쉬이 떠나 보내지 못하고 연속 촬영을 했다.

사진 한 컷 찍겠다고 한 셈 치곤 꽤나 기인 시간이 흘렀음직한 데도 마치 모델 처럼 포즈를 맘껏 취해주고는 떠난다.

잠깐 이었지만 몹시 흥분되었던 시간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일찍 왔는 지, 아직 우기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길이 많이 훼손되어 있다.

이제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여름 내내 비가 오면 이 끝없는 돌계단 들이 얼마나 많이 훼손되어질까....

그럼 또 수많은 노동력으로 복구가 되겠지?

제대로 된 기계장비 하나 없이 온전히 인간의 손으로 복구작업을 하던 이들이 떠올라 야속한 맘이 좀 든다.

 

그나 저나 정말 무지 막지하게 구불 구불 이어진 계단 길이다.

언니는 지금 잘 내려가고 있을까....

 

 

 

 

 

히말라야를 쉬이 떠나고 싶지않아 아주 천천히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반 사진을 찍지 않고 걸었더니, 순식간에 내려온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 나야풀에 드디어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걷는것은 끝.

저 많은 차량중에 어떤 차가 우리가 타고 갈 차일까...

채링이 우리를 찾을때까지 또 그냥 걷는것이다. ㅋㅋ 

 

 

헐~

카메라 다 집어 넣었는데??

짚차앞의 할머니가 예사롭지 않군!

그럼 또 한 컷 담고 가야지~

ㅋ~

 

Cynthia Jordan - Vernal Equin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