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2013.4)

44.간드룩 가는 길-2 천사를 만나다...

나베가 2013. 9. 3. 00:30

 

 

타작 일 하던 사람들과의 짧은 정들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짐이 아쉬워 자꾸 뒤돌아 보며 손을 흔들게 했다.

푸근한 마음에 여전히 보아도 탄성이 터지는 다랑이 밭의 풍광에 가슴은 더욱 따듯함으로 차오른다.

 

 

 

헐!!

저건???

 

저 발치서 낯설고도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피사체가 잡힌다.

그야말로 이것은 그냥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마치 일부러 카메라 들고 찾아 나선 것 같은....

아니, 아냐~

찾아 나서다니, 상상도 못했는 걸~

이런 풍광은 평생에 두번 다시 못 볼 비경을 만난것 같은 천운이지.

 

우린 일순간에 미친듯이 달려가 카메라 렌즈를 들이밀었다.

이때 대장님께서 유창한 네팔어로 이분께 말을 걸어 주시는게 아닌가~

낯선 외국인이 걸어오는 유창한 고국어에 이 할아버지는 일순간에 만면에 미소가 가득해 진다.

 

 

 

 

 

 

 

 

 

 

 

 

 

 

 

 

 

 

 

아!!

저 표정 좀 봐~

 

송아지를 왜 그렇게 어깨에 메고 오시냐는 질문에, 송아지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 힘들을 거 같아서 이렇게 매고 가신다는 거였다.

벌써 일주일 째 이렇게 걸어 오셨단다.

 

아!!

할아버지의 인자하신 표정 만큼이나 감동적인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송아지가 힘들을까봐 저렇듯 어깨에 매고 걸으시다니,

잠깐도 아니고 일주일 내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와 한참을 이야기 나누느라 갓 해산한 어미소에게 등한시 했다고...그것을 어미소가 느꼈을까...

마치도 그런것 처럼 어미소가 이 할아버지에게 애정 공세를 편다.

 

 

 

어머~ 세상에나!!

애완견도 아닌데.....

태어나서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 풍광이었다.

이것은 동물이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었다.

비단 송아지의 힘듦에 대한 따듯한 마음 뿐만이 아니라 이 소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컸었는 지를 알 수 있는....

 

 

 

 

 

 

 

 

 

 

 

 

 

 

 

 

 

 

 

 

 

 

 

 

 

 

 

 

 

 

 

 

 

 

 

 

 

 

 

 

 

 

 

 

 

 

 

 

 

 

 

 

 

 

 

 

 

 

 

 

 

 

 

 

 

 

 

 

 

 

 

 

 

 

 

 

무엇이 이렇듯 할아버지를 박장대소하게 만들었을까....

우리의 흥분된 행동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장님과의 대화때문이었을까....

 

우리도 일순간에 이 할아버지의 커다란 웃음으로 온 몸이 물들여졌다.

이 할아버지의 따듯한 사랑으로 온 몸이 뜨거워졌다.

 

이 행복함...

커다란 사랑이....

 

아!!

혹시 이분...

안나푸르나 여신이 보내준 천사 아닐까??

 

 

 

 

 

 

 

 

 

 

 

 

 

 

 

 

 

 

 

 

 

 

 

 

 

 

 

 

 

 

 

 

 

 

 

 

 

 

 

 

 

 

할아버지...아니, 천사를 만난 그 자리가 너무 안타까워서 또 뒤돌아 본다.

할아버지는 벌써 저 만치 사라지셨고, 그림같은 다랑이 밭의 풍광만이 눈에 들어온다.

 

 

 

 

벅찬 마음을 가슴에 담고 다시 간드룩을 향해 걸었다.

이제는 또 누구를 만날까....

어떤 천사를 만날까...

이제는 기대감에 걷는 발걸음이 설레기 까지 한다.

 

 

 

 

 

 

 

 

 

 

 

한참을 걷다보니, 전망좋은 쉼터가 있다.

그럼 또 쉬었다가 가야지.ㅋ~

 

 

 

ㅋㅋ

대장님께 뭔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

아~ 맞아~

그 천사...그 할아버지의 가족을 찍은 사진일게야~

그려~충분히 흥분할만 해~

 

 

 

연거푸 만난 천사들때문에 환희에 젖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

이건 또??

양떼....

 

흥분의 도가니에 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먹이를 찾아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양떼들...

아~~ 너무 귀여워~

 

그런데 이 어린 양치기 소년좀 봐~

저 표정...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지??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이에 맞지 않는 힘듦도 배어있는것 같고...

외로움도 묻어나는것 같고... 

아~ 모르겠어~

왠지 짜안한 맘이 이네~

 

 

 

 

 

 

 

 

 

 

 

 

히말라야에서 흔히 보는 돌탑을 쌓아 지지대를 놓은 흔들다리가 보인다.

철근으로 만들어진 다리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자연속에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

 

 

 

한참을 걸었어도 여전히 거대한 히말라야의 다랑이 밭은 시야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잠시 쉬는 발걸음에 탄성을 뱉게 한다.

