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3년)

서울바로크합주단 139회 정기연주회/국제음악제/5.20.월/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3. 5. 21. 12:21

 

 

 

 

공연후기....

 

계절의 여왕 5월...황금연휴를 맞이하여 화창한 날씨를 예찬하며 팔도유람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랬냐싶게 옷깃으로 스며드는 봄바람이 한기가 느낄 정도다.

이거 참~~ 뭔 날씨가~~

한 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연일 26~7도를 웃돌더니만~~

제대로 옷을 갖춰 입을 사이도 없어서 허겁 지겁 머플러 하나 들고 나온것을 목에 까지끝 두르고 황급히 예술의 전당으로 발길을 디뎠다.

 

오늘은 오랫만에 소희씨를 만나 짧은 시간이지만 수다로 회포를 풀고...

맛있는 저녁도 먹고...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역시...

자리가 C블럭 4열...

이래서 초대권은 좋은 것이야~ ㅎㅎ

 

사실...

오늘 공연 프로그램은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곡들이라서 인터넷 바다를 휘저어 봐도 들어볼 여지가 없었다.

막연하게 현대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기대감으로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릴 뿐...

하긴 분명 그럴것이라고 장담까지 해본다.

단 한번도 바로크 합주단 연주회에 와서 실망을 하고 간 적이 없었으니까...

더우기 오늘은 지난 연주회때와 마찬가지로 무대를 꽉 채운 대 편성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니, 이들 연주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어떨 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오늘 프로그램의 첫 곡은 최명훈 작곡가의 국내 초연곡이다.

낯설지만 작곡가의 초연을 듣는 것은 큰 설렘과 감동을 준다.

초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서라기 보다는 초연을 듣는다는게 어디 그리 흔한 일인가~

그 자체로서만도 감동인 거지.

 

가끔 현존하는 작곡가의 초연을 들으면서 뜬금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 요즘도 작곡가들이 끊임없이 작곡을 해내고 있구나~"

이런 터무니 없는 생각에 스스로도 움찔하며 작은 충격을 받기도 한다.

너무나 오랜 옛 고전음악에만 익숙해져 있기때문일 것이다.

 

'최명훈'의 곡을 들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작곡가는 그 시대를 살면서 그 시대의 삶과 자연을 그대로 녹여낸다고 생각할때 현대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세상이 분명하다고...

같은 악기로 내는 소리가 고전시대나 낭만주의 시대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생소하기까지 한 소리들을 내고 있음에

잠시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대...변화무쌍하고 다이내믹하고 다양하기 그지없는...

그러면서도 순간 순간 기막히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선율이 흘러나오면 크게 위로받기도 한....

그래서 선율이 아름답고 매끄럽게 흘러가지는 않지만 고도로 집중을 하게 만드는...

그게 현대음악의 매력이 아닐까...생각 들었다.

 

역시 연주가 끝나고 작곡가가 무대에 올라 연주자들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내고, 관객에게도 감사와 감동의 인사를 전했다.

이 곡이 부디 자주 연주되어서 먼 훗날 불후의 명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두번째 곡은 '하차투리안의 플룻 협주곡' 이다.

작곡가 이름은 워낙 유명하여 익숙하지만 역시 그의 작품을 실황으로 듣기엔 귀한 시간임에 분명하다.

특히 플룻협주곡은 처음 접해보는 곡이다.

 

작은 기대감속에 협연자가 무대로 나오고 있다.

허어걱!!

저 수려한 외모....

검은 수트에 반짝이는 검은 구두...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줄무늬의 넓다란 패션 넥타이를 메고, 하얀 조끼를 입은 매무세가 여간 상큼 발랄하지 않다.

미모란 말을 쓸 만큼 외모도 줄충하고.....

아~~ 그런데 그의 연주는 한 술 더 떠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코앞에 앉아서 이 꽃미남의 화려한 테크닉의 연주를 듣고 있자니 이 나이에도 그저 저 꽃미남에 푸욱 빠져들 밖에...ㅋㅋ

곡이 익숙하고 아름답고를 떠나서 고난이도의 연주를 한 치 거리낌도 없이 연주해 낸다는것에 그저 탄복하며 빠져들 밖에 없었다.

 

"저 어린 나이에 이미 메트로 폴리탄 오케스트라 수석이 된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정말 잘 하는군~"

 

제법 긴 곡을 그 흐름도 못 느낀 채 연주가 끝났다.

역시....객석의 환호는 대단했다.

끊임없는 커튼 콜....

이 정도라면 앵콜 연주를 안 할 수가 없다.

역시 바흐 곡을 기막히게 연주해 낸다.

그리고 또 계속된 커튼 콜....

소희씨는 '브라보'를 연신 외치며 환호했다.

 

"아~~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소희씨의 브라보 외침이야~ ㅋㅋ

조만간 이 연주자의 독주회가 우리나라에서 펼쳐질 것 같은데~"

 

그리곤 첼리스트 '장한나'의 파트너 피아니스트 '티 엠포'가 떠 올랐다.

상큼 발랄한 꽃 미남의 화려한 피아노 반주에 객석이 열광하여 그의 음반이 인터미션에 동이 날 정도의 폭발적인 인기 급 상승....

당연히 그의 독주회는 이어졌고, 급기야 얼마전 그의 연주회 티켓값을 보고 그만 헉 소리가 나게 놀라버렸던 기억...

 

아~ 그나 저나 이젠 나이를 대변하듯 이렇게 열광적으로 박수치기엔 이젠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일어~

ㅠㅠ

 

2부곡은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하는 곡이다.

'현과 퍼쿠션, 첼레스타를 위한 곡....

바르톡 곡을 듣는다는 것만도 설레임을 주는데 이 생소한 악기들이 주인공인 곡을 듣는다니.....

무대 진열에 한 참 바쁘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양 옆으로 갈라서고, 그 가운데로 피아노와 첼레스타와 하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오옷~~

이 화려한 무대배치....ㅋㅋ

 

익숙한 선율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곡이 아니지만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예상밖의 소리들에 완전 빨려들어가 4악장의 대곡이 어떻게 끝나는 지도 몰랐던

매력덩어리의 연주....

그 중에서도 퍼쿠션의 다이내믹하고 힘차며 화려한 연주가 돋보이고...

피아노와 매혹의 선율...첼레스타와 하프의 선율 또한 이 곡이 주는 매력포인트다.

일사불란한 현의 움직임...

피치카토...

모든 연주자가 마치 엑스터시에 빠진듯 미쳐 연주하던...그래서 불협화음 속에 휘둘린 양 그리 들렸던 짧은 순간도 아찔함을 느끼게 했다.

현대음악이 주는 진수를 보는 듯 했던 연주회....

멋졌다!

열광하는 관객들에게 마지막 곡의 한 악장을 앵콜 연주로 관객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연주회는 끝났다.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온 직후 쌓인 집안 일...

봄맞이 집안 일과 이틀간으로 달려간 공연장의 나들이와 집안 행사들....

거의 매일 외출이었던 일상에 온 몸이 파김치가 되어 힘든 발걸음으로 나섰건만....

이렇듯 강도 쎈 에너지로 또 가득 온 몸을 채워가게 되니...

ㅎㅎ

 

누가 나의 삶을 이끌고 있는 것인 지...

난... 진짜 복이 많다고... 이 순간도 또 속으로 되내이며 발걸음을 딛는다.