구들장 같은 납작한 돌로 된 지붕은 또 얼마나 운치를 주는가~

 

 

 

그러고 보니, 작년 2월에 이 길을 걸을땐 그야말로 온통 꽃길이었었는데.....

정말 신기했지~

분명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인데,,,,그 속속에 꽃이 똑같은 양으로 자라고 있는게...

언뜻 보면 유채같은 꽃작물을 심어놓은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또 농작물 사이로 핀 들꽃같기도 하고....

정말 너무 이뻐서 쉬이 걸어 오를 수가 없었어~

 

그런데 4월말인 오늘은 꽃이 하나도 없네~ㅠㅠ

한번 수확을 하고, 또다른 농작물을 심은것 같아~

그러고 보니, 이곳 황량한 히말라야 에서도 이모작을 하나보네~ 

 

 

 

 

 

 

 

가슴이 뻥 뚫리도록 사방이 탁~ 트린 전망...

 

간드룩 가는 길에서 가장 전망좋은 곳에 올랐다.

이곳에서는 당연히 아주 오랫동안 쉬었다가 가야하는 곳이다.ㅎㅎ

 

두런 두런 이야기 꽃을 한바탕 피웠다가 가도 좋고...

멍하니 경치 삼매경에 빠져도 좋고...

존재감도 없이 그냥 있어도 좋고....

아니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숨 자고 가도 좋을 곳....

 

 

 

 

 

 

 

 

 

 

 

 

 

 

 

 

 

 

 

 

 

 

 

 

 

 

히말라야를 걸으면서 순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것은 이들의 삶 가운데를 지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때문이다.

화려하거나 아름답다기 보다는 자연속에 그대로 녹아 들어간다는 느낌....

고단하지만 평화로움과 행복감이 가득한 이들을 수없이 만나기 때문...

 

 

그런 맘으로 또 농사일을 하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났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풍광이다.

새참을 먹고있는......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지켜보던 이들이 우리에게 내려와 함께 새참을 먹자고 손짓을 하는것이었다.

 

"정말이예요??

우리 내려오라구요?"

 

손짓과 발짓으로 대화의 소통을 이뤄내곤 우리는 단숨에 이들에게로 내려갔다.

 

스틱과 배낭을 벗어 던져놓고 이들 가운데로 들어가 앉으니,이들이 먹고있는 일종의 카레라이스 같은 것을 한 쟁반 담아 건네준다.

 

이풀은 맛있다고 하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런 먹는 표정을 보더니  신기해 하면서도 얼마나 좋아들 하는 지...

순식간에 새참 먹는 장은 웃음꽃으로 가득해졌다.

 

 

 

 

 

 

 

이풀이 잘 먹었다고 그릇을 건네주려 일어나보니 그만 자기가 심어놓은 농작물을 깔고 앉았다는걸 발견했다.

죄송해서 어쩌냐고...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하자, 제일 어르신인 양 보이는 분이 '떽' 소리를 치며 혼내주는 척 하는거다.

그 어르신의 한 마디에 그만 그곳은 웃음 바다로 돌변했다.

어르신은 아주 우스워서 죽겠는 모양이다.

 

외국인이 자기들 새참을 저렇게 맛있게 먹는것도 신기해 죽겠는데, 또 사소한 실수에 절절매는 모습을 보니 정말 너무나 그 모습이 귀엽게 보였나 보다.ㅋㅋ

 

나는 이들의 이런 모습...온 가족이 함께 농사 일을 하는 행복한 모습을 담느라 새참을 먹을 사이도 없었다.

뒤늦게 이들이 주는 카레라이스를 나 역시 맛있게 먹고는 다시금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 주었다.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환하게 웃는 지....

나는 이 집 가족 모두를 일일히 찍어서 다 보여 주고는 감사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났다.

 

그들의 손짓에 함께 하면서

이렇듯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것....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을 즐겁고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래~

이것이 행복인 거지~

 

함께 나누고...

사진 한 컷으로도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는것을....

 

 

 

 

 

 

 

 

 

 

 

 

 

 

 

 

 

 

 

 

 

 

 

 

 

 

 

 

 

 

 

 

 

 

 

 

 

 

 

 

 

 

 

 

 

 

 

 

 

 

 

 

 

 

 

 

 

 

 

 

 

 

 

 

 

 

요 꼬마 녀석....

뒷 모습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좀 섭해하는 것 같아서

다시 카메라를 대자 이렇듯 활짝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다시 보여주자

아주 흡족해 했다는....ㅎㅎ

 

그런 반면 아래 소녀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식구들 모두가 안타까워 했다는거....ㅋ~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밌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사진들을 보며 글을 쓰는 순간도...

마냥 행복에 겨워진다.

 

 

 

 

 

 

 

 

 

 

 

 

 

 

 

 

 

 

 

 

 

 

 

 

 

 

 

 

 

 

 

Franck Pourcel - This is My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